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방금 전 그에게 단단히 결박당했던 팔뚝에 얼얼한 압점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도희는 옷섶을 바짝 끌어당겼다. 계약서에 제 이름을 갈겨썼다고 해서, 다짜고짜 이런 굴욕적인 요구까지 감수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못 알아들었나? 헐렁한 옷을 입고서는 몸의 윤곽을 잴 수 없으니, 밀착되는 옷으로 갈아입으라는 뜻이다.”
태혁이 서랍장에서 꺼내 든 짙은 쥐색의 스포츠 브라톱과 얇디얇은 심리스 레깅스가 차가운 대리석 테이블 위로 툭, 무심히 떨어졌다.
제 손바닥만 한 천 조각에 불과한 브라톱, 그리고 빛을 받으면 속살이 아스라이 비쳐 보일 만큼 얇고 탄력적인 원단. 도희의 새하얀 뺨 위로 삽시간에 수치 어린 열기가 들끓었다.
“이, 이걸 입으라고요? 너무 얇고…… 거의 다 비치잖아요!”
“30초다. 탈의실은 저쪽이야. 시간 끌지 마.”
태혁이 턱짓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제 손목시계를 냉정하게 응시했다. 옷가지를 낚아챈 도희는 여전히 시계에 고정된 그의 무자비한 시선에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구석진 탈의실로 도망치듯 들어가 퇴원복을 벗어 던지고, 몸에 찰싹 감겨드는 회색 원단 속으로 다리를 쑤셔 넣는 내내 문밖에서 째깍거리는 초침 소리가 목을 죄어오는 듯했다.
탄성 강한 스판덱스가 풍만한 허벅지와 둔부, 아랫배의 무른 살결을 잔인하리만치 적나라하게 옥죄었다. 깊게 파인 브라톱 네크라인 너머로 뽀얗게 부푼 가슴골과 굴곡진 가슴선이 여과 없이 밀려 나왔다. 늘 헐렁한 오버핏 상의로 몸을 숨긴 채 렌즈 앞에 서던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숨 막히는 노출감이었다.
도희가 치욕감에 붉게 물든 낯으로 거실로 걸어 나오자, 태혁의 서늘한 시선이 그녀의 굴곡진 곡선을 훑으며 끈적하고도 집요하게 내려앉았다. 다만 그것은 육욕에 눈먼 사내의 눈빛이 아니었다. 발골할 육류의 등급을 매기는 냉혈한 백정의 그것에 훨씬 가까웠다.
“플랫폼 중앙에 서서 양팔을 45도로 벌려. 시선은 정면 고정.”
낮게 깔린 명령에 도희는 홀린 듯 발을 옮겼다.
맨발이 알루미늄 플랫폼의 차가운 금속판에 닿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이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푸르스름한 레이저 센서의 광선이 빗줄기처럼 쏟아지며, 그녀의 전신을 샅샅이 훑고 지나갔다.
벽면의 대형 모니터 위로 도희의 적나라한 신체 윤곽이 3차원 입체 그래픽으로 떠올랐다. 화면 한편에는 사전에 측정되었던 체성분 데이터가 냉정하게 불러와졌다. 도희가 견디지 못하고 팔을 미세하게 내리자, 모니터 속의 푸른 잔상 역시 똑같이 일렁였다. 눈앞에 비친 낯선 입체상이 온전히 제 몸뚱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옆에 붉은빛으로 점멸하는 잔인한 수치들로부터 도망칠 길은 완전히 차단되었다.
[신장: 164.2cm / 체중: 74.3kg]
[체지방률: 39.4% (체성분 추정치)]
[골격근량: 21.2kg (추적 측정 필요)]
[복부지방 지표: 0.94 / 내장지방 레벨: 16 (기기 추정값)]
[신체 나이: 58세 / 기초대사량: 1,180kcal (기기 추정값)]
화면 하단에 작게 명시된 유의 문구에 시선이 가닿았다. 체수분 상태와 환경에 따라 오차가 있을 수 있으며, 신체 나이는 의학적 병명이 아닌 기기상의 수치일 뿐이라는 단서. 퇴원할 때 받아 든 병원 검사표의 내용이 스쳤지만, 지금 눈앞에 붉게 박힌 숫자들의 폭력성을 희석해주지는 못했다.
늘 화면 속에서 예쁘다는 찬사를 들어왔건만, 낱낱이 파헤쳐진 제 몸의 실체를 마주한 지금은 시선을 둘 곳조차 없었다. 악성 댓글을 훑어내리듯 위에서부터 시선을 떨구다 ‘신체 나이’라는 네 글자 앞에서 숨이 턱 막혔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화사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응시하던 제가, 이 흉측한 숫자들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외면하려 애써도 붉은 경고색으로 물든 복부와 허벅지의 윤곽이 망막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도희는 운동복의 허리 밴드를 떨리는 손가락으로 꾹 짓눌렀다. 옷감 속으로 숨겨버리고 싶었던 무르고 연약한 살덩이들이, 저 모니터 안에서는 사방에서 난도질당하듯 적나라하게 까발려져 있었다.
그러나 잔혹한 계측의 형벌은 시각적인 굴욕으로 끝나지 않았다.
태혁이 서랍에서 꺼내 든 검은 라텍스 장갑을 양손에 끼워 넣었다.
‘뽀드득-.’
적막을 가르는 질척하고 팽팽한 고무 마찰음이 귓전을 서늘하게 긁었다.
그가 성큼 다가와 도희의 등 뒤에 바짝 달라붙자, 머리 위의 조명이 그의 넓은 어깨에 가로막혀 순식간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뒷덜미를 델 듯 스치는 그의 뜨거운 날숨을 피하려 몸을 움츠리던 도희는, 외려 그의 단단한 흉곽에 어깨를 부딪치고 말았다.
“숨 참지 마. 복압 풀고 자연스럽게 서.”
낮게 으르렁거리는 명령과 함께, 태혁의 커다란 손가락이 브라톱 아래로 드러난 옆구리와 아랫배의 무른 살갗을 거칠게 움켜쥐어 집어 올렸다.
검은 고무 장갑 너머로 살을 파고드는 서늘한 감촉, 그리고 뼈마디가 느껴질 만큼 억센 악력에 도희의 온몸이 감전된 듯 바르르 떨렸다.
“흣……!”
“자연스럽게 서라는데 왜 어깨까지 움츠리지. 지금 네가 어떻게 서 있는지 봐. 이 화면부터 외면하지 마.”
태혁의 손길이 골반 능선을 미끄러져 내려가, 허벅지 안쪽의 가장 여리고 부드러운 살결을 인정사정없이 틀어쥐었다.
연약한 부위를 파고드는 무자비한 압력에 도희는 그만 무릎이 꺾일 뻔했다. 그의 손가락이 닿는 피부마다 전율이 일며 돌처럼 굳어버렸다. 도희는 잔인한 모니터 대신 제 살을 거머쥔 검은 장갑만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대체 이 짓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목구멍에 걸린 비명은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다시 무릎을 굽히는 순간 관절에서 맥없이 힘이 빠졌다. 태혁이 한 발 들이밀며 그녀의 팔을 단단히 낚아채 지탱해 주었다. 그의 흉곽에서 전해지는 거친 숨결이 도희의 뺨을 스쳤다.도희는 더 버티지 않고 그대로 벤치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더는 하지 않겠다고 고개를 완강하게 내저었다.태혁은 말을 꺼내려다 끝내 시선을 돌려 기록판을 응시했다.완료한 것은 고작 6회, 그중 3회는 그의 힘을 빌린 보조였다.기록판 위의 잔인한 숫자 ‘300’은 그대로였다. 도희는 물병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그 오만한 숫자를 응시했다. 눈앞에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 몸을 망가뜨려 가며 해내야 할 일은 결코 아니었다.태혁이 다가와 도희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도희는 벤치 가죽 시트를 손톱이 하얗게 질리도록 쥐어짜며 버텼다.“조금만 앉아 있을게요.”태혁은 곧바로 물러서지 않았다. 도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태혁의 시선은 꺾인 무릎이 아닌 그녀의 붉어진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 지시 한마디면 결국 일어설 사람을 기다리는 듯한, 오만하고도 깊은 눈빛이었다.도희는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보틀을 들어 물을 천천히 넘겼다. 목울대가 조용히 울렁거렸다.침묵의 줄다리기 끝에, 태혁이 먼저 등을 돌려 기록판 쪽으로 돌아섰다. 계획된 숫자 아래, 실제 완료 횟수를 적어야 할 공란은 비어 있었다. 도희의 눈길이 그의 손가락 사이에 들린 유성 마커로 향했다.“아까 표시해달라고 했잖아요.” 
도희는 쿠션 끝을 만지작거렸다. 조금 전까지 울던 목소리가 또 떨릴까 봐 더 말하지 않았다. 태혁은 한동안 서 있다가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가 잠들 때까지 그곳에 있었지만, 도희는 그를 보느라 눈을 뜨고 있지는 않았다.***월요일 새벽 5시 정각.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펜트하우스는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 전날 밤 도희는 의사가 적어 준 주의사항 메모를 훈련 계획표 사이에 깊숙이 끼워 두었다. 무리한 무게는 절대 들지 않겠다고, 날이 밝으면 그의 면전에 대고 똑똑히 말할 작정이었다.그러나 그 다짐을 미처 떠올리기도 전이었다.쾅-!육중한 침실 문이 무자비하게 열리며 새벽의 고요를 거칠게 찢었다.“으응…… 뭐야……?”도희가 잠결에 침대 시트 속으로 파고들며 몸을 웅크린 순간, 온몸을 덮고 있던 푹신한 오리털 이불이 단숨에 뜯겨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서늘하게 벼려진 에어컨 냉기가 얇은 슬리브리스 차림의 맨살을 날카롭게 할퀴었다. 피부 위로 소름이 오소소 돋아나자 도희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침대 머리맡, 어둠 속을 가르는 압도적인 인영.강태혁이었다.짙은 회색 트레이닝팬츠에 단단한 근육을 여과 없이 드러낸 타이즈 차림. 그는 가죽 리프팅 스트랩 끝을 제 억센 손목에 바짝 감아쥐며, 침대 위에 굳어 있는 도희를 서늘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기상 시간이다. 침대에서 기어 나와.”&nb
남은 떡볶이의 몫도 확인하지 못했는데, 그의 긴 손가락이 터치패널 위에서 새로운 목표 시간을 불러냈다.[경사도 설정: 15%][목표 시간: 60분]“올라가라.”명령에 도희는 떨리는 발을 디디기 전, 옷자락에 비상 정지 핀부터 단단히 꽂아 넣었다. 태혁이 시작 버튼을 누르자 발밑의 벨트가 묵직한 구동음을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겨우 보폭을 맞췄으나, 가파르게 솟아오른 경사도가 턱밑까지 숨을 몰아붙였다. 종아리 근육이 터질 듯 팽팽하게 당겨졌고, 불과 몇 걸음 만에 방금 삼킨 음식물이 목구멍까지 역류할 듯 메스꺼움이 치밀었다.“경사 내려요. 지금은 안 돼요.”패널로 향하는 그의 손길을 필사적으로 좇으며 도희는 손잡이를 하얗게 질리도록 움켜쥐었다. 경사가 완만해졌음에도 울렁거리는 속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한계에 부딪힌 도희가 옷에 걸려 있던 줄을 사납게 낚아챘다. 붉은 안전핀이 뽑히며 벨트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그제야 도희는 발을 양옆의 고정 패드로 황급히 피신시켰다.“누가 멈추라고 했지.”차갑게 내려앉는 추궁에 도희는 답조차 잇지 못하고 거친 숨만 토해냈다. 반사적으로 터져 나오려던 사과를 억지로 삼키며 떨리는 손끝으로 계기판을 가리켰다. 경과 시간 10분 00초. 잔여 시간 50분이라는 잔인한 숫자가 시야를 찔렀다.“지금 더 하면 토해요.”“잠깐 쉬었다가 이어서…….”“이어갈 수 있을 때 하
사내의 굳은살 박인 엄지손가락이 땀과 침으로 젖은 도희의 턱밑을 서서히 쓸어 올리더니, 번들거리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지그시 짓눌렀다.“네 입술의 양념이…… 그 어떤 음식보다 훨씬 자극적이군. 앞으로 네 혀가 느낄 모든 맛과 쾌락은, 오직 내 입술을 거쳐서만 전달될 거다.”도희는 붉게 자국 난 손목을 반대편 손으로 감싸 쥐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의 오만한 선언대로 배고픔이 다른 욕망 따위로 치환되었다면, 저기 남겨진 접시가 이토록 뼈아프게 눈에 밟힐 리 없었다.“그건 대표님 생각이고요.”가빠진 호흡 탓에 문장이 토막 나 튀어나왔다. 태혁의 짙은 시선이 도희의 젖은 입술에 닿았지만, 도희는 그의 시선을 외면한 채 단호히 턱을 돌려 식탁 쪽을 노려보았다.“저 지금 배고픈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까 화났던 건 기억해요.”남자는 즉각 반박하지 않았다. 마치 어린애가 악을 쓰다 지쳐 울음을 그치길 관망하는 듯한, 지독하게 오만하고 침착한 눈빛이었다. 도희가 붉게 짓눌린 손목을 문지르자 목구멍에서 서러운 울음이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 저 단단한 품에 다시 파고들어 안기면 이 지독한 굴욕감도 잠시나마 잊힐지 모른다는 나약한 유혹이 스쳤다. 하지만 그 비겁한 충동을 들키고 싶지 않아 눈을 내리깔았다가, 이내 식탁을 올려다보며 다시 악착같이 시선을 들었다. 다음 끼니에서도 이런 식으로 휘둘리고 통제당할까 봐 소름이 돋았다.“다음에는…… 다 먹기 전에 어디까지 먹는 건지부터 말해줘요.”“미리 담아둔 양까지만
“읍……! 으읍……!”도희는 짓눌린 턱을 비틀어 빼내려 바둥거렸으나, 이내 뒤통수가 서늘한 대리석 바닥에 쿵 하고 닿았다. 가까운 숨소리 때문에 제 숨이 더 가빠졌다.태혁의 입술이 도희의 아랫입술을 짓이기듯 집어삼켰다. 머리 위 바닥으로 붙잡힌 도희의 손목이 떨렸으나, 그를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등의 차가운 감촉만 더욱 선명해졌다.“하…… 읍……!”도희가 숨이 막혀 버둥거렸지만, 태혁은 오히려 그녀의 턱을 더욱 으스러뜨릴 듯 쥐어틀며 입술 안쪽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었다.입술 안쪽이 따끔거렸다. 고개를 돌리려 해도 턱을 잡은 손이 놓이지 않았다. 턱을 옭아맨 손아귀는 조금의 틈도 내어주지 않았다.입안을 맴도는 고추장 양념의 알싸한 매운맛이 다시 퍼졌다. 아까는 더 먹고 싶었는데 지금은 숨부터 쉬고 싶었다. 도희는 손목을 움직이며 짧은 소리를 냈다.마침내 태혁이 입술을 떼어내며 손목을 옭아매던 손을 풀었다. 구속이 풀리자마자 도희는 폐부 깊숙이 공기를 채워 넣으며 밭은 숨을 몰아쉬었다. 흐트러진 몸을 일으키려 그의 단단한 어깨에 손을 얹었다가, 밀어내지 못하고 셔츠 깃을 구기듯 움켜쥐었다.“잠깐.”태혁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도희는 린넨 천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며 겨우 맥박을 가라앉혔다. 남자를 밀쳐내려 해도 손끝에서 자꾸만 기운이 빠져나갔다. 모멸감에 고개를 푹 숙여버리고 싶었으나, 틈을 보였다간 그가 또다시 입술을 덮쳐올 것만 같았다. 도희
도희는 그렇게 믿으려 애쓰며 남색 셔츠를 입은 태혁을 응시했다. 몇 분 전만 해도 제 말에 잠시 멈춰 섰던 사내였다. 하지만 냉혹하게도, 붉은 김을 피워 올리는 그릇은 거침없이 그녀의 반경에서 멀어져 갔다.“두 장 다 제 몫이라고 했잖아요. 아까 잘라놓은 것까지 봤어요.”태혁은 대답 대신 그릇을 등 뒤로 완전히 물리려 했다.그 순간, 도희의 머릿속에서 이성의 끈이 탁 끊어졌다.“더…… 더 내놔! 그릇 줘! 내가 퍼먹을 거야!”제어되지 않는 충동에 휘둘려, 도희는 저릿한 손목을 꺾으며 식탁 위로 상체를 거칠게 내던졌다. 숟가락 따위를 챙길 여유는 없었다.하얗게 질린 맨손이 뜨거운 양념 속으로 사정없이 처박혔다. 국물과 떡을 무자비하게 한 움큼 움켜쥐어 벌어진 입술 사이로 마구 쑤셔 넣으려던 찰나,붉고 기름진 국물이 도희의 창백한 손가락 사이로 짓이겨져 흘러내리고, 목덜미와 헐렁한 티셔츠 위로 난폭하게 튀었다.챙그랑―!섬뜩한 마찰음과 함께 둔탁한 통증이 손목을 내리쳤다.태혁의 차갑고 단단한 손아귀가 도희의 가녀린 손목을 매섭게 후려쳐 쳐냈다. 반동으로 밀려난 그릇이 식탁 구석으로 미끄러져 날아갔다.“그만.”낮고 가라앉은 음성이었다.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니건만, 얼음장 같은 위압감에 도희의 손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멀어진 그릇에서, 벌겋게 부어오른 손등 위로 진득하게 묻어 있는 양념으로 시선이 뚝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