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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작가: 호안난어
“잠깐!”

윤태호가 오른발로 곽진우의 목을 밟으려던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호통이 들려왔다.

윤태호는 서둘러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백아윤이 멀지 않은 곳에서 차가운 얼굴로 빠르게 걸어오고 있었다.

윤태호는 왠지 모르게 당황했다. 마치 초등학교 때 잘못을 저질렀다가 담임 선생님에게 들키게 된 기분이었다.

백아윤을 본 순간 곽진우는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사람처럼 필사적으로 외쳤다.

“교수님, 구해주세요. 윤태호가 미친 것 같아요. 방금 절 죽이려고 했어요. 어서 말려주세요.”

“곽 선생님을 놔줘.”

백아윤은 싸늘한 표정으로 윤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교수님, 제 말 좀 들어보세...”

“놔주라고!”

백아윤은 윤태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명령조로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투가 오히려 윤태호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교수님은 제 상사가 아니세요. 그런데 왜 저한테 곽진우를 놔주라고 명령하시는 거죠?”

백아윤은 화가 나고 초조해서 소리를 질렀다.

“더 이상 병원에서 일하고 싶지 않은 거야?”

“곽진우는 장여울과 함께 제가 자기 진료차트를 베꼈다고 모함했어요. 하지만 병원에서는 제대로 조사해 보지도 않고 저를 간호 스테이션으로 보냈죠. 이런 병원에 저도 더 이상 남아있고 싶지 않아요.”

윤태호는 이미 마음먹었다. 의사가 될 수 없다고 해도 그의 능력이라면 굶어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백아윤은 화를 억누르며 그를 설득했다.

“윤태호, 나는 네 상사가 아니지만 그래도 네 선생님이야. 네가 인턴이었을 때 내가 널 가르쳤잖아. 날 아직도 선생님으로 생각한다면 내 말대로 곽 선생님을 놓아줘. 그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겨우 의사국가고시에도 합격했는데 이렇게 쉽게 포기해 버릴 거야? 어머니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백아윤의 마지막 한 마디가 윤태호의 심장을 무겁게 짓눌렀다. 고개를 돌리자 눈물에 젖은 전혜란의 얼굴이 보였다. 그 순간 윤태호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

“태호야, 곽 선생님을 놓아줘.”

“하지만...”

“곽 선생님이 죽일 놈인 건 맞아. 네가 곽 선생님을 때린 것도 이해해. 넌 옳은 일을 한 거야. 하지만 겨우 이런 놈 때문에 네 미래를 망칠 수는 없잖아.”

전혜란의 말에 윤태호는 곧바로 냉정해졌다.

그녀의 말처럼 곽진우 같은 놈 때문에 미래를 망칠 수는 없었다.

“곽진우, 똑똑히 들어. 오늘은 살려줄게. 하지만 다음번에 또 한 번 우리 어머니를 괴롭힌다면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윤태호는 발을 치운 뒤 전혜란을 부축하며 말했다.

“어머니, 우리는 이만 가요.”

“거기 서!”

장여울이 윤태호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진우 씨를 저 꼴로 만들었으면서 그냥 가려고?”

“꼴도 보기 싫으니까 꺼져.”

윤태호는 험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부원장님한테 연락했어. 부원장님이 오기 전까지 아무도 이곳을 떠날 수 없어.”

“장여울, 너도 죽고 싶어서 그래?”

“윤태호, 얌전히 구는 게 좋을 거야. 진우 씨는 너 때문에 두 팔과 두 다리가 부러졌어. 넌 앞으로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할 거야.”

장여울의 말을 들은 백아윤은 그제야 곽진우의 사지가 피로 물든 것을 발견했다.

‘큰일이야!’

백아윤이 빠르게 말했다.

“윤태호, 지금 당장 어머니를 데리고 떠나. 멀리 갈수록 좋아.”

“백 교수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장여울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백아윤을 노려보며 말했다.

“윤태호는 사람을 죽이려고 했고 진우 씨는 지금 심하게 다친 상태예요. 윤태호가 도망치면 누가 책임을 지나요? 교수님이 지실 거예요?”

“그래!”

“교수님이 책임을 진다고요?”

장여울은 놀란 표정으로 백아윤을 바라보았다.

백아윤이 말했다.

“난 어제 기획팀 앞에서 윤태호가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내가 대신 책임을 지겠다고 했어.”

“둘이 무슨 사이예요? 왜 교수님이 윤태호 대신 책임을 지는 거죠?”

장여울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설마 백아윤과 윤태호가 그렇고 그런 사이인 것일까?

“내가 윤태호와 무슨 사이든 너랑은 상관없어. 윤태호, 어머니를 데리고 떠나.”

백아윤이 말했다.

“교수님, 제가 가면 교수님은 어떡해요?”

“난 신경 쓰지 마. 나한테 방법이 있어.”

윤태호는 매우 감동했다.

백아윤은 그를 도와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를 대신하여 책임까지 지려고 했다. 착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남자로서 여자가 모든 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었다.

“교수님, 호의는 감사하지만 제가 저지른 짓인데 교수님이 책임을 질 필요는 없어요.”

윤태호가 말했다.

“이건 다 널 위한 일이야.”

백아윤이 다급하게 말했다.

“곽 선생님을 이 꼴로 만들었으니 부원장님은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부원장님이 정말로 네게 책임을 물으려고 한다면 넌 감옥에 가야 할 수도 있어. 곽 선생님의 아버지는 미주에서 유명한 인물이야. 인맥도 넓어. 지금 떠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골치 아파질 거야.”

“교수님, 저도 다 알아요. 하지만 전 두렵지 않아요.”

윤태호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임다은이 말했다시피 가진 것 없는 그는 두려울 게 없었다.

백아윤은 계속하여 윤태호를 설득했다.

“네 어머니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 네가 감옥에 간다면 네 어머니는 어떡해? 네 어머니가 홀로 외롭게 살게 하고 싶어?”

“교수님, 고마워요.”

전혜란이 입을 열었다.

“그동안 태호를 많이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태호 어머니로서 교수님에게는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하지만 남자는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에요. 태호가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이라면 제 아들이 될 자격도 없어요.”

“아주머니, 태호는 아직 많이 젊어요. 감옥에 간다면 앞으로의 삶이 고단해질 거예요.”

“교수님, 걱정하지 마세요. 태호는 감옥에 가지 않을 거예요. 비록 제게 대단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태호는 얼마든지 지킬 수 있어요.”

전혜란은 확신에 찬 어투로 자신감 있게 말했다.

백아윤은 의아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인 전혜란은 무엇 때문에 확신에 차 있는 것일까?

그녀는 전혜란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고 친근함도 느껴졌다.

“아주머니, 저희 어디서 만난 적이 있지 않나요?”

백아윤이 갑자기 물었다.

“네. 한 번 만난 적 있어요.”

전혜란이 웃으며 말했다.

“태호가 처음으로 이 병원 외과에 배정되었을 때 제가 태호와 함께 왔었거든요. 그때 교수님께 인사를 드린 적이 있어요.”

‘그랬구나.’

백아윤이 뭔가 말하려는데 뒤에서 분노에 찬 고함이 들려왔다.

“누가 내 아들을 때렸어?”

고개를 돌려 보니 뚱뚱한 데다가 탈모가 있는 중년 남성이 경비원들을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입원 병동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 남성이 바로 곽진우의 아버지이자 미주 병원의 부원장 곽정수였다.

“아저씨, 마침 잘 오셨어요. 진우 씨가 다쳤어요.”

장여울이 서둘러 말했다.

곽정수는 곽진우의 앞으로 달려가서 쭈그려 앉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진우야, 괜찮아? 많이 다쳤어?”

“아버지,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죽을 것 같아요...”

‘뭐?’

자세히 살펴본 곽정수는 곽진우의 두 팔과 두 다리가 부러진 걸 발견하고는 곧바로 살기를 드러내며 고함을 질렀다.

“누가 이랬어?”

“윤태호가 그랬어요.”

장여울은 윤태호를 가리키며 곽정수에게 고자질했다.

“아저씨, 윤태호가 진우 씨를 다치게 했어요.”

“윤태호, 가만두지 않겠어. 오늘은 아무도 널 지킬 수 없을 거야.”

곽정수는 번뜩이는 눈빛으로 윤태호를 표독스럽게 노려보더니 경비원들을 향해 호통을 쳤다.

“뭘 넋 놓고 있어? 죽기 직전까지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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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314화

    윤태호의 말을 들은 임보운은 눈을 부릅떴다.“내 아버지를 때리겠다는 말이야? 내 아버지는 올해 80세인데 그런 분을 때리겠다고?”“저는 사람을 때릴 때 나이를 따지지 않아요.”윤태호가 말했다.“다은 누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은 전부 때릴 거예요.”임보운은 그 말을 들은 순간 흡족해했다.어른을 공경하지 않는 것 같은 말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윤태호가 임다은을 매우 아낀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세상에 자기 자식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임보운도 마찬가지였다.“네가 내 딸을 아끼는 건 좋아. 그 점은 나도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충고 하나 할게. 다은이 할아버지가 뭘 하려고 하든 절대 다은이 할아버지를 때려서는 안 돼.”“무엇 때문이죠?”“다은이 할아버지를 때린다면 너는 죽을 테니까.”윤태호가 의아해하자 임보운이 말했다.“다은이 할아버지는 어렸을 때 홀로 강절에 정착해서 자수성가하여 임씨 가문을 강절의 재벌가로 만들었어. 그런 사람은 상당히 교활하고 치밀하며 수완도 좋고 안목도 뛰어나. 그동안 다은이 할아버지는 엄청난 인맥을 쌓았고 강절의 음지 세력까지 전부 다은이 할아버지를 존경해. 다은이 할아버지가 말 한마디만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싸우려고 할 거야. 물론 다은이 할아버지의 신분과 지위라면 당연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 너 하나를 곤란하게 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다은이 할아버지 측근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리고 다은이 할아버지 곁에는 고수가 한 명 있어.”임보운은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은 임재섭이라고 하는데 다은이 할아버지 곁에 수십 년을 있었어. 아주 충성스러운 인물이지. 다은이 할아버지도 임재섭을 아주 신뢰해. 그동안 줄곧 임재섭이 다은이 할아버지의 안전을 지켰지.”“얼마나 강한가요?”윤태호가 물었다.“모르겠어.”임보운이 말했다.“40년 전, 임재섭은 호용산 장교와 싸워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어.”“헉.”윤태호는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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