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007화. 허락받아야 하는 것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1 22:26:14

도희는 피가 배어 나오도록 입술을 짓씹었다. 서류에 적힌 30억이라는 살인적인 액수보다 끔찍한 것은, 다시 내던져질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과 어두운 영안실의 침묵이었다.

혼란스럽게 흔들리던 시선이 계약서 맨 마지막 장, 붉은 활자로 새겨진 특약 조항에 가닿았다.

[특약 조항: 단, 주간 목표 체지방 감량치 달성 및 트레이너가 부여하는 ‘특정 복종 미션’ 완수 시, 일요일 단 하루 ‘치팅 포인트’에 상응하는 음식을 허용한다.]

치팅데이(Cheating Day).

그 단어를 인지한 순간, 도희의 목울대가 울렁이며 마른침이 넘어갔다. 질식할 것 같은 금욕의 지옥 속에서 유일하게 허락되는 찰나의 구원이자 합법적인 탐닉.

“무조건 굶기는 건 삼류들이나 하는 짓이지. 네가 땀 한 방울을 흘릴 때마다 칼로리를 사고, 내 명령에 복종할 때마다 양념을 허락받는 거다. 네가 원하는 그 빌어먹을 음식은, 오직 내 발밑에서 복종의 대가로만 얻어낼 수 있어.”

태혁의 입가에 잔인하고도 오만한 미소가 번졌다.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만드는 포식자의 기색이었다.

“사인해. 기회는 지금뿐이다.”

태혁이 묵직한 몽블랑 만년필을 밀어냈다. 서늘한 금속음을 내며 테이블 위를 구른 펜이 도희의 손끝에 닿았다.

식은땀으로 젖은 손바닥 안에서 미끄러지는 배럴을 고쳐 쥐고 마지막 장을 다시 폈다. 100일, 목표 달성, 치팅 포인트. 과거 광고 계약서의 작은 단서 조항을 무심코 넘겼다가 낭패를 보았던 기억이 등골을 스쳤다. 이번에도 찰나의 방심으로 놓친 것이 있을까 봐 펜 끝을 멈춰 세웠다. 최소한 보상이라는 이름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제 입으로 확인받아야 했다.

“목표를 채우면 보상도 지켜요. 나중에 말을 바꾸지 말고.”

도희가 서류 하단의 특약란을 날카롭게 짚어 냈다.

“병원 진료랑 약은 이 계약하고 따로예요. 운동도 진료에서 허용한 범위를 넘기면 안 돼요.”

태혁은 그녀가 짚은 자리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만년필을 건네받아 막힘없이 문구를 적어 내려갔다. ‘의료진의 처방과 지침은 훈련표에 우선한다.’ 도희는 개인 전화로 진료 연락을 직접 받는다는 문구까지 추가로 기재하게 한 뒤에야 펜을 돌려받았다.

태혁이 긴 검지로 종이 위를 툭툭 건드렸다.

“채워 와. 그때 따져.”

서걱, 서걱.

적막을 가르는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백지 위로 ‘윤도희’ 석 자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그 순간, 태혁의 입꼬리가 짙은 만족감으로 비틀렸다.

그는 도희의 손가락 사이에서 계약서와 만년필을 거칠게 낚아채더니, 현관 벽면의 마스터 키패드를 향해 성큼 걸어갔다.

삐비비빅-! 철컥!

신경을 긁는 비프음과 함께 도어록 비밀번호가 재설정되었다. 삼중으로 맞물린 육중한 방음 도어가 밀폐되듯 단단히 닫혀 버렸다.

도어록에 떠오른 붉은 표시등을 응시한 채 도희는 제자리에 굳어 붙었다. 불과 몇 분 전 제 발로 걸어 들어온 문이었지만, 이제는 안쪽에서조차 어떻게 열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완전한 밀실이었다.

뒤돌아선 태혁이 느릿한 보폭으로 다가왔다. 목덜미를 짓누르는 위압감에 도희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으나, 몇 걸음 못 가 차디찬 대리석 벽에 등이 닿았다. 더는 물러설 곳 없는 좁은 틈새로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태혁의 억센 손아귀가 뻗어 나와 도희의 턱을 거칠게 틀어쥐고 위로 치켜올렸다. 살갗을 짓누르는 압력에 고개가 꺾이듯 들렸고, 창백하게 질린 뺨 위로 태혁의 뜨거운 숨결이 쏟아져 내렸다.

“명심해, 윤도희.”

낮게 가라앉은 묵직한 음성이 귓바퀴를 파고들어 척추를 타고 흘러내렸다.

“오늘부터 네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은 내 허락을 거친다.”

단단한 엄지손가락이 파르르 떨리는 아랫입술을 강하게 내리누르며 억지로 벌렸다. 강압적인 힘에 밀려 붉은 입술이 벌어지자, 그 틈새로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왈칵 터져 나왔다.

“물 한 모금조차.”

가차 없이 밀고 들어온 그의 지문이 점막의 여린 살결을 지그시 짓이기며 구강 안쪽을 침범했다.

도희의 젖은 혀끝에 닿아오는 거친 지문의 감촉과 알싸한 쇳내. 생전 겪어본 적 없는 노골적이고 가학적인 침범에 도희의 하얀 목덜미가 수치심과 공포, 기묘한 전율로 붉게 물들어 갔다.

태혁의 시선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헐떡이는 도희의 깊은 눈동자를 옭아매고 있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더운 숨이 가쁘게 새어 나왔다. 밀어내고 저항하려 해도 온몸의 맥이 탁 풀려나가는 낯선 감각이 혈관을 타고 번졌다.

“대답해, 윤도희.”

태혁은 그녀의 숨결을 머금은 손가락을 거두지 않은 채, 턱을 더 깊숙이 쥐어짰다.

“누구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

도희는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내리깔며, 굴욕감과 서늘한 열기 속에서 간신히 메마른 목소리를 쥐어짰다.

“……대표님 허락이요.”

그제야 태혁의 입가에 차가우면서도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져 나갔다. 100일간의 잔혹한 사육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등 뒤의 방음문은 닫힌 채였다. 거실 쪽으로 돌아선 도희에게는 바깥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밀폐된 적막 속에서 부딪히는 것은 오로지 밭은 제 숨소리와, 등 뒤를 빈틈없이 짓누르는 강태혁의 서늘하고 규칙적인 날숨뿐이었다.

그는 도희를 이끌어 거실 한가운데 자리한 은빛 원형 플랫폼 위로 밀어 넣다시피 세웠다. 바닥을 따라 은은한 푸른빛의 원형 LED 띠가 숨을 쉬듯 점등되자, 천장에 설치된 여덟 대의 고해상도 광학 렌즈와 적외선 3D 레이저 스캐너가 나직한 구동음을 흘리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치 등급을 매기기 위해 도살장 위에 올려진 제물을 계측하는 첨단 설비와도 같았다.

“옷 벗어.”

도희는 본능적으로 옷자락을 그러쥐었다. 제 귀를 의심하며 겨우 목소리를 쥐어짰다.

“……네? 뭐라고요?”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제032화. 기록을 바꾸는 손

    다시 무릎을 굽히는 순간 관절에서 맥없이 힘이 빠졌다. 태혁이 한 발 들이밀며 그녀의 팔을 단단히 낚아채 지탱해 주었다. 그의 흉곽에서 전해지는 거친 숨결이 도희의 뺨을 스쳤다.도희는 더 버티지 않고 그대로 벤치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더는 하지 않겠다고 고개를 완강하게 내저었다.태혁은 말을 꺼내려다 끝내 시선을 돌려 기록판을 응시했다.완료한 것은 고작 6회, 그중 3회는 그의 힘을 빌린 보조였다.기록판 위의 잔인한 숫자 ‘300’은 그대로였다. 도희는 물병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그 오만한 숫자를 응시했다. 눈앞에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 몸을 망가뜨려 가며 해내야 할 일은 결코 아니었다.태혁이 다가와 도희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도희는 벤치 가죽 시트를 손톱이 하얗게 질리도록 쥐어짜며 버텼다.“조금만 앉아 있을게요.”태혁은 곧바로 물러서지 않았다. 도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태혁의 시선은 꺾인 무릎이 아닌 그녀의 붉어진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 지시 한마디면 결국 일어설 사람을 기다리는 듯한, 오만하고도 깊은 눈빛이었다.도희는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보틀을 들어 물을 천천히 넘겼다. 목울대가 조용히 울렁거렸다.침묵의 줄다리기 끝에, 태혁이 먼저 등을 돌려 기록판 쪽으로 돌아섰다. 계획된 숫자 아래, 실제 완료 횟수를 적어야 할 공란은 비어 있었다. 도희의 눈길이 그의 손가락 사이에 들린 유성 마커로 향했다.“아까 표시해달라고 했잖아요.” 

  •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제031화. 보조라고 적어요

    도희는 쿠션 끝을 만지작거렸다. 조금 전까지 울던 목소리가 또 떨릴까 봐 더 말하지 않았다. 태혁은 한동안 서 있다가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가 잠들 때까지 그곳에 있었지만, 도희는 그를 보느라 눈을 뜨고 있지는 않았다.***월요일 새벽 5시 정각.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펜트하우스는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 전날 밤 도희는 의사가 적어 준 주의사항 메모를 훈련 계획표 사이에 깊숙이 끼워 두었다. 무리한 무게는 절대 들지 않겠다고, 날이 밝으면 그의 면전에 대고 똑똑히 말할 작정이었다.그러나 그 다짐을 미처 떠올리기도 전이었다.쾅-!육중한 침실 문이 무자비하게 열리며 새벽의 고요를 거칠게 찢었다.“으응…… 뭐야……?”도희가 잠결에 침대 시트 속으로 파고들며 몸을 웅크린 순간, 온몸을 덮고 있던 푹신한 오리털 이불이 단숨에 뜯겨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서늘하게 벼려진 에어컨 냉기가 얇은 슬리브리스 차림의 맨살을 날카롭게 할퀴었다. 피부 위로 소름이 오소소 돋아나자 도희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침대 머리맡, 어둠 속을 가르는 압도적인 인영.강태혁이었다.짙은 회색 트레이닝팬츠에 단단한 근육을 여과 없이 드러낸 타이즈 차림. 그는 가죽 리프팅 스트랩 끝을 제 억센 손목에 바짝 감아쥐며, 침대 위에 굳어 있는 도희를 서늘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기상 시간이다. 침대에서 기어 나와.”&nb

  •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제030화. 지키면 되잖아요

    남은 떡볶이의 몫도 확인하지 못했는데, 그의 긴 손가락이 터치패널 위에서 새로운 목표 시간을 불러냈다.[경사도 설정: 15%][목표 시간: 60분]“올라가라.”명령에 도희는 떨리는 발을 디디기 전, 옷자락에 비상 정지 핀부터 단단히 꽂아 넣었다. 태혁이 시작 버튼을 누르자 발밑의 벨트가 묵직한 구동음을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겨우 보폭을 맞췄으나, 가파르게 솟아오른 경사도가 턱밑까지 숨을 몰아붙였다. 종아리 근육이 터질 듯 팽팽하게 당겨졌고, 불과 몇 걸음 만에 방금 삼킨 음식물이 목구멍까지 역류할 듯 메스꺼움이 치밀었다.“경사 내려요. 지금은 안 돼요.”패널로 향하는 그의 손길을 필사적으로 좇으며 도희는 손잡이를 하얗게 질리도록 움켜쥐었다. 경사가 완만해졌음에도 울렁거리는 속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한계에 부딪힌 도희가 옷에 걸려 있던 줄을 사납게 낚아챘다. 붉은 안전핀이 뽑히며 벨트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그제야 도희는 발을 양옆의 고정 패드로 황급히 피신시켰다.“누가 멈추라고 했지.”차갑게 내려앉는 추궁에 도희는 답조차 잇지 못하고 거친 숨만 토해냈다. 반사적으로 터져 나오려던 사과를 억지로 삼키며 떨리는 손끝으로 계기판을 가리켰다. 경과 시간 10분 00초. 잔여 시간 50분이라는 잔인한 숫자가 시야를 찔렀다.“지금 더 하면 토해요.”“잠깐 쉬었다가 이어서…….”“이어갈 수 있을 때 하

  •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제029화. 식사가 끝나도

    사내의 굳은살 박인 엄지손가락이 땀과 침으로 젖은 도희의 턱밑을 서서히 쓸어 올리더니, 번들거리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지그시 짓눌렀다.“네 입술의 양념이…… 그 어떤 음식보다 훨씬 자극적이군. 앞으로 네 혀가 느낄 모든 맛과 쾌락은, 오직 내 입술을 거쳐서만 전달될 거다.”도희는 붉게 자국 난 손목을 반대편 손으로 감싸 쥐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의 오만한 선언대로 배고픔이 다른 욕망 따위로 치환되었다면, 저기 남겨진 접시가 이토록 뼈아프게 눈에 밟힐 리 없었다.“그건 대표님 생각이고요.”가빠진 호흡 탓에 문장이 토막 나 튀어나왔다. 태혁의 짙은 시선이 도희의 젖은 입술에 닿았지만, 도희는 그의 시선을 외면한 채 단호히 턱을 돌려 식탁 쪽을 노려보았다.“저 지금 배고픈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까 화났던 건 기억해요.”남자는 즉각 반박하지 않았다. 마치 어린애가 악을 쓰다 지쳐 울음을 그치길 관망하는 듯한, 지독하게 오만하고 침착한 눈빛이었다. 도희가 붉게 짓눌린 손목을 문지르자 목구멍에서 서러운 울음이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 저 단단한 품에 다시 파고들어 안기면 이 지독한 굴욕감도 잠시나마 잊힐지 모른다는 나약한 유혹이 스쳤다. 하지만 그 비겁한 충동을 들키고 싶지 않아 눈을 내리깔았다가, 이내 식탁을 올려다보며 다시 악착같이 시선을 들었다. 다음 끼니에서도 이런 식으로 휘둘리고 통제당할까 봐 소름이 돋았다.“다음에는…… 다 먹기 전에 어디까지 먹는 건지부터 말해줘요.”“미리 담아둔 양까지만

  •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제028화. 아직 남은 내 몫

    “읍……! 으읍……!”도희는 짓눌린 턱을 비틀어 빼내려 바둥거렸으나, 이내 뒤통수가 서늘한 대리석 바닥에 쿵 하고 닿았다. 가까운 숨소리 때문에 제 숨이 더 가빠졌다.태혁의 입술이 도희의 아랫입술을 짓이기듯 집어삼켰다. 머리 위 바닥으로 붙잡힌 도희의 손목이 떨렸으나, 그를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등의 차가운 감촉만 더욱 선명해졌다.“하…… 읍……!”도희가 숨이 막혀 버둥거렸지만, 태혁은 오히려 그녀의 턱을 더욱 으스러뜨릴 듯 쥐어틀며 입술 안쪽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었다.입술 안쪽이 따끔거렸다. 고개를 돌리려 해도 턱을 잡은 손이 놓이지 않았다. 턱을 옭아맨 손아귀는 조금의 틈도 내어주지 않았다.입안을 맴도는 고추장 양념의 알싸한 매운맛이 다시 퍼졌다. 아까는 더 먹고 싶었는데 지금은 숨부터 쉬고 싶었다. 도희는 손목을 움직이며 짧은 소리를 냈다.마침내 태혁이 입술을 떼어내며 손목을 옭아매던 손을 풀었다. 구속이 풀리자마자 도희는 폐부 깊숙이 공기를 채워 넣으며 밭은 숨을 몰아쉬었다. 흐트러진 몸을 일으키려 그의 단단한 어깨에 손을 얹었다가, 밀어내지 못하고 셔츠 깃을 구기듯 움켜쥐었다.“잠깐.”태혁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도희는 린넨 천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며 겨우 맥박을 가라앉혔다. 남자를 밀쳐내려 해도 손끝에서 자꾸만 기운이 빠져나갔다. 모멸감에 고개를 푹 숙여버리고 싶었으나, 틈을 보였다간 그가 또다시 입술을 덮쳐올 것만 같았다. 도희

  •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제027화. 말까지 빼앗긴 자리

    도희는 그렇게 믿으려 애쓰며 남색 셔츠를 입은 태혁을 응시했다. 몇 분 전만 해도 제 말에 잠시 멈춰 섰던 사내였다. 하지만 냉혹하게도, 붉은 김을 피워 올리는 그릇은 거침없이 그녀의 반경에서 멀어져 갔다.“두 장 다 제 몫이라고 했잖아요. 아까 잘라놓은 것까지 봤어요.”태혁은 대답 대신 그릇을 등 뒤로 완전히 물리려 했다.그 순간, 도희의 머릿속에서 이성의 끈이 탁 끊어졌다.“더…… 더 내놔! 그릇 줘! 내가 퍼먹을 거야!”제어되지 않는 충동에 휘둘려, 도희는 저릿한 손목을 꺾으며 식탁 위로 상체를 거칠게 내던졌다. 숟가락 따위를 챙길 여유는 없었다.하얗게 질린 맨손이 뜨거운 양념 속으로 사정없이 처박혔다. 국물과 떡을 무자비하게 한 움큼 움켜쥐어 벌어진 입술 사이로 마구 쑤셔 넣으려던 찰나,붉고 기름진 국물이 도희의 창백한 손가락 사이로 짓이겨져 흘러내리고, 목덜미와 헐렁한 티셔츠 위로 난폭하게 튀었다.챙그랑―!섬뜩한 마찰음과 함께 둔탁한 통증이 손목을 내리쳤다.태혁의 차갑고 단단한 손아귀가 도희의 가녀린 손목을 매섭게 후려쳐 쳐냈다. 반동으로 밀려난 그릇이 식탁 구석으로 미끄러져 날아갔다.“그만.”낮고 가라앉은 음성이었다.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니건만, 얼음장 같은 위압감에 도희의 손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멀어진 그릇에서, 벌겋게 부어오른 손등 위로 진득하게 묻어 있는 양념으로 시선이 뚝 떨어졌다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