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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eur: 몽아
룸 안은 술잔이 오가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서채원은 구석에 앉아 사람들이 한서준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 하지만 한서준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임수아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 좇고 있었다.

임수아가 음료를 집으려 하면 먼저 병뚜껑을 열어주고, 치맛자락에 술이 살짝 튀면 바로 손수건을 건넸으며, 작게 기침만 해도 다른 사람 상관하지 않고 에어컨 온도를 높였다.

그런 세심한 다정함은 서채원이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저 멍하니 술잔만 비웠다.

무딘 칼이 심장을 천천히 난도질하는 것처럼 아프고 온몸이 떨렸다.

지난 1년 동안 그녀와 한서준은 침대 위의 파트너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가장 달콤했던 시절조차 한서준의 얼굴에서 단 한 번도 감정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병 돌리기 걸렸네! 한 대표 차례야!”

갑자기 누군가가 떠들며 분위기를 띄웠다.

사람들이 웃으며 태블릿을 내밀었다.

“한 대표가 업계 최고 금욕남이라는 소문이 있으니까 우리도 너무 어렵게는 안 할게. 밸런스 게임 한 번 하자. 빠른 속도로 설레게 하는 사람 고르기!”

첫 번째 사진은 톱 여배우와 임수아였다.

힐끗 본 한서준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수아.”

순간 룸 안이 환호성으로 들끓었다.

임수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지만 입꼬리는 어느새 귀에 걸렸다.

서채원은 손을 꽉 움켜쥐었다.

사진은 계속 바뀌었지만, 한서준은 단 한 번도 망설이지 않고 임수아를 선택했다.

더는 듣고 있을 수 없었던 서채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뒤에서 더 큰 함성이 터졌다.

뒤돌아보자 태블릿 화면에는 그녀와 임수아의 사진이 나란히 떠 있었다.

“와!”

사람들이 흥분한 얼굴로 떠들었다.

“이번 건 재밌네! 서채원은 업계 최고 미녀잖아. 웬만한 여배우들도 비교가 안 되는데 한 대표가 또 임수아를 고르면 그건 진짜 다른 뜻이 있는 거잖아...”

모든 시선이 한서준에게 쏠렸다.

그런데 이번엔 드물게도 한서준이 침묵했다.

자리에 굳은 채 서 있는 서채원은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3초 후, 한서준이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수아.”

그 순간 서채원은 이 세상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룸 안의 환호성을 뒤로한 채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수도꼭지를 틀어 차가운 물을 얼굴에 적셨지만, 가슴속을 태우는 고통은 전혀 가라앉을 줄 몰랐다.

한참 후, 고개를 들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

거울 속 여자는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하지만 동시에 처참하게 패배한 여자이기도 했다.

화장실에서 나온 뒤 조명이 어둑한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모퉁이를 돌자마자 술에 취한 남자 세 넷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예쁜이, 카톡 좀 추가하자?”

맨 앞에 선 남자가 술 냄새를 풍기며 서채원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꺼져!”

서채원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지만 좁은 골목이라 이내 차가운 벽에 등이 닿았다.

“뭘 그렇게 고고한 척이야?”

다른 남자가 서채원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렇게 입고 온 거면 놀아달라는 거 아니야?”

몸싸움 속에서 서채원의 시선은 사람들 틈을 지나 룸 입구의 한서준과 마주쳤다.

한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걸음을 옮기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그 순간 뒤에서 임수아의 비명이 들렸다.

“앗!”

“왜 그래?”

한서준은 즉시 몸을 돌렸다.

“발목이 삔 것 같아...”

임수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난 괜찮아. 먼저 채원 언니 좀 도와줘.”

한서준은 몸을 숙여 임수아의 발목을 살폈다.

“신경 안 써도 돼. 걔는 혼자 해결할 수 있어.”

그 말은 칼처럼 서채원의 가슴을 찔렀다.

양아치는 어느새 다가와 손으로 서채원의 허리를 더듬었다. 역겨운 술 냄새가 얼굴에 확 풍겼다.

“오빠들이랑 놀러 가자...”

서채원은 복도 장식대 위의 술병을 집어 들고 벽에 내리쳤다.

쨍그랑!

병이 산산이 조각났다.

“죽기 싫으면 꺼져.”

유리 파편에 손이 베어 피가 손끝을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

양아치들이 순간 멍해진 틈을 타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파티가 끝난 뒤, 서채원은 한서준의 차를 타고 싶지 않고 혼자 길가에서 택시를 기다렸다.

그때 임수아가 우산을 들고 다가왔다.

하이힐이 물웅덩이를 밟는 소리가 귓가에 선명히 들렸다.

“언니, 차 없어? 내가 데려다줄까?”

서채원은 그녀 손에 들린 최신형 스포츠카 키를 보고 피식 웃었다.

서경진은 정말 통이 컸다.

의붓딸에게 저런 비싼 차까지 사주다니.

“괜찮아.”

서채원은 붉은 입술을 살짝 올리며 화려하게 웃었다.

“상간녀 딸 차 타면 내 몸까지 더러워질까 봐.”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해진 임수아는 착한 척하는 가면을 바로 벗어 던지고는 서채원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서채원! 방금 뭐라고 했어?”

“한 번 더 말하면 네가 상간녀 딸이라는 타이틀이 사라져? 손 놔.”

실랑이하던 순간, 눈부신 상향등이 갑자기 비춰왔다.

고개를 돌린 서채원은 통제력을 잃은 승용차 한 대가 그들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찰나의 순간, 그녀는 한서준이 달려와 임수아를 품 안으로 끌어당기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은...

쾅!

그대로 땅에 나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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