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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장

유나 부부와 부모님이 저녁을 먹으러 신라호텔 라연에 간 사이, 혜준은 집에서 엠그란드 그룹의 공식 페이지의 글을 보고 완전히 풀이 죽어 있었다.

그는 유나가 계약을 따내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1시간도 안 걸려서 3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어제 그녀를 무시하며 했던 말들이 자기에게 되돌아 오자 한대 제대로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혜준은 이 상황에 대해 불평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그는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마자 "박주원, 이게 뭐야! 네가 김유나랑 잘 되라고 내가 널 위해서 있는 힘껏 도와줬더니, 네가 어떻게 내 뒤통수를 치고 유나가 엠그란드와 계약을 따내도록 도와줄 수가 있어?!"

주원은 어이없어 하며 대꾸했다. "갑자기 전화해서 뭐라는 거야? 난 아무것도 안 했다고!"

"박주원, 솔직하게 말해. 너 유나랑 잤지?"

혜준의 말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기에는 너무 쪽팔렸다.

그래서 그는 중얼거렸다. "미안해, 혜준아. 이번 일은 다음에 갚을게."

"하아... 내가 그럴 줄 알았어!" 혜준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물었다. "주원아, 김유나 처녀였지, 그치? 그 등신과는 아직인 것 같던데 대박이네, 이 새끼!"

박주원은 흥분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김유나가 아직 버진이었다니!!

그렇다면 더욱이 사람들에게 유나와 내가 잤다고 말하는 게 나을 것이다. 이걸 계기로 유나가 남편과 소원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는 킬킬거리며 웃으며 혜준에게 말했다. "맞아. 네 사촌은 버진이었습니다~ 너무 귀엽고 조여서 내가 어쩔 줄을 몰랐네! 하하하!"

"나중에 너한테 좋은 일이 있으면 내 공 잊지 마, 알았지?" 혜준의 씁쓸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울려 퍼졌다.

"걱정 마!" 박주원은 무심코 큰 소리쳤다.

전화를 끊자마자, 주원의 아버지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

아버지의 근심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주원아, 큰일이 생겼어... 엠그란드 그룹이 우리랑 진행하던 모든 프로젝트를 취소했어! 누가 엠그란드 그룹에 문제라도 일으킨 거니?"

아버지의 말에 주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게 사실이야? 그게 진짜라면 우리가 엄청난 피해를 볼 거란 말이잖아?!

그는 허둥대며 "아빠, 이게 무슨 일이에요? 난 아무 짓도 안 했다고요! 혹시 아빠 아니에요...?"

그의 아버지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했다. "나도 아니야! 요즘은 계속 사무실에서 서류 결재하느라 바빠서 사람 그림자도 못 봤다고..."

"아빠, 엠그란드의 신임 회장이 회사를 인수한 뒤에 대대적으로 개편할 가능성이 있나요?"

"그래, 주원이 네 말이 맞아!" 주원의 아버지는 이제야 모든 게 납득된다는 듯이 탄식했다. "신임 회장이 취임한 후에 아직 만날 기회가 없었어. 이 부회장과는 여러 번 얘기했지만.... 부회장 말로는 회장이 방문객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하니..."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주원의 아버지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맞아! 내일 점심 WS 그룹이 주최한 파티에 엠그란드 신임 회장도 초대받았다고 했어! 내일 그와 얘기할 기회를 잡아야지!"

"그렇게 해요!" 주원은 아버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럼 내일 같이 가자꾸나!"

***

다음 날, WS 일가 모두 기쁨에 빠져 있었다. WS 그룹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WS 그룹이 엠그란드 그룹과의 계약을 따내고, 잠행 중이던 신임회장을 파티에 초대했다는 소식이 정재계에 퍼졌다.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가장 비싼 양복을 입고 파티가 열리는 호텔로 갔다.

호텔 입구에 도착한 시후가 내리려고 하자 그의 앞으로 포르쉐 한 대가 급정차 했다.

포르쉐에서 내린 건 고급 정장에 머리에 한껏 힘을 준 박주원이었다.

종업원이 그를 맞이했다.

시후를 발견한 박주원의 눈에는 경멸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능글맞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 싸구려 짝퉁 양복은 어디서 난 거야?"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너랑 상관없잖아. 관심 꺼."

주원은 입술을 실룩거렸다. "너랑 난 상관없지만, 네 아내랑은 상관이 있지."

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상관인데?"라며 되물었다.

그들의 대화에 구경꾼 들은 가던 발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밤부터 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김유나와 박주원이 아주 가까운 사이라서 엠그란드 그룹으로부터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는 소문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녀나 WS 그룹의 역량으론 엠그란드 그룹과의 협업을 설명할 수 없었기에.

현 상황에서 일의 앞뒤가 잘 들어 맞는 것처럼 보였다.

천천히 사람들이 그들 주위로 모여드는 것을 본 주원은 큰 목소리 말했다. "어떻게 유나 씨가 엠그란드 그룹과의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시후는 주원을 매섭게 노려보며 되물었다. "어떻게 그랬는지 네가 알아?"

주원은 자신감에 가득 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내 덕분이지! 내 여자가 도움이 필요하다는데 안 도와줄 수 없잖아? 엠그란드와 협상하는데 내가 도와줬지. 정말 유나 씨를 생각한다면, 남자답게 유나 씨를 보내주는 게 맞지 않겠어?"

다들 대충 예상은 했지만, 박주원이 대놓고 말하자 사람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유나는 박주원과 관계를 맺고 계약을 따낸 거였구나!

"네 덕분에?" 시후는 큭큭 웃음을 터트렸다. "네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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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미
부들부들 나쁜놈들 작가가 내 가슴을 후벼 파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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