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잠입조 세 사람이 마침내 수상한 자와 마주치며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네요. 그 시각, 벽류진 내부에서도 심상치 않은 위험을 눈치채고 급히 지원에 나설 채비를 하는 등 판이 더 크게 벌어질 것 같습니다.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뚫고 나갈지는 다음 화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제 42화 짓이겨진 은빛과 무너지는 숨결안개는 더 이상 자연스러운 기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쿠로기리가 뿜어내는 악의의 파편이자, 대기를 먹어 치우는 굶주린 입이었다. 마당 전체가 그가 내뱉는 요기로 인해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었고, 그 질척한 공간 속에서 세 명의 무사가 자신의 목숨을 건 무술을 펼치고 있었다."닥쳐!"렌의 외침과 함께 은빛 섬광이 허공을 갈랐다. 그가 휘두르는 이도류는 허공에 궤적을 남기며, 주변을 뒤덮은 검은 독기를 정화하며 전진했다. 은빛 잔상이 스칠 때마다 썩어 문드러지던 대지가 잠시 본래의 색을 되찾았다. 렌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쿠로기리의 정면을 돌파하며 빗발치는 요기를 정화의 검기로 받아냈다. 피부가 따갑게 타들어 가고, 요기가 혈관을 타고 침투하는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지만 렌은 이를 악물었다. 오로지 정화의 검만이 이 어둠을 걷어낼 유일한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그 찰나의 틈, 가란이 대지를 박차고 튀어 올랐다."죽어라, 이 괴물 놈!"가란의 검은 기교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뼈를 부수고 육신을 분쇄하려는 묵직한 살의만이 가득했다. 가란의 대검이 쿠로기리의 단단한 장갑 같은 피부 위로 내리꽂혔다. 콰광! 하는 굉음과 함께 지면이 파헤쳐졌으나, 쿠로기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가란의 검날을 손가락 하나로 튕겨냈다. 그 충격보다 더 끔찍한 것은 검에 닿은 쿠로기리의 요기였다. 가란의 대검 끝에서부터 퍼런 녹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수십 년을 방치한 고철처럼 검의 강철이 순식간에 푸석하게 삭아 내리고 있었다."하하하! 그래, 그거야! 그 필사적인 반항! 빨리 포기하면 재미없거든 ? 너희의 검이 녹슬어가는 소리도아주 예술이구나.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 같지 않나?"쿠로기리가 호탕하게 웃으며 팔을 휘둘렀다. 단순한 동작 하나에 폭풍과도 같은 충격파가 마당을 휩쓸었다. 렌과 가란은 종이 인형처럼 밀려나 담벼락에 처박혔다. 렌의 이도류 역시 쿠로기리의 요기에 노출된 날 끝이 검붉게 산화하며 바스라지고 있었
제 41화:’ 참화(慘禍)’라는 이름의 잔인한 연극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무겁고 짙어져 마당을 하나의 거대한 관(棺)처럼 꽉 가두어버렸다. 유우의 잘린 머리와 차갑게 식어가는 미츠키의 몸, 그 참혹하고 붉은 풍경 위로 쿠로기리는 마치 성스러운 축제의 설교를 시작하는 사제처럼 우아하고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참화(慘禍). 너희는 그저 운이 없었다고, 혹은 재수가 터져서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 모든 비극은 너희가 맹목적으로 받들던 그 ‘주인’들의 오만한 손에서 시작된 거야."가란이 피 맺힌 입술을 파르르 떨며 악에 받쳐 되물었다. 그 거친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와 함께 점차 드러나는 진실에 대한 지독한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참화...? 그게 무슨 말이야. 네놈이 떠드는 그 저주스러운 단어가 정확히 뭘 의미하는 거냐고!"쿠로기리는 즐거워 죽겠다는 듯 턱을 살짝 치켜들고는 픽 웃었다."너희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면서 대체 뭘 지키겠다고 그렇게 목숨을 걸고 검을 들었던 거냐. ‘참화(慘禍)’, 단순히 강한 의미를 지은 게 아니야. 이 이름 뜻 그대로 '참혹한 재앙, 즉 조직 자체가 이 나라에 떨어진 재앙'이라는 뜻이지. 그리고 그 참화를 실제로 완벽하게 구현한 계집들이 누구냐면? 바로 너희가 그토록 치열하게 싸웠던 세 명의 쿠노이치, 지금 저기 진흙탕을 벌레처럼 기어오고 있는 저 가련한 카기하라는 아이가 합작해서 만든 예술 작품이지."그는 역겨움을 조금도 숨기지 않은 채, 영주들의 거처를 향해 차가운 혐오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 벌레 같은 영주 놈들. 그저 좋아 보이는 비단 옷 하나 걸치고 떵떵거리며 설친다지? 지하에서 서로 싸워 뜯으며 살아가는 도깨비놈들보다도 못한 저급한 족속들이야. 무사라는 명예로운 이름 뒤에 비겁하게 숨어,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해 남을 소모품 도구로 부리는 그 오만함이라니. 계집애 몇 명한테 목이 따일 때가 되니까, 꼴사납게 바닥을 기며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그 찌질한
제 40화 흩어지는 생명과 맺히는 원한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짙은 안개는 마치 살아있는 괴물처럼 숲의 끝자락부터 거처의 마당까지 뱀처럼 똬리를 틀고, 모든 빛과 소리를 삼켜버렸다. 안개 속에서 튀어 오른 은빛 섬광만이 죽음의 궤적을 그리며 숲의 정적을 찢어놓고 있었다. 카기하가 날린 비녀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조차 없이 야츠키의 급소를 향해 뱀처럼 휘어 들어갔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선고와도 같았다.“미츠키!”야츠키의 절규가 터지기도 전, 미츠키가 야츠키의 앞을 가로막았다. 뱀처럼 휘어든 비녀는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미츠키의 등을 깊숙이 관통했다. 비릿한 쇠붙이 소리와 함께 미츠키의 몸이 야츠키의 품으로 안기듯 무너져 내렸다. 야츠키는 비현실적인 충격에 휩싸여 떨리는 손으로 미츠키의 상처를 움켜쥐었다.붉은 피가 야츠키의 손가락 사이로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와 마당의 흙을 검게 적셨다. 미츠키의 호흡은 눈에 띄게 가늘고 불규칙해졌다. 그녀는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도 야츠키를 향해 안쓰러울 만큼 희미하게 미소 지으려 애썼다.“이런…… 나 때문에 울렸네.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그것은 유언 같은 속삭임이었다. 야츠키는 미츠키의 뺨에 묻은 피를 닦아내려 했으나 닦아낼수록 더 붉게 번져 나갔다. 마치 자신의 인생 전체가 미츠키의 피로 물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왜 내가 막지 못했나' 수천 번의 자책이 야츠키의 심장을 칼로 찌르는 듯했다. 미츠키의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이내 의식을 잃고 축 늘어진 그녀의 몸에서 온기가 빠르게 빠져나갔다. 야츠키는 비명에 가까운 오열을 터뜨렸다. 그녀의 눈물은 미츠키의 뺨 위로 떨어져 핏물과 뒤섞였고, 마당은 순식간에 절망의 늪으로 변해갔다. 야츠키는 미츠키의 이름을 반복하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그 슬픔은 단순한 상실을 넘어, 무사로서의 이성마저 마비시킬 만큼 처절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가란조차 차마 눈을 뜨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손끝은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고, 입술은 피가 맺힐 정
제 39화 흩어진 조각들 그리고 그림자들숲은 거친 숨소리만이 몰아쉬고 있었다. 썩은 잎과 눅눅한 이끼가 뒤섞인 비릿한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었고, 그 위로 짙게 깔린 안개는 일행의 시야를 끈질기게 붙잡았다. 신지로는 시온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 쥐고 부축했다. "조금만 참아라, 시온. 거의 다 왔으니 여기서 멈추면 대장님의 뜻도 우리가 여기까지 달려온 이유도 모두 헛수고가 된다."신지로의 다독임에도 시온의 걸음은 비틀거렸다. 그때 귓가를 날카롭게 찌르는 이명과 함께 몸을 휘청이더니, 그대로 숲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억지로 고통을 참아내려는 듯 입술을 잘게 떨었다. 렌과 신지로는 즉시 그의 곁을 지키며 주변의 기척을 살폈다. 렌이 든 검 끝이 떨리는 공기를 갈랐다. 숲속은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 언제든 덮쳐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서려 있었다."시온! 정신 차려! 상처가 더 벌어진 건가?"신지로는 망설임 없이 시온의 귓가를 살폈다. 그림자에 수리검이 박히던 그 찰나의 순간, 놈은 시온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저주를 걸어놓은 게 분명했다. 단순히 육체적인 상처를 넘어 정신까지 갉아먹는 교활한 술법이었다."윽… 렌, 신지로… 소리가… 한 쪽 귀소리가 안 들려."시온은 귓가를 움켜쥐며 괴롭게 몸을 비틀었다. 그의 눈에는 초점이 흐려져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그림자에 수리검이 박히던 순간부터 귀가 먹먹하고, 이명이… 멈추질 않아. 쇠를 긁어대는 듯한 소리가 뇌를 찌르고 있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신지로는 굳은 표정으로 시온의 귓가에 남은 상처를 빠르게 지혈했다. 흐르는 피를 닦아낸 뒤, 품에서 비상용 통증 완화 주사를 꺼내 그의 팔뚝에 찔러 넣었다. 차가운 약물이 혈관을 타고 퍼지자 시온의 경직되었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앉았다. "렌, 상황은 어떤가?"렌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핏기 서린 눈으로 마당 쪽을 응시했다. 그의 손은 분노로 인해 떨리고 있었다."우리가 처음
제 38화 흩어지는 안개, 그리고 낙화(落花)유우와 신지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짐승의 포효와 테츠잔의 우렁찬 기합 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유우의 입술이 피가 나도록 짓씹혀 있었다. 뱀처럼 가느다란 눈이 일순간 진지하게 빛났다. 신지로는 유우의 등 뒤에 서린 비장함을 꿰뚫어 보았다.“유우….”신지로의 낮은 부름에 유우가 짧게 대답했다.“알고 있다, 신지로. 대장이 목숨을 걸고 열어준 길이다. 여기서 멈추는 건 그분을 욕보이는 짓이야. 대장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마라. 우리는 반드시 영주 거처의 심장부로 가야 한다. 그게 대장이 우리에게 준 유일한 명령이니까.”두 사람은 안개로 자욱한 영주 거처의 정문을 향해 질주했다. 발밑은 구름 위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삐죽하게 솟은 부유 섬의 바위들은 딛고 설 자리를 위협했다. 대장의 마지막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그들은 그 슬픔마저 칼날에 담아 앞을 향해 달릴 뿐이었다.테츠잔이 올라탄 호랑이 요물은 대검이 꽂힌 아가리에서 검은 피를 뿜어내며 기괴한 비명을 질렀다. 놈의 등 뒤에 매달려 있던 쿠노이치 잔요가 짐승의 발톱을 테츠잔의 등짝에 깊숙이 꽂아 넣었다. 파앗—! 살점이 뜯겨 나가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테츠잔의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척추를 긁어내리는 고통 속에서도 그는 오히려 호랑이의 머리를 지렛대 삼아 몸을 비틀었다.“네놈들은 오늘 여기서 끝이다!”테츠잔은 보조 단검을 낚아채듯 휘둘렀다. 짐승의 발톱을 박아 넣느라 무방비해진 잔요의 안면을 단검이 정확히 꿰뚫었다. 서걱! 잔요는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갔고, 세 존재는 안개 바닥을 뚫고 구름 아래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추락했다.-콰아앙!호랑이 요물은 뇌가 박살 난 채 비틀거리다 안개 너머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얼굴이 찢긴 채 피를 토하던 잔요가 발악했다.“어차피… 끝이다. 영주 놈들이나, 너희 무사 놈들이나…. 구름 위를 거닌다고 하늘에 닿는 게 아니야. 도깨비가 지상을 덮친 그 순간부터 이 세상은
제 37화 안개속으로 갈라지는 길안개는 여전히 자욱했으나 거처를 감싼 공기는 이전보다 훨씬 더 무겁고 살벌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렌의 칼날에 어깨와 손목을 깊숙이 베인 후사는 잠시 전선에서 물러나 거친 숨을 몰아쉬며 썩어가는 나무 기둥에 몸을 기댔다. 후사는 다친 손목에서 욱신거리는 통증보다 더 깊은 것은, 예전에 동료들이 하나둘 쓰러져가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그 중심에서 무표정하게 이 모든 파멸을 관망하고 있을 카기하를 향한 맹목적인 마음이었다.그녀의 시선이 흐릿해지며, 뇌리 속에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영주들의 거처는 쿠노이치들에게 있어 화려한 새장이었다. 십 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실력 하나만을 인정받아 소집되었을 때, 그곳은 지옥의 입구였다. 영주들은 소녀들을 인간이 아닌 ‘장식품’이자 ‘도구’로 보았다. 영주의 비릿한 눈빛은 수집품을 감상하는 탐욕으로 가득 찼고, 훈련은 뼈가 깎이고 영혼이 짓눌리는 고통의 연속이었다.그 지옥 같은 규율 속에서 유일한 빛은 카기하였다. 가장 연상이었던 그녀는 고된 훈련을 견디며 후사와 잔요를 보듬었다. 카기하의 차가운 손길이 훈련 끝에 피투성이가 된 후사의 상처를 닦아줄 때마다, 후사는 그것을 동경을 넘어선, 이름 모를 갈망이라 믿었다.‘카기하 님, 당신의 그림자가 되어 평생을 바쳐도 좋을 만큼 당신은 아름답습니다.’후사는 밤마다 카기하의 곁에서 보초를 서며 그녀의 잠든 얼굴을 훔쳐보곤 했다. 카기하가 여닌자로서의 무미건조한 삶 속에서도 아주 가끔 보여주는 서늘한 미소는 후사의 심장을 거세게 뛰게 했다. 그것은 단순히 리더에 대한 복종이 아니었다.그녀에게 있어 카기하는 유일한 구원이었다.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영주들은 쿠노이치들을 밤의 보초로 세우고, 임무라는 미명 하에 죽음의 사지로 내몰았다. 부하가 죽어도 영주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차가운 마루 위에서 어린 시체가 치워질 때마다 카기하의 눈빛은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참화의 탄생 전, 카기하는 리더로서, 줄어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