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윤태호가 차에서 내리자 머지않은 산림 속에 군용 녹색 텐트 몇 채가 설치된 것이 보였다. 텐트 주위로는 총을 든 병사들이 순찰하고 있었다.“당영곤은 어디 있어요?”윤태호가 물었다.“제가 수장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기사가 당영곤을 부르러 가려는 찰나, 텐트 안에서 당영곤이 병사 몇 명과 함께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군복 차림의 당영곤은 기운이 넘쳐 보였다.“윤태호.”당영곤이 그를 부르며 성큼성큼 다가와 장미진인에게도 예를 갖췄다.“진인님, 안녕하세요.”장미진인이 말했다.“됐어. 이 자식한테 자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 무슨 일인지 어디 한번 말해봐.”당영곤이 답했다.“이번 일은 너무 기이해요. 우선 현장부터 가보시죠.”윤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곧 당영곤은 윤태호와 장미진인을 데리고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뒤에는 몇 명의 병사가 따라붙었다.길을 따라 걷는 동안 하늘을 찌를 듯한 고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나무는 수백 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굵기를 자랑했다.윤태호는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살폈다.[산림 보호, 벌목 금지][보호 구역 출입 금지]가끔 이런 경고판이 눈에 띄었다.“여기가 설화산 금지구역인가?”윤태호가 묻자 당영곤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아직 도착 못 했어. 조금 있으면 금지구역 안으로 들어가게 될 거야.”그들은 계속 산을 올랐다.반쯤 올라갔을 무렵 윤태호는 앞쪽에 높이가 3m가 넘는 철조망이 설치된 것을 발견했다.철조망 위에는 감시 카메라가 달려 있었고 고압 전류까지 흐르고 있었다.당영곤이 말했다.“철조망 안쪽부터가 금지구역이야.”당영곤의 안내에 따라 철조망을 따라 잠시 걷자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철조망 앞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들 뒤편의 철조망은 누군가 절단기로 자른 듯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수장님.”두 남자는 당영곤을 보자 즉시 경례했다.“수고했어.”당영곤도 군례로 답한 뒤 철조망의 구멍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뒤가 바로
‘도대체 어떤 일이기에 당영곤이 직접 나를 불러낸 걸까? 명왕전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란 말인가?’윤태호의 마음속은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차는 계속 앞으로 달렸다.30분쯤 지나자 차는 도심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었다.길 양옆으로는 여러 가지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통행하는 차량이 드물다 보니 들꽃들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었다.곧 끝없이 이어지는 산맥이 시야에 들어왔다.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산자락에는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 초록빛, 노란빛, 붉은빛이 물든 나뭇잎들은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고, 수림은 마치 길게 펼쳐진 그림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윤태호는 절로 마음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그때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던 장미진인이 눈을 뜨더니 창밖을 바라보며 멀리 보이는 산맥을 가리켰다.“저곳이 설화산이야. 설화산은 호국 10대 명산 중 하나이자 거대한 용맥이 흐르는 곳이지. 수나라 황실에서는 이곳을 성산이라 불렀고 강현제, 성문제, 문효제를 비롯한 임금들도 직접 이곳을 찾아 제례를 올렸을 정도야. 이 산은 규모도 엄청나지만 안에는 수많은 보물이 숨겨져 있어서 신비한 전설이 끊이지 않았어.”운전하던 기사가 말을 받았다.“진인님 말씀이 맞아요. 산속에는 정말 귀한 것들이 많지요. 백 년 묵은 산삼이나 영지버섯은 물론이고 호랑이 같은 희귀 동물도 살고 있어요.”기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아, 두 분은 황금성 이야기를 들어보셨어요?”장미진인의 눈에 순간 빛이 스쳤다가 금세 사라졌다.윤태호가 물었다.“황금성이라고요?”기사가 말했다.“제가 어릴 적 마을 어르신들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설화산 깊은 곳에 황금으로 만든 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 가치가 상상을 초월한다더군요.”“건국 초기에는 국가에서 고고학 조사팀을 조직해 설화산 깊숙이 들어가 황금성을 찾으려 했어요. 그런데 결국 조사팀은 단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어요. 산 사람도 없고 시신도 없었죠.”“황금성이 실제로
“괴이한 사건이라니?”“말로는 다 설명하기 어려워. 설화산에 오면 알게 될 거야. 일단 시간 좀 내줄 수 있겠어?”윤태호가 답했다.“이미 동북에 도착했어.”“그래? 군신께서 벌써 연락했나?”“아니야. 개인적인 일로 왔어. 영곤아, 정확한 위치를 보내줘. 진인님과 함께 그리로 갈게.”“장미진인도 왔다고? 다행이네. 이번 일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 지금 어디야?”“방금 비행기에서 내렸어.”“공항에서 기다려. 바로 사람을 보낼게.”당영곤은 전화를 끊었다.장미진인이 물었다.“당영곤인가? 무슨 일인데?”윤태호는 숨김없이 말했다.“설화산에 괴이한 일이 생겼다고 도움을 요청하더군요.”‘설화산이라니?’장미진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윤태호는 불안감에 찬 눈빛을 한눈에 알아봤다.“진인님, 우리가 갈 목적지도 설화산인데 거기서 괴이한 일이 터졌다네요. 혹시 진인님이 하려는 그 큰일과 관련 있는 거 아니에요?”윤태호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몰라. 가서 직접 보는 수밖에.”사실 장미진인도 당영곤이 말한 괴사건이 자신의 계획에 차질을 줄까 봐 불안했다.공항 밖에서 20분 정도 기다리자 군 번호판을 단 지프차 한 대가 다가왔다. 운전석에는 위장복을 입은 청년이 앉아 있었다.“윤태호 선생님, 진인님. 수장님의 명을 받고 모시러 왔습니다. 타시죠.”“고마워요.”윤태호는 장미진인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차 안에서 윤태호가 물었다.“여기서 설화산까지 얼마나 걸리죠?”“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운전병이 앞을 보며 답했다.“두 시간 정도 예상합니다.”‘젠장, 두 시간이 걸리는데도 안 멀다고?’장미진인이 팔꿈치로 윤태호를 툭 치며 눈짓을 보냈다.윤태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병에게 물었다.“영곤이한테 들었는데 설화산에 아주 기이한 일이 생겼다며? 정말이야?”운전병의 표정이 굳어졌다.“설명 좀 해봐.”“죄송합니다. 선생님, 수장님의 명령 없이는 누설할 수 없습니다.”장미진인이 혀를 찼다.“이 녀석이 눈치
윤태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누군가 의도적으로 자신과 임다은의 시간을 방해하고 있었다.범인이 누구인지는 굳이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윤태호는 조용히 천안을 열고 벽 너머 복도를 바라봤다.그곳에는 손주희가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커피 한 잔을 들고 서 있었다.바로 그 순간 윤태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당장 다은 누나 사무실 밖의 사람들을 치워. 그러지 않으면 당장 이 회사에서 쫓아낼 줄 알아.”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손주희는 화들짝 놀라 고양이 앞에 선 쥐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어디에도 윤태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뭐지? 잘못 들었나?’그녀가 의아해하는 순간 윤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귀먹었어? 다은 누나 문 앞에 있는 이놈들을 당장 치우라고.”이번에는 훨씬 선명했다.윤태호는 전음입밀의 공력을 사용해 계속해서 쏘아붙였다.손주희는 이제야 확실히 윤태호의 목소리라는 걸 알아차렸지만 여전히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당황하며 물었다.“어디 있어?”“내가 어디 있는지는 상관없어. 손주희, 딱 5초 준다. 당장 저놈들을 쫓아내지 않으면 오늘 밤 네 방으로 쳐들어가서 본때를 보여줄 테니까.”“망할 놈.”손주희는 욕설을 내뱉고는 사무실 앞 사람들을 향해 퉁명스럽게 말했다.“다들 돌아가세요. 임 대표님께는 내일 다시 오시고요.”총무부의 조 과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손 비서님, 직접 대표님을 찾아오라고 하신 건 비서님이시잖아요. 왜 갑자기 가라는 거죠?”‘역시 네가 꾸민 일이야.’윤태호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순간 손주희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마치 옷을 벗고 한겨울 바람을 맞는 기분이었다.“임 대표님께서 지금 중요한 업무를 처리 중이시니 모두 돌아가세요.”손주희가 정색하며 몰아세우자 사람들은 그제야 흩어졌다.사무실 안, 임다은의 불쾌한 기색을 살핀 윤태호가 부드럽게 말했다.“다은 누나, 이제 계속할까? 더는 방해할 사람은 없을 거야.”임다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윤태호는 몇몇 여인 중에서 임다은과 함께 있을 때를 가장 좋아했다.임다은은 그의 앞에서 투정 부리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자신에게 무엇이든 맞춰주면서도 때로는 놀라움을 선사했다.한 번의 눈빛, 몇 마디 말로도 그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었다.윤태호는 그녀와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즐거웠다.임다은의 말을 들은 윤태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그는 재빨리 고개를 숙여 임다은에게 입을 맞추려 했다. 임다은은 눈을 감고 윤태호의 손길을 기다렸다.똑똑.갑자기 문밖에서 들려온 노크 소리에 그들의 아름다운 시간은 방해받았다.“누구세요?”임다은이 소리쳤다.“임 대표님, 저예요.”밖에서 손주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에요?”“아까 회의 기록을 회의실에 두고 나왔어요.”임다은이 고개를 들었다. 회의 테이블 위에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잠시만요.”임다은은 윤태호의 품에서 빠져나와 말했다.“들어와서 직접 가져가요.”문이 열리고 손주희가 들어왔다. 그녀는 임다은과 윤태호를 빠르게 훑어보고는 노트북을 챙겨 나갔다.임다은은 다시 윤태호의 무릎 위에 앉아 애교스럽게 물었다.“자기야, 나 보고 싶었어요?”“응.”윤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얼마나?”임다은이 파고들었다.“아주 많이.”윤태호가 대답했다.“그래?”임다은이 웃으며 물었다.“백아윤 씨가 그러는데 집에 젊고 예쁜 여자 두 명을 데려왔다면서? 혹시 그 여자들이랑 바람피웠어?”‘아윤 누나가 이 얘기를 했단 말이야? 아윤 누나도 이젠 고자질하네. 안되겠어. 나중에 단단히 손봐줘야지.’임다은이 웃으며 말했다.“백아윤 씨가 이 얘기를 할 때 엄청 질투하더라. 분명히 화났어.”윤태호가 말했다.“별거 아니야. 그냥 동료일 뿐인데...”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다은의 손가락이 윤태호의 입을 막았다.“난 너를 믿으니 설명할 필요 없어. 게다가 난 옹졸한 사람이 아니야. 만약 정말 좋아한다면 난 신경 안 쓸 거야.”윤태호가 감격하며 말했다.“다은 누나, 고마워.”“알잖아. 난 말로만
“임 대표님 의료 미용 시장이 성장세인 건 사실입니다만 경쟁도 매우 치열합니다. 저희가 해본 적 없는 분야라 무턱대고 진출했다가는 리스크가 큽니다.”“맞아요. 저희는 미용 시장에 전혀 경험이 없으니 신중해야 합니다.”“임 대표님, 다시 한번 고려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회사 임원들은 대부분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주희 씨 의견은 어때요?”임다은이 손주희에게 물었다. 손주희가 말했다.“사회 발전과 함께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외모에 더 신경 쓰는 시대죠. 미용 산업이 유망하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임 대표님께서 미용 산업에 진출하고 싶어 하시는 건 지지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장에서 인정받는 제품이 필요해요.”“어떤 회사든 돈을 벌려면 제품이 없이는 안 되죠. 우리가 연구 개발할 제품은 효과도 좋아야 하지만 시장에서 독보적이어야 해요. 가능하면 브랜드를 구축해야 하죠. 마치 에스티 로더의 에센스, SK-II의 피테라 에센스, 시세이도의 파워 세럼, 랑콤의 제니피끄 같은 제품처럼 말이에요.”“하지만 제품 개발 비용이 엄청나고 언제 개발될지도 불확실합니다. 효과는 시장의 검증을 거쳐야 하고요. 시간, 개발 비용 모두 만만치 않아요. 제 생각에는 당분간 미용 산업 진출은 보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손주희는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결국 결론은 반대였다.임다은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윤태호에게 물었다.“넌 어떻게 생각해?”윤태호가 웃으며 대답했다.“난 누나를 지지해.”임다은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역시 윤태호는 무조건 자신을 지지해 줄 거로 생각했다.손주희는 눈썹을 찌푸렸다.“입으로만 지지하는 게 무슨 소용이죠? 미용 산업에 진출하려면 제품이 필요한데요.”“제품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윤태호가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아마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저는 의사예요.”모두 고개를 끄덕였다.“제게 흉터 제거에 특효인 처방이 하나 있어요. 고서에 있는 오래된 처방인데 일반적인 흉
장미진인은 애초에 대비하고 있었다. 고대 시체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걸 본 순간, 장미진인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저건 전투력이 하늘을 찌르는 수준인 시왕이었다.장미진인이 전성기였다고 해도 저런 놈은 이길 수 없었다.“빨리 나가!”장미진인은 동굴 입구 쪽으로 달려가며, 윤태호와 수생에게 큰소리로 외쳤다.수생은 겁에 질려 멍해진 채 고대 시체만 바라봤다. 도망치려 해도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꼼짝도 할 수 없었다.윤태호는 수생 어깨를 확 잡아채고, 그대로 입구 밖으로 전력 질주했다.눈 깜짝할 사이 두 사람은 입구에 도착
돌벽에 새겨진 글자를 본 윤태호는 마음속 깊이 충격을 받아 한마디 감탄했다.“장도성이 천 년 전에 우리가 여기에 올 것을 예측하다니... 진정한 신선이네요!”“너도 장도성이 누군지 모르니?”장미진인이 자랑스럽게 말했다.“장도성은 우리 호용산의 창교자일 뿐만 아니라 호용산에서 유일하게 승천하여 신선이 된 분이시다.”“사숙님, 세상에 정말 신선이 있나요?”수생이 물었다.“만약 신선이 없다면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 전설은 어디에서 왔겠냐?”장미진인이 말했다.“나는 선조님께서 신선이 되셨다고 확신한다.”“진인님,
“걱정하지 마세요. 몸에 난 상처는 다 치료했습니다. 지금 남은 건 머리 쪽 상처 하나뿐이에요. 가만히 누워 계시면 제가 마무리할게요.”윤태호는 그렇게 말하며 흉터 제거 부적 한 장을 그렸다.그러자 운전기사의 이마에 난 깊은 상처가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다.그 장면을 본 주변 사람들은 너무 놀라 입을 떡 벌렸다.“세상에... 눈 깜짝할 사이에 상처가 없어졌어. 흉터도 안 남았잖아.”“이 정도면 의사가 아니라 신선 수준 아닌가?”“아까만 해도 거의 죽기 직전이었는데... 진짜 천운이다.”“이게 바로
은빛은 순식간에 스쳐 사라졌다.윤태호가 자세히 보기도 전에 그 은빛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진인님, 방금 뭘 발견했어요?”윤태호가 물었다.“물속에 뭔가가 있었어.”장미진인이 말했다.“그게 뭔지 똑똑히 봤어요?”윤태호가 다시 물었다.장미진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무 빨라서 자세히 보지 못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수생도 다가와 그들과 함께 서서 물웅덩이 안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꼬박 3분 동안이나 기다렸다.스윽.또 하나의 은빛이 스치듯 지나갔다.이번에는 윤태호가 대비하고 있었지만 그 은빛의 속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