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혁이... 비켜줬다고?!임유진은 놀라움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봤다.그 순간, 강지혁의 부하들이 원래 설치되어 있던 도로 차단 장치까지 치우자, 라온시로 향하는 길이 눈앞에서 막힘없이 열렸다.임유진은 믿기지 않는 눈으로 천천히 몸을 돌려 한쪽에 서 있는 강지혁을 바라봤다.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 표정도 없었다. 그녀를 향한 시선조차 감정이 섞이지 않은 듯, 차갑게만 느껴졌다.임유진의 가슴이 아릿했다.그녀는 입술을 떨며 입 모양으로만 조용히 말했다.“혁아... 미안해...”그리고 임유진은 속도를 올렸고, 차는 고속도로로 돌진했다.강지혁은 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차갑게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손을 천천히 들어 가슴에 올렸다.‘여기... 이렇게 아픈 거구나...’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기분이 이런 거였을까?한때 그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배신당했듯, 이제 자신도... 임유진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임유진은 고통을 느낄 새 없이 운전에만 집중하며 라온시로 향했다.하지만 문득, 강지혁이 마지막으로 바라봤던 그 눈빛이 떠올랐다. 차갑고도, 마치 그녀가 끝까지 그를 상처 입혔다는 듯한 눈빛이었다.‘혁아... 이번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제발...’그녀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쳤다.차는 마침내 라온시의 제1병원에 도착했다.임유진은 그제야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음을 깨달았다.그녀는 애써 눈물을 닦아내고, 권건우와 함께 사모님을 부축해 응급실로 들어갔다.그리고 의사들이 사모님의 초기 진단을 진행하는 동안, 권건우가 조심스레 말했다.“유진아... 이번에는 네 덕분이야. 그런데, 지금 네가 강지혁과 이렇게 되어 있는 상황을 보면... 너는...”“사부님, 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제가... 혁이에게 잘 설명해서, 용서를 구할 거예요.”임유진은 권건우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마음속은 여전히 불안했다.‘혁이가 날 용서할까?’강지혁은 이미 그녀에게 기회를 줬었다. 고속도로 입구에서, 그녀가 돌아
그건 강지혁이 양보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임유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만약... 내가 안 따라가면 어떻게 돼?”강지혁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목소리는 한층 더 차가워졌다.“정말... 생각 다 해봤어?”“혁아, 사모님 지금 상태...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꼭 라온시로 모셔가야 해. 안 그러면 정말 돌아가실 지도 몰라! 나는 그렇게 보고만 있을 수 없어!”임유진은 고통스러운 마음을 애써 담아 내뱉었다.“그러니까... 넌, 나를 계속 다치게 하겠다는 거지?”강지혁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스쳤다.“미안해... 미안해...”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었다.그리고 그녀는 더 이상 그의 눈을 마주치기 두려운 듯, 몸을 돌려 급히 차로 돌아가 시동을 걸었다.사모님을 반드시 모셔가야 했다. 이대로 두면 사모님이 위험하니까!“유진아, 우리 정말 떠날 수 있을까?”권건우가 조심스레 물었다.“한 번 해볼게요.”임유진이 말했다.사실 그녀도 자신이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입구에는 강지혁이 서 있을 뿐 아니라, 도로를 막는 장치들도 설치되어 있었다.‘정말로 뚫고 나갈 수 있을까?’그때 강지혁은 그저 제자리에서 서서, 차 유리 너머로 임유진을 차갑게 바라보고 있었다.임유진이 시동을 거는 동안에도 그는 꼼짝하지 않았다.‘가, 가라, 혁아... 제발 비켜!’임유진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쳤다.사모님을 라온시로만 모실 수 있다면, 모든 걸 바쳐서라도 용서를 구할 생각이었다.이번 한 번만, 딱 이번 한 번만!그 뒤로는 절대 강지혁을 다시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차량이 점점 강지혁에게 가까워지면서, 임유진은 몸 전체가 긴장감으로 굳어져갔다.그 순간, 강지혁 곁의 몇몇 부하들이 차 앞으로 막아서려 했지만, 강지혁은 차갑게 호통쳤다.“누구도 앞에 서지 마!”강지혁의 단호한 목소리에 부하들은 결국 꼼짝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강지혁은 마치 임유진의 행동을 시험하려는 듯, 차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아니야, 내가 이렇게 한 것도... 이유가 있어...”임유진이 겨우 말을 꺼내려 했지만, 강지혁은 손가락으로 그녀 입술 위를 살짝 눌러 말을 막았다.그리고 그가 다른 손으로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바로 작은 종이 한 장과 약병 하나였다.임유진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그 작은 종이는 그녀가 강현수에게 받은 부적이었다.부적에 적힌 주소 덕분에 권건우와 사모님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고, 약병 안에는 그녀가 청경채 소고깃국에 넣었던 수면제가 담겨 있었다.그런데, 원래 자고 있어야 할 강지혁이... 어떻게, 이렇게 눈앞에 나타난 거지?“유진아, 너... 넌 네 사모님을 위해 강현수가 남긴 인맥을 활용했고, 사모님을 위해 나한테 약을 탔고... 이게 네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야?”강지혁은 손에 든 부적과 약병을 살짝 돌리며 말했다.임유진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고, 목은 뜨겁게 타올랐다.그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걸...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이 모든 게 그의 계획 속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약병 속 약은 내가 이미 비타민으로 바꿨어. 그러니까 네가 원하는 대로 잠들지도 않았고, 오늘 너를 도우려던 사람도...”강지혁이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임유진은 그제야 눈치챘다.오늘 밤 그녀를 도우려던 사람은 그 옆에 서 있었지만, 명백히 구속된 상태라 움직일 수 없었고 그저 당황과 난처함이 뒤섞인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계획이 전부 들통난 지금, 강지혁을 건드린 것만으로도 곤란하고, 강현수 쪽에도 설명이 어렵게 되어 있었다.“넌 처음부터 내가 하려던 걸 다 알고 있었던 거야?”임유진은 목이 쉬어 간신히 말했다.“응.”강지혁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왜 그냥 두고, 처음부터 말하지 않은 거야? 왜 기다린 거야?”임유진이 물었다.강지혁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그녀 뺨을 살짝 스치며 그녀의 머리카락 한 올을 귀 뒤로 넘겼다.그건 평소처럼 자연스러운 손길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그리고 몸을 살짝 숙인 채, 낮고 차가운 목소
임유진은 핸들을 잡은 손바닥에 차가운 땀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다시 운전을 시작한 이후, 이렇게 심장이 뛰고 마음 한켠이 불안으로 가득 찬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혁이가... 나를 용서할까?’강지혁은 분명히 말했었다. 누구든 자신을 배신할 수 있지만, 단 한 사람, 임유진만은 절대로 배신하면 안 된다고.그런데 지금, 그녀는 바로 그 일을 하고 있었다.게다가 사모님을 위해서, 강지혁에게까지...임유진은 강지혁이 그녀가 만든 청경채 소고깃국을 한 입 한 입 먹던 모습, 그리고 침대에 무겁게 누워 있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또 한 번 시큰하게 아려왔다.‘아니야,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그녀는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단단히 다짐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승님과 사모님을 S 시에서 무사히 벗어나게 하는 것.이제 고속도로 입구만 통과하면, 이전에 스승님과 사모님의 위치를 알려준 사람이스승님과 사모님을 안전하게 라온시로 연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차량은 점점 고속도로 입구에 다가갔고, 임유진의 눈에는 이미 너무 익숙한 글자가 선명하게 들어왔다.그러나...차가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차량 앞 유리 너머로 너무나 익숙한 한 실루엣이 시야에 들어왔다.결국, 그녀는 얼어붙었다. 그녀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천천히 떼고, 핸들을 잡은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차가 그 실루엣과 충돌할 듯 다가오자, 임유진은 정신이 번쩍 들며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차는 멈췄지만, 그녀는 여전히 굳은 몸으로 차 밖에 서 있는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혁이가 어떻게 여기에... ? 아... 아직 자고 있어야 하는데?!”사실 임유진은 강지혁의 소고깃국에 일정량의 수면제를 넣었었고, 강지혁은 최소 8시간 동안은 깨어나지 않아야 했다.임유진의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고, 이전부터 사라지지 않던 불안감은 마치 이제야 결말을 맞은 듯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그리고 뒷좌석에 앉아 있던 권건우도 차창 너머로 고속도로 입구를 바라보았다. 라온시로 향하는 고속도
“사모님, 먼저 병원에 가세요. 열이 내리면 그때 가서 혁이에게 직접 물어보시면 돼요. 알겠죠?”임유진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좋아... 좋아, 나... 나 그때 직접 물어볼게...”사모님은 중얼거리듯 말한 뒤,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임유진은 권건우와 서로 눈빛을 교환한 뒤, 사모님을 등에 업고 아파트를 나섰다.하지만 아파트를 벗어나자마자, 권건우 부부를 지키던 강지혁 측 경호원들이 또다시 그들을 막았다.“권 변호사님은 떠나실 수 있어도... 권 변호사님 아내분은... 회장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어요!”경호원 중 한 명이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당장 사모님을 병원으로 모셔야 해요. 모두 길을 비켜 주세요!”하지만 임유진은 단호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그러나 그들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사모님, 이러시면 제가 난감합니다!”그럼에도 임유진은 한 걸음 한 걸음 강하게 앞으로 나아갔다.“당신들도 알잖아요. 제가 사모님을 모시는 사람이고, 저는 강지혁 회장님 댁의 안주인이에요. 지금 제가 사모님을 모셔가는 데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은 모두 제가 집니다. 하지만 계속 막는다면, 제 사모님에게 어떤 일이 생기면 여기 있는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한 번 시험해 보시겠어요?”임유진은 날카로운 경고를 날렸다.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경호원들은 결국 한 발 뒤로 물러났고, 임유진과 권건우 부부는 무사히 길을 나설 수 있었다.세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한 경호원이 급히 강지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잠시 후 얼굴을 굳히며 전화를 내려놓았다.“무슨 일이야? 회장님 쪽에...?”“전화가 연결되지 않아.”전화를 건 경호원이 말했다.그 사이, 임유진은 사모님과 권건우를 차에 태우며 말했다.“스승님, 지금 바로 라온시로 돌아가시죠.”“뭐라고?!”권건우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스승님과 사모님은 일단 먼저 라온시로 돌아가 계세요. 제가 S 시 고속도로 입구까지 모셔다드리면, 거기서 다시 라온시로
이번에 임유진은 운전기사를 부르지 않고 직접 차를 몰고 혼자 목적지로 향했다.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강지혁 측 경호원들은 그녀를 보고 다소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사모님, 여기까지 어떻게...?”“제가 스승님, 사모님을 뵈러 왔는데, 그게 문제라도 되나요?”임유진이 반문했다.“하지만, 회장님께서...”“혁이가 스승님과 사모님이 여기 계시다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이곳을 찾아왔겠어요? 비켜요!”임유진은 단호하게 소리쳤다.임유진의 목소리에 경호원들은 그녀가 강지혁 회장 마음속에서 어떤 위치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말없이 길을 비켰다.임유진은 허름한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다. 침대 옆 의자에 앉아 한 손으로 사모님의 손을 꼭 잡고 머리를 떨군 채 극도로 지쳐 보이는 권건우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침대에 누워 있는 사모님은 잠든 듯 보였지만, 불안하게 뒤척이며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사모님은 가쁘게 숨을 쉬며, 이마 위 머리카락에는 땀이 흠뻑 젖어 있었다.임유진은 한걸음에 다가가 사모님의 이마에 손을 댔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열기는 놀라울 정도로 뜨거웠다.그 순간, 권건우가 놀라 깨어났다.“유진아? 너... 어떻게 여기까지...?”권건우가 더듬거리며 말했다.“길게 설명할 순 없어요, 스승님. 지금 바로 사모님을 병원에 모셔다드릴게요.”임유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지금 병원에 가지 않으면 사모님의 상태는 점점 악화될 게 분명했다.그러자 권건우가 급하게 물었다.“그... 강지혁이 네 사모님을 용서하신 거야?”임유진은 고개를 저었다.권건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사모님께서는 절대로 여기서 나오지 않으려 하실 거야. 네 사모님 말씀이, 강지혁이 용서하지 않으면, 여기서 병으로 죽는다 해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하셨거든.”역시 예상대로였다. 임유진은 전부터 짐작했던 대로 상황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그럼 스승님, 정말 사모님이 돌아가시는 걸 그저 지켜보실 생각이세요?”“그... 나는 당연히 원하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