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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Penulis: 이소문
강하율은 미처 반항하지도 못하고 차갑고 축축한 바닥 위에 내동댕이쳐졌다.

순간 빗물에 몸이 쫄딱 젖어버렸다.

강하율은 아픈 가슴을 움켜쥔 채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고, 고개를 들자 멀지 않은 곳에 낯선 남자 두 명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두 사람은 값싸 보이는 꽃무늬 셔츠를 입고서 양아치 같은 아우라를 내뿜었다.

심지어 강하율은 그들과 몇 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도 그들에게서 나는 담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강하율은 아픈 걸 참으면서 몸을 움직였다.

“뭐 하려는 거예요?”

남자는 음흉하게 웃으며 누런 이를 핥았다.

“뭐 하려는 거냐고? 우리가 뭘 할 것 같은데?”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욕망에 가득 찬 눈빛으로 강하율의 젖은 몸을 노골적으로 훑어봤다.

강하율은 그들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채고는 쓸데없이 그들과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주위를 둘러보며 도망칠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재개발 지역이라 인적이 드물었고,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무성히 자란 풀과 돌멩이뿐이었다.

강하율은 근처에서 어렵게 이가 빠진 화분을 하나 발견했다.

두 사람이 방심한 틈을 타 강하율은 그 화분을 그들에게 던진 뒤 곧장 골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지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두 남자가 그녀를 따라잡았다.

두 사람은 강하율을 붙잡았고 그 순간 강하율은 그들의 몸에서 나는 역한 냄새 때문에 속이 울렁거렸다.

강하율은 이를 악문 뒤 벽을 잡고서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그런데 그때 마침 맞은편 차에서 배윤제가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비록 배윤제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 사이에는 함께 자란 정이 있었다.

그러니 절대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몹쓸 짓을 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배윤제! 배윤... 읍!”

다른 남자가 강하율의 입을 틀어막았고 두 사람은 합심하여 다시 강하율을 어두운 골목길로 끌고 들어갔다.

강하율의 손톱이 벽 위에 긴 흔적을 남겼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배윤제는 강하율을 덤덤한 눈길로 힐끗 본 뒤 몸을 돌려 정다인을 부축해서 차에서 내리게 한 후 그녀와 함께 떠났다.

강하율은 절망에 빠진 얼굴로 떠나는 배윤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 정도로 매정해질 수 있는 거구나.’

강하율은 다시 한번 쓰러졌고 그때 마침 가방 안에서 휴대폰이 떨어져 나왔다.

강하율은 황급히 휴대폰을 들어 신고를 하려고 했으나 너무 초라해진 몰골 때문에 얼굴 인식이 되지 않았다.

두 남자는 그 광경을 느긋하게 지켜보면서 강하율을 비웃었다.

“그래봤자 소용없어. 경찰이 온다고 해도 서로가 원해서 한 거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거든.”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보드카를 꺼냈고 다른 남자는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로 강하율을 찍으려고 했다.

강하율은 순간 동공이 심하게 떨렸고 이내 두려움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두 남자는 강하율을 술에 취하게 한 뒤 그녀가 반항하지 못하게끔 해서 강하율이 성관계에 동의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다.

그리고 영상을 찍어서 강하율을 나락으로 보낼 셈이었다.

양아치 같은 두 남자가 그렇게 치밀한 계획을 짰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강하율이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그중 한 남자가 벨트를 풀고 그녀를 덮쳤고, 강하율은 온몸의 힘을 쥐어짜 내 남자를 걷어찼다.

남자는 아파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빌어먹을 년!”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강하율의 발목을 잡아 그녀를 자신의 앞으로 끌고 왔다.

그러고는 강하율의 턱을 쥐고 그녀의 입에 술을 부어 넣기 시작했다.

“흑... 이거... 놔...”

남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몸에 딱 달라붙은 강하율의 옷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더 이상 욕망을 억누르기가 힘들었다.

“나도 배윤제가 따먹은 년 맛 좀 보자!”

‘배윤제?’

그들 같은 사람이 배윤제와 아는 사이일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녀와 배윤제의 관계를 알고 있는 걸까?

강하율은 누군가 그들에게 자신을 강간하라고 사주했음을 직감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남자가 억지로 입술을 그녀의 입에 가져다 대려고 했다.

강하율은 목구멍이 화끈거리고 아파서 살려달라는 말조차 내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온몸의 힘을 쥐어짜 내며 남자를 때렸다.

남자는 그녀의 반항에 단단히 화가 나서 씩씩대며 강하율의 목을 졸랐다.

“주제 파악을 못 하네. 배윤제한테 농락당하다가 버림받은 주제에!”

남자는 험악한 눈빛을 해 보이며 강하율의 목을 조른 손에 힘을 꽉 주면서 다른 손으로는 강하율이 입고 있던 겉옷을 벗겼다.

강하율은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면서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4년의 세월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식이 흐려지기 직전, 강하율은 배윤제와 정다인이 연애 중이라고 사람들 앞에서 밝히던 모습을 떠올렸다.

‘안 돼!’

강하율이 갑자기 눈을 부릅떴다. 그녀의 두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혼란 속에서 강하율은 바닥에 있던 깨진 화분의 파편을 만지게 되었고, 그 파편을 꽉 쥐고서 남자와 같이 죽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남자의 뜻대로 되게 놔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하율이 파편으로 남자를 찌르려는 순간, 강하율을 짓누르고 있던 남자는 동공이 갑자기 확장되면서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영상을 찍던 남자도 어느샌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강하율은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입술을 깨물면서 비틀대며 일어났다.

그리고 시선을 드는 순간, 검은색 우산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마치 안개처럼 보여 우산 아래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 검은 눈동자만큼은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

강하율이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그녀는 남자의 품속에 안기며 정신을 잃었다.

희미한 의식 속에서 몸이 허공에 들리며 귓가에서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리해.”

...

병원.

정다인은 침대 헤드에 기대어 글썽이는 눈으로 배윤제를 바라봤다.

“윤제 씨, 미안해요. 제가 발을 접질리는 바람에 윤제 씨가 일도 제쳐두고 저랑 같이 병원에 와줬잖아요.”

“...”

배윤제는 정다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다인이 조심스럽게 그를 다시 한번 불렀다.

“윤제 씨.”

배윤제는 시선을 거두고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 강하율이 나를 부르지 않았어?”

강하율의 이름이 들리는 순간 정다인은 하마터면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지 못할 뻔했다.

정다인은 눈알을 굴리다가 일부러 물었다.

“혹시 하율 씨가 또 윤제 씨를 미행한 거예요?”

배윤제는 잠깐 망설이다가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다.

“또 그런 수작을 부리려고 하네. 내 카톡까지 차단했으면서 말이야. 나는 앞으로 걔한테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정다인은 말없이 웃기만 하더니 갑자기 헛숨을 들이키며 발목을 움켜쥐었다.

“윽, 아파.”

배윤제가 빠르게 정다인의 곁에 앉았다.

“그렇게 심하게 아파? 어디 한 번 봐봐.”

“네.”

정다인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치마를 아주 높이 끌어 올렸다. 두 다리를 전부 드러낼 듯한 모습이었다.

정다인은 다리를 움직이면서 애교를 부렸다.

“윤제 씨, 발목이 너무 아픈데 어떡해요?”

배윤제는 엷은 미소를 짓더니 몸을 움직여 정다인을 깔아뭉갰다.

“정말 요물이네.”

정다인은 배윤제의 목에 팔을 둘렀다.

“그래서 싫어요?”

“아니, 좋아 죽겠어.”

두 사람이 입을 맞췄다.

약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던 간호사는 그 광경을 보고 웃으면서 밖으로 나갔다.

...

다른 병실.

강하율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침대 옆에는 간호사 한 명이 서 있었다.

“깨어나셨어요?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세요?”

강하율은 고개를 저은 뒤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녀를 구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강하율이 간호사를 붙잡고 물었다.

“저를 병원으로 데려다준 사람은요?”

“그분은 강하율 씨께서 열이 내린 뒤에 떠나셨어요.”

“연락처나 이름을 남기지는 않았나요?”

강하율이 물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강하율은 왠지 모르게 조금 아쉬웠다.

그녀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이때 간호사가 침대맡에 놓여 있던 목도리를 들면서 말했다.

“강하율 씨가 수액을 맞을 때 계속 춥다면서 그분의 목도리를 쥐고 놓아주지 않았어요. 저희 두 사람이 목도리를 놓게 하려고 해봤는데 그래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분은 이 목도리를 두고 가셨어요.”

강하율은 마치 줄다리기 같았을 그 광경을 떠올리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목도리를 건네받으니 아주 비싼 것인지 너무 보드라워서 놓고 싶지 않았다.

비록 검은색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공들여 만들어진 것이 티가 났고 아무나 살 수 있는 물건은 아닌 듯했다.

가까이 들고 있으니 목도리에서 남자의 체취가 은은하게 느껴졌다.

옅은 담배 냄새와 함께 차갑고 흐릿한 느낌의 냄새가 났다.

마치 빗속에서 마주쳤던 그 검은 눈동자처럼 말이다.

간호사는 뭔가 떠올랐는지 말을 이어갔다.

“하루 사이에 엄청난 미남을 두 명이나 보게 되다니 참 놀랍네요. 게다가 두 명 다 아주 다정했어요. 특히 배윤제 씨가 정다인 씨를 달래주는 모습은 너무 스윗해서 보고 있기가 민망할 정도였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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