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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늑대
기다려, 늑대
Author: 바다오렌지

1. 소문의 사람.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1 14:09:40

⁠

⁠

“야, 네가 하이담이냐?”

⁠

 고요한 쓰레기장, 상사의 명령으로 분리수거하는 분주한 움직임 뒤로 허스키한 목소리가 쓰레기장에 울렸다. 그 목소리에서 나온 이름은 분명 자신의 이름이었다. 처음 듣는 목소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와 시선이 마주했다.

 마주한 시선은 서로 놀란 건지 서로의 눈동자에 얼빠진 얼굴이 비쳤다.

⁠

‘누구지?’

⁠

 한눈에 봐도 불량해 보이는 남자는 아무렇게나 걸친 재킷과 눈에 띄는 붉은색 머리와 귀에는 반짝이는 피어싱이 셀 수 없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자신이 언제 이런 남자랑 마주친 적이 있었던 건지 머릿속을 아무리 파헤쳐봐도 기억에 없었다.

 게다가 장소와 이 남자의 몸집, 겁을 먹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

"허."

⁠

 반면 하이담의 움츠러든 모습을 본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뇌에 빠진 하이담을 보며 기가 찬다는 듯이 크고 굵은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도드라진 손가락 사이로 매서운 눈빛이 하이담의 눈을 찌르자, 괜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시선을 회피했다.

⁠

"대답은?"

"뭐?"

"네가 하이담이냐고."

⁠

 쫄았다.

 완벽하게 쫄았지만, 대답은 잘했다.

⁠

"그런데?"

⁠

 '맞다.'를 다르게 대답하자, 남자는 다시 한번 헛웃음 소리를 내더니 어리둥절한 하이담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

 묘하게 긁히는 기분에 울컥한 하이담도 서서히 표정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하이담의 표정을 일절 신경 쓰지도, 위협도 되지 않는 건지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자신의 반도 안 되는 얇은 팔을 부서질 듯 강하게 붙잡고서 더욱 안쪽으로 질질 끌고 갔다.

⁠

"저, 저기…! 어, 어디가!?"

⁠

 팔에서 느껴지는 강한 고통보다, 뭐랄까 분명히 이 남자를 처음 보는 데 익숙했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훨씬 더 높은, 강렬한 붉은 머리색이 목덜미를 덮은 뒤통수를 빤히 바라보다 그 시선은 점점 아래로 향했다. 자기 팔을 잡은 핏대가 도드라진 팔뚝을 보며 이 남자의 무엇이 익숙한지 한참이나 생각했다.

 가령,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날카로운 눈매나 낮은 목소리 톤, 뭔가 알 듯 말 듯한 독특한 분위기.

⁠

'독특한 분위기?'

⁠

 문득 무언가 하이담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났다.

⁠

"야."

⁠

 아니 꼬아보는 남자의 시선과 목소리가 하이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폐쇄된 곳으로 들어오자, 그제야 이 남자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향수 냄새가 났다.

 이 향수 냄새, 분명 자신이 알고 있었다.

⁠

"설이현?"

⁠

 자신도 모르게 뱉은 이름에, 남자는 굉장히 놀란 표정을 하며 하이담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마주 본 눈에는 분노, 놀람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혼란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남자, 지금 화가 났다.

 당연히 그 이유는 모른다.

⁠

"이제야 떠올렸네? 섭섭하겠어. 그 자존심 높고 고귀함 떠는 놈이."

"저기, 지금 이 상황도 네 말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를 올려보는 시선은… 정말로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아까부터 '야', '야' 거리는 것에 조금 거슬렸다.

⁠

"진짜 보고도 안 믿기네, 그렇게 잘난 체하며 까다로운 주제에… 집안 몰래 만나는 여자가… 겨우 이런…."

"뭐?"

⁠

 겨우? 이런?

 남자는 뒷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뒷 단어가 자연스럽게 예상됐기에 하이담이 결국 참지 못하고 그에 응당한 맞대응을 하려고 할 때, 남자의 분노로 차 있던 눈빛은 어느새 울분으로 가득 찼다.

 그래서 차마 기껏 배운 호신술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대로 멈춰 남자를 바라봤다.

⁠

"내가, 내가 그놈만 행복하게 둘 것 같아?"

⁠

 남자는 울컥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게… 무슨 소리…?"

⁠

 그 울컥함에 말을 잃었다.

⁠

"아니?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을 거거든? 내가 그놈만 행복한 걸 어떻게 봐? 절대 그렇게 안 둬."

⁠

 비아냥거리며 말하는 것만으로도 잔뜩 고양된 남자는,

 새빨개진 얼굴과 눈으로 하이담을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한 발짝 성큼 다가오더니 하이담의 어깨를 부서질 듯 잡아 강하게 끌어안았다.

⁠

"저, 저기요!?"

⁠

 그리고―

 팔 안의 체온이 갑자기 치솟았다. 

 뼈가 우드득 뒤틀리는 둔탁한 소리.

 손끝에 닿던 근육이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옷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

"어?"

⁠

 변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

 복슬복슬.

⁠

 게다가 가뜩이나 뜨겁던 남자의 온기는 더 뜨거워졌다.

 그저 머릿속에서는 품안의 온기에 '뜨겁네.' 이 생각만 맴돌았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꿈이 아니라는 듯, 꾹 누르는 무게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검은 털과 남자가 입고 있던 옷들, 허벅지 위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

⁠

"어… 라…?"

⁠

 자신의 허벅지 위에는 온몸이 검은색으로 덮인 큰 개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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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다려, 늑대   58. 오랜만이야.

    ⁠⁠여유 부릴 시간도 없이 설민재의 연락받고 다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설이현이 경호원도 없이 홀로 하이담을 만나러 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당연하다. 처음 자신이 오해했을 때도 그랬지만 설이현은 어릴 적부터 개인적인 만남을 가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하물며 경호원까지 물린 것은 성인이 된 이후 처음이다.하지만 또 처음 때와는 느낌이 영 달랐다.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꼈다.처음 설이현을 만나고 돌아온 하이담은 변하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여전히 설태하를 보고 웃었고,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계속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이담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고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불안한 감정이 드는 건지, 초조한 생각만 드는 건지 몸이 진정되지 않았다.⁠'… 아니야, 하이담은 기억을 잃지 않으니까.'⁠입술을 꾹꾹 누르며 진정되지 않는 몸을 움직이며 하이담의 집 앞에서 얼쩡거렸다.⁠'아니지, 학교로 가야 하나?'⁠서둘러 몸을 돌리자, 몸에 무언가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고, 인상을 찌푸리며 그 둔탁함에 아래를 내려보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반가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야! 그래도 미안하다고는 해야지."⁠익숙한 목소리에 몸이 바짝 굳었다.⁠"너, 키 많이 컸네~"⁠시원시원한 목소리, 어울리지 않게 길게 찰랑찰랑하는 머리카락, 자신이 알고 있던 모습보다 훨씬 성숙해지고 여성스러워진 어린 시절 자신의 전부였던 그 아이.⁠"정말! 본가에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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