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시후는 소지빈이 고은서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는 사랑을 쟁취하는 것은 자유와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에, 소지빈이 사랑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는 것을 간섭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안세진은 시후에게 조금 더 이전에 개입할 것을 제안했지만, 그는 딱히 간섭하기 싫었다. 시후는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면 그 누구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 그러나 소지빈이 한 실수는 바로 스스로가 노력하여 사랑을 쟁취하고자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은서에게 구애하기 이전에, 그는 이미 고은서를 마치 자신의 개인 소장품으로 여겼다. 시후가 고은서를 행사장까지 데려다 주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소지빈이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바로 시후의 신원을 조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를 질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내의 차량 번호판을 조사하는 것 역시도 ‘사랑은 자유’라는 기본 원칙에 완전히 위배되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소지빈의 결정은 시후가 그를 처벌하겠다는 결심을 내리게 한 핵심이기도 했다. 시후가 그에게 최면을 걸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최면은 매우 강력한 세뇌 기능이며, 시후는 영기를 매개체로 사용하므로 이런 종류의 최면은 치료조차 할 수 없다.시후는 소지빈과 합의할 때 말만 한다면, 소지빈이 엠그란드를 떠난 후 즉시 후회하고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설령 대흥사까지 삼보일배로 간다고 하라도, 도중에 시후를 속이려고 최선을 다할 것은 뻔한 일이었다. 게다가 시후가 소지빈이 합의 내용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계속 쳐다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유일한 해결책은 그에게 강한 최면을 걸고 자신과의 협의를 엄격하게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이 최면 이후 그는 매시간 똥을 먹어야 하는 최우진과 같아졌고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이제 그 누구도 소지빈 자신에 대한 요구를 포기하도록 만들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
소지빈이 회의실 문을 열고 나오자 마자, 그의 비서와 경호원들이 급히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왔다.비서가 먼저 나서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엠그란드 그룹 회장의 신원 정보를 알아내셨습니까?"소지빈은 침착하게 말했다. "이 문제는 오해가 있더군요. 내가 찾고 있는 사람은 엠그란드 그룹에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럼 이제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줘요.”비서는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소지빈이 행사장 VIP 전용 통로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는 잘 몰랐다. 어쩌면 소지빈이 오해를 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그는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럼 집으로 모시겠습니다.”도중에 소지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 안에 앉아 눈을 감고 긴장을 풀고 있었다.차량 행렬은 그를 박혜정이 머물고 있는 박진하의 옛 저택으로 데려갔고, 소지빈은 차에서 내리기 전에 비서에게 말했다. "그럼 여러분들은 각자의 일을 보도록 하고 내 걱정은 하지 마세요. 나는 집에 가서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싶거든요."비서는 별생각 없이 재빨리 소지빈이 앉아있는 쪽의 문을 열었고 소지빈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 다음 다른 사람들에게 각자 일을 하러 갈 것을 요청했다. 소지빈이 집에 돌아왔을 때 집에는 도우미만 있었고 그는 인사를 무시하고 곧장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갔다.도우미는 소지빈의 기분이 안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를 괴롭힐 생각도 하지 않았다.저녁이 되자 박혜정과 소민지는 차례로 집으로 돌아왔고, 도우미는 소지빈이 오후에 방에 틀어박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소지빈의 방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그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그는 잠시 동안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이었다.가족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지빈은 성인이므로 가끔 혼자 있고 싶은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저녁 9시가 되자, 소지빈은 방문을 열고 방에서 나와 진지한 표정으로 온 가족을 모아놓고 발표할 것이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
소성봉은 이 순간 굉장히 분노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민지를 간신히 달래기 위해 그렇게 큰 돈을 쓰고 귀찮은 일들이 많았는데, 이 평화로운 생활이 며칠 만에 깨지는 거야? 그런데 얼마나 지났다고 지빈이 이렇게 빌어먹을 짓을 저지를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이제 그는 그의 빌어먹을 손자가 무슨 약을 잘못 먹고 이런 일을 저지르고 있는 건지 전혀 알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지빈은 자신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목숨이 위태로울 때도 오히려 화를 참으며 자신에게 아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제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는데, 갑자기 정신을 차렸는지 자신과 분쟁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소성봉은 소지빈이 죄를 속죄하기 위해 해남까지 줄곧 삼보일배를 할 것이라는 생각에 긴장해서 식은땀을 흘렸다. 엘에이치 그룹의 장손으로서 소지빈이 정말로 이 결정을 실행에 옮기면, 전국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엘에이치 그룹 전체를 완전히 당황하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과거에 행한 악행이 다시 수면위로 드러나게 될 것이고 또 한 번 사람들에게 욕을 들으며 질타를 받게 될 수도 있다.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소성봉은 화를 냈다. "소지빈! 이 불효한 녀석아! 네가 정말 그 짓을 한다면 나는 널 엘에이치 그룹에서 쫓아내고 다시는 내 손자로 인정하지 않을 거다! 그럼 네가 어떻게 살든 죽든 우리 엘에이치 그룹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엘에이치 그룹의 자산을 너는 영영 가질 수 없어! 넌 네가 알아서 먹고 살도록 하거라!" 소성봉은 자신이 말한 것이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고 느꼈다. 왜냐하면 소지빈은 허영을 사랑하고 영광과 부를 탐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분명히 이 말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소지빈이 시후로부터 강력한 최면에 걸렸다는 것을 소성봉이 어떻게 알겠는가? 소지빈은 지금 엘에이치 그룹 전체가 극도로 추악하고, 엘에이치 그룹 전체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그는 내일 해남까지 삼보일배 하기를 기다리고
소지빈은 영상 반대편에서 의식을 잃은 소성봉을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저 사람? 저 사람은 악행을 계속해서 저지르고 있으니 절대 살아남지 못할 거야!"소재한은 깜짝 놀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회장님께 아첨하고 자비를 구하던 소지빈이 맞아? 어떻게 감히 회장님께 저런 말을 해?!’ 소성봉을 보호하고 싶어하던 소재한은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리쳤다. "소지빈! 당신이 무슨 신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하는 겁니까!? 감히 회장님께 이런 말을? 회장님께 반항하고 싶습니까?!"소지빈은 경멸스럽게 말했다. "흥! 내가 이 늙은이에게 반항한다고? 나 소지빈은 평생 저런 인간들과 어울리는 것이 부끄러울 거다!" 소지빈은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영상 통화를 꺼버렸다.순식간에 엘에이치 그룹 별장 전체가 폭발하듯 시끄러워졌다..!박진하의 옛 저택에 모인 사람들도 완전히 혼란스러웠다. 소민지는 오빠를 바라보며 눈알이 빠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이틀 전 자신의 오빠가 이미 할아버지에게 돌아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불과 며칠 뿐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오늘 그녀의 오빠는 한순간에 다른 사람이 된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할아버지에게 전투적으로 욕을 해댔다. 그래서 그녀는 소지빈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오빠,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소지빈은 무관심한 표정과 공허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 아무런 일도 없었어. 나는 그저 할아버지가 하는 일을 참을 수 없어서 그런 거야!"소민지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그럼 내일부터 대흥사까지 삼보일배를 하기로 했다는 건.. 진심이야 아니면 그냥 말만 하는 거야?" 소지빈은 소민지를 노려보며 매우 불만족스럽다는 듯 말했다. "당연히 진지한 거지! 내 원래 의도를 어떻게 의심할 수 있어?! 내가 그런 신성한 일에 대해 농담을 할 사람이야?! 네 생각엔 내가 남에게 아첨하고, 내 말을 거스르고, 약속을 지
소지빈은 "결심했다"는 말을 한 뒤에 즉시 돌아서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돌아온 그는 미리 녹화해둔 영상을 유튜브와 틱톡 같은 영상 플랫폼에 올렸다. 그 후 그는 부하들을 불러 내일 아침 대흥사로 가는 길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그의 부하들은 그의 결정에 충격을 받았고, 그를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소지빈은 비록 돈이 많지 않았지만, 그들을 데려가기 위해 돈을 조금 쓸 수는 있었다. 그래서 부하들은 돈의 유혹에 빠져 소지빈이 내일 아침 일찍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하기 시작했다.밖에서는 소민지와 박혜정이 둘 다 당황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박혜정은 소민지에게 물었다. "민지야, 네 오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갑자기 저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소민지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정말 모르겠어요... 오빠는 고은서를 좋아했고, 그녀의 콘서트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어요.. 하지만 내일 밤은 고은서의 콘서트인데... 논리적으로 볼 때 오빠가 지금 떠나는 것을 선택하는 건 절대 불가능해요.. 이렇게 된다면 이전의 모든 노력이 헛된 것이 되는 거잖아요?""그래 맞아..." 박혜정은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네 오빠의 현재 상태는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구나.. 뭔가 자극을 받은 게 아닐까?"소민지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저는 오늘 변지현 씨를 만나러 가느라 오빠의 상황은 잘 모르는데.. 물어볼 사람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박혜정은 동의하며 말했다. "그럼 먼저 오늘 오빠의 활동 경로를 명확히 파악한 다음, 그가 누구를 만났고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고 귀중한 단서를 조사해야 해..”소민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마, 무슨 일인지 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그 시각, 소지빈이 올린 영상이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엘에이치 그룹에서 일어난 일들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일종의 안주거리가 되어 왔으며,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소민지가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
시후는 앞으로 두 사람 간의 협력을 생각하며 숨기지 않고 방에서 밖으로 나와서 대답했다. 소민지가 물었다. 시후는 인정했다. 소민지는 재빨리 간청했다. 시후는 차갑게 말했다. 소민지는 시후의 질문을 받았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시후는 또 말했다. 그 외에도, 당신
현대 사회의 최고 부유층은 실제로 봉건 사회의 황제, 귀족들과 별반 다른 것이 없다. 각 집안의 내부 운영 메커니즘은 마치 왕실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수한 환경에서 신분을 결정하는 것은 나이나 직위가 아니라 타이틀과 권력이다. 왕세자가 누구인지 선택되기 전에, 왕자들은 일반적으로 동일하지만 장남과 그 뒤에 낳은 자녀들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장자라도 다른 왕자들의 형일 뿐 여전히 다른 왕자들과 같은 위치이기 때문에 다른 왕자들이 그를 보고 절을 하며 공경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단 왕세자가 되어 왕위를 물려받게 되면, 다른 모든 왕자들은 그의 형이든 동생이든 그를 볼 때 마치 왕을 대하듯 신하처럼 행동해야 하며, 그의 명령에 완전히 복종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군주와 신하의 차이인 것이다.현재의 소민지도 마찬가지이다. 소지빈은 그녀의 오빠이지만, 소민지가 엘에이치 그룹을 물려받은 후에는 소지빈은 그녀의 신하나 다름없게 될 것이며 모든 일에서 그녀에게 순종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아버지 소수도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시후는 소수도와 소지빈의 생명을 구했지만, 소민지가 엘에이치 그룹을 물려받을 때까지 그들을 풀어주지 않으려는 것이었다.소민지는 자신의 비전을 믿었기 때문에, 그녀는 엘에이치 그룹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은혜를 증오로 갚는 일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었다. 따라서 그녀가 권력을 장악하는 한, 그는 소수도와 소지빈이 무엇을 할 것인지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소민지는 시후의 의도를 이해하고 순간 시후에 대한 고마움이 더욱 커졌다.시후는 이때 그녀에게 말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지금 나에 대해 매우 불만이 많을 텐데요.. 앞으로도 할아버지는 분명히 어디에서나 나를 경계하실
…….소민지가 시후의 의도를 깨달았을 때 고은서는 막 혜리 콘서트의 마지막 리허설을 마쳤다. 그녀는 내일 밤 콘서트에서 부를 곡을 모두 무대 위에서 세 번이나 반복했는데, 다행히도 리허설의 주목적은 공연의 모든 절차와 조명, 음향, 무대 디자인, 라이브 반주 밴드 및 댄서들의 세부사항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열창할 필요는 없었다. 고은서는 모든 과정에서 흠이나 누락이 없는지 확인한 후 내일 콘서트에 대한 자신감을 이미 갖고 있었다.이때 매니저 김지우가 무대에 올라와 고은서에게 물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 "은서야, 이번 무대의 시청각적 효과가 정말 대단한 것 같지 않아?! 이전 콘서트를 모두 능가했을 뿐만 아니라, 내 기억 속에 이런 멋진 콘서트는 본 적이 없었어!"고은서는 웃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모두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좋은 하드웨어 기반을 바탕으로 내일 시후 오빠에게 잊지 못할 생일을 선사할 수 있을 거야!”김지우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 잊지 마. 그의 아내도 내일 밤 네 콘서트에 온다는 걸!”고은서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내일 나의 콘서트는 시후 오빠만을 위한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조연 역할에 불과해! 하아.. 그러니까 소지빈 씨가 구입한 조명 및 음향 장비는 너무 기대 이상이라고.. 이런 장비로 콘서트를 한다는 건 정말 너무 사치야..!”"맞아!" 김지우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한 투자만 해도 콘서트 수익보다 높을 걸? 최고의 공연장을 제외하면 이렇게 큰 비용을 상업 공연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널 기쁘게 하기 위해 소지빈 씨가 그렇게 큰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이에 대해 김지우는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뒤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아 참, 소지빈 씨가 방금 인터넷에서 공개적으로 발표를 하나 한 것을 알고 있어?"고은서는 서둘러 "무슨 결정인데..?"라고 물었다.김지우는 심각하게 말했다. "이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