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오븐이 놓인 카운터 뒤편의 주방이었다. 상체만 가릴 높이의 커튼이 쳐져 있어, 영업이 끝난 뒤라도 누군가 유리문 안쪽을 유심히 들여다본다면 두 사람의 실루엣쯤은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왜 왔……?” 미처 혜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오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커튼이 두 사람의 어깨에 스쳤다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혜진의 니트 안으로 손을 넣어 급격히 브래지어 안으로 손가락이 밀고 들어왔다. ”왜 그러느…?“ 한마디도 새어나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이, 태오가 그녀의 혀를 자신의 입안으로 끌어들였다. 비로소 숨을 토해낸 것은, 태오가 그녀를 뒤돌려 세워 테이블위에 엎드리게 하고, 그녀의 안에 들어가고 나서였다. 태오의 숨결에 그녀의 귀 뒤가 달아올랐다. 귓망울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두 손으로는 혜진의 양가슴을 덥석 주물렀다. 각도때문인지 뒤에서 들어올때면 유난히 태오의 존재감을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평소에는 선호하지 않는 자세였다. 자궁 바로 끝까지 닿는 그 아찔한 통증때문에 그녀는 보통 정신 잃기 직전까지 가니까. 하지만 그날은 태오의 달라진 태도에 평소보다 흥분도가 높아졌다. 덩치에 알맞지 않게 관계할 땐 의외로 섬세하고 다정했던 그였다. 마치 미식축구 선수가 탁구치는 걸 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렇게 육중하게 자신을 거침없이 다루는 손길과 평소 혜진이 좋아하지 않는 체위를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몸으로 명령하듯이 하는 태도가 혜진의 안쪽 깊숙한 곳을 건드렸다. 평소보다 넓어진 질 안과 더 흥건한 애액은 태오의 사정없는 각도와 세기, 속도에도 전혀 아프지 않고, 오히려 더 안을 채워달라는 듯이 그의 것이 나갈때마다 자꾸만 붙잡았다. 찬장에서 그릇들이 달그락거렸다. 저러다 하나쯤 떨어져 깨지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마저 아득해질 무렵, 태오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멎었다. 혜진은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헉헉…“ 마치 터치 라인에 다다른 것처럼 태오와 혜진의 숨이 섞여들었다.
가끔, 때때로 자주 곱새겨 보는 밤이었다. 정우는 한결 부드러웠다. 클럽룸에서는 다소 급하고 거칠었지만, 그날밤만큼은 달랐다. 혜진에게조차 온전히 설명하지 못했던 자신의 세계를 수진은 이해했다. 사업을 일으키고 지키는 데 쏟아부은 시간과, 그 과정에서 감당해야 했던 두려움까지. 정우는 그녀에게 한없이 무방비하고 관대했다. 그리고 수진은 그런 정우를 달아오르기에 충분할 만큼 교태로웠다. 수진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정우가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수진은 그의 뒷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제야 알았다. 혜진이 결혼할 사람이라며 그를 소개했던 날부터, 자신은 줄곧 이 남자를 다시 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 뒤로 했던 연애 상대들은 정우의 대체품이었을 뿐이라는 걸. 정우가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면서 지그시 가슴을 누를 떄 수진의 아래는 이미 정우의 것을 욕망하는 액체로 젖어들었다. “으응… 왜……했어…” “응?” 수진의 목덜미를 한참 핥던 정우가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을 맞췄다. 반쯤 감긴 그녀의 눈은 일렁이고 있었다. “그 때 말이야, 그렇게 가고 나서 왜 연락안했어?” 살짝 헐떡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정우는 불쑥 욕망이 치솟았다. 아직 풀지 못한 단추가 두어개 남은 블라우스를 위로 끌어올려 벗겨버리고는 그대로 침대로 수진을 안고 갔다. 희미한 달빛에 비친 정우의 몸은 헬스로 다져져 있었다. 수진의 허벅지를 정우의 다리 사이로 고정시켜놓고는 벨트를 풀며 수진을 내려다 봤다. “하룻밤 욕정이라고 생각했어, 너나 나나.” 그대로 허벅지를 자신쪽으로 끌어당기고는 치마를 배꼽까지 걷어올리고는 스타킹 가운데를 찢었다. 이미 젖을 대로 젖은 속옷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우는 얼굴을 가까이 대고 속옷째 빨아들였다. ”아…흐…” 수진은 정우의 목덜미를 그러쥐었다. 자꾸만 오므려지는 다리를 정우가 무릎으로 압박해 활짝 벌렸다. 검은 스타킹 사이로 살색 꽃이 음란한 향기를 뿜어냈다. 팬티를 제끼자 진한 즙이 이미 멍울져 있었다. 정우는 벗
정우는 약속 시간보다 십 분 늦게 도착했다. 평소와 달리 넥타이를 매지 않았고, 셔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혀 있었다. “미안. 회의가 길어졌어.” “괜찮아.” 수진은 그가 앉자마자 서류를 내밀었다. “지금 자금 얼마나 부족해?” “우리 회사가 위험하다고 생각해?” “응.” 수진은 망설이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이.” 정우는 목이 탄다는 듯이 물을 벌컥 들이켰다. “이 상태로는 계약을 진행하기 어려워.” “그 얘기 하려고 부른 거야?” “아니.” 수진은 준비해 온 서류 봉투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 “계약을 진행할 방법이 있어서.” 정우는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수진이 직접 작성한 사업 검토 보고서가 들어 있었다. 장기 공급계약을 전제로 한 선급금 지급 방안과 단계별 납품 조건, 위험을 줄이기 위한 보증 방안까지 정리되어 있었다. 정우는 몇 장을 넘기다가 고개를 들었다. “이걸 네가 만들었어?” “응.” “회사에서 승인한 거야?” “아직.” 수진은 다리를 고쳐 꼬았다. “네가 먼저 검토해 봐.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정우는 다시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 한동안 종이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정우의 눈 밑에는 짙은 그늘이 져 있었다. 그가 얼마나 오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혜진이는 알아?” 정우의 손이 멈췄다. “뭘?” “회사 사정.” “아니.” “왜?” “얘기해 봐야 걱정만 하지.” 수진은 펜을 내려놓았다. “그래도 아내잖아.” “알아.” 정우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근데 혜진이는 이런 얘기 별로 안 좋아해.” “왜?”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내가 힘들다고 하면 그냥 좀 쉬라고 해.” 수진은 가만히 들었다. “일이 너무 많으면 줄이고, 회사가 그렇게 힘들면 사람을 더 쓰라고 하고, 아니면 회사 정리하라고 하고. 자기가 벌면 된다고.” 정우는 웃었다.
수진은 그녀가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테이블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벽에 걸린 텔레비전에서는 야구 중계가 나오고 있었고, 옆 테이블에서는 누군가 맥주잔을 부딪쳤다. 정우는 치킨 뼈를 접시 한쪽으로 밀어놓고 물티슈로 손을 닦았다. “잘 지냈어?” 그가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수진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기억은 나나 봐? 난 완전히 잊은 줄 알았네.” “어떻게 잊어.” 정우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처럼 굴어?” “혜진이 앞이잖아.” “그래서?” “뭐라고 해야 하는데.” 수진은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글쎄. 오랜만이라고 반가운 척이라도 하든가.” “그랬다가 혜진이가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물으면?” “아는 사이라고 하면 되지.” “어떻게 아는데?” 정우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그 웃음이 얄미웠다. 수진은 팔짱을 꼈다. “원래 이렇게 계산적이었나?” “계산적인 게 아니라 조심하는 거지.” “뭘 그렇게 조심해? 우리 무슨 사이였다고.” 정우는 그녀를 바라봤다. 수진은 일부러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잖아. 하룻밤 잔 게 전부인데.” 정우가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목소리 좀 낮춰.” 수진은 웃었다. “왜? 들킬까 봐?” “혜진이한테 굳이 알릴 일은 아니잖아.” “굳이.” 수진은 그 말을 작게 되뇌었다. 차가운 맥주가 목을 타고 내려갔다. 수진은 테이블 위에 놓인 그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이 길고 손등의 뼈가 도드라진 손이었다. “혜진이한테 잘해.” 정우가 고개를 들었다. “그럴 거야.” “울리지 말고.” “응.” 수진은 그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그때 혜진이 돌아왔다. “무슨 얘기 해?” 수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남자친구한테 너 울리지 말라고 협박했어.” “진짜?” 혜진이 웃으며 정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뭐래?” “안 울리겠다고 했
충동이었다. 수진은 출발하기 전 정우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마지막 기회라도 주려는 것처럼. 아니, 어쩌면 폭주하려는 자신을 막아달라는 심정이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여지없이 몇 차례 신호음이 울린 뒤 기계적인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수진은 한동안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다가 서랍을 열었다. 안쪽에 넣어둔 짙은 녹색의 보석함을 꺼냈다. 뚜껑을 열자 가느다란 금빛 체인에 매달린 작은 펜던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탈리아의 오래된 보석 세공 브랜드에서 나온 목걸이였다. 아끼고 아끼면서 착용하리라 다짐했었다. 수진은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정우가 혜진을 주려고 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갈망했었다. 거울 앞에 선 수진은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펜던트가 쇄골 아래로 가볍게 떨어졌다. 목걸이를 돋보이게 하려고 미리 갈아입은 브이넥 니트와 제법 잘 어울렸다. 수진은 거울을 향해 고개를 조금 돌렸다. 예뻤다. 정우가 자신만을 위해 골라준 것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녀는 보석함을 닫았다. 차를 몰고 가는 동안에도 수진은 휴대전화를 의식했다. 역시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오전 내내 회의가 있다고 했던가. 요즘 정우는 늘 바빴다. 회의가 길어졌고, 갑작스러운 일정이 생겼으며, 저녁에는 가족과 약속이 있었다. 수진은 그 모든 사정을 이해했다. 적어도 이해하는 척은 했다. —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한밤중에도 전화를 받았고, 바쁘다면서도 잠깐 얼굴을 보러 왔다. 만나지 못하는 날이면 별 내용이 없어도 메세지들을 남겼다. 점심은 뭐 먹었는지, 비가 오니 운전을 조심하라거나. 그런 말들이 언제부터 사라졌는지 수진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수진은 브레이크를 밟고 횡단보도 앞에 차를 세웠다. 가을 햇빛이 앞유리에 비스듬히 내려앉았다. 보행자 신호가 켜지자 사람들이 하나둘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젊은 남녀가 눈에 들어왔다. 여자가 남자의 팔을 잡아당기며 무언가를 말했다. 남자는 고개를 숙여 듣다가 웃었다
오피스텔 맞은편 편의점 창가에서 지유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길가에 정차한 차를 무심코 바라봤다. 운전석 쪽을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이 분명하게 보였다. —태오? 지유는 반가운 마음에 눈이 커졌다. 차 안에 앉은 여자가 태오를 바라보다가 정면을 보면서 웃었다. —엄마랑 있네. 아침부터 어디 다녀온건가? 여자가 손을 뻗어 태오의 머리를 만졌다. — 사이 진짜 좋네. 그 순간 여자의 손이 태오의 뺨으로 내려가더니,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보았다. 거리감이 헷갈릴 정도로 먼 거리도 아니었다. 분명히 여자가 태오에게 입을 맞추었다. 지유는 들고 있던 커피를 천천히 내렸다. 태오는 웃고 있었다. 놀라지도, 피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익숙해 보였다. 얼마 뒤 차가 출발했다. 태오는 한참을 그 차 뒷모습을 보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지유는 그제야 긴숨을 토해냈다. 이른 아침 태오의 집에서 그 여자가 나오는 것을 보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자신이 오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날 여자의 얼굴에 어려 있던 묘한 홍조까지. “……뭐야.” 손에 들린 커피가 속절없이 식어가고 있었다. —- 지유는 파스타를 포크로 돌돌 말다가 다시 접시 위에 내려놓았다. 맞은편에 앉은 친구는 벌써 접시를 절반이나 비운 참이었다. “야, 너 오늘 왜 이렇게 안 먹어?” “먹고 있거든.” “아까부터 면만 감고 있잖아.” “생각 좀 하느라.” “무슨 생각?” 지유는 물잔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너희 집은 가족끼리 스킨십 많이 해?” 친구가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그냥 궁금해서.” “많이 하는 편이지. 왜?” “다 컸는데도?” 친구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우리 아빠는 아직도 나 애 취급하는데.” “어떻게?” “손잡고 다니고, 팔짱 끼고. 가끔 볼에 뽀뽀도 하고.” 지유가 눈을 들었다. “볼에 뽀뽀도 해?” “응. 왜?” “아니. 그냥.” “우리 아빠 외국에서 오래 살았잖아. 그런 거 별로 신경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