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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화

Author: 이소문
참 아이러니했다. 이 비밀스러운 관계를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이 오히려 자신이 되어버렸으니.

“무슨 일이죠?”

강하율은 지극히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배윤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꾹 참고 말을 이었다.

“어디서 오는 길이지? 날도 추운데 땀까지 흘리고.”

강하율은 심장이 바짝 조여들었다. 누가 들어도 떠보는 뉘앙스였다.

그러나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성북구요. 이번 분기 실적 올리려고 그쪽 공장들이 연말에 단합 대회를 자주 열 거든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조금 전에 성북구 공장들에 전화를 돌리며 몇몇 행사 일정도 잡아둔 터였다.

굳이 깊게 조사할 필요도 없이 예약 기록만 확인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이대로 대충 넘어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제는 어디서 잤지?”

강하율은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질문 자체에 어젯밤 그녀가 귀가하지 않았다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배윤제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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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329화

    아이러니하게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확신이 있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들에게 남은 애정은 전혀 없었다.두 사람은 잠시 걸어가다 경매 행사 지원으로 차출된 신예진을 발견했다.신예진은 두 사람을 보며 부러움과 민망함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려던 순간, 신예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배윤제의 뒤쪽을 바라봤다.배윤제가 몸을 돌려 보니 강하율과 배윤호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배윤호가 파티에 파트너를 데리고 온 적은 드물었기에 그들이 등장하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주목했다.배윤제는 신예진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그는 정다인의 손을 놓고, 사람들의 시선이 배윤호에게 쏠린 틈을 타 신예진을 옆쪽 룸으로 데려갔다.“우리 형 좋아해요?”“대표님, 그...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신예진은 고개를 저었지만, 그녀의 빨개진 얼굴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배윤제의 목숨을 구해준 신예진이 배윤호를 좋아한다면 오히려 일이 쉬워진다.어쩌면 신예진과 배윤제에게 모두 이득이 될 수도 있었다.“내가 도와줄 수 있어요. 신예진 씨가 원한다면요.”“저를 도와준다고요?”신예진이 망설이며 물었다.“진짜예요?”“물론이죠. 이따가...”배윤제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 뒤 신예진에게 준비하러 가라며 재촉했다.신예진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배윤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은혜도 갚고, 배윤호도 처리하고 나면 강하율은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배윤제는 이미 결정했다. 강하율의 신분이 문제라면 어머니를 내세우면 될 것이다. 배씨 가문의 집안 어른도 그의 어머니의 체면을 어느 정도 봐줄 것이다.배윤제는 그런 생각을 하며 미소 띤 얼굴로 파티장으로 향했다....경매장.강하율이 배윤호의 팔에 팔짱을 끼고 입장하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배씨 가문 사람들까지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중에서도 가장 의외였던 건, 이런 자리에 관심도 없던 조윤서가 이곳에 와 있다는 사실이었다.강하율은 다가가서 인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328화

    강하율이 배윤호의 손을 바라보며 망설이는 사이, 배윤호가 먼저 그녀의 손을 잡았다.“가자.”손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강하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꼈다.그러나 그녀는 뿌리치지 않고 배윤호의 손에 이끌려 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갔다.엘리베이터 문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을 보았을 때, 강하율은 스스로를 설득했다. 배윤호는 그저 그녀가 넘어질까 봐 잡아준 거라고. 그럼에도 시선은 자꾸만 맞잡은 손으로 향했다.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난감한 일은 늘 그렇듯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배윤제와 정다인이었다.정다인은 배윤호를 보자 반사적으로 인사하려 했지만, 강하율이 그녀조차 구하지 못한 드레스와 액세서리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눈빛이 달라졌다.예전에 정다인은 배윤제와 마찬가지로 배윤호에게 강하율이 짝사랑하는 상대가 그라고 알려줘도, 배윤호가 강하율을 좋아할 리는 절대 없다고 믿었었다.그러나 상황은 정다인의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갔다.강하율은 패배자가 아니라 한없이 아름다운 여자였다.정다인은 무의식적으로 배윤제의 팔을 붙잡으려 했지만, 배윤제가 그녀를 슬쩍 밀어내며 일부러 거리를 뒀다.배윤제가 물었다.“형, 왜 하율이랑 같이 있는 거야?”강하율은 배윤제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입을 열려는 순간, 배윤호가 곧바로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눌렀다.“우리 하율이가 입은 드레스가 워낙 길어서 엘리베이터에 같이 못 탈 것 같네. 너희는 먼저 내려가.”‘우리 하율이?’강하율은 놀란 얼굴로 배윤호를 바라봤다.‘뭐 잘못 먹었나?’배윤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강하율을 향해 손짓했다.“강하율, 들어와. 다인이는 다음 거 타면 되니까.”정다인이 거절하려던 찰나, 배윤제가 배윤호를 바라보면서 빠르게 닫히려는 문을 막았다.“형, 하율이는 나랑 더 친해. 마침 우리끼리 할 얘기도 있는데 괜찮지?”배윤제가 뻔뻔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었어도 그들의 사이가 평범하지 않다는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327화

    그 말을 들은 신예진이 젓가락을 놓치는 바람에 젓가락과 접시가 부딪쳐 맑은 소리가 났다.신예진을 본 강하율은 배윤제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얼른 덧붙였다.“그냥 일 때문이에요.”신예진은 젓가락을 살짝 물며 말했다.“네, 강 팀장님은 워낙 예쁘시니까 배윤호 대표님도...”“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대표님에 관한 얘기는 함부로 하면 안 돼요.”강하율이 웃으며 받아쳤다.신예진은 입을 다물고 더 묻지 않았다.안혜슬이 끼어들었다.“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아? 닭 다리 안 먹을 거야? 식으면 맛없어.”강하율은 닭 다리를 집어 안혜슬에게 건넸다.“너 먹어.”오늘 저녁 강하율은 드레스를 입어야 했기에 먹는 것과 마시는 걸 최대한 줄이는 게 좋았다.“나 먼저 갈게. 천천히 먹어.”식판을 정리한 뒤 강하율은 자리를 떴다.신예진은 강하율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자기 접시에 있던 닭 다리를 안혜슬에게 건넸다.“혜슬아, 배윤호 대표님은 강 팀장님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아? 배윤호 대표님은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그 말을 듣고 안혜슬은 신예진을 힐끗 봤다.“예진아,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나는 배윤호 대표님이랑 전혀 안 친해. 대표님이 하율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무슨 수로 알겠어? 게다가 대표님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한 트럭일 텐데 우리가 그런 걸 신경 써 봤자 뭐 해? 우리는 우리 월급이나 신경 쓰면 되지.”“그렇긴 하지.”“예진아, 우리한테는 여기서 조용히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해.”안혜슬이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신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녁.강하율은 양승아가 예약해 둔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안에 사람들이 있었다.“안녕하세요, 강하율 씨. 저희는 스타일리스트입니다.”“저...”강하율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거울 앞 의자에 앉혀졌다. 그리고 한 시간 가까이 지난 뒤에야 모든 준비가 끝났다.스타일리스트가 감탄하며 말했다.“워낙에 본판이 좋으셔서 조금만 꾸며도 정말 아름다우세요.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326화

    신예진은 혼자 상상을 하다가 장천우의 호의를 단호히 거절했다.그녀는 아무것도 받지 않고 적당한 핑계를 대고 돌아가 버렸다.결국 장천우는 어쩔 수 없이 그것을 그대로 배윤제에게 보고했다.배윤제는 웃으며 말했다.“괜찮네. 그러면 장 비서가 적당히 좀 사서 보내줘.”“도련님, 제가 느끼기에 신예진 씨는 도련님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 좋아하시는 분은 정다인 씨고요.”솔직히 말해 정다인은 사람을 다루는 데 능했다.그래서 배윤제의 할머니와 배윤제 모두 정다인을 오랫동안 아껴줬던 것이다.배윤제가 갑자기 웃음을 멈추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곧 아니게 될 거야. 선물을 보내고 난 뒤에는 경매 준비를 해.”...호텔.강하율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가 양승아가 보낸 문자를 보았다.[자선 파티 준비물은 1806호에 놔뒀습니다. 퇴근 후 바로 올라가셔서 챙기면 됩니다.][네, 알겠습니다.]휴대폰을 내려놓자 맞은편에 누군가 앉았다.바로 안혜슬이었다.평소 닭 다리가 나오면 누구보다 신나게 먹던 안혜슬이 오늘은 뭔가 정신이 딴데 팔린 것 같았다.“왜 그래? 안 먹을 거면 내가 먹는다?”강하율이 젓가락을 들자 안혜슬이 슬쩍 막았다.그녀는 강하율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율아, 예진이가 좀 달라진 것 같아.”강하율이 멈칫했다.“왜?”“어제 보니까 수백만 원짜리 가방을 메고 출근하더라고. 예전에 객실 청소하면서 부잣집 사모님들이 들고 다니는 걸 봤었어. 걔 원래 10만 원짜리 옷도 돈이 아까워서 사지 않았던 애인데 왜 갑자기 그렇게 비싼 가방을 들고 다니는 걸까?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 보니까 누가 계속 걔한테 몰래 선물을 보내준대. 나는 예진이가 엄마를 떠나보내고 불안감이 심해져서 갑자기 조금이라도 잘해주는 남자가 생기면 쉽게 넘어갈까 봐 걱정돼.”안혜슬이 미간을 찌푸렸다.마침 그때 신예진이 도착했다.신예진은 수십만 원짜리 머리핀을 머리에 꽂은 채 아무렇지도 않게 강하율 옆에 앉았다.“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325화

    신예진은 그가 그려오던 이상적인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무서워하지 않아도 돼요. 돈을 돌려달라고 할 생각은 없어요. 그냥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부른 거예요.”“네.”신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배윤제는 직원에게 커피를 가져오게 한 뒤 덤덤한 얼굴로 물었다.“열두 살 때 다쳤다고 했었죠? 그때 기억이 있나요?”신예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조금은요. 그런데 마취 때문에 자세한 건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요.”“기억 나는 거 말해줄 수 있어요?”“대표님, 왜 제 일에 관심을 가지시는 건가요?”신예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이미 한 번 실수를 했던 배윤제는 더 이상 납치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둘러댔다.“저도 어렸을 때 호텔 근처에서 자주 놀았었거든요. 지난번에 예진 씨 얘기를 들으니까 뭔가 친근한 느낌이 들어서 기억을 좀 떠올려 보고 싶어서요.”“호텔은 이 근처 마을 사람들한테 은인 같은 곳이에요. 저희 엄마가 그러셨는데, 어렸을 때 강하율 씨 어머님과 대표님 어머님이 마을 아이들한테 책도 많이 기부해 주고, 마을마다 작은 놀이터도 하나씩 만들어줬었대요. 대표님도 아마 그때 근처에서 놀았겠죠. 저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노는 걸 좋아했어요. 특히 호텔에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친구들이랑 같이 호텔에 갔어요. 호텔에서 남는 간식들을 항상 나눠주곤 했거든요.”“그때가 아마 가을이었을 거예요. 호텔에서 큰 행사가 있었고 저희는 간식을 받으러 간 뒤에 근처에서 놀았었죠. 그런데 정신없이 놀다가 어느샌가 혼자가 되어버렸죠. 그 뒤로는 기억이 흐릿한데... 계속 뛰었던 것만 기억나요. 그러다가 산에서 굴러떨어져서 그대로 기절했어요.”신예진은 1억을 받은 입장이었기에 배윤제의 질문에 솔직히 대답했다.그녀는 그 돈으로 집을 수리하고 밭도 정리했다. 이제 아버지도 편히 살 수 있게 되었고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비록 입막음을 위한 돈이었지만 그래도 두 사람에게는 아주 큰 액수였다.배윤제는 이야기를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324화

    그 뒤 정다인은 이틀 동안 출근하지 않았다.비록 병가를 냈다고 하지만 사실은 뒤에서 퇴사 절차를 밟고 있었다.체면을 잃고 싶지 않아 손을 써둔 것이다.정다인이 없으니 강하율은 훨씬 더 수월하게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오래 가지 않았다.똑똑똑.“강하율 씨 계신가요?”문 앞에는 퀵서비스 기사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강하율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저인데요. 무슨 일이세요?”남자는 옆에서 작은 카트를 끌고 왔는데 그 위에는 거대한 장미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강하율 씨, 서명 부탁드립니다. 남자 친구분께서 보내신 겁니다.”“남자 친구요?”강하율은 깜짝 놀랐다.그러나 그녀가 묻기도 전에 동료들이 몰려들었다.“와, 장미 1004송이네요.”“강 팀장님, 언제부터 연애하기 시작하신 거예요?”눈치 빠른 몇몇 동료들이 아부하기 시작했다. 정다인이 떠난다면 부총괄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이 바로 강하율이었기 때문이다.“원래 운이라는 건 한 번 트이면 막을 수가 없다잖아요. 강 팀장님은 계속 잘못된 선택을 하는 허지연 씨랑은 완전히 다르다니까요.”“허지연 씨요? 허지연 씨가 왜요?”“예전에 강 팀장님한테 사랑에 눈이 멀어서 남자한테 버림받았다고 비꼬았었잖아요. 그런데 조익현 씨는 감옥에 갔고, 본인은 그런 짓을 당한 데다가 심지어 돈만 주면 얻을 수 있는 여자라는 꼬리표까지 달게 됐죠. 이렇게 새롭게 연애를 시작한 강 팀장님이랑은 확연히 다르죠.”강하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남을 깎아내리면서 자신을 치켜세우는 분위기를 싫어했다. 특히 그들은 한때 정다인의 말에 휘둘려서 그녀를 깎아내리며 정다인을 치켜세웠던 사람들이라서 더 싫었다.강하율은 기사 앞으로 다가간 뒤 서명하는 대신에 꽃다발에 꽂혀 있던 카드를 집어 들었다.[하율아. 나 다 기억 났어.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도 전부 떠올랐어.]‘그래서 뭐?’강하율은 동료들이 다가오기 전에 카드를 다시 꽂아 넣은 뒤 말했다.“잘못 배송됐네요. 다른 주소로 보내 주세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15화

    그리고 배윤제는 늘 작은 선물을 하나씩 사 왔다.어느 날은 귀여운 인형이었고 어느 날은 지나가는 길에 사 온 간식이었다. 하나하나 값비싼 건 아니었지만 강하율은 그 안에 마음이 담겨 있다고 믿었다.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배윤제는 애초에 강하율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 선물은 길거리 어디에나 있는 것들이라 설령 누가 봐도 배윤제와는 연결되지 않았다.강하율이 진심으로 믿었던 그 사실이, 이제는 강하율이 딴마음을 품었다는 증거가 되어 돌아왔다.강하율은 손끝으로 손바닥을 꾹 눌렀다. 날카로운 통증이 올라오자 오히려 정신이 차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159화

    “윤제 씨? 아직 사무실 안 들어갔어요?”“뭔 일인데 그리 급하게 뛰어와?”배윤제가 물었다.“기소정 씨에 대해서 좀 더 물어보고 싶어서요. 윤제 씨 친구잖아요. 행여나 실수라도 해서 윤제 씨 체면 깎아 먹으면 어떡해요.”정다인은 눈을 깜빡거리며 사사건건 배윤제를 위하는 척 굴었다.배윤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무 걱정하지 마. 결혼식은 전담팀이 알아서 할 테니까 옆에서 잘 맞춰주기만 하면 별문제 없을 거야.”“알아요. 하지만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사이잖아요. 제가 근사한 결혼식을 치를 수 있게 도와주면 나중에 집안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154화

    아침.세수를 마치고 막 숙소를 나서려던 찰나, 강하율은 오늘 위생 점검이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하아.’대학교도 졸업했는데 아직도 점호라니.하지만 모든 황당한 규정 뒤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얼마 전, 한 여직원이 남자친구를 몰래 데려와 보름 동안이나 머물게 했는데 밤중에 다른 사람을 훔쳐보다가 들통이 난 사건이 있었다.당시 경찰까지 출동하며 며칠간 소란이 일었고, 결국 호텔 측이 나서서야 겨우 사태가 진정되었다.이후 호텔 지원팀에서는 정기적으로 숙소 위생 상태를 불시에 점검하겠다는 통보를 내렸다.겉으로는 위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160화

    물론 그녀가 맞춤 제작한 옷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정다인이 선물했다고 말할 정도로 뻔뻔할 줄이야.정다인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이내 배윤제의 팔을 꼭 끌어당기며 기세등등한 눈빛으로 강하율을 훑어보았다.거의 대놓고 승리감을 과시하는 모양새였다.하지만 동료들의 눈에는 그저 전형적인 재벌가 로맨스의 한 장면처럼 보일 뿐이었다.강하율은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분노를 삭였다.그때 쇼핑백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배윤제에게 옷을 빼앗긴 것이 못내 아쉬웠다.중고 앱에 20% 싸게 올리기만 했어도 거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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