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차 안에 있던 테일러 스위프트와 트레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테일러 스위프트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시후가 갑자기 그녀의 경호원을 자처하며 굳이 함께 차에 타려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피터 로저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시후에게 설명했다.“죄송합니다만 지금은 CIA가 공무를 수행 중입니다. 조사와 관련된 사람만 동행할 수 있으며 그 외의 사람은 허용할 수 없습니다.”그러나 시후는 막무가내로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오늘 나를 태우지 않으면 당신들도 여기서 출발하지 못합니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겁니다.”피터 로저는 시후를 노려보며 속에서 치미는 분노를 억누른 채 차갑게 경고했다.“지금 농담하는 게 아닙니다! 당장 비키십시오. 괜한 일에 휘말려 스스로 문제를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시후가 코웃음을 쳤다.“말이 참 많군요. 다시 말하지만 나를 태우지 않으면 당신들도 못 갑니다. 정 가고 싶으면 나를 쏘든가요. 미쓰이 회장님이 보는 앞에서 당신들이 정말로 총을 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피터 로저는 골치가 아파졌다. 원래 임무는 테일러 스위프트 한 사람만 데려가 처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파티장에서 남자 친구 트레버가 굳이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작전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피하려고 어쩔 수 없이 트레버의 동행을 허락했는데, 이번에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경호원이라고 주장하는 남자까지 나타났다. 시후마저 차에 태우면 애초 계획보다 무려 두 사람이나 늘어나게 되는 셈이었다!하지만 시후가 쉽게 물러설 인물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했다. 승차를 허락하지 않으면 정말로 이곳에서 버티며 차를 보내 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미쓰이 요시타카가 보는 앞에서 본색을 드러낼 수도 없었다. 이곳에서 정체를 드러내면 가까스로 임무를 완수하더라도 자신들 역시 무사히 빠져나가기 어려울 터였다.피터 로저는 득실을 거듭 따져 본 끝에 이를 악물고 말했다.“좋습니다. 타셔도 됩니다
“닌자라고요?!”배유현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시후에게 자세한 사정을 묻고 싶었지만, CIA 요원과 일본 외무성 관계자로 위장한 사람들 사이에 닌자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이 일에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직감했다.상황이 급박한 만큼 자세한 내용을 물을 여유도 없었다. 배유현이 곧바로 물었다.“은 선생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아내와 함께 멀리까지 콘서트를 보러 왔는데, 정작 가수가 실종되거나 살해당하게 둘 수는 없죠.”시후는 곧이어 당부했다.“내 아내를 잘 돌봐 주세요. 문제는 금방 해결하고 돌아오겠습니다.”배유현은 그 말을 듣자 즉시 걸음을 멈추고 시후의 뒷모습을 향해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은 선생님.”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파티장으로 돌아갔다.시후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고 있는 배유현은 닌자 몇 명이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시후의 안전을 걱정하기보다 그가 부탁한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그 시각 건물 밖에서는 미쓰이 요시타카가 테일러 스위프트와 트레버, 요원들을 차량에 태워 보내려 하고 있었다.그들이 몰고 온 차량은 모두 4대였다. 그중 3대의 앞부분에는 외교 차량임을 나타내는 작은 성조기가 꽂혀 있었다. 차량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2대와 검은색 도요타 승합차 1대였다.나머지 도요타 미니밴은 일본 외무성의 관용 차량이었다.이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구색을 갖췄고 관련 공문과 신분증도 빠짐없이 준비돼 있었기에, 미쓰이 요시타카는 아직까지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하지만 시후는 닌자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과거 이토 나나코를 구하러 일본에 왔을 때 그는 일본의 최정상급 닌자 집안 중 절반 이상과 직접 접촉했고, 그중 상당수를 제거하기도 했다. 닌자들의 신체적 특징과 수련 방식에 대해서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처음 파티장에 나타났을 때부터 소위 일본 외무성 관계자라는 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닌자라
그때 요원이 트레버를 바라보며 물었다.“트레버 케네디 씨가 맞습니까?”“맞습니다.”트레버가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테일러의 남자 친구입니다. 테일러의 신변 안전을 지킬 권리가 있습니다.”요원이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입니다. 그럴 권리가 있으시죠. 다만 케네디 씨 역시 FBI의 조사 대상 명단에 올라 있으니 저희와 함께 대사관으로 가 주셔야겠습니다. 몇 가지 질문에 답해 주셔야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질문이 많지는 않으니 성실히 협조해 주시면 조사는 금방 끝날 겁니다. 그 뒤 스위프트 씨의 변호사에게 연락해 대사관으로 오라고 하시면 됩니다.”상대의 말투가 합리적이고 우호적이라고 느낀 트레버는 곧바로 대답했다.“알겠습니다. 함께 가죠.”트레버가 자신과 함께 가겠다고 하자 테일러의 불안한 마음도 조금 누그러졌다. 그녀는 트레버와 눈을 마주쳤고, 그 눈빛에는 희미한 감사의 기색이 담겨 있었다.두 사람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요원들과 밖으로 향했다.미쓰이 요시타카가 황급히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 트레버의 손에 쥐여 주었다.“두 분, 대사관에 도착한 뒤 시간이 부족할 것 같으면 언제든 제게 전화해 주십시오. 공연 시간을 늦추거나 필요하다면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CIA 요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미쓰이 회장님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스위프트 씨의 공연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겁니다. 스위프트 씨의 사회적 영향력이 워낙 크니 저희도 팬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만한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그렇다면 다행이군요.”미쓰이 요시타카는 그제야 조금 안심하며 말했다.“가능한 한 서둘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요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최대한 서두르겠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저희가 아니라 워싱턴에서 통제합니다. 지금 워싱턴은 한밤중인데 그쪽에서도 야근하며 대기하고 있으니, 일부러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겁니다.”말을 마친 요원은 수행원들에게
테일러 스위프트는 CIA가 일본까지 자신을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황한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리며 따져 물었다.“저를 왜 찾는 거죠? 전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요원이 차갑게 대답했다.“죄송하지만 스위프트 씨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미국 CIA 본부의 명령을 받았고, 몇 가지 중대한 사안에 관해 스위프트 씨가 조사에 협조해 주셔야 합니다.”“당신들이 진짜 CIA 요원인지 제가 어떻게 알죠? 적어도 제 변호사에게 연락해서 신분부터 확인하게 해 주세요.”요원은 곧바로 신분증과 서류 몇 장을 꺼내 탁자 위에 펼쳐 놓았다.“여기 제 신분증과 FBI 본부에서 보낸 팩스가 있습니다. 스위프트 씨에 대한 소환장과 주일 미국 대사관의 권한 위임서, 일본 외무성의 공문도 있고요. 이 정도면 저희 신분을 증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습니까? 현장에 있는 일본 외무성 직원들도 외교 공문을 받고 저희 업무에 협조하러 나온 사람들입니다.”테일러가 곧바로 말했다.“그래도 변호사에게 전화해서 제 상황을 알려야겠어요!”“죄송합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관련자들끼리 말을 맞추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금부터 스위프트 씨는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없습니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휴대전화도 만져서는 안 됩니다.”요원은 목소리를 낮춰 덧붙였다.“미국에서 최근 여러 사건이 벌어졌고, 그와 관련해 FBI의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알고 계실 겁니다. FBI는 스위프트 씨가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주일 CIA에 의뢰해 대사관으로 데려간 뒤 원격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백악관의 특별 승인까지 받은 사안이라 한시도 지체할 수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테일러 스위프트는 눈에 띄게 긴장했다.“저…… 몇 시간 뒤면 공연이 시작돼요. 수만 명의 관객이 기다리고 있다고요……”“대사관에서 성실히 협조하시면 조사는 금방 끝날 겁니다. 끝나는 즉시 이곳으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안 돼요!”
테일러는 배유현이 먼저 공익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 배유현이 시후와 각별한 사이라는 점을 떠올리자, 어쩌면 자신을 겨냥해 일부러 이 화제를 꺼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배유현을 상대로 논쟁을 벌이거나 말싸움을 할 용기는 없었다. 테일러는 난처한 표정으로 더듬거리며 대답했다.“네…… 공익 활동을 조금 하기는 했어요…… 아직 많이 부족해서 어디 내세울 만한 수준은 아니에요…… 배 회장님께서 보시기에는 꽤 사소해 보일 겁니다……”배유현은 테일러 스위프트를 바라보며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스위프트 씨에게 한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은데, 들어 보시겠어요?”테일러는 서둘러 겸손한 태도로 대답했다.“말씀해 주세요, 배 회장님. 귀담아듣고 배우겠습니다.”배유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배울 것까지는 없고, 그저 제가 경험하고 관찰하면서 얻은 작은 교훈일 뿐이에요.”그녀는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제 경험상 공익 활동을 할 때는 입으로 내는 목소리보다 돈으로 보여 주는 행동이 더 커야 해요.”테일러 스위프트가 무심코 되물었다.“목소리보다 돈으로 보여주는 행동이 더 커야 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요?”배유현이 답했다.“간단해요. 옛말처럼 말은 적게 하고 행동은 많이 하라는 뜻이죠. 특정 집단이 더 나은 대우를 받게 해 주고 싶다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조용히 기부하는 편이 나아요. 그 일이 나중에 잘못됐을 때 가장 먼저 함께 끌려 들어가는 사람은 대개 가장 큰 목소리를 냈던 사람이니까요.”그제야 테일러 스위프트는 배유현의 뜻을 이해했다. 자신이 지나치게 많은 말을 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에둘러 경고한 것이었다.속으로는 불쾌했지만 감히 배유현에게 반박할 수는 없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진심으로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배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정말 많이 배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인 뒤, 겉으로는 무심한 듯하면서도 의도적으로 덧붙였다.
젊고 아름다운 배유현이 파티장에 들어서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됐다.배유현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과거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배호영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주었고, 그 일을 계기로 세계적인 경영인으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세계적인 스타인 테일러 스위프트조차 마음속으로는 배유현을 무척이나 선망하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배유현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남자 친구 트레버가 아직도 자신의 요구대로 영상을 편집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조금 전부터 계속 냉전을 벌이며 누구도 먼저 침묵을 깨지 않았다. 배유현이 들어오자 평소 그녀를 동경하던 수많은 손님이 앞다퉈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테일러는 아무도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은 틈을 타 트레버에게 재촉했다.“트레버, 휴대전화 줘. 내가 직접 편집할게!”트레버는 고개를 저었다.“안 돼. 난 그 은 선생님에게 영상을 편집하지 않고 전부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어. 그 사람과 가족들의 얼굴도 모자이크 처리해야 하고.”트레버가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자 테일러가 차갑게 말했다.“끝까지 그렇게 나오겠다면 우리 헤어져.”트레버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헤어져도 괜찮아. 솔직히 말하면 나도 네가 오랫동안 나와 함께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어. 너와 사귀기 시작한 날부터 언젠가는 헤어질 수도 있다고 각오하고 있었으니까.”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그래도 헤어지기 전에 내 생각은 분명히 밝힐게. 넌 이제 공공장소에서 그런 주장을 계속 퍼뜨리면 안 돼. 넌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야.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많은 젊은이가 그 영향을 받아 인생을 바꿀 정도로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어. 예전의 넌 뛰어난 재능을 지닌 채 어린 나이에 성공해서 수많은 청소년의 훌륭한 본보기가 됐어. 많은 청소년이 너에게 용기를 얻어 자신의 꿈을 좇았고. 하지만 지금의 넌 과거의 너 자신에게서 너무 멀어졌어. 내가 10대였을 때
은 회장의 포효는 입을 열려고 하던 모든 사람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시후의 손에 맡길 수는 없었지만, 은 회장에게 아직 탈출구의 열쇠가 쥐어져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때 그들이 가장하면 안 되는 것은 바로 공개적으로 은 회장과 척을 지는 일일 것이다. 만약 은 회장이 정말로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돈을 써서 이 난리에서 벗어나기라도 한다면, 나중에 일이 처리된 후 대놓고 자신에게 등을 돌린 사람들을 찾아내어 정리할 것이다.그러자 은정공은 아버지의 말에 반기를 드는 것을 포기하고 앞장서서
스티브 로스차일드는 급히 말했다.“사방보당은 본래 한국의 물건입니다. 그러니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히 가장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시후는 다시 물었다.“당신 아버지는 꿈에서도 사방보당이 로스차일드 가문으로 돌아오길 바랄 텐데... 그런데 당신은 왜 같은 생각이 아니지?”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시후가 자신의 입장을 시험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즉시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선생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아버지는 아직도 구시대적 제국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 번 빼앗았으면 자기 것이라는 식이지요.
그 때 릴리의 모든 시선은 눈 앞의 어린 묘목에 쏠려 있었다. 땅에 무릎을 꿇고 묘목을 유심히 바라보는 릴리의 얼굴에는 감격이 가득했다.반면 옆에 서 있는 시후는 싱그러운 초록빛 새싹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시후는 그 옆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그토록 쏟아졌던 비의 흔적이,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12년 간의 의무교육이 시후에 머릿속에 남긴 것은 단 한 줄의 문장이었다.‘이건 비과학적이야.’아니면 이렇게 요약할 수도 있었다.‘이건 정말 말도 안 돼.’시후는 자신의 몸을 머리에
정오 무렵, 시후가 혼자 한인타운의 한 분식점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이민국 소속 차량 두 대가 사이렌 없이 경광등만 조용히 번쩍이며 갑자기 식당 앞에 멈춰 섰다.시후는 그 장면을 지켜보았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계속 식사를 했다.그때 경찰관 몇 명이 빠르게 식당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사진 한 장을 들고 손님들 얼굴을 하나하나 대조하다가, 갑자기 시후 앞에 멈춰 서서 큰 소리로 물었다.“말레이시아에서 불법 입국한 SIHU AN이 맞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들고 무고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