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결혼식 다음 월요일, 차도진은 달걀 두 개를 망쳤다.
첫 번째는 노른자가 터졌고, 두 번째는 프라이팬에 달라붙었다.
시우는 식탁에 앉아 그 과정을 지켜보다 말했다.
“그냥 스크램블이라고 해.”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어.”
“거짓말.”
서연은 현관 앞에서 한쪽 구두를 찾으며 주방을 봤다.
“둘이 아침부터 싸우지 마요.”
“엄마, 아빠가 달걀한테 졌어.”
“달걀이 강했어.”
도진은 포기하지 않고 세 번째 달걀을 깼다.
결혼식 뒤에 긴 신혼여행은 가지 않았다. 시우의 유치원 일정이 있었고, 서연에게는 이번 주 시작하는 호텔 웨딩 프로젝트가 있었다. 대신 금요일 저녁부터 가까운 바닷가로 이틀 다녀오기로 했다.
서연은 그 편이 좋았다.
인생을 멈추고 떠나는 여행보다, 돌아와도 그대로 이어지는 생활이 필요했다.
“
강설희가 테이블 위에 수표를 놓자 은채의 시선이 숫자에 잠깐 머물렀다. 1억 원이었다. 지수는 어제 끝난 예식의 정산표를 그 옆에 놓았다.“이건 별도 사례비예요. 까다로운 일을 맡아주셨으니 받으세요.”설희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누그러져 있었다. 그렇다고 지수가 바로 수표를 집지는 않았다.“감사합니다. 다만 오늘은 실제 진행한 비용과 취소된 항목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사례비가 생기면 그 용도와 수령 절차도 따로 확인해야 하고요.”“그렇게 복잡하게 할 것 있나요? 그냥 고생한 분들 나눠주면 되죠.”“직원들 보수는 회사에서 지급합니다. 고객께서 따로 주신 돈을 개인끼리 나누지는 않아요.”서연은 지수의 설명이 끝날 때까지 끼어들지 않았다. 은채가 행사선 사용료와 변경된 음향 비용을 나눠 보여줬다. 무대 제작을 줄여 남은 항목도 있었다.설희가 정산표를 내려다봤다.“나는 이렇게 드리면 뒤에 더 이상 말이 안 나올 줄 알았어요. 어제 공연 안 한 일까지요.”지수가 펜을 내려놓았다.“어제 일에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뜻이라면, 이 사례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예식 비용은 계약대로 정산할게요. 채원 씨의 연주 일정은 본인과 이야기하셔야 하고요.”지수는 수표를 설희 앞으로 돌려놓았다. 설희는 잠시 그것을 보다가 봉투에 넣었다.곧 채원과 민우가 들어왔다. 채원은 보호대를 한 손을 무릎에 놓고 어머니 맞은편에 앉았다. 민우가 대신 말하려다 그녀를 보고 기다렸다.“어머니, 진료받으면서 일정도 다시 짜보려고 해요. 당분간 연주는 줄일게요.”“취소하면 기획사 손해가 있다는 건 알지?”“네. 그래서 일정표를
토요일 오후, 채원은 악기 케이스를 닫은 채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오른손에는 보호대가 있었다. 지수는 밤새 확인한 새 식순을 무릎 높이 탁자에 놓았다.“연주는 빼고, 두 분이 고른 녹음을 틉니다. 본식도 짧게 바꿨어요. 중간에 쉬어야 하면 바로 알려주세요.”“네. 민우 씨랑 같이 들어갈게요.”의료진에게 확인한 주의사항은 본인과 민우가 챙겼다. 지수가 이동 경로를 짚자 채원은 중간 의자에서 잠깐 앉았다 가고 싶다고 했다. 민우는 보호대를 낀 손에 옷소매가 걸리지 않게 펴주고, 그 의자를 직접 당겨봤다.설희는 대기실 문 앞에서 케이스를 봤다.“정말 안 켤 거니? 잠깐만이라도 모습을 보여주면…….”“어머니, 저 오늘은 못 해요.”채원의 대답이 작았지만 끝은 흐리지 않았다. 설희가 민우를 보자 그가 말했다.“어제 같이 결정했어요. 하객 안내도 제가 했습니다.”“네가?”“네. 축하 공연이 아니라 저희 결혼식이라고요.”설희는 손에 든 프로그램을 내려다봤다. 그동안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건넨 약속이 많았다. 그 약속을 며느리의 손목으로 메울 수는 없었다.“그럼 소개 멘트는 어떻게 바꿨니?”“제가 사회자에게 전달했어요.”민우는 수정한 프로그램을 어머니에게 건넸다. 채원 옆에 앉은 뒤에도 사회자에게서 온 확인 전화를 직접 받았다. 채원은 그가 자기 이름이 적힌 긴 독주 순서를 지우는 걸 보았다.실내 객실에는 하객 200명이 자리를 잡았다. 배너가 빠진 창가 뒤로 강물이 보였다. 음향 담당자는 민우에게 최종 녹음 파일명을 보여주고 시험 재생을 했다. 악기 관리자는
예식 이틀 전, 은채는 행사선 관리 사무실에 앉아 보수 구역 도면을 펼쳤다. 담당자가 예전 검사 서류를 내밀었지만 그것만 받아오지 않았다.“이번에 손본 부분이 여기죠? 오늘 사용할 수 있다는 확인은 별도로 있어야 하지 않나요?”담당자는 운영 책임자를 불렀다. 점검 일정이 밀렸다는 말과 기획사에서 행사 배치를 다시 바꿔달라고 했다는 말이 뒤섞여 있었다.은채는 지수에게 전화를 걸어 들은 내용을 나눠 설명했다. 누구의 방해인지 짐작하는 일보다 토요일에 쓸 수 있는 공간을 확정하는 일이 먼저였다.“갑판 쪽 난간 구역은 아직 통제 중이고요. 실내 객실과 선착장 연결 통로는 오늘 별도 점검한답니다.”“배를 움직이는 일정은 없다는 것도 확인해요. 우리가 쓰는 건 정박 상태의 시설이에요.”지수는 후원사 배너를 갑판에 세우려던 계획이 남아 있는지 물었다. 남아 있다면 예식 운영표와 별개로 처리해야 했다.오후에 운영자가 수정된 사용 범위와 점검 결과를 보냈다. 막아둘 갑판 구역은 도면에 표시돼 있었다. 실내와 승인된 통로만 이용하고, 정박 상태를 유지하는 조건이었다.은채는 직접 걸어본 길의 사진을 붙였다. 서류의 선과 실제 문 위치가 달랐던 한 곳은 현장에서 다시 안내를 바꿨다.“안 쓰는 갑판 쪽으로 사진 찍으러 나가는 분도 있을 거예요.”“그쪽은 안내판만 놓지 말고 담당자를 세워요. 신랑 신부 촬영도 실내 창가로 바꿔두고요.”지수는 설희에게 변경 내용을 보냈다. 곧 전화가 왔다.“배도 못 움직이고 밖에도 못 나가면 선상 예식을 하는 의미가 없잖아요.”“실내에서 강을 보는 안으로 신랑 신부님이 선택하셨습니다. 승인받지 않은 구역을 열 수는 없어요.”
지수는 다음 회의에서 야외 공연장 그림을 접었다. 대신 행사선의 기존 실내 공간 사진을 벽에 붙였다. 무대와 통로, 악기 대기실이 각각 표시돼 있었다.“바깥 공기를 전부 바꾸겠다는 안은 쓰지 않겠습니다. 신랑 신부가 원한 건 강이 보이는 예식이지, 갑판에서 끝까지 버티는 공연은 아니니까요.”음향 담당자는 창가를 향한 스피커 위치를 조정했고, 운영자는 출입문을 여닫을 때 생기는 문제를 설명했다. 은채가 의자에 앉아 창 쪽을 봤다.“이쪽이면 강은 보이는데 신부님 얼굴에 창틀이 겹쳐요.”지수는 의자를 옮겼다. 몇 번 자리를 바꾼 뒤 실제 인물 높이로 사진을 찍었다. 장비 수치보다 신랑 신부가 어디를 보며 설지 먼저 정해야 했다.추가 견적에는 기존 객실 설비 사용료와 음향 조정 비용을 따로 적었다. 밤새 새 구조물을 만들지 않아도 됐다. 다만 하객 수와 연주 여부에 따라 배치를 다시 확정해야 했다.그날 오후, 강민우가 연습을 마치고 회사로 왔다. 지수는 채원이 공개를 허락한 준비 내용만 테이블 위에 놓았다.“후원사 중계가 본식까지 들어오는 줄 알고 계셨어요?”“어머니가 챙긴다고 하셔서 자세히 안 봤습니다.”“채원 씨는 안 하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대요.”민우가 휴대전화를 뒤집어놓았다. 악보를 쥐던 손이 무릎 위에서 움직였다.“저도 어머니 기획사 도움을 받았어요. 지금 거절하면 채원이까지 곤란해질까 봐…….”“거절 때문에 생길 일은 먼저 확인하셔야겠죠. 대신 채원 씨가 이미 괜찮다고 했다는 전제로 준비하지는 말아주세요.”지수는 비워둔 연주 순서를 가리켰다.“민우 씨는 이날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행사선 갑판에서는 후원사 배너를 설치하고 있었다. 은채가 도면에 없는 위치를 가리키자 기획사 직원이 작업자에게 계속하라는 손짓을 했다.“강 대표님이 확정하신 거예요. 중계 화면 뒤에 로고가 보여야 합니다.”“이 자리는 신랑 신부가 서는 곳인데요. 승인받은 도면은 다른 위치였어요.”지수가 도착하자 은채는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고 두 도면을 나란히 보여줬다. 기획사에서 보낸 문서에는 축하 공연 무대라고 적혀 있었다. 루미에르의 준비안에는 본식 공간이었다.“둘을 같은 것으로 보고 계셨네요.”지수가 채원에게 물었다.“이 배경에서 중계된다는 설명을 들으셨어요?”채원은 펼쳐놓은 도면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홍보 사진 몇 장만 찍는 줄 알았어요. 결혼식 전체를 방송하는 건 처음 들어요.”“후원금이 2억입니다. 로고 빼면 그 돈 누가 책임질 겁니까?”기획사 직원이 끼어들었다. 지수는 배너를 무작정 뜯으라고 하지 않았다. 작업 책임자에게 잠시 설치를 멈춰달라고 한 뒤, 사용 범위를 확인할 사람을 불렀다.“공연 계약과 예식 계약이 겹쳐 있습니다. 지금 상태로 진행하면 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화면이 나가요. 확인부터 하겠습니다.”채원이 케이스를 내려놓고 손목을 문질렀다. 은채가 가까운 의자를 가져왔다.“앉아서 이야기하셔도 돼요.”“저 때문에 자꾸 일이 꼬이죠.”“아니요. 아직 안 정한 게 있었던 거예요.”지수는 전날 설희가 내민 서류를 꺼냈다. 야외 습도와 위약벌 조항은 수락하지 않았고, 현장 확인 뒤 별도 합의하기로 회신한 상태였다. 담당 직원에게 그
“한 대표님은 어디 계세요?”강설희가 명함보다 닫힌 대표실 문을 먼저 봤다. 지수는 손님을 상담실로 안내하며 다시 소개했다.“출장 중이십니다. 이번 상담은 제가 맡기로 미리 안내드렸어요. 기획 2본부를 맡은 민지수입니다.”“나는 한서연 대표를 보고 맡긴 건데.”곁에 있던 한채원이 강설희의 팔을 잡았다.“어머니, 저 안내받았어요. 오늘 얘기 듣기로 했잖아요.”설희는 못마땅한 얼굴로 앉았다. 클래식 공연 기획사 솔리스트 아트의 대표이자 신랑 강민우의 어머니였다. 채원에게는 예비 시어머니이며 소속사 대표이기도 했다.채원은 바이올린 케이스를 의자 옆에 놓았다. 손목 보호대가 소매 밖으로 보였지만 지수는 병명을 묻지 않았다. 대신 상담 중 악기를 어디에 놓으면 편할지 물었다.“제 옆에 두면 돼요. 수리점 들렀다 오는 길이라서요.”“네. 오늘은 예식에서 꼭 하고 싶은 것부터 들려주세요. 빼고 싶은 순서가 있으셔도 좋고요.”지수가 준비한 질문지를 건넸다. 설희가 먼저 받아 넘겼다.“장소는 세빛섬 인근 행사선으로 잡았어요. 2주 뒤 토요일, 하객 200명. 채원이 독주 순서를 중심으로 잡으면 됩니다.”채원은 볼펜 뚜껑만 만졌다. 지수가 그녀 쪽으로 질문지를 한 장 더 놓았다.“채원 씨도 같은 생각이세요?”“저는…… 연주 시간은 짧았으면 해요.”“지난달에도 쉬었잖니. 네 무대를 보러 오는 분들이 있어.”설희가 케이스를 가리켰다.“대여한 스트라디바리우스예요. 평가액만 10억이고요. 야외라고 소리가 흐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