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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다른 세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05 17:00:29

⁠

⁠

"동생! 동생!! 설태하―!!"

"혼자 갈 수 있어. 편의점 위치 알아."

"알아."

⁠

 자신의 말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자연스레 자기 팔을 붙잡아 따라오는 하이담에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보폭이 느려지고 좁아졌다. 설태하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하이담이 설태하를 슬쩍 올려보자, 평소와 분위기가 달랐다.

⁠

'역시 이상해.'

⁠

 설태하의 시선은 평소와 달리 애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

"뭐 불편한 거 있어?"

"아니."

"첫째 오빠가 나 몰래 잔소리했어?"

"아니."

"그럼 하이석이 뭐라고 했어?"

"아니."

"그럼 내가 뭘 잘못한 걸까나?"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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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다려, 늑대   59. 질투.

    ⁠⁠"태, 태―!"⁠자기 집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도어락을 열고는 거칠게 집주인을 밀어 넣고는 끌어안았다. 얼굴이 울릴 정도로 큰 심장 고동이 고스란히 느껴지니 저도 모르게 얼굴에 열이 올랐지만, 떼어낼 생각이 없어 보이는 행동에 슬쩍 고개를 올리자, 설태하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분노로 표출하고 있었다.⁠"동생, 왜 그런 표정이야? 본가에서 무슨 일 있었어?""너… 왜 난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는데?""어, 어??""왜 설이현이랑 같이 있는데? 왜 집 앞까지 데리고 왔는데? 내가 없었으면 바보처럼 웃으며 집까지 들일 생각이었냐?"⁠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말하는 설태하에 당황스러워 저도 모르게 잘못한 것 같아 그 넓은 등을 토닥였다. 그 손길에 안정감을 느끼며 더 파고드는 터에 꼼짝없이 벽과 설태하 사이에 끼여 겨우 숨을 쉬었다.⁠"나 아파."⁠그 말에도 설태하는 꼼짝하지 않고 되레 하이담의 허리를 강하게 감았다.그 감정은 아마 집착이고 질투일 테지만, 설태하는 그 감정을 모른다.그래서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응―? 태하야. 일단 좀 놔! 나 아파!"⁠쓰다듬던 손으로 등을 툭툭 쳐도 꼼짝하지 않아 결국 혀를 내두르며 하이담이 힘이 빠져 축 처져 설태하의 어깨에 자신의 턱을 올리고는 조금 긴 뒷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설이현이 회사로 왔어. 그런 김에 같이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 좀 나눴어.""무슨 이야기.""음…. 회사 관련 이야기도 했고… 설이현도 고양잇과니까 캣닙 좋아하냐고."⁠ 

  • 기다려, 늑대   58. 오랜만이야.

    ⁠⁠여유 부릴 시간도 없이 설민재의 연락받고 다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설이현이 경호원도 없이 홀로 하이담을 만나러 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당연하다. 처음 자신이 오해했을 때도 그랬지만 설이현은 어릴 적부터 개인적인 만남을 가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하물며 경호원까지 물린 것은 성인이 된 이후 처음이다.하지만 또 처음 때와는 느낌이 영 달랐다.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꼈다.처음 설이현을 만나고 돌아온 하이담은 변하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여전히 설태하를 보고 웃었고,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계속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이담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고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불안한 감정이 드는 건지, 초조한 생각만 드는 건지 몸이 진정되지 않았다.⁠'… 아니야, 하이담은 기억을 잃지 않으니까.'⁠입술을 꾹꾹 누르며 진정되지 않는 몸을 움직이며 하이담의 집 앞에서 얼쩡거렸다.⁠'아니지, 학교로 가야 하나?'⁠서둘러 몸을 돌리자, 몸에 무언가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고, 인상을 찌푸리며 그 둔탁함에 아래를 내려보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반가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야! 그래도 미안하다고는 해야지."⁠익숙한 목소리에 몸이 바짝 굳었다.⁠"너, 키 많이 컸네~"⁠시원시원한 목소리, 어울리지 않게 길게 찰랑찰랑하는 머리카락, 자신이 알고 있던 모습보다 훨씬 성숙해지고 여성스러워진 어린 시절 자신의 전부였던 그 아이.⁠"정말! 본가에서 나갔다

  • 기다려, 늑대   57. 원하는 건?

    ⁠⁠실로 자신 따위가 이곳에 와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근사하고 분위기 있어 보이는 호텔에 심장이 괜히 쿵쿵 울렸다.⁠"왜? 이런 디너를 원한 게 아니었어?""완전 부담스럽거든!""부담스러워해도 돼."⁠설이현에게 땍땍거리는 하이담을 보며 괜히 놀라는 직원들 사이로 설이현이 익숙하게 발걸음을 옮기자 화려한 야경이 보이는 자리였다. 어느새 조용히 야경을 바라보는 하이담앞으로 사진을 내밀었다.⁠"그래, 네가 그냥 날 보러 올 이유는 없지."⁠하이담이 의아한 설이현의 시선은 무시하고 본 사진은 설태하가 찍힌 사진이었다.⁠"태하?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거래?"⁠아무것도 없이 낡은 창고가 달랑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는 설태하는 비교적 최근인 거 같은데, 이걸 자신에게 보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저 사진을 줄 생각으로 직접 찾아온 것도 아닐 테고.⁠"그 안에 누가 있는 줄 알아?""엥? 창고 아니었어? 사람이 살아?""그 안에는 설용범. 아버지의 동생… 그러니까 나와 그 녀석의 작은아버지가 유배당한 곳이지.""엥? 뭐 조선시대야?"⁠얼핏 들었던 기억이 났다.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준 작은아버지가 있다고.⁠"뭐, 집안의 사람들은 여전히 그 시대에 살고 있는가 보지."⁠요즈음 설태하와 설이현과 얽힌 이후, 알게 된 사실이 있다.둘 다 의외로 영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특히 저 설이현의 표정은 '흥미 없어.'라고 쓰여있다.그렇다면

  • 기다려, 늑대   56. 장난치지 마!

    ⁠⁠유달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분노에 가득 찬 채로 서류를 작성 중이니 당연할 것이다. 뭔 말도 안 되는 것으로 트집 잡아 시간마다 잔소리를 30분 넘게 해 대는 권 주임에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느껴질 지경이었다.게다가 평소 이 시간쯤이라면 창가 너머 설태하의 붉은 머리가 슬슬 보였을 텐데, 본가에 간다는 연락 한 통 남겨 놓고 이틀 동안 잠잠했다. 여전히 투덜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괜히 휴대폰 화면을 툭툭 건드려봐도 연락이 없는 것에 조금 짜증도 나고 걱정도 됐지만 어쩌면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이참에 거리감을 먼저….""거리감?""악!!!"⁠귓가에서 쑥 들어오는 여기 있을 리 없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간질간질한 귀를 부여잡고 고개를 홱 돌리자,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이 쿡쿡 웃으며 서 있는 설이현이 하이담과 똑같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한 직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깔끔하고 비싼 정장에 그 특유의 향수 냄새를 뿜으며 양팔을 꼬아 여전히 왕자님 같은 포스로 서 있지만 이곳은 외부인 출입 금지이다. 그런데 왜 아무도 그 사실을 설이현에게 알려주지 않은 건지 당당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머리가 어질했다.⁠"이현아? 여기 외부인 출입 금지인데?""보내주던데."⁠당당한 말에 숨을 들이 삼켰다.⁠"따지고 보면, 내 것이기도 하고."⁠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꾸하기에 '이게 무슨 상황?' 혹은 '말단 계약직이 어떻게?'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선을 견디기가 힘들어 그 팔을 잡고 질질 끌고 복도로 나오자, 그 상황이 뭐가 그리 우스운 건지 픽 웃더니 하이담

  • 기다려, 늑대   55. 지키고 싶어.

    ⁠⁠"아직, 아무것도 보고 된 건 없어.""확실해?""확실해. 영감이 얼마나 유별난지 알잖아."⁠확답하는 말을 듣고도 안심되지 않았다. 어젯밤 이미 취한 상태로 맥주를 마시던 하이담은 해롱해롱한 상태로 온갖 말을 했다. 그 와중에 왜 늑대라고 정정하지 않았는지 따위의 말을 하다, 설이현은 왜 사자냐는 물음에 알딸딸하게 올라오던 술기운이 모조리 달아났다.설이현에게 지금 상황을 알렸단 소리다.그런데 그 설이현은 아직 본가에 알리지 않았다는 소리인데, 도무지 그 꿍꿍이를 예측할 수 없어 속이 탔다.⁠"누님의 태도는 변했어?"⁠초조함이 잔뜩 드러나는 표정에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슬쩍 묻자, 초조함은 멍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궁금했다. 지금 설태하는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분명 설민재의 눈에는 이 설태하, 그 하이담을 신뢰하고 의지하고 있는… 아니, 어쩌면 애정까지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과거, 설태하가 좋다고 늘 설태하의 편에 서겠다고 한 그 여자는 설이현을 만난 이후, 기억을 잃고 설이현을 좋아하게 됐다고 설태하에게 설렘을 가득 안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때 설태하의 표정과 달리 대답 대신 살짝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아, 또 깜빡할 뻔.""뭐.""돌아왔어.""뭐가.""뭐겠냐?"⁠또 말을 빙빙 돌려 하는 설민재를 보고 강하게 혀를 찼다.⁠"…… 만났어.""뭐?! 벌써? 빠른데!?""누굴 말하는 건데?""엥? 당연히….""작은아버지 말이야."⁠설민재의 말

  • 기다려, 늑대   54. 큰일이다.

    ⁠⁠"이담아, 표정이 왜 그래?""머리가 복잡해서…?""권 주임 말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 차근차근 준비 중이니까.""엉…? 무, 뭘 준비한다는 건데?""비밀이야."⁠싱긋 웃는 얼굴에 가시가 잔뜩 오른 것처럼 보여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설이현을 만났다는 것… 그 설이현을 만난 이후 돌아온 집 앞에서 설태하를 만난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옆에 설태하가 있었다. 그 사이의 일이 기억나지 않아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차라리 벌거벗어 있었더라면 변신한 상태로 잠들었었다고 생각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너무나도 평온한 사람의 모습이었다.하이담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자, 커피를 마시던 연하늘의 표정에는 걱정이 드리웠다.⁠"… 정말로 무슨 일 있어?"⁠휴가를 다녀온 이후, 그렇다고 할 거리는 없었는 것 같은데… 연하늘이 결국 테이블에 머리를 파묻은 하이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자, 그 부드러운 손길과 걱정에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목소리를 뱉었다.⁠"…… 설태하랑 거리감이 너무…….""응?"⁠그리고 나온 말은 뜻밖이었지만, 이해는 됐다. 당황한 하이담의 표정과 달리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는 연하늘의 모습에 되레 당황했다.⁠"그걸 이제 느낀 거야?""… 이제?""난 둘이 처음 봤을 때부터 엄청 가까워 보이던데~? 질투 날만큼.""진짜?""응, 그래서 철이 오빠랑 석이 오빠도 계속 주시했잖아.""그랬…나…?"⁠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 퍽 골치가 아파 보이는 모습이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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