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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Author: 호안난어
“별일 아니잖습니까. 그냥 농담이었는데...”

“앞으로 절대 하지 마세요.”

당영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한유가 알게 되면 수장님도 윤태호 씨를 지킬 수 없습니다.”

윤태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 해커 한유라는 여자가 도대체 어떤 배경일까?’

“백경수, 알죠?”

당영곤이 엉뚱한 이름을 꺼냈다.

“들어본 적 있어요.”

“그 자, 예전에 한유에게 비슷한 농담을 했다가 공개석상에서 팔 하나가 잘려 나갔어요.”

“윤태호 씨가 백경수보다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면 한번 해보시든가.”

윤태호는 크게 놀랐다.

백경수조차 건드리지 못하는 인물이라니, 한유는 대체 뭘까?

“맞다, 백경수가 소진구랑 같이 ‘현세 양대 강자’라 불린다던데 사실입니까?”

“사실이에요.”

당영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백경수가 무공까지 익혀 실력이 소진구만큼 강하다면 소진구가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윤태호가 눈을 크게 떴다.

“그 정도로 대단합니까?”

“내가 직접 겪어봤습니다.”

당영곤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 자는 윤태호 씨보다 키도 크고 잘생겼고 돈도 많고 집안도 좋아요. 해정에선 모두가 백경수를 ‘유일공자’라 부릅니다. 비교하면 윤태호 씨는 하늘의 별빛과 맞서는 땅의 반딧불 같죠.”

윤태호가 시무룩해졌다.

“혹시 기 죽이는 게 취미세요?”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난 오히려 윤태호 씨가 더 마음에 들어요.”

윤태호가 코웃음을 쳤다.

“아, 붉은 꽃엔 푸른 잎이 있어야 빛난다는 거군요. 저 같은 백 없는 놈 옆에 있으면 참모님 배경이 더 빛나 보이겠네요.”

당영곤이 눈을 치켜뜨며 불만 섞인 표정을 지었다.

“내가 곁에 있는 이유는 윤태호 씨가 백경수보다 훨씬 ‘진짜’ 같기 때문입니다.”

“진짜?”

윤태호가 의아해했다.

“백경수는 겉으론 젠틀하고 친절하지만 속은 음험하고 잔혹합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죠. 그게 가장 무섭습니다.”

당영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웬만하면 백경수와 엮이지 마세요.”

윤태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엮이지 말라니...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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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528화

    미주 군사지역에서 공항까지는 약 30분 거리.차 안, 운전대를 잡은 당영곤이 말을 건넸다.“뒷좌석에 가방 하나 있어요. 생활용품 챙겨뒀습니다.”“필요 없습니다.”윤태호는 단칼에 거절했다.그에겐 48시간뿐이라 생활용품 따위는 짐일 뿐이었다.당영곤은 고개만 끄덕이고는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백금 반지를 꺼내 내밀었다.“갑자기 반지는 왜요? 설마 절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윤태호가 슬쩍 몸을 빼며 농담을 던졌다.“난 정상 취향이니까 그런 소리는 집어치워요.”당영곤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이건 무기입니다.”“무기?”윤태호의 눈이 가늘어졌다.“반지 안에 나노 폭탄이 장착돼 있어요. 일정 압력이 가해지면 폭발합니다. 위력은 수류탄 한 발 정도고 공항 검색대나 스캐너는 절대 못 잡아내죠.”“오호... 흥미로운데.”윤태호는 낄낄 웃으며 반지를 왼손 새끼손가락에 끼웠다.잠시 후, 당영곤이 또 다른 물건을 꺼냈다. 평범한 선글라스였다.“이건 뭐예요? 설마 이것도 폭탄은 아니겠죠?”“무기는 아니고 투시 기능이 있어요. 10미터 이내는 완벽히 볼 수 있죠. 우리 군에서 막 개발한 신형 장비라 일반인은 절대 손에 못 넣습니다.”윤태호는 피식 웃었다.‘천안에 비하면 장난감이지. 다만 내력 소모가 문제라...’“이 선글라스엔 두 가지 추가 기능이 더 있어요.”당영곤이 설명을 이어갔다.“첫째, 위치 추적. 어디에 있든 좌표가 실시간으로 잡힙니다. 둘째, 음성 통신. 오른쪽 프레임에 있는 검은 나사머리를 누르면 한유와 연결됩니다.”윤태호는 선글라스를 집어 들고 나사 부분을 살폈다.겉보기엔 그저 작은 나사였을 뿐, 통신 스위치 같아 보이진 않았다.“진짜로 한유 씨랑 연결된다고요?”“네.”당영곤이 단언했다.윤태호는 곧장 선글라스를 쓰고 나사를 눌렀다.“여보세요, 들리십니까?”그 순간, 귀를 간질이는 듯 맑고 따뜻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안녕하세요, 한유입니다.”살랑이는 바람 같은 음성에 윤태호의 마음이 저릿하게 흔들렸다.‘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527화

    “군법으로 처형한다. 그 자리에서 총살이다!”군신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알겠습니다.”윤태호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군신은 잠시 윤태호를 똑바로 바라보다가 마지막으로 말을 남겼다.“윤태호, 무사히 돌아오기만 하면 내가 반드시 네 공을 청해 올리겠다.”그 말을 끝으로 대형 스크린은 ‘퍽’ 소리를 내며 꺼졌다.군신이 접속을 종료한 것이다.회의실에 정적이 감돌자 당 어르신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윤태호, 이번 임무는 당영곤과 한유가 원격으로 도와주겠지만 나와 반 장로도 지원할 거다. 임무와 관련된 건 뭐든 부담 없이 요구해도 된다.”윤태호는 곧장 입을 열었다.“그 연구원에 대한 자료가 필요합니다.”“이미 준비해놨다.”당영곤이 두툼한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윤태호가 받아 들여다보니 봉투 오른쪽 상단에는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절대기밀. 그는 봉투를 거칠게 찢어 열었다.제일 먼저 나온 건 한 장의 사진.안경을 쓴 청년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하얀 피부와 단정한 인상, 누가 봐도 문약한 학자였다.“실종된 연구원이 이 사람입니까?”윤태호가 물었다.“맞아, 이 사람이야.”당영곤이 짧게 답했다.윤태호는 눈빛을 좁혔다.그의 상식으로 연구원이라 하면 최소 마흔은 넘어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사진 속 청년은 서른도 채 안 되어 보였다.자료를 펼치자 이름이 선명히 적혀 있었다.조유찬.남, 29세.바리엘대학 졸업.물리학 전공.현대 과학계가 주목하는 젊은 연구원.출생부터 실종 직전까지의 기록이 빼곡하게 정리돼 있었고 윤태호는 무려 30분을 들여 자료를 읽어 내려갔다.그동안 당 어르신, 반경민, 당영곤 셋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기다렸다.마침내 서류를 덮은 윤태호가 고개를 들었다.“조유찬이 대진에서 어떤 행적을 보였는지, 상세한 자료도 있습니까?”“있다.”당영곤이 곧바로 두 개의 파일을 꺼내놓았다.“이건 조유찬의 대진 내 활동 기록, 또 하나는 명왕전 정보팀의 분석 보고서다.”윤태호는 다시 자료를 펼쳤다.보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526화

    ‘사십팔 시간...’군신이 주는 시간은 오직 사십팔 시간뿐이었다. 윤태호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이건 결코 단순한 임무가 아니었다.그는 그 연구원의 신상조차 알지 못했고 그것도 낯선 이국 땅에서 수행해야 하는 작전이었다.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군신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만약 그 시간 안에 연구원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 호국은 전시 태세에 돌입한다. 전쟁 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순간,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러니 네게 주어진 시간은 단, 사십팔 시간이다.”군신은 윤태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윤태호, 이 중책을 맡길 수 있겠나? 감당할 수 있겠어?”윤태호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군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수장님,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군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좋다. 네 임무 완수를 위해 두 명의 조수를 붙여주겠다.”“한 명은 명왕전 최고의 해커, 코드네임 한유. 곧 접촉해 올 거다.”“그리고 또 한 명은 바로 네 곁에 있는 당영곤이다.”“...당영곤?”윤태호는 곁눈질로 당영곤을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수장님, 당영곤... 믿을 만한 겁니까?”그 말에 당영곤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파랗게 변했다.군신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아꼈다.“아직 모르고 있었군.”윤태호가 고개를 저었다.군신은 미소 섞인 시선으로 당 어르신을 바라봤다.“자네가 직접 말하게.”당 어르신이 천천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당영곤은 명왕전의 부참모장이자 내 손자다.”‘젠장, 군 2세였어?’윤태호는 급히 일어나 당영곤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이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흥.”당영곤은 손을 툭 뿌리치며 대놓고 불쾌함을 드러냈다.군신이 다시 입을 열었다.“명심해라. 당영곤이든 한유든, 둘 다 호국에 남아 원격으로만 지원할 수 있다. 대진에는 함께 갈 수 없어.”“즉, 이번 임무는 네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작전이지.”회의실 안의 공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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