량천옥이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량천옥은 자신이 살아 있는 한 배준우가 해외 프로젝트를 채가는 모습을 절대 못 본다고 생각했다.량천옥의 말에 량일의 얼굴이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뭘 어떻게 처리한다는 거야?”그녀도 이미 손을 쓴 상태였다.조보은이 오늘 고은영을 데리고 떠날 것이다.고은영이 떠나기만 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간다.하지만, 오늘 고은영이 조보은에게 끌려간다는 걸 생각하니 량일은 마음이 아팠다.그러나 어쩔 수 없다.일단 이 고비부터 빨리 넘겨야 한다.....량일의 물음에 량천옥은 냉담하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당연히 싹부터 바로 끊어 내야죠!”“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량일은 깜짝 놀랐다.량천옥의 살기 가득한 눈빛에 량일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이 고은영을 처리해 버린다고 해도 다른 고은영이 또 생길 거라고요?”“......”“하지만 결혼을 막으려면 이 고은영부터 제거해야 해요! 고은영이 없으면 협박할 핑계도 없어요!”말할수록 량천옥의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그녀는 일찍이 고은영을 처리해 버리고 싶었다.전에 남성에서의 일도 고은영 때문에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그녀를 지금껏 내버려둔 것도 이미 큰 인내심을 베푼 거다.그동안 그녀가 망친 일만 몇 갠가! 이번엔 절대 봐줄 수 없다!“뭐, 뭐라고 했어?”량일은 깜짝 놀란 눈으로 량천옥을 쳐다봤다.“누구를 제거한다고?”“고은영이요!”량천옥은 오늘 아침 배준우 혼자 출근했다는 전화를 받았다.그리고 고은영도 방금 혼자 외출했다고 전해 들었다!요즘 두 사람은 거의 붙어 다니다시피 했으니, 고은영만 있는 이런 기회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량일의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뒷걸음치며 말했다.“너가 어떻게 그런 짓을!”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량천옥을 쳐다보았다.예전엔 무슨 일이든 다 상의하더니, 이번에 이렇게 큰일을 한마디 상의없이 혼자 결정하다니!그런 량일의 모습에 량천옥이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당장, 당장 멈춰!”“아니,
량천옥은 인내심을 잃고 물었다.“엄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일단 빨리 전화나 해!”량일은 긴 말을 할 시간이 없었다.서둘러 이 모든 걸 제지해야 했다.량천옥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가 ‘처리’한다는 말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고은영의 목숨이 달려있다. 아니면, 고은영은 완전히 망가뜨려질 것이다.량일의 호통에 량천옥은 다시 전화기를 다시 집어 들었다.연달아 세 통을 걸었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전화 안 받아요... 아마....”“어디로 갔어?”저쪽에서 계속 전화를 받지 않자, 량일은 심장이 떨렸다.“그건 모르겠어요. 30분 전에 고은영 뒤를 밟고 있다고 했는데, 아마 지금쯤 이미 다 처리하지 않았을까요?”“....”량천옥의 말에 량일은 다리에 힘이 풀려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런 량일의 모습에 량천옥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치가 떨릴 정도로 꼴 보기 싫은 고은영인데, 하는 일마다 방해를 하는 고은영인데!진씨 집안에서도 빨리 합리적인 대답을 달라고 재촉해기에 배항준은 배준우와 고은영의 결혼을 파기시키겠다고 답을 해줬다.그렇지 않으면, 배씨 가문과 진씨 가문의 협력이 즉시 종료되기 때문이다.두 집안은 주로 해외 프로젝트에서 협력하고 있다. 만약 이 협력 관계가이 파기되면 가장 손해볼 사람이 누군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이건 량천옥이 진씨 가문과 왕래가 잦은 이유이기도 하다.“아니, 왜 그러시는 거예요?”량천옥은 량일이 왜 이러는지 도무지 이해 가지 않았다.량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량천옥을 쳐다봤다.“도대체 어디있어?”“정말 몰라요. 방금 하원에서부터 그 계집애를 따라간다고 했어요.”사실이었다!그 사람들이 고은영을 어디로 데려갔는지 정말 몰랐다.량일은 심장이 떨려 눈을 질끈 감았다.“죄를 짓는구나! 죄를 지어!”“엄마, 뭐 하는 거예요?”량일의 감정이 점점 격해지는 걸 보고 량천옥은 더 어리둥절했다.시장에 채소 사러 갔던 도우미가 돌아오자 량천옥
“여기서 왜 갑자기 그 애가 나와요?”“천옥아, 그건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야. 알아? 우리......!”량일은 이어서 말하지 않았다.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세상에는 정말로 인과잉보가 존재한다!그 애가 복수하러 왔다고!량천옥은 여전히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오늘은 예외예요. 난 장항 프로젝트를 지키기 위해서 그러는 거라고요!”고은영이 배준우 곁에서 쉽게 떨어졌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그녀 자신과 배윤의 미래가 걸린 일이니, 양심에 좀 어긋나는 일을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벌을 받는 대도, 자기 혼자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배윤의 미래는 보장이 되니까 말이다. “너, 당장 나가!”량일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엄마....”“나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량천옥은 량일이 자기가 고은영을 상대하는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이러는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전에 량일이 배항준의 내연녀들을 상대할 때의 수단도 그리 인간적이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럼 좀 주무세요. 저 먼저 나갈게요.”량일이 눈을 감아버리니, 량천옥도 더 말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방엔 량일 혼자 남았고, 그녀는 다급하게 전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량일아”“나 지금 급하게 찾아야 할 사람이 있어. 지금 당장 어디 있는지 알아야 돼!”“누구?”“고은영, 지금 당장 어디 있는지 알아봐 줘!”그리고, 지금 어떤지...량일은 심장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방금 량천옥이 그 사람들이 하원에서부터 고은영을 따라갔다고 했다.하지만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 량일도 량천옥이 진짜 모른다고 믿었다.어쨌든 지금, 그 아이를 빨리 찾아야 한다.“그래, 알았어!”“빨리 알아봐야 해! 그 아이가 지금 위험에 처했어. 도와줘!”량일은 울먹이며 말했다.“알겠어...”수화기 너머에서 차분한 대답이
동영 그룹 시점.그는 회의 중이었고, 고은영의 번호로 전화가 걸려 오자 그의 미간은 찌푸려졌다. 그러자 진청아가 서둘러 다가가 물었다.“제가 대신 나가서 받을까요?”오늘 회의가 꽤 중요한 회의라 전화를 받을 수 없었지만, 고은영의 전화기에 배준우는 회의를 잠깐 멈추고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전화를 받는 순간, 그의 말투가 순식간에 부드럽게 변했다.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방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그의 말투에 깜짝 놀랐다. 현장에 있는 사람, 그 누구도 그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그러나 수화기 너머에서 고은영이 아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혹시 핸드폰 주인이랑 어떤 관계신가요?”상대방은 매우 다급한 목소리였다.고은영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자, 배준우는 다시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이 핸드폰 주인이 핸드폰 잃어버린 건가요?”“아니요. 여기는 센터 2병원 응급실입니다. 이 전화기의 주인 분이 지금 교통사고를 당해서 가족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고은영의 핸드폰엔 저장 안 된 번호로 가득했다.그녀는 기억력이 좋아서 따로 핸드폰 번호를 저장하지 않아도 누구의 번호인지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호사는 그 번호들 중 하나를 골라 전화를 건 것이다.순간적으로 배준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배준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뭐라고요? 그래서 지금 어떻게 됐어요?!”“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지금 저희 병원에 실려왔어요. 아직 의식은 없는 상태고요!”배준우는 통화를 하며 돌아서서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대로 나가버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다는 듯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러자 진청아가 다급히 일어나 상황을 정리했다.“대표님이 급한일이 있으셔서요. 회의는 저희끼리 마저 계속 하시죠!”진청아의 순발력으로 회의는 계속 진행됐다.진청아도 계속해서 회의를 기록을 하고 있었다.........잠시 후, 병원.고은영은 소독약 냄새 속에
배준우를 쳐다보는 의사의 눈빛은 익숙한 얼굴이지만 누군지 기억아 나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눈빛이었다.“누구시죠...?”“가족 입니다!”배준우 대신 뒤에 서 있던 나태웅이 대답했다. 가족이란 말에 의사는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나갔다.배준우는 알 수 없는 눈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고은영을 쳐다봤다.나태웅도 의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지금 병실에는 고은영과 배준우, 두 사람 뿐이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는 고은영을 자세히 훑어보고, 그녀가 별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방금 배준우가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당장 그녀의 곁으로 달려가지 못해 조급한 그 마음을!같이 있을땐 아무 탈도 없다가, 떨어진 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배준우는 고은영이 너무나도 걱정이 되었다. 고은영은 억울한 얼굴로 배준우를 쳐다보고는 안심하라는듯이 말했다. “그냥 교통사고예요.”“조보은 만나러 가는 길에?”“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그의 표정에 고은영은 억울한 듯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화내지 마요, 나 정말 괜찮아요.”“괜찮다고?”“방금 의사 선생님이 무릎이 까진 거 말고는 다른 부상은 없다고 했어요.”그녀의 말에 배준우의 시선의 그녀의 아랫배에 떨어졌다.그녀가 담담한걸 보면 별일이 없는 듯해 보였지만, 배준우는 여전히 마음이 놓아지지 않았다.“백 어르신 오시라고 할게.”백 어르신을 모시고 온다는 말에 고은영은 순간 긴장했다.백 어르신은 배준우와 잘 아는 사이니, 최대한 만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지난 번도 겨우 피했는데, 또 불러온다니, 고은영은 다급하게 말했다.“저 정말 괜찮아요. 어르신까지 불러오실 필요 없어요.”“뭘 그렇게까지 긴장하는 거야!”“아니에요, 제가 왜 긴장하겠어요. 긴장 안 했어요!”고은영은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그녀가 심하게 당황한 모습에 배준우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녀가 다급하게 부인하는 모습에 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진짜 없어?”고은영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네! 정말 없어요.”됐다, 이런 꼬임에 넘어가지 말자!어차피 장항 프로젝트 일도 요 며칠이면 끝나니, 그때 당당히 떠나면 그만이다.그러니 당분간은 …! 배준우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알 수 없는 표정에 고은영은 불안했다.“저 진짜 믿으셔야 해요!”그녀의 당당함에 그러자 배준우가 웃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숨기는것도 없다면서 왜 이렇게 긴장하는 거야?”“대표님이 저 오해하셔서, 집이랑 모아둔 돈 다 회수해 갈까 봐요.”배준우는 그런 그녀가 귀엽기도 했고 웃기기도 했다.“그 집이 그렇게 중요해?”“당연하죠.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산 거니까요!” 고은영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녀가 그 집을 위해 얼마나 많은 야근을 했고, 얼마나 많은 부조를 만들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얼마 정도 모았는데?”“왜요?”배준우의 질문에 고은영은 더욱 긴장이 됐다.그동안 그녀는 꽤 많은 돈을 모아뒀고, 그건 다 배준우에게서 번 돈이였다.설마 다시 회수해 가려고 그러나?“1억 조금 넘게요!”배준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은영은 고개를 숙였다.그녀는 1억이 있는 것만으로도 돈 많은 사람이 된 것 같았다!그녀는 1억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1억은 작은 도시에서 집을 사고도 남을 돈이다. 아마 소형차 하나를 더 뽑을 수 있다.지금 조보은이 그녀가 강성에 집이 있다는 것만 알아도 이렇게 난리인데만약 1억이 있다는 것까지 알면, 그 돈을 갖기 위해 더 난리 쳤을 것이다.“그래, 적진 않네.”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왜, 왜 그러시는 거예요?”“말 안 들으면 집이고 돈이고 다 뺏어올 거야!”그의 말에 고은영은 마음속으로 엄청 서러운 기분이 들었다.이렇게 자기 멋대로 한다고? 너무 하네 진짜!나태웅이 병실로 들어왔을 때 고은영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배준우는 웃고 있었다.나태웅은 배준
어쨌든 며칠 안 남았으니까, 요 며칠만 버티면 고은영은 자유로워 질 수 있다.나태웅은 그녀의 퇴원 수속을 밟았고, 두 사람을 집까지 직접 데려다 주었다.하지만 오늘은 하원이 아니라 강성에서 유명한 란원 리조트로 데려갔다. 고은영도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란원 리조트는 이곳의 주인이 직접 몇천억을 들여 이 땅을 사서 개인 리조트를 건설한, 강성에서 아주 전설적인 곳이다. 당시 이 땅은 개발업자가 이미 따낸 땅이었다. 원래 별장 단지를 건설해서, 부자 지역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니 땅 값이 보통 비싼 게 아니다.아무도 이 땅의 주인이 누군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 배준우가 고은영을 여기에 데려왔다!그들이 도착했을 때, 집사와 도우미들이 이미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배준우가 차에서 내리자, 집사가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도련님, 돌아오셨습니까!”돌아왔다고?그럼 여기 주인이 정말 배준우인거가?고은영은 충격 어린 표정으로 멍하니 그의 뒷모습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신비로운 인물이 이 남자라니.배준우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뒤로 돌아 고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혼자 걸을 수 있겠어?”“네, 걸을 수 있어요!”고은영은 정신을 차리고 손을 내밀자, 배준우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가 차에서 내리도록 조심히 부축해 주었다.“사모님!”집사가 고은영에게 공손히 인사했다.고은영은 이 상황이 무척 어색하게 느껴졌다.처음 하원에 갔을 때랑 너무 달랐다. 그때는 이렇게나 많은 도우미들이 없었다.지금도 진 씨 아주머니 한 분 뿐이다. 하지만 여기는 분위기가 완전 달랐다. “들어가자.”고은영이 어색해 하자 배준우가 그녀의 손을 끌어당겼다.고은영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집사와 도우미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이 곳의 외관을 보면 마치 성에 온 것 같다.안으로 들어가 보면 더욱 화려하다.배준우는 항상 심플한 것만 선호하는 줄 알았기에 이렇게 화려한 것도 좋아하는 줄은 몰랐다.두 사람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고, 나태웅도
고은영이 방으로 들어간 후, 배준우는 일어나 서재 쪽으로 걸어갔다.나태웅은 이미 서재에서 배준우를 기다리고 있었다.배준우가 서재로 들어오자, 나태웅은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눌러 넣었다. 배준우가 물었다.“아이는 진짜로 괜찮대?”“안심해, 괜찮대. 오늘 은영 씨 운이 진짜 좋았던 거지!”배준우는 고민에 잠긴 듯한 얼굴이었다.오늘 운전기사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의 심정이 어땠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다만, 나태웅은 그가 이토록 그녀를 챙기는 걸 의아하게 생각했다.“너, 은영 씨한테 진짜 진심이야?”“아니야.”배준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러자 나태웅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너 지금 엄청 신경 쓰고 있어.”“어렵게 곁에 붙잡아 두고 있는데, 당연히 신경이 쓰이지.”“...”나태웅은 할 말을 잃었다.그의 닭살 돋는 말에 더 할 말이 없었다.“네 생각엔, 누구 짓인 거 같아?”고은영이 어쩌다 혼자 외출할 때 이런 일이 생겼으니, 그는 당연히 이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의 말에 나태웅도 생각에 잠긴 심각한 얼굴로 한숨 쉬며 말했다.“그 여자 말고,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있을까?”그 여자란, 량천옥을 말한다.요즘 배준우가 장항 프로젝트를 빼앗아가려고 하고 있으니, 량천옥이 그에게 앙심을 품고 이런 짓을 벌였을 거라 생각했다.그 여자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우리가 행동을 너무 끌고 있었네. 그 인간들에게 여유시간 따위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배준우는 살기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어쩔 생각이야?”나태웅이 물었다.“결혼식을 앞당긴다고 언론에 알려.”“네 말은...”“어떻게든 진씨 집안이랑 어떻게 해보려는 수작인 거 같은데. 그건 헛된 망상이라는 걸 똑똑히 알려줘야지 그 여자한테.”나태웅은 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 진씨 집안과 량천옥이 서로 이용하는 관계라는 걸,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의 결혼 때문에 량천옥이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는 걸.진씨 가문의 아가씨 진유경
그 미남계에 안지영은 결국 어느샌가 넘어가고 말았다.장선명은 안열한테 안지영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가져오라고 했다. 안열은 그제야 두 사람이 사무실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장선명은 다른 일로 바빠서 먼저 자리를 떠났다.안열은 디저트를 들고 오면서 안지영의 눈치를 보았다.“왜요?”“선명 도련님이 무슨 짓을 한 건 아니죠?”“잘못을 저질러놓고 나한테 무슨 짓을 한다면 그건 짐승이죠!”안지영이 씩씩대면서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안열은 입가를 씰룩이면서 얘기했다.“하지만 선명 도련님은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닌데요.”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서 장선명이 잘못을 사과하는 건 본 적이 없다.장선명이 잘못을 했다고 해도 그건 없었던 일로 될 테니까 말이다.“...”안지영은 안열의 말을 듣고 눈썹을 꿈틀거렸다.‘그럼 아까 한 말도 거짓말이었나?’안열이 안지영 앞으로 와서 안지영 목에 난 키스 마크를 발견했다.안지영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왜 갑자기...”“도련님이 이런 방식으로 사과한 겁니까?”“네?”“격렬하네요. 이렇게 안 대표님을 입막음하다니...”“...”안지영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아무리 둔감하다고 해도 안열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있었다.안지영은 얼른 핸드폰 카메라를 켜서 본인의 모습을 확인했다.목에 난 키스 마크들을 본 안지영은 그대로 숨을 들이켰다.“이...”하마터면 욕설을 뱉을 뻔할 정도였다.이 상태로 밖으로 나간다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정도다.‘왜 하필 이런 집착남을 만나게 된 거지...’“좀... 과하긴 하죠?”안열은 안지영이 장선명 때문에 화가 나서 안열에게 화풀이할까 봐 약간 걱정이 되었다.오후 세 시가 되었는데 이제야 나오다니.두 사람이 얼마나 오랜 시간 붙어있었는지, 얼마나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안지영은 단단히 화가 나서 케이크를 크게 한입 떠먹었다.안열은 장선명이 제대로 해명하지 않아 안지영의 화가 덜 풀린 것인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