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결혼한 뒤로 나와 남편은 줄곧 각방을 썼다. 처음에는 내가 먼저 안방으로 들어와 같이 자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강준혁은 망설이지도 않고 거절했다. “안 돼. 미래가 싫어할 거야. 애초에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도 그렇게 끝나지 않았어. 그냥 지금처럼 지내자.” 미래는 그의 첫사랑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굳은 채 한참이 지나서야 알겠다고 대답했다. 나중에는 어차피 이 결혼도 자금줄이 막힌 우리 집을 살리고, 동시에 강준혁의 회사가 휘말린 골치 아픈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맺어진 관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서로 필요한 걸 주고받은 셈이니 일이 다 끝나면 당연히 각자의 길을 가면 됐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는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 뒤로 3년 동안 강준혁은 어디를 가든 늘 송미래를 데리고 다녔다. 가족 모임에도, 회사 연말 행사에도, 심지어 우리 엄마 생일에도 강준혁의 옆에 서 있는 사람은 송미래였다. 사람들은 대체 누가 이 집의 안주인이냐며 수군거렸다. 이제는 잘됐다. 해결할 일은 전부 끝났으니까. 나도 이제 떠날 때가 됐다.
View More건물 입구에 멈춰 서서 몸을 돌려 강준혁을 바라봤다.그는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이마에 달라붙고 셔츠도 몸에 찰싹 붙어 있었다. 추운지 입술은 조금 파랗게 질려 있었다.그런데도 웃고 있었다.눈치를 살피며 비위를 맞추려는 듯한 조심스러운 웃음이었다.“강준혁, 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데?”“밥 한 끼만 같이 먹고 싶어.”“딱 한 끼만?”“밥 먹고 나면 갈게. 더는 귀찮게 안 해.”나는 그를 한참 바라봤다.“약속 지킬 거야?”“지킬게.”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 딱 한 끼야.”강준혁의 눈빛이 순간 환하게 빛났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이라도 받은 사람 같았다.“좋아! 뭐 먹고 싶어? 근처에 괜찮은 데가...”“아무거나. 네가 정해.”강준혁은 근처에 있는 조용한 일식집을 골랐다.은은하고 따뜻한 조명이 비치는 다다미방에는 우리 둘뿐이었다.그는 맞은편에 앉아 식사 내내 내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살 빠졌네.”강준혁이 말했다.“안 빠졌어.”“빠졌어. 예전에는 얼굴에 살이 조금 있었는데 지금은 턱이 완전히 갸름해졌어.”“너랑 상관없어.”그는 잠깐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랑 상관없지.”음식이 나오자 강준혁은 계속 내 접시에 음식을 덜어 줬다.연어, 단 새우, 장어구이, 된장국까지 하나같이 먼저 내 앞에 놓았다.“너 먹어. 네 거 먹어. 나 신경 쓰지 말고.”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강준혁을 바라봤다.“강준혁,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거야?”그의 젓가락이 허공에서 잠시 멈추더니 이내 내려갔다.“다희야, 너한테 할 말이 있어.”“뭔데?”“나 미래랑 이혼했어.”나는 그대로 굳었다.“이혼 절차 다 끝났어.”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지난주에.”“왜?”그는 씁쓸하게 웃었다.“미래가 좋아한 건 열여덟 살의 강준혁이었어. 걔 때문에 싸움도 하고, 수업도 빼먹고, 케이크 하나 사 주겠다고 온 시내를 돌아다니던 강준혁. 그런 강준혁은 진작 없어졌어.”“너
카페를 나서는데 뒤에서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났다. 강준혁이 따라 나온 것이다.“서다희!”나는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더 빨리했다.강준혁이 곧 따라잡더니 내 앞을 막아섰다.“네 말이 맞아.”그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내가 잃는 데 익숙하지 않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바보 같은 짓을 한 건 너랑 결혼한 게 아니라, 너를 제대로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거야.”“미래는 내 첫사랑이었고, 예전엔 내가 걔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너랑 3년을 살고 나서야 알았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였다는 걸.”“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네가 주방에서 움직이는 모습도 좋았고, 네가 드레스룸을 정리해 주는 것도 좋았어. 거실 불을 켜 두는 것도 당연하게 익숙해졌고. 미래가 그런 걸 하나도 못 해서가 아니야. 그냥 걔는 네가 아니니까.”나는 그를 바라보다 문득 너무 지쳤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준혁, 네가 말하는 그 ‘익숙함’이 나한테는 뭐였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강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3년 동안의 외로움이었어. 3년 동안 기다린 시간이었고, 3년 동안 혼자 괜찮다고 자신을 달랜 순간들이었어. 넌 그저 받는 데 익숙했을 뿐이지, 한 번도 나한테 뭔가를 해 준 적은 없어.”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다희야, 내가 잘못했어.”“잘못을 알았으면 앞으로 고치면 돼. 하지만 내가 돌아갈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나는 그를 지나쳐 그대로 걸어갔다.뒤에서 따라오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하지만 강준혁은 한번 마음먹은 일이 있으면 끝까지 놓지 않는 사람이었다.그건 나도 진작 알고 있었다.예전에 송미래가 곤란한 일에 휘말렸을 때도 그는 한 달 내내 법원을 드나들며 끝까지 물고 늘어졌고, 결국 사건 결과까지 뒤집어 냈다.이제 그 고집을 내게 쏟고 있을 뿐이었다.강준혁은 내 집 아래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하루 이틀이 아니라 매일이었다.매일 아침 내가 운동하러 나갈 때면 강준혁은 화단 옆에 서서 아침이 든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쉰 뒤 다른 손으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서 세 자리 숫자를 눌렀다.1-1-2.화면에 뜬 숫자를 본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풀렸다.나는 그의 눈앞에서 그대로 문을 닫았다.문이 닫히자 등을 문에 기대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밖에서는 한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잠시 후 아주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그리고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나는 창가로 가 커튼 한쪽을 살짝 걷고 밖을 내려다봤다.강준혁은 아래층 화단 옆에 서서 고개를 들어 내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10분이 넘도록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러다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담배 한 개비를 물고 불을 붙였다.아침 햇살 속으로 연기가 흩어졌다. 혼자 서 있는 그의 모습이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결국 그는 담배를 비벼 끄고 돌아섰다.뒤돌아 걷는 모습은 마치 누군가에게 버려진 사람처럼 쓸쓸했다.나는 커튼을 닫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하지만 좀처럼 다시 잠들 수가 없었다.그날 이후라면 강준혁도 이제 그만할 줄 알았다.하지만 한 번 마음 먹은 남자의 집착을 너무 얕봤다.그 뒤로 그는 온갖 방법으로 내 일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처음에는 택배였다.매일 아침 퀵배송 하나가 집 앞에 도착했다.첫날에는 흰 장미 한 다발이었다. 카드에는 ‘미안해’라고 적혀 있었다.둘째 날에는 마카롱 한 상자였다. 카드에는 ‘네가 단 거 좋아하는 거 기억해’라고 쓰여 있었다.셋째 날에는 새로 나온 책 한 권이 왔다. 카드에는 ‘예전에 이 작가 신간 나오면 읽고 싶다고 했잖아’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나는 모든 걸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그대로 돌려보냈다.그래도 그는 계속 보냈다.넷째 날에는 목도리, 다섯째 날에는 향초, 여섯째 날에는 오로라 여행 상품 안내 책자가 도착했다.오로라 여행안내 책자를 본 순간 나는 잠시 멈칫했다.이혼 절차를 밟으러 가던 차 안에서 무심코 오로라를 보고 싶다고 한 말을 그가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기억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
나는 휴대전화를 쥔 채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강준혁.”나는 아주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지금 네가 하는 말이 얼마나 웃긴지 알아?”“알아.”“신혼 첫날 밤에 넌 나한테 평생 날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했어. 얌전히 네 아내 노릇이나 하고, 네가 날 안아 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라고.”“3년 동안 넌 기념일이든 뭐든 전부 송미래랑 보냈지. 내가 열이 39.5도까지 올랐을 때도 문 앞에서 한번 보고 그냥 갔고. 내가 종일 요리해서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기다렸을 때는 걔를 데리고 들어와서 밖에 나가 밥 먹겠다고 했고.”“그날이 무슨 날이었는지 알아?”“무슨 날이었는데?”“우리 결혼기념일이었어.”전화기 너머가 오랫동안 조용했다.그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무언가를 억누르는 것 같았다.“다희야...”“내 이름 부르지 마.”나는 그의 말을 끊었다.“네가 처음에 말했던 게 맞아. 이 결혼은 서로 필요한 걸 얻으려고 한 거였어. 이제 일도 다 끝났으니 각자 갈 길 가면 돼. 넌 이미 결혼했고, 송미래는 네가 직접 선택한 사람이잖아. 네 인생 잘 살아. 다시는 나한테 연락하지 마.”나는 전화를 끊고 그의 번호를 차단했다.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슬퍼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였다.‘3년 동안 무시하고 차갑게 굴어 놓고 인제 와서 보고 싶다는 몇 마디로 모든 걸 없던 일로 만들겠다고? 대체 무슨 자격으로?’‘나를 뭐라고 생각한 걸까? 부르면 오고 가라면 가는 도구라고 생각했나? 필요할 때는 써먹고, 필요 없을 때는 한쪽에 던져두다가 이제 다시 생각났으니 손짓만 하면 내가 돌아올 거라고? 꿈도 야무져.’나는 돌아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다음 날 아침 일찍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깼다.비몽사몽한 채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니 겨우 아침 7시였다.겉옷을 하나 걸치고 현관문을 열었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강준혁이 문 앞에 서 있었다.구겨진 흰 셔츠 차림에 외투도 없었다. 셔츠 단추는 위에서 두 개나 풀려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