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
"이담아, 정말이야?" "응?"
달콤한 케이크를 입에 '왕' 넣으며 의아한 표정을 하는 하이담의 모습에 아메리카노를 살짝 마시던 연하늘이 넌지시 묻자,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건지 자신의 입에 케이크를 넣어주는 모습에 잘게 미소 지었다. 하이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랜 친구이자 유일한 친구인 그저 순진무구하고 다정한 하이담. 예전부터 그랬다. 주위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문에 별 관심이 없어 무리의 분위기를 쉬이 파악하지 못하는 타입이었다. 그것은 하이담의 장점이지만 동시에 단점이기도 했다.
「 들으셨어요? 행정부 계약직… 학생이랑 부적절한 관계라고 하더라고요. 조만간에 잘리는 거 아닌지 몰라. 」
그 계약직이 자신의 친구라는 것을 모르는 직원이 가벼이 말하는 말이 제 귀에는 하나도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주위에 이담이 알만한 사람은 없는데. 학생과 엮일 일도 없고.'
연하늘의 시선에 하이담이 고개를 까딱였고, 그 행동에 고개를 저으며 아무렇지 않게 입을 벌리자 '맛있지?'라고 물으며 케이크를 입안에 넣어주었고 초코 크림과 함께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케이크는 달았다.
"일하는 거… 많이 힘들어?" "아니 뭐, 괜찮아. 나름 견딜 만해."
자신이 인사과에 강력히 추천했다. 편법이라고 해도 집에 콕 박혀 있는 친구를 모른 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부서가 아니라 꼼꼼하게 챙겨주지도 못했고 행정부 직원이 내정했던 자리를 치고 들어온 것이라 여러모로 많이 배척받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건 악영향이기에 답답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자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고 자신도 늘 바쁘면서 시간 날 때마다 가까운 곳에서 챙겨주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알기에 투정 부릴 수 없었다.
"아, 좋은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 "이번 주말에 우주가 돌아와." "뭐!?" "그날 같이 저녁 먹자." "당연하지! 몸은 어떤데? 괜찮대!?" "응. 당분간 이곳에 있을 거래." "다행이다~!!"
자기 일처럼 활짝 웃으며 기뻐하는 이담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하이담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는, 편이 되어주는 소중한 친구다. 그렇기에 이담이는 항상 이렇게 웃고 있었으면 했다. 괜히 엄한 일에 휘말리지 말고.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길고 긴 치료를 끝내고 돌아오는 건데, 우주가 메뉴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주라면, 네가 먹자고 하는 걸 먹을 거야." "그런가?" "물론이지."
싱긋 웃으며 강하게 긍정하는 연하늘의 모습에 하이담이 괜스레 얼굴이 붉어지며 배시시 웃었다.
"우주는, 더 멋져졌어?" "후후- 이번에 직접 확인해 봐."
이번 기회에 빗나갔던 마음도 제대로 이어지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순전히 자기 욕심이지만 세상에서 둘도 없이 소중한 쌍둥이와 친구가 가족이 된다는 건 퍽 기쁜 일이니까. 자연스레 저녁 메뉴 예약을 위해 바짝 붙어 맛집을 찾고 있는 두 사람의 위로 제삼자의 그림자가 자연스레 두 사람의 그림자와 섞였다.
"오랜만이네. 두 사람." 담백한 저음의 목소리가 귀를 틀어막고 시야를 차단했다.
'이 향수 냄새….'
하이담이 고개를 들자, 그 눈에 들어온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설…이현…?" "어머, 본인인가? 여긴 무슨 일이니?" "넌 여전히 그대로네. 하늘아." "넌 조금 더 멋있어졌네?" "여전히 거짓말도 잘하고."
설이현이 아무렇지 않게 맞은편에 앉았고 이 상황이 실로 놀라운 것과 더불어 오랜만에 주위의 시선이 내리꽂히는 느낌은 아마도 고교 시절 이후 오랜만이었다. 바람에 살랑살랑 나부끼는 부드러운 머릿결과 여전히 차갑고 예민해 보이는 모습은 그때 학교에서 봤을 때와 그 전에 서점에서 봤을 때와 별반 다를 것 없었다.그리고 새삼….
'설태하와는 진짜 다르네.'
고고한 모습과 악을 쓰는 두 사람의 모습이 교차하면서 저도 모르게 나올 뻔한 웃음을 꾹 삼켰다.
"학교에는 왜 왔었어?" "봤었나? 나름 조용히 왔다 갔다 했는데." "농담해? 네가 올 때마다 학교 애들도 직원들도 그 난리가 나는데 어떻게 몰라." "일 때문이지." "그-으래-?"
연하늘이 가는 눈을 뜨며 설이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지금 설이현이 관리하는 기업과 같은 재단이며 후원까지 하고 있으니 못 올 것은 없다.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묘하게 이 자리에 앉은 순간부터 아닌 척 하이담을 바라보는 설이현의 시선과 평소와 달리 눈치를 보고 있는 하이담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 우주다." "전화받고 와."
이 묘한 분위기를 정의하기도 전에 해외에서 온 쌍둥이의 연락에 조금 망설이다, 하이담이 얼른 받으라며 재촉하는 모습에 하는 수 없이 자리를 비웠다. 연하늘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설이현은 노골적으로 하이담을 바라봤고, 그 따가운 시선에 못 이겨 결국 하이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내게 무슨 할 말 있어?"
'우리 사이에 그다지 오갈 대화는 없는 거 같은데.'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설이현이 픽 웃으며 하이담의 눈을 잡아먹을 듯한 맹렬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설태하와 다른 의미로 꽁꽁 얼어버릴 것만 같은 살벌한 눈빛에 괜히 긴장됐다.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설이현의 입에서 나온 말은 하이담의 귀를 의심하게 했다."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녀? 연락도 안 되고.""악!!""무, 뭐야!!!"셋이서 한참 동안 옛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러 있었고 바래다주겠다는 둘을 보며 눈치 있게 둘이서 또 다른 대화를 천천히 나누라고 홀로 어둑어둑한 골목을 걷고, 곧 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노르스름하게 빛이 나는 가로등에 도달했을 때쯤,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놀라 넘어질 뻔한 하이담을 겨우 잡았다."너, 너 뭐야~!! 진짜 놀랐다고!!""내가 더 놀랐거든!?"심장을 부여잡으며 숨을 헐떡이는 하이담을 보자, 그렇게 놀랐나 싶어 상태를 훑어봤다.'어쭈, 화장도 했네.'평소와 모양새가 다른 것이 누군가와 약속이 있던 것이 분명했다."줄 긋는다고 수박 안돼.""지금 내가 호박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그래."인상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하는 설태하에 빈정이 상해 한마디 쏘아붙이려다, 쌍둥이는 그저 이쁘다고 말해줬던 것이 떠올라 어른스럽게 받아쳤다."너 미적 감각이 이상한 거 아니야?""뭐?""난 오늘 이쁘다는 칭찬을 여기저기서 잔뜩 들었거든?""누가? 그 꼴을?"설태하가 그 말에 질색인 표정을 하며 말을 아꼈다. 설마 설이현의 취향은 이런 건가? 아니, 그보다 설이현을 만나고 온 것이 맞긴 한가? 애초에 설이현이 그런 말을 한다고?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아 '웩' 소리를 냈다."그보다 무슨 일인데? 뭐 두고 갔어?"그 말에 대답 없이 지긋이
"우주야!" 실로 오랜만에 듣는 미성의 목소리에 울컥한 하이담과 연하늘이 그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연우주를 빤히 바라보자, 두 사람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정말로 부담스러워 어색하게 웃으며 제 자리에 앉으며 꽃은 자연스레 하이담의 위로 올려놨다."와, 우리 셋이 이렇게 저녁 먹는 거… 진짜 얼마 만이지??""적어도 2년은 됐을걸?""그렇게 오래?""내가 2년 만에 왔으니까." 그렇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진득하게 붙어 다니던 세 사람이 헤어진 계기는 연우주의 예상치 못한 사고였다. 아직도 그날이 생생했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쉬고 있을 때 울린 전화에는 '연하늘'이 찍혀 있었고, 당시 봉사활동을 갔던 하늘이도 역시 자신이 없으니 외로워하는 것이라 확신하며 장난스레 받은 전화는 처음 듣는 연하늘의 울음소리에 놀라 당황했고 그 뒤의 말에는 정신이 핑 돌아 가족 모두 놀라 허겁지겁 병원으로 향했다. 그때 연우주는 이미 수술 중이었고 수술실 앞에서 얼굴이 눈물로 흠뻑 젖은 연하늘에 수술 결과가 나오기도 전임에도 불구하고 연우주가 잘못된 줄 알고 연하늘을 끌어안고 통곡을 했었다."하늘이에게 매일 같이 소식 듣고 있었어.""그러면서 연락 한 통 안 했어?""그러는 넌.""나도 하늘이한테 듣고 있었지." 잘 정리된 연우주의 부드러운 금발이 흘러내려 자연스레 귀 뒤로 넘겨주자, 특유의 그 눈웃음을 짓는 모습에 하이담이 새삼 그 미소를 오랜만에 본 것에 대한 감격에 뭉클했다. 어쩌면 두 번 다시는 못 볼 뻔했던 눈웃음이라 더 감격했고 감동했다.「 이담아, 어떡해? 우주… 어쩌면 평생… 낫지 않을 수도 있대. 」 수술이 잘 끝나면 뭐 하나, 숨을 쉬면 뭐 하나…. 절망적인 소식은 끝나지 않았다. 하필이면 연우주가 있던 건물에 불이 난 건지, 왜 대피하기 직전 어린아이가 있었는지. 우연은 우연을 더해 연우주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넌 이제 가수 못해.'라고 간접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연우주는 오히려 힘없게
"정말이지?""그래." 분명 자신은 그날 하이담에게 마지막을 고하기 위해 갔었다. 예정과 달리 일이 조금 꼬였지만, 이것은 확실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그럼 정말로 이현이 형이랑 그 누님이랑 뭔가 있는 건가?" 마찬가지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설이현을 잘 알고 있는 설민재는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하며 물었다. 그래, 설이현을 알고 있는 집안사람이라면 분명히 이 행동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에 자신도 집안 모르게 움직인 것이 아닌가."분명 뭔가가 있어.""그런데 그 누님은 별 사이 아니라고 했다며?""거짓말이겠지." 늘 그랬다. 자신에게 호의를 보인 인간들은 전부 설태하가 아닌 설이현에게 접근하기 위한 부속물이었다. 그렇게 접근하고 싶은 설이현과 죽도록 혐오하는 사이인지도 모르고."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런 누님은 아닌 거 같은데." 설민재가 은근슬쩍 흘리듯 말을 뱉으며 설태하의 반응을 살폈다. 자신이 아는 설태하는 단순했고, 고집이 센 데다 다혈질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버럭버럭했을 테지만 달리 부정하지 않는 것이라면 설태하 당사자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며칠 지켜본 밖의 사람보다 평생 본 형제가, 평생 본 적도 없는 기이한 행동을 했다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도 머리로는 이해가 됐다."헉…!!!""무, 뭐야?" 설민재가 턱을 문지르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눈과 코, 입이 모두 떨어질 듯이 놀란 표정으로 설태하를 바라봤다."그럼 그 누님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괜한 긴장감이 설민재와 설태하 주위를 맴돌았다."이현이 형의… 첫사랑…? 짝사랑…?""… 쯧, 네가 드디어 미쳤군."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짜증이 치솟았다."왜! 그럴 수도 있지. 동창이었다며! 하물며 그 형도 그렇게 보이지만 사춘기 시절도 있었고! 그리고 바보 멍청이 설태하는 모르겠지만, 원래 누군가를 좋
"아, 나 며칠 전에 설이현 만났어." 그 말에 얌전히 있는 개를 과감하게 쓰다듬던 손이 내동댕이쳐졌다."하늘이랑 자주 가는 카페에서 마주쳤는데… 뭐랄까, 설이현 성격이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네." 고교 시절, 거의 유일하게 곁에 두고는 비서처럼 부려 먹던 연하늘의 알려주지 않은 일정을 다 알고 있는 것 보면 며칠 전의 만남도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컸다."뭐 들킨 거라도 있어?""없어.""그러면 말했어?""그딴 거 이야기할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무슨 말을 지껄이던데!?""그럼 역시 그냥 날 떠보는 거였나?" 하이담의 말에 털이 쭈뼛 섰다. 설이현, 그 설이현이…."네가 날 귀찮게 하는 줄 알았나 봐.""그건 무슨 소리야.""그래서 주의 준다고 하길래~ 됐다고 했어." 마치 무용담을 자랑하듯 위풍당당한 표정과 행동에 차마 할 말을 잊고 어처구니없는 설태하의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쓰다듬는 하이담의 손길을 말릴 수가 없었다."동생도 어린애가 아닌데, 너무 간섭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표정이….""미쳤어?""엉?""그놈에게 그렇게 말했다고?""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건가?""그, 그건 아니지." 솔직히 놀랄 노 자였다.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 눈과 귀를 갖게 된 이후, 집안에서도 밖에서도 설이현에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본 적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설이현이 그렇게 강압적이고 이기적일 테니. 그런데 그런 설이현이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하늘이가 그런 표정은 처음 봤다고 엄청나게 웃던데." 그것도 이런 여자한테?"예사 여자가 아냐.""칭찬인가?""겠냐고." 한숨을 픽 쉬고는 자연스레 몸을 뉘는 설태하를 바라보며 하이담이 머리를 긁적이고는 그대로 그 복슬복슬한 몸에 얼굴을 기댔다."너무 걱정하지 마. 설이현은 똑똑하잖아. 나랑도 별 사이도 아니고." 자신이 무얼 생각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걱정하는 하이담의 말에 가슴속에 큰 응
「 …… 집안에서 알게 되면 높은 확률로 죽일 거다. 그러니까, 네가 확실하게 행동해야 해. 옆에서 지키든지, 몰랐던 사람처럼 무시하던지. 」 아버지의 목소리가 머리에 울렸다. 설민재가 자신에게 준 낡은 쪽지는… 오래전, 집안사람을 죽인 벌로 외딴곳에 홀로 유배를 간 자신의 아버지 격 되는, 실제 제 아버지의 동생 작은아버지 설용범의 위치였다. 수없이 고민하다 결국 향한 그 장소에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늙은 설용범이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자란 설태하를 바라보며 조금 놀란 표정을 짓다 흐뭇하게 미소를 보였다. 물론 그 뒤에 설태하의 입에서 나온 말에는 표정이 굳어 한참 동안 말을 잇지 않고 그저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제압당할 것 같은 눈빛으로 설태하를 빤히 바라보다 결국 자리에 일어서 한마디 거들고 집안사람이 오기 전에 떠나라는 무뚝뚝한 말을 삼키고 집으로 들어갔다.「 태하야, 절대 어중간하게 행동하지 말거라. 」 어중간하게 행동하지 마라. 그것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지금의 설태하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 *"이쯤 대면 정말 일부로 그러는 거 아니야!?" 정말로 놀란 표정을 하며 가슴을 콩콩 치는 하이담과 다르게 짐승의 모습을 한 설태하는 이제는 익숙하게 하이담의 침대를 차지하고 있었다."내 심장을 떨어뜨리려고!" 이야기 도중 갑자기 개로 변하고 움직임을 멈춘 설태하를 혹여나 누가 볼까 싶어 그때처럼 끌어안고 집으로 들어오자, 이제는 이 상황이 익숙해지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생각할수록 저 덩치를 어떻게 들고 왔는지, 어쩌면 자신이 설태하보다 더 한 초인적인 힘을 가진 사람은 아닌지 스스로가 의심될 지경이었다."아… 힘들어." 그대로 씻고 나와 소파에 엎어진 하이담을 지긋이 바라보던 설태하는 도무지 하이담을 이해할 수 없었다."너, 내가 무섭지 않냐?" 그 물음보다는 짐승의 모습 그대로 말을 하는 것이 더
"있잖아, 형을 왜 그렇게 싫어해?""그딴 게 왜 궁금한데.""그냥 뭐, 내 주위의 형제들은 다 사이가 좋거든.""신기하네. 형제끼리 사이가 좋을 수도 있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설태하가 '더 이상 묻지 말라'는 사인을 보내듯 어색하게 삼겹살을 뒤집는 모습에 하이담은 그래도 포기할 생각이 없는지 꿋꿋하게 물었다."그래도 계기라는 게 있을지도 모르잖아.""계기?""태어났을 때부터 '설이현 싫어!'하고 태어난 건 아닐 거잖아?" 그저, 정말로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집안에서 설이현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이 봐온… 밖의 사람들이 봐온 설이현은 그저 사람들을 찬양하는 완벽 그 자체, 왕자님 그 자체로 군림했다. 물론 제 딴은 몸도 좋지 않고 싫어하는 것도 많아 표정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행동은 바르게 했고 자연스레 사람이 따랐고 완벽한 모습만 보였다. 그렇다면 자신이 감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은 '열등감'이었다."됐어. 네가 그딴 걸 알아서 뭐 해." 분명 이유가 있기는 한 거 같은데,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여 굳이 캐묻고 싶지는 않았다."뭐, 나는 남이니까 잘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내가 봤을 땐, 너는 너대로 좋은 애야. 그러니까 너무 설이현에 사로잡히지 마.""… 뭐?" 분명 설태하는 설이현에게 얽매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다. 다만 아직 덜 성숙한 어린아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조금 더 우선적인 게 문제이지 않을까 싶은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막 성인이 되었을 때는 모두 그랬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음에도 감정이 먼저 튀어나와 일을 망치거나 엉망으로 만들기 일 수이니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자신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한 번씩은 겪은 어른이 되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하이담의 말에 고기가 타는 것도 모르고 집게로 꽉 누르며 그 이야기를 듣던 설태하가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