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사람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제나를 좋게 보지 않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자리에서 거짓 증언까지 할 사람은 없었다.차민균과 류서윤의 낯이 몹시 어두워졌다.두 사람이 잠깐 눈을 마주친 뒤, 류서윤이 입을 열었다.“제나가 먼저 잘못한 거라면, 제나가 인정이한테 사과하면 되겠네. 그래도 다 가족인데 하룻밤 넘길 원한이 뭐가 있겠어.”차민균도 말했다.“제나야, 이유가 뭐든 사람한테 손댄 건 잘못이다. 인정이한테 얼른 사과해.”박영수는 그 말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우리 인정이가 이렇게 크게 다쳤어요.
모든 사람이 주방 문 앞에 모여 있었다.인정은 깨진 그릇 조각들 사이에 쓰러져 있었다. 발과 손목, 뺨이 바닥의 파편에 베여 피가 흘렀고, 보는 사람의 가슴이 서늘해질 만큼 처참했다.“세상에, 인정아... 인정아, 이게 무슨 일이니?”중년 여자가 사람들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인정을 보자마자 여자는 울음을 터뜨리며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곧이어 중년 남자도 뒤따라 들어왔다.“무슨 일이야?”두 사람은 인정의 부모였다.누군가 옆에 서 있던 제나를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봤대요. 저 사
한 번은 인정이 제나를 속여 냉동창고 안으로 들여보낸 뒤, 온도를 가장 낮게 내려 버린 적도 있었다. 제나는 하마터면 그 안에서 얼어 죽을 뻔했다.마침 지나가던 직원이 없었다면, 제나는 그대로 냉동창고에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갓 성인이 된 여자애가 그런 짓을 태연히 저질렀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등골이 서늘해졌다.바로 그 일 이후, 제나는 더는 참지 않기로 했다.제나는 인정을 호되게 혼냈다.나중에 듣기로 인정은 병원에 한 달 넘게 누워 있었다고 했다.하지만 제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류서윤은 그 뒤로
저녁 식사가 이어지는 동안, 분위기는 내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사람들은 더 이상 대놓고 수군거리지는 않았지만, 시선은 계속 경후와 제나를 향했다.이질적이고 노골적인 적의를 감춘 눈빛들이 칼날처럼 살갗을 파고드는 듯했다. 뼈마디까지 저릴 만큼 불쾌했다.경후는 그런 시선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태연했다. 제나가 한참 동안 젓가락을 들지 않자, 경후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반찬 하나를 집어 제나의 그릇에 올려 주었다.“왜? 이것도 입에 안 맞아?”제나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말했다.“아니.”“아니면 좀 먹어.”
경후가 한 여자 때문에 어리석은 일을 여러 번 벌였고, 차씨 가문과 인연까지 끊으려 했다는 말을 듣고 나서, 인정은 경후를 더 우습게 보았다.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휘둘리는 남자가 무슨 큰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그 뒤 경후가 차씨 가문을 떠나자, 경후에 관한 소식은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경후의 깊고 차가운 검은 눈과 마주하자 인정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차경후의 그 눈빛이... 왜 이렇게 살벌하지?’인정은 집안에서 귀하게 자랐다. 차근수도 인정을 꽤나 오냐오냐해 주었고, 그래서 인정의 성격은 점
“해산물 알레르기?”저녁 식사에 어떤 음식을 올릴지는 각 집안에서 미리 전달하기로 되어 있었다.차근수는 무심코 차민균 부부 쪽을 바라보았다.경후가 이렇게 정면으로 불쾌감을 드러낼 줄은 차민균과 류서윤도 예상하지 못했다.차민균 부부의 낯도 함께 어두워졌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차근수는 그 반응만 보고도 대충 사정을 짐작했다.이어 왕 집사를 불렀다.“경후 쪽 상에 차린 음식은 전부 물리고, 제나한테 먹고 싶은 게 뭔지 물어봐라. 새로 한 상 차리도록 해.”왕 집사는 지체하지 못하고 곧바로 직원들에게 음식을 치우라고 지
경후는 제나의 눈빛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왜 그래, 입맛에 안 맞아?”낮고도 부드러운 목소리. 제나는 이렇게 온화한 경후를 거의 본 적이 없어서 눈가가 괜히 시큰해졌다.그러고 나서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숙였다.“아니야.”“그럼 더 먹어.”“응.”저녁 식사가 끝난 뒤, 두 사람은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도로 양옆의 풍경은 분명 익숙한데, 제나의 가슴속에는 낯설고 불편한 기운이 스며들었다.둘이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임신애는 잠들어 있었다.어두컴컴한 집 앞에 서자, 제나의 발걸음이 멈췄다.눈앞의
익숙했던 차가운 향기가 코끝을 스치자, 제나는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그녀는 고개를 남자의 품에 묻은 채, 경후가 자신의 표정을 보지 못하게 했다.“‘썬더돔’에는 정체 모를 고객이 아주 많은데... 그 고객들이 보복하지는 않았나?”경후의 목소리는 담담하게 흘러나왔다.“L국에선 대통령조차 ‘썬더돔’에 함부로 못 해.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모를까, 누가 감히 총수와 맞서겠어.”제나의 가슴은 한층 더 서늘해졌다.L국의 대통령조차 어쩌지 못하는 곳.그렇다면 외부인인 자신과 경후가 이곳과 척을 진다면... 정말 목숨을 잃을지도
제나는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여사님들... 방금 말씀하신 거, 차경후가 결혼한다는 거예요?”장영숙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누가 결혼한다고요?”제나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혹시... 차경후 말씀이신가요?”그녀의 시선이 장영숙에게 단단히 꽂혔다.“차경후가... 정말 결혼하는 거 맞아요?”장영숙은 미간을 살짝 올리더니,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의외네. 너도 이런 얘기가 궁금해? 아, 내가 깜빡했구나. 너도 Z국 사람이잖아. 그럼 궁금한 게 당연하지.”제나는 말없이 눈을
제나는 수정 침대째로 또 다른 방 안에 밀려들어 갔다. 그곳 역시 방금 전 무대처럼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제나는 의식이 분명히 또렷했지만, 몸은 여전히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시간은 무자비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이 고요한 암흑 속에서는 1분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점점 졸음이 몰려오던 순간, 갑자기 문 쪽에서 철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몸을 덜컥 떨며 눈을 크게 떴다. 조금 전까지 무겁게 잠식되던 정신이 한순간에 또렷해졌다.‘누구지...?’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