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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어라?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9-05 16:57:54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 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왕자님 설이현 아닌가?

 게다가 분명 학창 시절 친했던 것도 아니고, 은연중에 자신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티 내던 그 설이현이?

"가, 갑자기?"

"동생이 네게 피해를 줬다는 걸 늦게 들었어."

 설이현의 입에서 나온 '동생'이라는 말에 하이담의 주위를 감싸던 온갖 불편해 보이던 공기가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 실로 눈에 보여 설이현의 동공이 작아졌다. 다행히 하이담은 눈치채지 못한 건지 어리둥절한 모습을 했다.

"피해? 무슨 피해?"

 '혹시 지금 자신을 테스트하는 건가?' 머릿속에서 스쳐 가는 의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다시 골치가 아팠다. 아마 설이현은 자신이 기억을 지운 거로 알고 있을 텐데… 설이현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뇌에서 경보음이 삑삑 울렸다.

 게다가 자신이 실수하면 또 다시 구박(?)받게 될 설태하때문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요즘 여러모로 귀찮게 하고 있단 소리가 귀에 들려서."

"귀찮게? 아…? 아니야! 요즘 내 저녁 친구가 되어줘서 조금 재밌달까? 좋다고 해야 할까나?"

"저녁 친구? 그게 뭐지?"

"밥 친구! 하늘이는 자주 바쁘니까…."

 뜬금없는 소리에 하이담을 떠보려던 설이현이 오히려 당황했다.

 기억을 지웠으니 당연히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할 줄 알았는데….

 밥친구라니.

"우와 너 그런 표정도 해?"

"… 어떤 표정이지?"

"음, 평소에는 못 보는 표정?"

"그런가? 잘 모르겠는데."

 모르긴. 날카로운 눈매가 휘둥그레졌었는데.

 나름대로 민망함을 숨기기 위해 담담하게 말하는 걸까? 애써 모른 척해줄까 싶다가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저 왕자님을 골려주나 싶은 생각에 입을 떼려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에 오히려 자신이 민망해 입을 꾹 닫았다.

'잠시만, 그럼 설이현이 예민했던 것도 개로 변해서?'

 문득 떠오른 묘한 궁금증에 저도 모르게 설이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하지만 설이현은 그런 시선은 익숙하다는 듯 그게 문제가 아닌 듯 말을 이었다.

"그 녀석은 집안에서 꽤 큰 사고들을 치고 다니는 문제아라 꽤나 골머리를 앓거든. 괜히 네게 엄한 짓을 했을까 걱정이 되더라고."

"걱정?"

 그 말에 혹시 설이현은 설태하와 다르게 동생을 아끼는 건…

"내 이름에 흠집을 내면 곤란하거든."

 가, 라는 생각을 한 스스로에 반성했다. 유달리 날카롭게 뱉은 말에 그의 눈동자를 마주하자 정말로 두 눈동자에 혐오가 가득 담겨 벌레를 떠올리는 듯한 가차 없는 모습이었다.

 설태하와는 다른 의미로 살벌했다.

"어, 음… 숨기지 않네? 의외…."

"처음에는 숨겼지만- 내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더라고."

 일리가 있는 말이다. 설이현이 아무리 잘 포장해도 설태하가 개춘기에 접어든 개 마냥 포장지를 박박 뜯으면 천하의 설이현도 별수 없을 것이다.

"그 녀석에게는 네게 접근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지."

"아냐, 괜찮아!"

"… 뭐?"

 눈에 띄게 설이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애석하게도 하이담은 이번엔 그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설이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그 설이현이 당황했다.

"우리 나름 잘 지내고 있어. 은근히 잘 맞더라고. 그리고 동생, 아니 태하도 성인이고 어린 애가 아니니까… 형이 너무 간섭하는 건 여러모로 별로이지 않을까?"

 지금 하이담이 하는 말이 제 귀에 제대로 꽂힌 게 맞나 의문이 들었다. 때마침 연하늘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분명 재차 물었을 것이다.

 그것이 무슨 의미냐고.

"미안, 좀 늦었… 이현아? 너 그 표정은 뭐니?"

*  *  *

"헉!"

 설이현이 경호원의 도움 없이 차 문을 강하게 여닫는 소리에 운전기사 놀라 엄한 소리를 냈고 그것을 조수석에 앉은 비서가 대신 주의를 줬다. 민망함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준비를 하는 기사가 차미러 너머로 자신을 고용한 고용주가 금방이라도 무언가를 물어 뜯을 듯한 표정을 하는 것에 괜히 척추에 식은땀이 흘렀다.

 괜히 마른침을 삼키며 바짝 긴장한 모습이 지금 설이현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차에 탄 이후, 말이 없는 모양새에 옆을 힐끔 보자 비서도 조금 당황한 건지 마른 입술을 적시고 있었다. 평소 친목을 다지는, 그렇게도 싫어하는 다른 기업들의 늙은이들이나 자제들의 비위도 그럭저럭 잘 맞춰줄 정도로 표정 관리를 잘 하는 남자가 저렇게 드물게 겉으로 감정을 내보이는 것이 퍽 신기할 따름이었다.

 심지어 오늘 만난 사람은 기업가들의 늙은이들도 자제들도 집안의 사람도 혹은 눈길 한번 받기 위해 달려드는 인파도 아닌 그저 평범해 보이는 여자 둘이었다.

 그래, 평소 설이현이 만나는 여자들과 비교하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자 둘.

 애초에 갑자기 차를 세우라는 것부터 이상하기는 했다만,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한 것에, 생각보다 더 이상해진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될지 비서 자리를 꿰찬 자신의 똑똑한 머리로 생각해내야 했다.

"일정은 비어 있는데…. 본가로 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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Último capítulo

  • 기다려, 늑대   21. 마음에 안들어.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녀? 연락도 안 되고.""악!!""무, 뭐야!!!"⁠셋이서 한참 동안 옛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러 있었고 바래다주겠다는 둘을 보며 눈치 있게 둘이서 또 다른 대화를 천천히 나누라고 홀로 어둑어둑한 골목을 걷고, 곧 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노르스름하게 빛이 나는 가로등에 도달했을 때쯤,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놀라 넘어질 뻔한 하이담을 겨우 잡았다.⁠"너, 너 뭐야~!! 진짜 놀랐다고!!""내가 더 놀랐거든!?"⁠심장을 부여잡으며 숨을 헐떡이는 하이담을 보자, 그렇게 놀랐나 싶어 상태를 훑어봤다.⁠'어쭈, 화장도 했네.'⁠평소와 모양새가 다른 것이 누군가와 약속이 있던 것이 분명했다.⁠"줄 긋는다고 수박 안돼.""지금 내가 호박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그래."⁠인상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하는 설태하에 빈정이 상해 한마디 쏘아붙이려다, 쌍둥이는 그저 이쁘다고 말해줬던 것이 떠올라 어른스럽게 받아쳤다.⁠"너 미적 감각이 이상한 거 아니야?""뭐?""난 오늘 이쁘다는 칭찬을 여기저기서 잔뜩 들었거든?""누가? 그 꼴을?"⁠설태하가 그 말에 질색인 표정을 하며 말을 아꼈다. 설마 설이현의 취향은 이런 건가? 아니, 그보다 설이현을 만나고 온 것이 맞긴 한가? 애초에 설이현이 그런 말을 한다고?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아 '웩' 소리를 냈다.⁠"그보다 무슨 일인데? 뭐 두고 갔어?"⁠그 말에 대답 없이 지긋이

  • 기다려, 늑대   20. 보고싶었어.

    ⁠⁠"우주야!"⁠ 실로 오랜만에 듣는 미성의 목소리에 울컥한 하이담과 연하늘이 그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연우주를 빤히 바라보자, 두 사람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정말로 부담스러워 어색하게 웃으며 제 자리에 앉으며 꽃은 자연스레 하이담의 위로 올려놨다.⁠"와, 우리 셋이 이렇게 저녁 먹는 거… 진짜 얼마 만이지??""적어도 2년은 됐을걸?""그렇게 오래?""내가 2년 만에 왔으니까."⁠ 그렇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진득하게 붙어 다니던 세 사람이 헤어진 계기는 연우주의 예상치 못한 사고였다. 아직도 그날이 생생했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쉬고 있을 때 울린 전화에는 '연하늘'이 찍혀 있었고, 당시 봉사활동을 갔던 하늘이도 역시 자신이 없으니 외로워하는 것이라 확신하며 장난스레 받은 전화는 처음 듣는 연하늘의 울음소리에 놀라 당황했고 그 뒤의 말에는 정신이 핑 돌아 가족 모두 놀라 허겁지겁 병원으로 향했다. 그때 연우주는 이미 수술 중이었고 수술실 앞에서 얼굴이 눈물로 흠뻑 젖은 연하늘에 수술 결과가 나오기도 전임에도 불구하고 연우주가 잘못된 줄 알고 연하늘을 끌어안고 통곡을 했었다.⁠"하늘이에게 매일 같이 소식 듣고 있었어.""그러면서 연락 한 통 안 했어?""그러는 넌.""나도 하늘이한테 듣고 있었지."⁠ 잘 정리된 연우주의 부드러운 금발이 흘러내려 자연스레 귀 뒤로 넘겨주자, 특유의 그 눈웃음을 짓는 모습에 하이담이 새삼 그 미소를 오랜만에 본 것에 대한 감격에 뭉클했다. 어쩌면 두 번 다시는 못 볼 뻔했던 눈웃음이라 더 감격했고 감동했다.⁠「 이담아, 어떡해? 우주… 어쩌면 평생… 낫지 않을 수도 있대. 」⁠ 수술이 잘 끝나면 뭐 하나, 숨을 쉬면 뭐 하나…. 절망적인 소식은 끝나지 않았다. 하필이면 연우주가 있던 건물에 불이 난 건지, 왜 대피하기 직전 어린아이가 있었는지. 우연은 우연을 더해 연우주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넌 이제 가수 못해.'라고 간접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연우주는 오히려 힘없게

  • 기다려, 늑대   19. 기다렸어.

    ⁠⁠"정말이지?""그래."⁠ 분명 자신은 그날 하이담에게 마지막을 고하기 위해 갔었다. 예정과 달리 일이 조금 꼬였지만, 이것은 확실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그럼 정말로 이현이 형이랑 그 누님이랑 뭔가 있는 건가?"⁠ 마찬가지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설이현을 잘 알고 있는 설민재는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하며 물었다. 그래, 설이현을 알고 있는 집안사람이라면 분명히 이 행동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에 자신도 집안 모르게 움직인 것이 아닌가.⁠"분명 뭔가가 있어.""그런데 그 누님은 별 사이 아니라고 했다며?""거짓말이겠지."⁠ 늘 그랬다. 자신에게 호의를 보인 인간들은 전부 설태하가 아닌 설이현에게 접근하기 위한 부속물이었다. 그렇게 접근하고 싶은 설이현과 죽도록 혐오하는 사이인지도 모르고.⁠"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런 누님은 아닌 거 같은데."⁠ 설민재가 은근슬쩍 흘리듯 말을 뱉으며 설태하의 반응을 살폈다. 자신이 아는 설태하는 단순했고, 고집이 센 데다 다혈질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버럭버럭했을 테지만 달리 부정하지 않는 것이라면 설태하 당사자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며칠 지켜본 밖의 사람보다 평생 본 형제가, 평생 본 적도 없는 기이한 행동을 했다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도 머리로는 이해가 됐다.⁠"헉…!!!""무, 뭐야?"⁠ 설민재가 턱을 문지르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눈과 코, 입이 모두 떨어질 듯이 놀란 표정으로 설태하를 바라봤다.⁠"그럼 그 누님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괜한 긴장감이 설민재와 설태하 주위를 맴돌았다.⁠"이현이 형의… 첫사랑…? 짝사랑…?""… 쯧, 네가 드디어 미쳤군."⁠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짜증이 치솟았다.⁠"왜! 그럴 수도 있지. 동창이었다며! 하물며 그 형도 그렇게 보이지만 사춘기 시절도 있었고! 그리고 바보 멍청이 설태하는 모르겠지만, 원래 누군가를 좋

  • 기다려, 늑대   18. 만났지 뭐야.

    ⁠⁠"아, 나 며칠 전에 설이현 만났어."⁠ 그 말에 얌전히 있는 개를 과감하게 쓰다듬던 손이 내동댕이쳐졌다.⁠"하늘이랑 자주 가는 카페에서 마주쳤는데… 뭐랄까, 설이현 성격이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네."⁠ 고교 시절, 거의 유일하게 곁에 두고는 비서처럼 부려 먹던 연하늘의 알려주지 않은 일정을 다 알고 있는 것 보면 며칠 전의 만남도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컸다.⁠"뭐 들킨 거라도 있어?""없어.""그러면 말했어?""그딴 거 이야기할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무슨 말을 지껄이던데!?""그럼 역시 그냥 날 떠보는 거였나?"⁠ 하이담의 말에 털이 쭈뼛 섰다. 설이현, 그 설이현이….⁠"네가 날 귀찮게 하는 줄 알았나 봐.""그건 무슨 소리야.""그래서 주의 준다고 하길래~ 됐다고 했어."⁠ 마치 무용담을 자랑하듯 위풍당당한 표정과 행동에 차마 할 말을 잊고 어처구니없는 설태하의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쓰다듬는 하이담의 손길을 말릴 수가 없었다.⁠"동생도 어린애가 아닌데, 너무 간섭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표정이….""미쳤어?""엉?""그놈에게 그렇게 말했다고?""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건가?""그, 그건 아니지."⁠ 솔직히 놀랄 노 자였다.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 눈과 귀를 갖게 된 이후, 집안에서도 밖에서도 설이현에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본 적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설이현이 그렇게 강압적이고 이기적일 테니. 그런데 그런 설이현이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하늘이가 그런 표정은 처음 봤다고 엄청나게 웃던데."⁠ 그것도 이런 여자한테?⁠"예사 여자가 아냐.""칭찬인가?""겠냐고."⁠ 한숨을 픽 쉬고는 자연스레 몸을 뉘는 설태하를 바라보며 하이담이 머리를 긁적이고는 그대로 그 복슬복슬한 몸에 얼굴을 기댔다.⁠"너무 걱정하지 마. 설이현은 똑똑하잖아. 나랑도 별 사이도 아니고."⁠ 자신이 무얼 생각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걱정하는 하이담의 말에 가슴속에 큰 응

  • 기다려, 늑대   17. 머리가 아파.

    ⁠⁠「 …… 집안에서 알게 되면 높은 확률로 죽일 거다. 그러니까, 네가 확실하게 행동해야 해. 옆에서 지키든지, 몰랐던 사람처럼 무시하던지. 」⁠ 아버지의 목소리가 머리에 울렸다. 설민재가 자신에게 준 낡은 쪽지는… 오래전, 집안사람을 죽인 벌로 외딴곳에 홀로 유배를 간 자신의 아버지 격 되는, 실제 제 아버지의 동생 작은아버지 설용범의 위치였다. 수없이 고민하다 결국 향한 그 장소에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늙은 설용범이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자란 설태하를 바라보며 조금 놀란 표정을 짓다 흐뭇하게 미소를 보였다. 물론 그 뒤에 설태하의 입에서 나온 말에는 표정이 굳어 한참 동안 말을 잇지 않고 그저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제압당할 것 같은 눈빛으로 설태하를 빤히 바라보다 결국 자리에 일어서 한마디 거들고 집안사람이 오기 전에 떠나라는 무뚝뚝한 말을 삼키고 집으로 들어갔다.⁠「 태하야, 절대 어중간하게 행동하지 말거라. 」⁠ 어중간하게 행동하지 마라. 그것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지금의 설태하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 *⁠⁠"이쯤 대면 정말 일부로 그러는 거 아니야!?"⁠ 정말로 놀란 표정을 하며 가슴을 콩콩 치는 하이담과 다르게 짐승의 모습을 한 설태하는 이제는 익숙하게 하이담의 침대를 차지하고 있었다.⁠"내 심장을 떨어뜨리려고!"⁠ 이야기 도중 갑자기 개로 변하고 움직임을 멈춘 설태하를 혹여나 누가 볼까 싶어 그때처럼 끌어안고 집으로 들어오자, 이제는 이 상황이 익숙해지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생각할수록 저 덩치를 어떻게 들고 왔는지, 어쩌면 자신이 설태하보다 더 한 초인적인 힘을 가진 사람은 아닌지 스스로가 의심될 지경이었다.⁠"아… 힘들어."⁠ 그대로 씻고 나와 소파에 엎어진 하이담을 지긋이 바라보던 설태하는 도무지 하이담을 이해할 수 없었다.⁠"너, 내가 무섭지 않냐?"⁠ 그 물음보다는 짐승의 모습 그대로 말을 하는 것이 더

  • 기다려, 늑대   16. 형제.

    ⁠⁠"있잖아, 형을 왜 그렇게 싫어해?""그딴 게 왜 궁금한데.""그냥 뭐, 내 주위의 형제들은 다 사이가 좋거든.""신기하네. 형제끼리 사이가 좋을 수도 있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설태하가 '더 이상 묻지 말라'는 사인을 보내듯 어색하게 삼겹살을 뒤집는 모습에 하이담은 그래도 포기할 생각이 없는지 꿋꿋하게 물었다.⁠"그래도 계기라는 게 있을지도 모르잖아.""계기?""태어났을 때부터 '설이현 싫어!'하고 태어난 건 아닐 거잖아?"⁠ 그저, 정말로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집안에서 설이현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이 봐온… 밖의 사람들이 봐온 설이현은 그저 사람들을 찬양하는 완벽 그 자체, 왕자님 그 자체로 군림했다. 물론 제 딴은 몸도 좋지 않고 싫어하는 것도 많아 표정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행동은 바르게 했고 자연스레 사람이 따랐고 완벽한 모습만 보였다.⁠ 그렇다면 자신이 감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은 '열등감'이었다."됐어. 네가 그딴 걸 알아서 뭐 해."⁠ 분명 이유가 있기는 한 거 같은데,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여 굳이 캐묻고 싶지는 않았다.⁠"뭐, 나는 남이니까 잘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내가 봤을 땐, 너는 너대로 좋은 애야. 그러니까 너무 설이현에 사로잡히지 마.""… 뭐?"⁠ 분명 설태하는 설이현에게 얽매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다. 다만 아직 덜 성숙한 어린아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조금 더 우선적인 게 문제이지 않을까 싶은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막 성인이 되었을 때는 모두 그랬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음에도 감정이 먼저 튀어나와 일을 망치거나 엉망으로 만들기 일 수이니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자신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한 번씩은 겪은 어른이 되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하이담의 말에 고기가 타는 것도 모르고 집게로 꽉 누르며 그 이야기를 듣던 설태하가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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