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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무구
아침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다.

단미는 호건의 뒤를 따라 걸으며 이혼 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서류를 읽는 데에 정신이 팔린 채 걷다가 갑자기 단단한 가슴에 이마를 부딪쳤다.

“아...”

짧게 신음하며 고개를 들자 호건의 깊은 눈과 마주쳤다.

“왜 말도 없이 멈춰?”

“너...”

호건이 단미를 바라봤다.

“진짜 이혼할 거야?”

“잘 생각해. 이 문을 나가서 신청서를 내고 나면 우리 관계는...”

“확실해.”

단미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호건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

“후회 안 해?”

“안 해.”

평소에는 한번 정한 건 되묻지 않는 사람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확인을 반복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이혼하고 나서 내가 당신한테 매달릴 일 없어. 계속 확인 안 해도 돼.”

단미는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남자를 올려다봤다.

“이제 갈 수 있지?”

호건은 입술을 일자로 다문 채 더 말하지 않았다. 굳은 얼굴로 돌아서 문밖으로 향했다.

차 옆에서 기다리던 민석은 두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시선을 옮겼다.

전날 밤 호건에게서 이혼합의서를 준비하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두 귀를 의심했다.

겉으로 보기에 두 사람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부부였다.

게다가 호건은 며칠 전만 해도 아내에게 선물을 사주려고 출장 일정까지 바꿔 돌아왔는데, 갑자기 이혼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시 생각하는 사이 두 사람이 가까이 오자 민석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대표님, 사모님. 좋은 아침입니다.”

단미가 예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아침이에요, 실장님.”

민석이 뒷좌석 문을 열었다.

단미는 감사 인사를 하고 먼저 탔고, 호건도 뒤이어 옆자리에 앉았다.

차가 출발하자 조수석에 있던 민석이 서류 한 부를 뒤로 건넸다.

“대표님, 요청하신 서류입니다.”

호건은 첫 장의 ‘이혼합의서’라는 제목을 확인한 뒤 단미에게 내밀었다.

“추가할 내용이 있는지 봐.”

미리 합의서까지 준비했을 줄 몰랐던 단미는 잠시 멈칫했다. 호건을 한 번 바라본 뒤 서류를 받아 펼쳤다.

내용을 읽던 단미의 눈이 크게 떠졌다.

“JF그룹 지분 5%를 나한테 준다고?”

‘이렇게까지 많이?’

“루아힐에 있는 신혼집도 네 앞으로 넘길 거야. 나머지 항목도 확인하고, 더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난 이건 안 받을래.”

말이 끊긴 호건이 의아하게 바라봤다.

“아무것도 안 받고 나가겠다는 뜻이야?”

“무슨 소리야?”

단미는 합의서를 다시 내밀었다.

“지분이랑 집은 필요 없어. 현재 가치로 산정해서 현금으로 정산해 줘.”

이혼이 끝난 뒤에는 호건과 연결되는 물건을 남겨 두고 싶지 않았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 살았던 흔적이 가득한 집은 더 그랬다.

호건이 단미를 바라봤다.

“그 지분을 갖고 있으면 매년 받는 배당만으로도 평생 충분히 여유롭게 살 수 있어. 알고 있어?”

그 자체로 앞으로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자산이었다.

“현금화는 자산 가치 면에서 가장 손해 보는 방식이야.”

호건이 다시 알려 줬다.

“알아.”

단미는 뜻을 바꾸지 않았다.

“그래도 현금으로 받을게.”

어차피 그 자산을 현금으로 바꿔도 평범한 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운 큰 금액이었다.

호건은 단미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더 설득하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

호건은 합의서를 민석에게 넘겨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

30분쯤 뒤, 차는 가정법원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협의이혼 의사확인 신청서를 접수하고 안내 절차를 마쳤다.

복잡하게 막히는 일은 없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법원 청사를 나왔다.

들어갈 때부터 나올 때까지 호건은 거의 말이 없었다. 원래 과묵한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면, 단미는 호건이 결혼을 끝내는 일을 아쉬워한다고 착각했을지도 몰랐다.

건물 밖으로 나온 단미는 걸음을 멈추고 호건을 바라봤다.

“한 달 숙려기간이 지나고 확인 기일에 출석하면, 그 다음엔 구청에 가서 이혼신고만 하면 돼.”

한 달 뒤면 법적으로도 두 사람의 결혼은 끝난다.

햇빛 아래 단미는 말없는 호건에게 희미하게 웃었다. 끝까지 예의를 지키듯 말했다.

“다음 결혼에서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호건은 단미를 오래 바라보다 낮게 답했다.

“너도 행복해라.”

단미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켰다.

“그럴게.”

호건이 시선을 거두기 전 덧붙였다.

“법원 확인을 받고 이혼신고가 끝날 때까지는, 밖에 우리 상황을 알리지 않았으면 해. 공식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상태로 두자.”

JF그룹을 이끄는 사람의 혼인 관계 변화는 회사 이미지와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요소였다.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니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이해할 만했다.

단미도 그 부분은 납득했다.

“알았어.”

단미 역시 이혼만으로 불필요한 소문이 퍼지는 건 원하지 않았다.

차 옆에서 초조하게 시간을 확인하는 민석을 본 단미는 호건의 일정이 늘 빡빡하다는 걸 떠올렸다.

“더 할 말 없으면 난 먼저 갈게.”

호건이 말했다.

“기사한테 먼저 데려다주라고 할게.”

“괜찮아. 택시 타고 갈게.”

단미는 그 말만 남기고 돌아섰다.

호건은 제자리에서 멀어지는 단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눈빛이 쉽게 읽히지 않았다.

단미가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타는 것까지 확인한 뒤에야 호건은 시선을 거두고 차 쪽으로 걸었다.

...

항상 빠르고 정확하게 일하던 호건은 그날 처음으로 업무 중 몇 번이나 집중을 놓쳤다.

회의에서 발표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좀처럼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표이사실에서 서류를 펼쳐 놓고도 한참 동안 한 줄도 읽지 못했다.

저녁에 잡힌 거래처 식사 자리도 나갈 마음이 없어 민석에게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이렇게 길고 답답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6시도 되기 전에 호건은 퇴근했다.

집에 들어서자 눈가가 붉어진 오정란이 급히 다가왔다.

“대표님, 정말 사모님과 이혼하시는 거예요?”

호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뒤 정정하듯 말했다.

“단미가 나하고 이혼하겠다잖아요.”

호건은 집 안쪽을 바라봤다.

“단미는요?”

오정란의 표정이 슬퍼졌다.

“사모님은 아까 짐을 빼서 나가셨어요.”

안으로 걷던 호건의 발이 멈췄다. 곧바로 돌아봤다.

“나갔다고요?”

“네. 오늘 사람을 불러 사모님 물건을 전부 옮기셨어요.”

호건은 굳은 얼굴로 몸을 돌려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갔다.

안방 문을 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침대 앞 벽의 빈자리였다.

대형 웨딩사진이 사라지고 없었다.

잠깐 멈춰 있던 호건은 바로 협탁으로 가 가장 큰 서랍을 열었다.

텅 비어 있었다. 안에 보관돼 있던 웨딩 앨범까지 없어졌다.

호건의 관자놀이 근처가 팽팽하게 당겼다.

방을 둘러보니 화장대에 놓여 있던 단미의 화장품과 스킨케어 제품도 모두 사라졌다. 드레스룸에는 호건의 옷만 남아 있었다.

안방 어디에서도 이 집에 여자 주인이 살았다는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

자기 아파트를 정리한 단미가 소파에 앉아 겨우 숨을 돌리려던 때 호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나야. 무슨 일이야?”

담담한 단미의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잠시 후, 호건이 입을 열었다.

[아침에 공식적으로는 지금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잖아. 그런데 벌써 집을 나가면 어떻게 해?]

“이혼 신청까지 했는데, 내가 왜 거기 계속 살아?”

단미가 차분하게 말했다.

“아침에 내가 동의한 건 밖에 이혼 진행 사실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거였어.”

호건은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웨딩사진은? 전부 가져갔던데.]

“아, 그거?”

단미가 답했다.

“업체 불러서 처리했어.”

호건의 목소리에 당황이 묻었다.

[처리했다는 게 무슨 뜻이야?]

“폐기했다는 뜻이지.”

수화기 너머의 숨이 조금 거칠어졌다.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웨딩사진을 없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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