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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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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79화
한지영은 요즘 하루하루 꽤 여유롭게 지내고 있었다. 낮에는 부모님과 함께 S 시를 돌아다니며, 마치 여행 온 듯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한지영은 미리 여행 코스까지 계획해 부모님에게 안내하기도 했다.그저 지금은 임신 중이라 무리를 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S 시의 모든 관광지를 부모님과 함께 구석구석 돌아다녔을 것이었다.한편, 백연신의 사무실은 이제 한지영에게 낯설지 않은 공간이 되었다. 더 이상 누가 막지도 않았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자유로웠다.“사모님, 회장님께서 지금 안에서 회의 중이십니다. 만약 오셨다면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 기다리시면 된다고 하시네요.”비서가 말했다.한지영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하자, 연우진에게서 온 전화였다.생각해보니, 한지영은 한동안 연우진과 통화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S 시에 백연신을 만나러 오기 며칠 전, 잠깐 톡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연우진은 그녀가 백연신과 빨리 화해하길 바란다고도 했었다.“우진 씨, 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평소대로라면 이 시간은 연우진의 근무 시간이었기에, 한지영은 왠지 신경이 쓰였다.“그냥...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백연신 씨랑 화해했는지 궁금해서요...”연우진의 목소리는 다소 건조하게 들렸다.“글쎄요... 아마 화해했다고 할 수 있겠죠...”한지영이 대답했다.“그렇다면... 그럼...”연우진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분명 무언가 말하려다 만 사람 같았다.“왜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말해요.”한지영이 말했다.“우리 만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친구 아닌가요?”하지만 휴대폰 너메에서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그제야 연우진은 결심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지영 씨, 지영 씨는 참 좋은 여자예요. 난 절대 지영 씨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나... 나... 아무튼, 미안해요! 지영 씨, 정말 미안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연우진은 곧장 전화를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78화
“음... 역시 ‘정말 착하구나’!”임유진은 웃음을 터트렸다.현이는 겸이의 영상통화를 본 뒤, 울음을 터뜨리며 자기도 아빠와 해원이에게 영상통화를 하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다.“쉿, 우리가 여기 온 건 우리만의 작은 비밀이잖아. 전에 말했지, 아빠한테는 당분간 말 안 하기로 했다고. 이렇게 하자. 엄마가 집사님께 전화해서, 집사님이 해원이랑 네가 영상통화 하도록 해줄게.”임유진이 말했다.이곳에 온 일은 아이들과 미리 약속한 것이었다. 강지혁에게는 절대 알리지 않는 것.그리고 사모님의 진짜 신분... 사실은 아이들의 할머니라는 것도, 아이들이 좀 더 자랐을 때 이야기할 계획이었다.이 안에는 얽히고설킨 사연과 감정이 있어, 지금 당장 설명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잠시 후, 현이는 임유진의 휴대폰을 들고, 영상 너머의 해원이와 떠들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그 사이, 임유진은 율이에게 물었다.“혹시 누구랑 영상통화 하고 싶은 사람 있어? 음... 물론, 아빠는 제외야.”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특별히 통화하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사실 그는, 왜 겸이와 현이가 그렇게 신나서 통화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마치 영상 속 상대가 그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사람인 것처럼 보였지만, 그에게 진정 중요한 건 아빠와 엄마, 겸이와 현이뿐이었다.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밤이 되자, 임유진은 이미 깊이 잠든 세 아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강지혁에게 단 한줄, 메시지를 보냈다.[잘 있어요. 걱정하지 말고.]한편, 강씨 저택.강지혁은 휴대폰 속 그 짧은 메시지를 바라보며, 길고 곧은 손가락으로 화면 위 글자를 쓰다듬었다.“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어... 유진아, 빨리 돌아와. 보고 싶어.”그는 속삭이듯 혼자 중얼거렸다.그녀가 남긴 글자 하나하나에서,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따스함과 애틋함을 느꼈다.“잘 자.”그리고 그는 조심스럽게 내뱉었다. 화면 너머의 메시지에 입술을 가볍게 입 맞추며...잘 있어요. 걱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77화
“알아, 괜찮아!”사모님은 코끝이 시큰해지며 애써 말했다.“지금 이렇게만 해도, 나한테는 충분해. 지혁이가 날 용서하지 않더라도, 찾아오지 않더라도, 이제는 지혁이가 날 놓아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한테는 이미 큰 발전이야.”권건우가 아내의 어깨를 살며시 토닥이며 위로했다.“됐어, 이제 슬퍼하지 마. 오늘 유진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와 준 게 얼마나 기쁜 일인데!”“맞아... 맞아, 기쁜 일이야!”사모님은 얼른 마음을 다잡고, 얼굴에 웃음을 되찾았다.“며칠 동안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도 해주고, 라온시에서 놀러도 데리고 다녀야겠다.”세 아이는 각기 다른 성격을 지녔다. 현이는 사모님과 가장 가까워, 늘 사모님 주변을 맴돌았고, 반면 율이와 겸이는 거실 한쪽에서 비교적 조용히 있었다.엄밀히 말하면, 율이는 겸이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고, 겸이는 세상 모든 일과 무관한 듯 멍하니 있었다.임유진은 알고 있었다. 겸이는 어린 시절 겪은 경험 때문에 일반 아이들과 달랐고, 그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극복될 것이라는 걸.밤이 되자, 겸이가 임유진을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영상 통화.”임유진은 곧바로 이해했다. 겸이가 혈육 관계는 아니지만, 자신에게 특별한 누나인 하유은과 통화하고 싶다는 의미였다.“좋아.”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하유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하유은의 휴대폰은 임유진이 미리 사준 것이었고, 요금과 데이터도 충분히 충전해 두었다. 그렇기에 통화가 끊길 걱정은 전혀 없었다.화면 속 하유은이 나타나자, 원래 무표정하던 겸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생기를 띠었다.표정은 여전히 크지 않았지만, 눈빛 속에는 빛이 스며 있었다.임유진은 그런 겸이의 변화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하유은은 겸이의 과거 삶에서 유일하게 진심으로 그를 보호하고, 다정하게 대해 준 존재였다.그리고 겸이는 하유은을 마치 갓 태어난 새끼 새가 어미를 따르듯, 하유은을 의지했다.앞으로 이 두 아이가 어떻게 자랄지는 아무도 모른다.겸이가 하유은을 ‘누나’라고 부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76화
한편, 강씨 저택의 별채.강지혁은 아버지의 신줏단지를 바라보며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아버지, 죄송합니다. 평생 그 여자를 용서하지 않고, 죽음으로 죄를 갚게 할 줄 알았는데... 하지만 제가 유진이를 너무 사랑합니다. 유진이가 아프길 바라지 않아요. 그러니까, 아버지, 부디 용서해 주세요...”그는 향에 불을 붙이고 아버지 앞에서 세 번 깊이 절을 한 뒤, 향을 꽂고 몸을 돌려 별채를 나섰다.본채로 돌아오자, 집사가 보고했다.“회장님, 사모님께서 도련님과 아기씨들을 데리고 잠시 외출하신다고 하십니다.”“그래, 알겠어.”강지혁은 더 묻지 않았다.처음부터 그들은 약속했다. 그녀가 아이들을 데리고 그 여자를 만나러 가더라도, 그는 절대 알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그녀는 정말 그렇게 했다. 단지 ‘여행’이라고만 말했다.어쩌면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의 결말일지도 모른다고... 강지혁은 속으로 생각했다....한편, 한 유치원.아이들이 야외에서 뛰노는 시간이었다. 몇몇 아이들은 모여서 게임을 하고 있었지만, 유독 진해원만 작은 의자 위에 앉아 악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보아하니, 주변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진해원은 진지하게 악보를 살피고 있었다. 임유진이 현이와 율이를 라온시로 데리고 갔기에, 요 며칠 진해원은 혼자 유치원에 등원해야 했다.이 유치원에서는 누구도 그의 엄마가 전과자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아무도 그를 차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해원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그는 오직 현이 곁에 있고 싶었다. 그리고 진해원은 알고 있었다. 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의 피아노라는 사실을.현이는 늘 그와 함께 피아노를 치고 싶어 했고, 어려운 악보가 있으면 함께 연습하곤 했었다.예전에는 피아노가 어렵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를 가르친 선생님들도 늘 그를 천재라고 칭찬할 정도였으니까.하지만 현이와 함께 피아노를 치는 동안, 이상하게 두려운 감정이 스며들었다.현이의 악보 읽는 실력은 자신보다 나을 때가 많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75화
옆에 있던 정가연은 겸이 가 벌써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이, 이게... 겸이가 초등학교 1학년을 간다고요? 그럼 자칫하면 우리 유은이랑 같은 반이 되겠네요. 차라리 유은이를 전학시키는 게 어떨까요? S 시 외국어 초등학교가 이 근처에서 제일 좋은 학교잖아요...”정가연은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말 속뜻은 결국, 겸이와 하유은이 모두 외국어 초등학교에 다니게 만들고, 나아가 자기 아들까지 그곳에 다니게 하고 싶다는 얘기였다.“그때는 우리도 그냥 이사 가면 되잖아요. 외국어 초등학교 근처로 옮기면 애들 등하교도 훨씬 편할 테고, 우리도 돌보기가 수월해지고요. 그렇지 않으세요, 사모님?”임유진은 반쯤 웃는 얼굴로 정가연을 바라봤다. 속내가 뻔히 읽히지 않을 리 없었다.외국어 초등학교는 S 시에서도 귀족학교라 불릴 만큼 명성이 높았다. 웬만한 재벌 자제들이 다 그곳에 몰려 있었으니, 한 해 학비만 해도 수천만 원. 게다가 학교 근처 주택가는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있었다.정가연의 속셈은 뻔했다. 그 모든 비용을 임유진, 즉 강씨 가문이 대신 부담하라는 것이었다.“꼭 안 된다는 건 아니야. 이렇게 하지.”임유진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유은이랑 겸이의 학비는 내가 책임질게. 다만 외국어 초등학교 근처로 이사하는 건, 그쪽에서 먼저 확인해. 그 비싼 집값, 살 수 있거나 적어도 임대할 수 있는지부터.”기대에 부풀었던 정가연의 얼굴이 그 순간 굳어졌다. 당장 뭔가 씹은 듯한 표정으로 일그러졌다.임유진은 시선을 내리며 겸이를 바라봤다.“됐지? 네가 원한 건 내가 다 들어줬어. 이제 네가 나한테 약속한 건 뭐였더라?”“매일 누나랑 영상 통화하게 해줄 거죠?”겸이는 진지하게 되물었다.“당연하지.”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유은이도 내 번호 알고 있으니까, 네가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 걸 수 있어.”그제야 겸이는 살짝 손을 내밀었다.임유진은 그 손을 꼭 잡고는 그대로 하씨 가문을 벗어나려 했다.그때, 정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74화
그 소녀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임유진은 눈빛을 가늘게 좁히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그렇게 되면, 너도 결국 감옥에 다녀온 아이가 되는 거야. 탁윤이 엄마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거지만, 네 경우는 달라. 너는 정말로 협박죄로 잡혀가는 거지.”아무리 버릇없고 제멋대로 자란 아이라 해도, 아직은 겨우 아홉 살.순간 두려움이 스친 소녀는 발을 쿵쿵 굴리더니 씩씩대며 돌아서 도망쳤다.임유진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려 탁윤을 바라봤다.그의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윤아, 솔직히 말해봐. 내가 못 봤다면... 너, 정말 그 여자애 말에 따르려고 했던 거야?”탁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그것이 곧 대답이 되어버렸다.임유진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윤아, 언제 어디서든 절대 잊지 마. 너에겐 이 이모가 있어. 네가 엄마를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 나도 잘 알아. 하지만 넌 아직 어린아이야. 힘든 일이 생기면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나한테 말해. 우리 함께 엄마를 지키자, 알겠지?”탁윤의 눈가가 붉게 젖어 들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제 교실로 돌아가자.”임유진은 시계를 흘긋 확인했다. 교장과의 약속 시간이 거의 다가오고 있었다.탁윤은 몇 걸음을 옮기다 다시 멈춰 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이모, 오늘 있었던 일...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세요.”임유진은 잠시 눈길을 주다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비밀 지켜줄게.”...잠시 후, 교장실 앞.교장은 직접 나와 임유진을 반갑게 맞이했다.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교장이 이렇게까지 친절한 건 어디까지나 강씨 가문의 후광 때문이라는 걸.“뭐라고요? 다섯 살 난 둘째 아드님을 초등학교 1학년으로 보내고 싶으시다고요?”교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임유진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전학생으로 바로 편입시키고 싶습니다. 사실은,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그 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