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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달리한 우리
길을 달리한 우리
Author: 달팽이 질주

제1장

Author: 달팽이 질주
노부인 서씨가 갈수록 강해원을 차갑게 대했고, 하는 말도 점점 모질어졌다.

그러나 서지헌은 매번 강경하게 소문을 잠재웠다. 사당에서 스스로 채찍 아흔아홉 대를 맞기까지 하자 노부인 서씨도 더는 강해원을 괴롭히지 못했다.

아흔아홉 번째 점을 치는 날, 강해원은 기척을 감추고 사당 들보 위에 숨었다. 더는 서지헌이 자신 때문에 고통받게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은침 하나를 쥐고 점괘패가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길괘로 바꿀 작정이었다.

향 연기가 감도는 어두운 사당 안에서 서지헌은 손을 씻고 향을 피운 뒤 선조에게 절하고 점을 쳤다. 강해원이 손을 쓰기도 전에 괘가 나왔다.

하나는 앞면, 하나는 뒷면인 길괘였다.

강해원은 오랫동안 마음을 짓누르던 돌덩이를 마침내 내려놓고 은침을 거둔 채 수줍은 얼굴로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런데 서지헌이 점괘패를 주워 다시 던졌다. 다섯 번을 연달아 던졌으나 모두 앞뒷면이 다른 길괘였다.

들보 위의 강해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 모습을 지켜봤다.

서지헌이 품에서 작은 초상화를 꺼냈다. 그 그림 속에는 천진난만하게 나비를 쫓는 여인이 보였다.

그는 한참 그림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채령아, 바깥세상을 아직도 다 구경하지 못했느냐? 오라버니가 조금도 그립지 않으냐?"

그는 점괘패를 오래 바라보며 망설였지만, 결국 위를 향한 점괘패를 손으로 살짝 뒤집어 길괘를 흉괘로 바꿨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혼잣말했다.

"채령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다리마. 백 번째에는 반드시 해원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주겠다."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

향 연기에 눈이 매웠는지 강해원의 눈에서 흐른 눈물 한 방울이 마침 서지헌이 서 있던 자리에 떨어졌다.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히고, 밖에서 서지헌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마 전 얻은 붉은 산호를 부인에게 보내거라."

곁을 지키던 시종은 잠시 침묵했지만, 이런 일이 거듭되자 부 안 사람들은 모두 또 흉괘가 나왔음을 알아차렸다.

"부인께서는 늘 우리를 너그럽게 대해 주셨는데, 정말 재앙을 부르는 분은 아니겠지?"

두 시종은 수군거리며 멀어졌다.

머릿속이 엉망이던 강해원은 정신을 차리고서야 얼굴이 차갑게 젖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거짓도 사실처럼 굳어졌다. 한 번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고, 두 번은 우연이라 여길 수도 있었지만 그것이 무려 아흔아홉 번이었다.

이제 황성 사람들은 황성을 지키고 북적을 크게 물리친 여장군 강해원은 잊은 채, 재앙을 부르는 강해원만 기억했다.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강해원은 넋을 잃고 거리를 걸었다.

강씨 가문은 대대로 대하를 지켰지만 이제 세상에 남은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가슴에 가득한 억울함을 털어놓을 곳조차 없었다.

"강해원 장군, 어찌 혼자 이곳에 계십니까?"

낡은 우산 하나가 그녀의 머리 위를 가렸다.

황성으로 돌아온 뒤로는 누구도 그녀를 장군이라 부르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무문(神武門)까지 와 있었다.

신무문의 수비대장은 강해원이 북적의 전장에서 데려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그녀를 장군이라 불렀다.

"폐하를 뵙고 싶다."

강해원이 어서방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하늘이 맑게 개어 있었고 뒤에서 내시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잘못 들었나? 국사 부인께서 방금 폐하께 혼인 관계를 끝내고 평생 변방을 지키게 해 달라고 청하신 것 같은데. 국사와 다투셨나?"

“분명 잘못 들었을 거야. 국사 부인이 국사를 목숨처럼 사랑한다는 사실을 황성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어찌 그분과 갈라서겠나?”

“그래, 내가 잘못 들었나 보군. 십 년 전 변방에서 패하고 조정에 보낼 장수가 없자, 조상 대대로 내려온 법도에 따라 국사가 목숨을 바쳐 하늘의 자비를 구해야 했었지. 그때 겨우 열네 살인 국사 부인께서 직접 변방의 전장으로 가셔서 오 년을 버텼다. 살아 돌아오기 어려운 전장에서 북적을 크게 물리친 덕분에 국사의 목숨을 구했지."

"그렇지. 두 분이 금실 좋은 부부라는 걸 황성에서 누가 모르겠나. 오 년 전 혼례는 황성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잖아. 한 달 동안 잔치를 벌였고, 내 방에 그때 국사께서 뿌린 황금 해바라기씨가 아직 남아 있다. 삼 년 전에는 북적의 첩자가 부인께 독을 먹이자 모두가 말리는데도 가슴에서 피 일곱 그릇을 뽑아 부인을 살렸지. 한 달 전에는 노부인 서씨의 조카가 부인께 무례를 범하자 어머니의 체면도 봐주지 않고 그 일족을 처형했지. 뒤에서 부인을 헐뜯는 자는 누구든 죽이겠다고까지 했지."

내시들의 말을 들을수록 강해원은 냉소를 머금었다.

'그래, 모두가 우리를 금실 좋은 부부라고 생각하지. '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 서로에게 목숨까지 맡길 수 있는 사이였다. 강해원이 변방에서 보낸 오 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서지헌이 보내온 편지 덕분이었다.

그런데 강해원이 그를 위해 목숨 걸고 피 흘리던 오 년 동안 그는 이미 자신이 거둔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처음 그 사실을 알린 편지도 기억났다.

"우연히 애 하나를 거두었는데, 생김새가 해원과 무척 닮았소. 눈보라 속에서 고생하는 그 아이를 보니 변방에 있는 해원이 자꾸 떠올라 마음이 몹시 쓰였소. 부디 몸조심하시오. 나는 황성에서 기다리겠소."

그 뒤 두 사람이 주고받는 편지에는 윤채령이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했다.

"오늘 채령에게 좌선을 가르쳤는데 그만 잠들고 말았소."

"채령은 정말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오. 눈은 책을 보고 있지만 마음은 벌써 담장 밖 떡 가게로 날아갔소."

강해원도 의심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돌아오자마자 서지헌이 십 리가 되는 화려한 혼수로 청혼한 데다 그의 눈에는 강해원을 향한 그리움과 애틋한 사랑이 가득했기에, 마음속 의심도 차츰 사라졌다.

오늘에서야 그녀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서지헌은 줄곧 윤채령을 위해 정절을 지켰고, 자신은 몇 번이고 소문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도록 내버려 두었던 것이다.

"대하의 국사는 평생 황성을 떠날 수 없다. 네가 변방을 지키기로 한다면 두 사람은 평생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닷새 뒤 혼인 관계를 끝내는 조서를 내리겠다. 후회한다면 언제든 짐을 찾아오너라."

떠나기 전 황제가 한 말을 떠올린 강해원은 국사부 쪽을 바라보며 낮게 답했다.

"후회하지 않을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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