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화

Author: 호안난어
타닥.

윤태호는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달려들어 곽진우의 목을 졸랐다.

“감히 우리 어머니를 모욕해? 죽고 싶어?”

윤태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전혜란은 윤태호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었기에 윤태호는 전혜란이 다른 사람에게 수모를 당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퍽!

곽진우가 윤태호의 배를 걷어찼으나 윤태호는 밀려나지 않았고, 윤태호의 팔 힘이 너무 세서 곽진우는 도저히 힘을 쓸 수 없었다.

“윤태호, 어디 한 번 날 죽여보지 그래?”

곽진우가 씩씩대며 말했다.

“내가 못 죽일 것 같아?”

윤태호가 팔에 힘을 주자 곽진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지면서 숨을 쉬지 못했다.

장여울은 서둘러 외쳤다.

“윤태호, 얼른 진우 씨를 놓아줘!”

“꺼져!”

윤태호는 싸늘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그에게 장여울은 곽진우와 똑같은 부류의 인간이었다.

“너... 너...”

화가 난 장여울은 초조한 얼굴로 황급히 전혜란에게 말했다.

“아줌마, 어서 태호를 설득하세요. 진우 씨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태호는 죽을지도 몰라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전혜란은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윤태호의 팔을 힘주어 잡으며 말했다.

“태호야, 곽 선생님을 놓아줘.”

“어머니, 이 자식은 어머니를 괴롭혔어요. 전 절대 이 자식을 용서할 수 없어요.”

윤태호가 고집스레 말했다.

“곽 선생님은 날 괴롭히지 않았어. 내가 자발적으로 무릎을 꿇은 거야. 그러니까 얼른 곽 선생님을 놓아줘.”

“싫어요.”

전혜란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태호야, 이젠 내 말을 듣지 않는 거니?”

고개를 돌린 윤태호는 전혜란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 있는 걸 보고 가슴이 아파 그제야 분통한 얼굴로 손에 힘을 풀었다.

콜록콜록.

곽진우는 한참을 기침하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

“아줌마, 봤죠? 아줌마 아들은 대낮에 날 죽이려고 했어요. 이런 사람이 계속 병원에서 일하면 되겠어요?”

장여울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윤태호를 노려보며 씩씩댔다.

“윤태호, 이젠 아주 막 나가네. 대체 무슨 배짱으로 진우 씨랑 맞서는 거야? 어서 진우 씨에게 사과해.”

“사과? 웃기지 마.”

윤태호는 장여울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엄마가 그동안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런데 오늘 곽진우 씨 편을 들며 우리 엄마를 괴롭혀?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난 아줌마를 괴롭힌 적 없어. 믿기지 않으면 아줌마한테 직접 물어보든가.”

전혜란이 옆에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

“태호야, 여울이는 날 괴롭히지 않았어. 내가 그러겠다고 한 거야.”

“어머니...”

“윤태호, 들었지? 난 아줌마를 괴롭힌 적 없어. 아줌마가 먼저 무릎을 꿇겠다고 한 거야.”

곽진우가 말했다.

“감히 날 때리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을 줄 알아.”

윤태호가 대꾸하려는데 전혜란이 그를 뒤로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곽 선생님, 죄송합니다. 태호가 상황을 잘 몰라서 제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했나 봐요. 조금 전에는 한순간의 충동 때문에 그런 것이니 부디 용서해 주세요. 이건 제 마음이니 받아주세요.”

전혜란은 주머니 안에서 20만 원을 꺼내더니 굽신거리며 곽진우에게 돈을 내밀었다.

탁!

곽진우는 전혜란의 얼굴에 돈을 던졌다.

“곽 선생님, 이건...”

짝!

또 한 번 따귀 소리가 들려왔다.

“겨우 20만 원? 내가 거지인 줄 알아요?”

곽진우는 거만하게 큰소리를 쳤다.

“아줌마, 아줌마가 2억을 준다고 해도 난 절대 아줌마 아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감히 우리 어머니를 때려? 죽고 싶어?”

윤태호는 주먹을 움켜쥐면서 분노 가득한 얼굴로 곽진우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태호야, 하지 마.”

전혜란은 윤태호의 팔을 힘껏 잡아당겼다.

“어머니, 이 망할 놈은 인간도 아니에요. 감히 제 앞에서 어머니를 때렸으니 오늘은 반드시...”

“조용히 해.”

전혜란은 엄숙한 표정으로 윤태호를 다그친 뒤 웃는 얼굴로 곽진우를 향해 사과했다.

“곽 선생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돌아가서 태호를 잘 타이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태호를 데리고 직접 사죄하러 갈게요.”

전혜란은 이걸 굴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윤태호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그녀는 뭐든 참을 수 있었다.

윤태호가 또 한 번 충동적으로 굴까 봐 걱정된 그녀는 윤태호를 잡아당기며 서둘러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몸을 돌리자마자 곽진우가 옆 화단에 있던 벽돌을 집어 들어 윤태호의 등을 내리쳤다.

그 순간 벽돌이 반으로 갈라졌다.

곽진우는 윤태호가 멀쩡하다는 사실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윤태호는 마음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밀어올랐다. 곽진우는 인간 말종이었다. 만약 조금 전 그가 등이 아니라 머리를 내리쳤다면 윤태호는 즉사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임다은이 한 말이 그의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다.

“강해지려면 반드시 매정해져야 해요.”

콱!

몸을 돌린 윤태호는 눈 깜짝할 사이에 곽진우의 목을 조른 뒤 그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퍽!

곽진우는 아스팔트 길에 머리를 부딪치게 되어 머리에서 피를 흘렸다.

그 순간 장여울은 겁을 먹었다.

곽진우는 키 190cm에 체중 100kg의 거구였고 반대로 윤태호는 키도 그만큼 크지 않고 말랐다. 그러나 윤태호는 아주 쉽게 곽진우를 들어 올렸다.

‘힘이 어떻게 저렇게 셀 수가 있는 거지?’

장여울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녀가 말릴 틈도 없이 윤태호가 곽진우에게 말했다.

“임다은 씨 말이 맞아. 사람은 마냥 착하면 결국 손해를 보게 돼. 내가 그동안 늘 양보하고 봐 줬더니 넌 점점 더 선 넘는 짓을 벌였지. 아까 이 손으로 우리 어머니를 때렸지?”

윤태호는 곽진우의 오른손을 노려보았다.

“뭘 하려는 거야?”

곽진우는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

“감히 날 건드려? 죽고 싶어?”

윤태호는 매서운 기세로 곽진우의 손을 콱 밟았다.

아주 단호하고 무자비한 움직임이었다.

우두둑.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곽진우의 오른손 뼈가 산산이 조각났고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악...”

곽진우는 엄청난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날 괴롭혀도, 모함해도, 욕해도, 따돌려도, 심지어 내게서 장여울을 빼앗아 가도 다 상관없어. 하지만 우리 어머니를 괴롭히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윤태호는 곽진우의 머리채를 잡아 그를 들어 올리더니 곽진우의 무릎을 발로 찼다.

털썩.

곽진우는 바닥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우리 어머니한테 사과해.”

윤태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꿈깨...”

짝!

윤태호가 곽진우의 따귀를 때렸다.

“사과해.”

“나 보고 저 아줌마한테 사과하라고? 죽어도 안 해.”

곽진우는 고집을 부렸다.

“그래?”

윤태호는 빠르게 주먹을 휘둘러 곽진우의 팔을 부러뜨렸고 그다음엔 곽진우의 무릎을 두 번 걷어찼다.

퍽!

퍽!

무릎뼈가 부서졌다.

“으악...”

곽진우는 비명을 지르면서 일어나려고 버둥거렸다. 그러나 두 팔과 두 다리 모두 부러져 힘을 쓸 수가 없었다.

턱.

윤태호는 곽진우의 얼굴을 밟고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곽진우, 이래도 사과 안 할 거야?”

“윤태호, 그만해!”

장여울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화를 내며 말했다.

“너 진짜 큰 사고 친 거야. 감옥에 갈 준비나 해!”

“사람을 다치게 하면 감옥에 가지만 아예 죽여버린다면?”

윤태호의 얼굴에 살기가 드러났다. 그는 곽진우의 얼굴에서 천천히 발을 떼더니 곽진우의 목으로 발을 옮겼다.

그리고 곧 힘을 주어 밟으려고 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658화

    윤태호가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춰오는 순간, 문서아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버렸다.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이렇게 남자와 가까이 닿은 건 단 한 번도 없었다.갑작스러운 입맞춤에 그녀는 멍하니 굳어버렸다.강렬한 남자의 기운이 온몸을 파고들자 사지가 힘을 잃은 듯 녹아내렸다.문서아는 결국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 안으며 뜨겁게 응답했다.억눌렸던 감정이 터져나가듯, 두 사람은 마치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불타올랐다.숨이 벅찰 만큼 이어지던 키스가 가까스로 멈췄을 때, 문서아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길게 드리운 속눈썹은 미세하게 떨렸고 물기 어린 눈동자에는 묘한 빛이 번졌다.성숙한 여자만이 풍길 수 있는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윤태호는 더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옷깃으로 손을 뻗었다.그러자 문서아가 황급히 그의 손을 붙잡았다.“안 돼요.”부끄러운 듯 속삭인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여긴 병실이에요. 누가 보면 어떡하려고...”윤태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낮게 웃었다.“괜찮아요. 누가 다가오면 바로 알 수 있어요.”이제는 용왕급 고수와 맞붙을 만큼 성장한 윤태호는 문 밖의 인기척쯤은 단숨에 감지할 수 있었다.문서아는 여전히 망설이며 작은 목소리로 제안했다.“아니면 미주로 돌아가서...?”“미주에 가면 그땐 제대로 사랑해줄게요. 하지만 지금은...”윤태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의 단추 하나를 스르륵 풀었다.“서아 씨가 너무 하고 싶게 만들어서요.”순간, 문서아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너무 빠른 건 아닐까?’‘혹시 내가 경솔한 여자라고 생각하면...?’그 불안에 문서아는 다시금 그의 손을 꾹 눌렀다.“여기서는 안 돼요. 미주로 돌아가서 하자구요, 네?”간절한 눈빛에 윤태호도 억지로 강요할 수 없었다.“알겠어요.”하지만 잠시의 아쉬움은 숨길 수 없었고 문서아는 그의 표정을 보자 얼굴이 더 붉어졌다.“...정말 그렇게 하고 싶은 거예요?”수줍은 듯 물은 그녀의 목소리에 윤태호가 속으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657화

    “악!”윤태호는 이를 꽉 깨물며 비명을 삼켰다.“흥.”소이은은 새침한 소리를 내며 돌아섰고 발소리만 남기고 병실을 나갔다.잠시 후, 문서아가 들어와 뜨거운 물을 받아 수건을 적셨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윤태호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손길 하나하나가 섬세했고 마치 오래된 부부가 서로를 돌보는 듯 따뜻했다.얼굴을 다 닦은 뒤에도 문서아는 곁을 떠나지 않았다. 방안을 정리한 후 윤태호의 침대 옆에 앉아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작은 흐느낌이 새어나왔다.‘...울고 있는 건가?’윤태호는 눈을 뜨려다 멈췄다.그 순간, 낮은 속삭임이 귀를 스쳤다.“미안해요... 저만 아니었다면 태호 씨가 무간리에 올 일도 없었을 거예요. 다친 일도 없었을 텐데. 전부 제 잘못이에요.”문서아의 목소리는 점점 떨려갔다.“삼촌이 그러시더라고요. 태호 씨가 무간리 문제를 해결해줘서 마을 사람들이 전부 감사해한대요. 유능한 사람이라고 꼭 잘 되라고...”말끝이 희미해지며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가능하다면... 저도 태호 씨랑 평범하게 지내고 싶어요. 하지만...”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너무 늦게 만났네요.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제가 먼저 다가갔을 텐데. 하지만 저는 태호 씨한테 어울리는 여자가 아니에요.” “태호 씨는 젊고 능력도 뛰어난데... 전 나이도 많고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으니까.”눈가에 맺힌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그제야 문서아는 진심으로 깨달았다.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죽음과 삶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도 함께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조금만 더 일찍 만나고 싶어요. 그러면...”그때,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왜 다음 생을 기다려요” 지금이면 되지.”문서아는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윤태호가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깼어요?”“네. 이은이 나가고 나서부터요.”순간, 문서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그럼..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656화

    “과장님, 과장님!”소이은이 애타게 불렀지만 윤태호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어떡하지...”소이은은 두 손을 바들바들 떨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곳에서 의식을 차린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모두 쓰러져 있고 오직 자신만이 깨어 있었다.그때, 머릿속에 윤태호의 마지막 말이 스쳤다.‘읍내 병원에 전화해...’소이은은 떨리는 손으로 급히 핸드폰을 꺼냈다. 번호를 누르는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윤태호의 눈이 살짝 열렸다가 곧 다시 감겼다.만약 소이은이 의심했던 대로 문제 있는 인물이었다면 지금이 그를 끝장낼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살의는커녕 진심 어린 걱정만이 비쳤다.‘...내가 잘못 본 건가?’윤태호는 사실 쓰러진 척 연기하고 있었다. 모든 건 소이은을 시험하기 위함이었다.전화를 마친 소이은은 곧장 윤태호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과장님, 제발 아무 일 없어야 해요.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도 같이 죽어버릴 거예요.”윤태호는 가만히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정말 바보 같은 녀석이구나...’얼마 뒤, 차송주와 오영준이 의식을 되찾았다. 세 사람은 힘을 합쳐 윤태호를 차에 태우고 읍내 병원으로 달렸다.가는 길 내내 윤태호의 시야는 흔들렸다.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겁게 내려앉았지만 그는 끝까지 버티다 병원 앞에서 문서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윤태호는 흐릿한 어둠 속에서 손끝에 무언가 닿는 감각을 느꼈다. 무의식적으로 꽉 움켜쥔 순간, 옆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윽...”그 소리에 윤태호의 눈이 스르르 떴다. 코끝을 스치는 건 짙은 알코올 냄새,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건 낯선 병실이었다.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소이은이 의자에 앉아 졸 듯 기대 앉아 있었다. 그의 손은 믿기지 않게도 그녀의 손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윤태호는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이 뻔뻔한 자식아... 환자랍시고 직원 손까지 잡고 자빠졌냐.’그럼에도 손을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655화

    ‘이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아.’윤태호가 속으로 중얼갔다.“그럼 제가 밥 한 끼 살게요.”윤태호가 말을 꺼내자 한유가 고소한 웃음을 흘렸다.“좋아요. 벌써 두 끼나 빚졌어요.”“안 잊었어요. 해정 돌아가면 꼭 사드릴게요.”윤태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결 부드러웠다.“그럼 해정에서 기다릴게요. 이만 끊을게요.”“잠깐만요.”윤태호가 급히 불렀다. 순간 목소리에 약간의 망설임이 묻어났다.“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무슨 일이죠?”“사람 하나 좀 조사해 주세요. 내 동료, 소이은.”“잠시만요.”한유가 대답하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들려왔다.불과 10초 뒤, 한유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소이은. 영성 출신. 지난해 서원 의과대학 한의학과 졸업. 해정 화협 병원에서 6개월 인턴 후, 최근 태호 씨 병원에 합류.”한유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물었다.“근데 이건 이미 다 아는 정보잖아요. 정확히 뭘 확인하려는 거예요?”윤태호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가정사나 학교 시절 이야기를 알고 싶어요.”한유의 말투가 살짝 장난스러워졌다.“왜요? 혹시 마음에 두셨어요? 사진 보니까 예쁘던데요. 게다가 몸매도...”“읍, 읍!”윤태호가 헛기침을 두 번 내뱉으며 말을 끊었다.“그런 게 아니라... 조금 의심되는 게 있어서요.”“알았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다시 빠른 키보드 소리가 들려왔다. 약 1분 후, 한유가 차분히 말했다.“찾았어요. 자료 지금 보낼게요.”“정말 고마워요.”윤태호의 목소리에 진심 어린 감격이 묻어났다.“그러면 밥 한 끼 또 추가네요.”한유가 웃었다.“이제 해정에서 맛있는 걸 사드리죠.”윤태호가 답하자 한유는 짧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잠시 후, 윤태호의 핸드폰으로 자료가 도착했다.그는 꼼꼼히 읽어 내려갔지만 별다른 수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윤태호는 이마를 짚으며 생각했다.‘내가 괜한 의심을 한 건가? 소이은은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데...’그는 잠시 앉아 있다가 자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654화

    윤태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지금까지 모든 사람을 하나씩 의심에서 제외했다.결국 남은 건 단 한 명, 소이은뿐이었다.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소이은이 처음 한의과에 왔을 때를.그녀의 이력서는 빛이 났다.영성 출신.갓 열여덟의 나이에 서원 의과대학 한의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해정 화협 병원에서 6개월 넘게 인턴을 마쳤다.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의학적 재능은 천재에 가까웠다.게다가 그녀는 아름다웠다.단순히 예쁜 정도가 아니라 귀엽고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설마 이런 애가 내 일정을 흘렸을까? 그럴 리가 없는데...”윤태호는 고개를 저으며 소이은이 한의과에 온 뒤 보여준 모든 행동을 떠올렸다.특별히 의심스러운 부분은 없었다.이번 무간리 사건 때도 그랬다.백골 노귀의 공격을 받을 당시, 소이은은 두 번이나 몸을 던져 윤태호를 지켜냈다.그 과정에서 독침까지 맞았다.“...정말 날 해치려는 걸까?”아무리 봐도 계략을 품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순수하고 지나치게 열정적인 쪽에 가까웠다.굳이 이상한 점을 꼽자면 박만식이 뱀에 물린 사건이었다.무간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박만식은 단 한 번도 뱀에 물린 적이 없었다.그런데 하필 소이은과 언쟁을 벌인 후 그녀가 ‘조심하지 않으면 뱀에 물릴 수도 있다’고 말한 날 밤.박만식은 진짜로 두 번이나 뱀에 물렸다.“우연이겠지.”윤태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하... 소이은도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내 일정을 흘린 거지?”“설마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계속 날 추적하고 있는 건가?”그는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가 담배를 끄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루카스의 시체를 찍어 한유에게 전송한 뒤 바로 전화를 걸었다.곧 연결음이 끊기고 한유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사진 확인했어요.”그 목소리는 구름처럼 가볍고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힘이 있었다.윤태호는 순간, 마음속 깊은 곳까지 고요해지는 걸 느꼈다.“부탁 하나 할게요. 이 녀석, 신원 좀 확인해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653화

    슥!루카스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어디선가 단도를 꺼내 들었다.그는 잔혹한 표범처럼 윤태호를 향해 덤벼들었다.하지만 윤태호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제자리에서 손가락을 튕기자 날카로운 금침 하나가 휙 날아갔다.“으악!”루카스가 덮치려던 순간, 그대로 고꾸라졌다.금침은 그의 오른쪽 눈을 정확히 관통했다.길이 다섯 치 중 네 치가 눈속으로 들어가 선혈이 손가락 사이로 스며 나오며 코를 타고 흘렀다.현장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윤태호는 재빠르게 앞으로 다가가 한 발로 루카스의 목을 거칠게 눌렀다.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마지막 기회를 줄게. 고용주가 누구인지 말해.”루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태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넌 뛰어난 킬러야. 하지만 방금 몇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지.”“첫 번째, 절대 적에게 등을 보이면 안 돼. 아까도 말했지만 넌 듣지 않았어.”“두 번째, 네가 가장 잘 다루는 총이 아닌 단도를 선택했어. 이 선택은 정말 멍청한 거야.”“총 전문가라면 몸속에 숨겨둔 총이 아직 있을 텐데, 넌 그런 생각조차 못 했지.”“세 번째, 기회를 줬는데도 고용주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어. 네가 저지른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지.”윤태호는 힘껏 발로 밟았다.딱.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루카스의 목이 그대로 부러졌다. 하지만 그의 몸은 즉시 쓰러지지 않았다.땅 위에서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입에서는 피거품이 터져 나왔다.잠시 후, 숨이 끊겼다.윤태호는 주변을 살폈다.적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그는 루카스의 시체 옆에 앉아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며 생각에 잠겼다.오늘 벌어진 총격 사건은 여러모로 수상했다.적이 그의 귀환 경로에 매복했다는 사실.즉, 누군가 그의 일정을 완벽히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누가 내 일정을 흘린 거지?’윤태호의 머릿속에 몇 명의 인물이 스쳐갔다.오영준, 차송주, 소이은, 그리고 박만식과 무간리 마을 사람들.이번에 윤태호가 무간리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