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행사선 갑판에서는 후원사 배너를 설치하고 있었다. 은채가 도면에 없는 위치를 가리키자 기획사 직원이 작업자에게 계속하라는 손짓을 했다.“강 대표님이 확정하신 거예요. 중계 화면 뒤에 로고가 보여야 합니다.”“이 자리는 신랑 신부가 서는 곳인데요. 승인받은 도면은 다른 위치였어요.”지수가 도착하자 은채는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고 두 도면을 나란히 보여줬다. 기획사에서 보낸 문서에는 축하 공연 무대라고 적혀 있었다. 루미에르의 준비안에는 본식 공간이었다.“둘을 같은 것으로 보고 계셨네요.”지수가 채원에게 물었다.“이 배경에서 중계된다는 설명을 들으셨어요?”채원은 펼쳐놓은 도면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홍보 사진 몇 장만 찍는 줄 알았어요. 결혼식 전체를 방송하는 건 처음 들어요.”“후원금이 2억입니다. 로고 빼면 그 돈 누가 책임질 겁니까?”기획사 직원이 끼어들었다. 지수는 배너를 무작정 뜯으라고 하지 않았다. 작업 책임자에게 잠시 설치를 멈춰달라고 한 뒤, 사용 범위를 확인할 사람을 불렀다.“공연 계약과 예식 계약이 겹쳐 있습니다. 지금 상태로 진행하면 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화면이 나가요. 확인부터 하겠습니다.”채원이 케이스를 내려놓고 손목을 문질렀다. 은채가 가까운 의자를 가져왔다.“앉아서 이야기하셔도 돼요.”“저 때문에 자꾸 일이 꼬이죠.”“아니요. 아직 안 정한 게 있었던 거예요.”지수는 전날 설희가 내민 서류를 꺼냈다. 야외 습도와 위약벌 조항은 수락하지 않았고, 현장 확인 뒤 별도 합의하기로 회신한 상태였다. 담당 직원에게 그
“한 대표님은 어디 계세요?”강설희가 명함보다 닫힌 대표실 문을 먼저 봤다. 지수는 손님을 상담실로 안내하며 다시 소개했다.“출장 중이십니다. 이번 상담은 제가 맡기로 미리 안내드렸어요. 기획 2본부를 맡은 민지수입니다.”“나는 한서연 대표를 보고 맡긴 건데.”곁에 있던 한채원이 강설희의 팔을 잡았다.“어머니, 저 안내받았어요. 오늘 얘기 듣기로 했잖아요.”설희는 못마땅한 얼굴로 앉았다. 클래식 공연 기획사 솔리스트 아트의 대표이자 신랑 강민우의 어머니였다. 채원에게는 예비 시어머니이며 소속사 대표이기도 했다.채원은 바이올린 케이스를 의자 옆에 놓았다. 손목 보호대가 소매 밖으로 보였지만 지수는 병명을 묻지 않았다. 대신 상담 중 악기를 어디에 놓으면 편할지 물었다.“제 옆에 두면 돼요. 수리점 들렀다 오는 길이라서요.”“네. 오늘은 예식에서 꼭 하고 싶은 것부터 들려주세요. 빼고 싶은 순서가 있으셔도 좋고요.”지수가 준비한 질문지를 건넸다. 설희가 먼저 받아 넘겼다.“장소는 세빛섬 인근 행사선으로 잡았어요. 2주 뒤 토요일, 하객 200명. 채원이 독주 순서를 중심으로 잡으면 됩니다.”채원은 볼펜 뚜껑만 만졌다. 지수가 그녀 쪽으로 질문지를 한 장 더 놓았다.“채원 씨도 같은 생각이세요?”“저는…… 연주 시간은 짧았으면 해요.”“지난달에도 쉬었잖니. 네 무대를 보러 오는 분들이 있어.”설희가 케이스를 가리켰다.“대여한 스트라디바리우스예요. 평가액만 10억이고요. 야외라고 소리가 흐트
월요일 오전 10시, 지수는 대표실에 들어와 서연 맞은편에 앉았다. 운현당 정산표와 영입 제안서를 서로 다른 파일에 넣어 가져왔다.“아펠가모 쪽에는 거절한다고 답했습니다.”서연이 보던 종이를 내려놓았다.“납품 문제 때문이야?”“그 일도 있지만, 조건을 확인할수록 실제 권한이 처음 들었던 것과 달랐어요. 지역 총괄이라고 해도 사람을 뽑거나 예산을 바꾸려면 본사 승인을 받아야 하더라고요.”“남는 쪽을 고른 게 후회될 수도 있어.”“그럴 수도 있죠. 그래서 여기 조건도 끝까지 확인하려고요.”지수가 웃었다. 서연도 웃으며 준비한 문서를 내밀었다. 표지에는 부대표 직무와 보수 조정안, 지분 15% 양도에 관한 검토 항목이 나뉘어 있었다.지수는 지분 숫자에서 잠깐 멈췄다.“이걸 오늘 바로 결정하자는 건 아니죠?”“아니. 취득 방식과 부담하는 비용, 나중에 퇴사할 때 처리도 자문받아야 해. 보고서처럼 읽고 질문해줘.”지수는 다음 장을 넘겼다. 서연은 설명하려다가 기다렸다. 그녀가 먼저 물은 것은 지분이 아니라 인사권이었다.“2본부 인력을 뽑을 때 제가 면접에 참여하고 최종안을 올리는 건가요?”“응. 인건비 한도도 같이 정하고.”“제가 현장을 맡으면서 채용과 정산까지 전부 직접 보면 지금보다 더 밀릴 수 있어요. 공통 지원 담당은 필요합니다.”서연이 메모했다. 이름만 부대표가 되고 기존 업무 위에 책임을 더 얹는 자리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두 사람은 서연이 맡는 1본부와 지수의 2본부를 나누되, 회계와 자재를 따로 쌓아두지 않기로 했다. 고객 배정이 겹
본식이 끝나자 박금선 이사장이 지수를 찾았다. 그녀는 축하 인사 중간에 마이크를 넘겨받고도 길게 말하지 않았다.“오늘 장소가 바뀌어 불편하셨을 텐데 잘 따라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준비를 맡은 민지수 디렉터와 직원들께도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박수가 났다. 지수는 앞쪽으로 불려 나가 잠깐 고개를 숙였다. 손에는 아직 다음 순서가 적힌 진행표가 들려 있었다.“옷을 준비해주신 분들과 시설 담당자분들도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식사는 안내받으신 자리에서 편하게 드시면 됩니다.”은채가 웃으며 엄지를 들었다. 지수는 그녀 옆으로 돌아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너무 짧게 했어요?”“좋았어요. 음식 나오는데 저라도 긴 연설은 싫을 것 같아요.”두 사람은 나란히 피로연 입구로 갔다. 신부가 지나가다 지수의 손을 잡았다.“아까 엄마가 그러셨어요. 다음에도 민 디렉터님 찾아야겠다고.”“다음 행사는 비 안 오는 날이면 좋겠네요.”“저희는 신혼여행 다녀오면 사진부터 보낼게요.”신부는 놓친 작은 꽃 장식을 챙겨 신랑에게 건넸다. 지수는 두 사람이 앉은 뒤에야 무전기를 잠깐 껐다. 어깨를 돌리니 목이 뻐근했다.***외부 주차장에 남아 있던 에드워드 권이 도진에게 말을 걸었다. 빗속에서 출구를 찾던 도진은 발걸음을 멈췄다.“차 대표님도 오셨네요. 한 대표 직원 행사까지 챙기실 줄은 몰랐습니다.”“오늘은 초대받고 왔습니다.”“민 실장이 일을 잘하더군요. 저희가 큰 자리를 제안한 이유가 있었어요.”권이 명함을 내밀자 도진은 받아 읽었다. 다만 다음 제휴
“그러니까 우리 집안 손님을 화면 앞으로 보내겠다는 거예요?”박 이사장이 두 배치도 사이에 손을 짚었다. 금요일 오후, 운현당 관리실에서 신랑 신부와 혼주가 함께 우천안을 확인하고 있었다. 오전에 전화로 설명을 들은 이사장은, 결정하기 전에 공간부터 직접 보겠다고 했다.지수가 고택 대청 쪽 사진을 돌려놓았다.“대청은 50명까지입니다. 가까운 가족만 들어가고 나머지 분들은 재단 연회실에서 보는 방법도 있어요. 다만 신랑 신부님은 하객을 나누지 않고 싶다고 하셨습니다.”신랑이 어머니를 봤다.“저희 둘만 고택에서 사진 찍고, 식은 다 같이 보면 안 될까요?”“여기까지 준비했는데 아깝잖아요.”지수는 바깥 설치를 맡은 담당자에게 확인한 내용을 설명했다. 마당에 매단 장식을 남겨두고 비를 피할 천만 덧대는 안은 쓰지 않기로 했다. 이미 반출한 장비와 실내로 옮길 물품을 사진으로 나눠 보여줬다.“하객석을 비바람에 노출시켜놓고 예정대로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장소가 바뀌는 건 아쉽지만, 옷을 입고 편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남길 수 있어요.”신부가 연회실 사진을 당겨봤다.“여기 창문으로 고택이 보여요?”“네. 앉는 방향을 바꾸면 뒤로 보입니다.”“그럼 저는 이쪽이 좋아요. 어른들 자리를 따로 나누지 않았으면 해요.”박 이사장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지수는 재촉하는 대신 바뀐 출입구와 주차 안내를 옆에 놓았다. 이사장이 마침내 펜을 들었다.“모르는 분들은 고택 정문으로 올 거예요. 거기 사람을 꼭 세워줘요.”“네. 이미 도착하신 분들도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연주가 가져온 옷은 아직 완성품이 아니었다. 가봉 실밥이 남은 당의와 길이가 긴 치마, 접어 보관한 쪽빛 단령이 작업대에 놓였다. 함께 온 한복 제작자가 먼저 소매를 펼쳐봤다.“신부님 키에는 치마를 이만큼 줄여야겠네요. 오늘 가봉하고 내일 마무리하면 됩니다. 장식까지 새로 넣기는 어려워요.”지수는 시간을 적었다. 은채는 한쪽에서 양가 어머니의 대여 한복 사진을 받아 비교했다. 연주는 사진에 붙은 치수와 준비한 원단을 나란히 놓고, 소매 끝에 댈 색부터 골랐다.“어머님 옷은 협력 숍에서 금요일에 받을 수 있어요. 신랑 신부님 옷하고 색이 겹치는지 봐주세요.”연주가 사진 옆에 원단을 댔다.“이 노란색은 조명 아래에서 더 진해져요. 옅은 쪽이 나을 것 같은데, 입으시는 분께 먼저 보여드려요.”오후 상담에는 신부와 박금선 이사장이 함께 왔다. 지수는 비단채 취소 메일과 기존 주문서를 먼저 보여줬다. 박 이사장이 납품 날짜에 밑줄을 긋고 그녀를 올려다봤다.“예정한 의상을 준비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것은 대체안이에요.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다른 대여 옷도 계속 확인하겠습니다.”박 이사장은 접어놓은 옷을 들춰봤다.“처음 가봉한 옷하고 많이 달라요. 사진도 다 다시 봐야겠네.”“네. 여기서 직접 입어보고 결정해주세요. 바뀌는 비용도 따로 적었습니다.”신부가 산호빛 당의의 깃을 만졌다. 연주는 손에 든 핀을 내려놓고 그녀가 충분히 볼 때까지 기다렸다.“이것도 이번에 새로 염색하신 거예요?”“이 원단은 앞서 염색해둔 걸 썼어요. 쪽빛 단령과 나란히 놓으면 얼굴 쪽이 밝아 보여요. 실제 조명에서도 한번 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