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나 말고 다
나 말고 다
Penulis: 박혜은

제1화 신유리

신유리는 파티가 끝난 후 바로 서준혁을 데리러 갔다.

그녀는 룸 문을 열었고, 열자마자 어린 여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여자는 깔끔한 얼굴에 빛나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의 호감을 사는 얼굴이었다.

신유리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바로 비서팀에 새로 온 인턴 송지음이었다.

송지음은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쳐다보았고, 그녀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신유리에게 말했다. “유리 언니.”

방금 밖에서 들어와서인지 신유리의 몸에는 차가운 공기가 조금 남아있었다. 그녀는 빼어난 용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자주 웃지 않는 탓에 사람들에게 왠지 모를 거리감을 주곤 했다.

신유리는 담담하게 송지음의 말에 대답했다. 그녀는 룸 안을 한 바퀴 둘러본 후에야 시선을 송지음에게 멈추었다. “준혁이는?” 그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서준혁의 이름을 듣자 송지음은 당황하며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더니 신유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룸 안의 스피커 소리에 거의 묻힐 정도로 작고 부드러웠다.

“서 대표님, 제 음료수 사러 가셨어요.”

그녀의 말에 신유리는 눈썹을 찌푸렸다. 송지음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에 이상한 감정이 조금 더 많아졌다.

그녀도 서준혁을 오랫동안 따라다녔지만, 그동안 뭘 해달라고 번거롭게 만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달, 신유리의 차는 누군가에게 미행을 당했고 그로 인해 왼쪽 손목이 다쳤었다. 모든 거동이 불편했지만 서준혁은 그녀에게 물 한 잔 따라 준 적이 없었다.

위아래로 자신을 훑어보는 눈빛에 송지음은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그녀는 옷자락을 만지작대며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 “서 대표님, 금방 오실 거예요.”

하지만 신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저번 주에 급히 합정에 회의를 참석하러 갔었다. 오늘 서둘러 서씨 집안의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

서준혁은 집안사람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 그래서 이런 가족 모임은 항상 신유리보고 대신 참석하라고 시키곤 했다.

문 앞의 두 사람이 룸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되었다. 하지만 어두운 불빛에 탓에 그들은 신유리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송지음에게 장난스러운 말을 건넸다. “송 비서, 서 대표가 자리 비운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문 앞에서 지키고 있는 거야? 동생들이 둘이나 옆에 있어 주고 있잖아?”

목소리가 큰 탓에 신유리도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송지음은 완전히 얼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신유리에게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유리 언니, 저 사람들이 장난 친 거예요. 서 대표님이 처음으로 절 술자리에 데리고 나오셨거든요. 그래서 좀 더 신경 써주시는 것뿐이에요.”

송지음이 진짜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서준혁과 이런 바에서 룸까지 잡아 노는 사람 중에 상류층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신유리는 고개를 들어 방금 입을 연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장난기 가득한 말투만 들어도 그들과 송지음이 얼마나 익숙한 사이인지, 그들이 송지음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서준혁이 처음으로 신유리를 데리고 이 사람들을 만나러 왔을 때도 이런 대접은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한쪽에 버려져 한참 동안 투명 인간처럼 가만히 앉아있었다.

성남시 부잣집 팸들은 하나같이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뿐이었다. 서준혁이 미리 언질을 주지 않았다면 송지음한테 이렇게 우호적으로 행동할 리가 없었다.

신유리는 자기를 비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서준혁 옆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데, 그럼에도 송지음 같은 인턴보다도 더 적은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거뒀고, 주차장에서 서준혁을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발걸음을 돌리자마자 멀리서 걸어오는 그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검은색 셔츠의 카라는 위쪽으로 널브러져 있었고, 소매를 팔뚝까지 걷어 올리고 있었다. 드러난 그의 팔뚝 라인은 가히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악마들이 마구 날뛰고 있는 듯한 바의 분위기에서도 사람들에게 감히 모독할 수 없는 고결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유일한 불협화음은 아마 그의 손에 들려있는 우유일 것이다.

위화감이 엄청났다.

신유리의 시선은 그의 손에 들려있는 우유를 따라 송지음의 몸으로 옮겨졌다.

신유리는 서준혁의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왜 나와 있어? 쟤네들이랑 같이 놀고 있으라고 했잖아.”

그의 말에 송지음의 귓불은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는 우유를 만지작대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화장실에 가려고 했는데, 유리 언니가 올 줄은 몰랐어요.”

서준혁은 그제야 신유리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곧이어 빠르게 시선을 돌렸고, 손에 들린 밀크캐러멜까지 송지음에게 건네주었다. “우유 살 때 같이 샀어.”

송지음은 과분한 다정함에 놀라워하며 카라멜을 받아들었다.

서준혁은 그제야 시간이 났는지 신유리에게 질문을 했다. “운전해서 왔어?”

‘네가 데리러 오라고 했잖아?’

신유리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목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지음이부터 데려다줘.”

*

송지음은 성북 청년 오피스텔에 살고 있었다. 신유리와 서준혁이 사는 고급 아파트 단지와 완전 정반대였다.

신유리는 성남시 절반을 운전해야 했다.

그녀는 방금 출장에서 돌아왔고, 운전도 오랫동안 해서 많이 피곤한 상태였다.

게다가 서준혁은 오늘 그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도 그가 무슨 뜻인지 눈치채고 있었다.

비록 같은 단지, 같은 동에서 살고 있었지만 서준혁은 필요가 없을 때 절대로 신유리의 집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누군가 뒤에서 자신의 가녀린 허리를 안자 신유리는 고개를 숙였고, 튀어나온 서준혁의 손목뼈와 균형 잡힌 기다란 손가락을 보게 되었다.

후끈한 일이 지난 후, 신유리의 목소리는 완전히 쉬어버렸다. 그녀는 방금 샤워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고 있는 서준혁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는 한 번도 이곳에서 밤을 보낸 적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서준혁이 신유리에게 이 집을 사준 이유였다.

신유리는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희미하게 떴다. “그 인턴 마음에 들어?”

그는 옷을 입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엄청 착해.”

그의 말에 신유리는 조소를 내뿜었다.

착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그동안 그가 누구한테 정착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시선은 서준혁의 뚜렷한 복근에 머물게 되었다. “그렇게 착한데, 왜 이렇게 오래 참았어?” 그녀의 말투에는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그 말에 서준혁은 그제야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는 깊은 눈동자로 신유리는 쳐다보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천천히 인상을 찌푸렸다.

“너무 착해서, 건드리기 아까워.”

신유리 얼굴의 미소가 서서히 굳어졌다.

아, 서준혁이 원하지 않은 게 아니라 아까워서 안 건드린 거구나.

Bab terkait

Bab terbaru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