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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작가: 꽃샘바람
강씨 가문이 몰락하기 전 강아연은 외동딸로 아버지 강명우 청장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부족함 없이 자랐고 괴롭힘이라곤 당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성규연과 결혼한 후에는 도우미 취급을 받았고 이젠 이런 곳에 팔려온 신세가 되었다.

‘안 돼, 절대 안 돼.’

“난 성규연 씨의 아내야. 감히 날 건드렸다간 규연 씨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강아연이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 와서 그녀가 기댈 수 있는 건 성규연의 이름뿐이었다. 그의 이름에 겁을 먹고 풀어주길 바랐다.

“성씨 가문의 사모님이라고?”

여자는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듯 웃기 시작했다.

“네까짓 게 사모님이면 난 영부인이야. 성 대표가 아직 미혼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뻔뻔스럽게 성 대표의 아내라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강아연은 변명하고 싶었지만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성규연은 한 번도 그녀의 신분을 공개한 적이 없었고 심지어 그들의 결혼조차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 되는 비밀인 것처럼 꽁꽁 숨겼다. 하여 그녀가 성규연의 아내라는 걸 아무도 믿지 않았다.

여자가 갑자기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솔직히 말해서 실컷 가지고 놀다 질린 애인을 우리 가게에 판 돈 많은 사람들이 엄청 많아. 자기 출셋길을 닦으려고 그러는 거거든. 어쩌면 너를 이곳에 팔아넘긴 것도 네 남자의 뜻일지 몰라.”

그 말에 강아연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휘청거리면서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그럴 리 없어. 규연 씨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야. 날 싫어하긴 해도 그래도 내가 준서 엄마인데... 게다가 나랑 잠자리할 때면 진심이었단 말이야. 나한테 이렇게까지 무정할 리가 없어...’

하지만 흉터남이 했던 말이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

“윗분이 우리 마음대로 하래.”

강아연은 손톱이 살갗에 박힐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빨리 옷 갈아입어. VIP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고.”

여자는 짜증을 내면서 강아연의 옷깃을 잡아 일으켰다.

“싫어!”

강아연은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여자를 밀쳐내고 룸에서 뛰쳐나갔다.

“빌어먹을 년이! 거기 서.”

여자가 날카롭게 소리치며 뒤쫓아왔다.

강아연은 이곳을 벗어나려고 미친 듯이 달렸다.

그리고 성규연에게 묻고 싶었다. 이 모든 게 정말 그의 뜻인지, 그녀를 이렇게까지 미워하는지 말이다.

한참 달리고 나니 점점 지쳐갔다. 실수로 넘어진 바람에 무릎이 퉁퉁 부어올랐다. 고통이 밀려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몸을 일으키려고 발버둥 쳤다.

“규연아, 이거 먹어봐...”

바로 그때 눈앞에 있는 방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심소연의 목소리였다.

그렇다면 그녀가 말한 성규연이...

강아연은 간절한 눈빛으로 문 틈새를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좁은 틈새 사이로 성규연의 잘생긴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손을 들어 문을 열려 했다.

“이모, 이제부터 연이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

성준서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이 엄마? 연이?’

강아연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온몸이 굳어버렸다.

‘소연이, 아연이, 연이...’

그러니까 그동안 밤마다 성규연이 애타게 불렀던 이름은 바로 심소연이었던 것이다.

결국 자신은 그의 닿을 수 없는 첫사랑을 대신해 욕망을 해소하던, 그저 하찮은 대용품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벌써 엄마라고 부르고 싶은 거야? 내가 죽든 말든 아예 신경도 안 쓰는구나.’

그 순간 온몸에 힘이 쭉 빠져 들어 올렸던 손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당연히 되지. 준서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

심소연이 달콤하게 웃더니 성규연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규연아, 아연 씨가 벌써 하루나 안 들어왔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왜 걔 얘기를 꺼내고 그래.”

성규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말투는 산 정상에 녹지 않고 쌓인 만년설처럼 차갑기 그지없었다.

“걔가 죽든 말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죽든 말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강아연은 이젠 쓴웃음조차 지어지지 않았다.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려 손등에 툭 떨어졌다.

바로 그때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도망치려고? 당장 끌어내.”

강아연은 재빨리 손을 뻗어 방 문을 열려 했다. 하지만 겨우 1mm밖에 열지 못했는데 발목이 붙잡혀 뒤로 질질 끌려가고 말았다.

그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규연... 으읍.”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복도 모퉁이로 끌고 갔다.

“빌어먹을 년.”

뺨을 후려치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통증이 몰려왔다.

“VIP 손님을 방해했다간 절대 가만두지 않아.”

따귀를 맞아 강아연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고 입가에도 붉은 핏자국이 번졌다.

그때 방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성규연이 걸어 나왔다. 누군가 그를 부르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강아연이 미친 듯이 몸부림치면서 소리를 질렀지만 이름을 제대로 부를 수가 없었다.

여자가 재빨리 나서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새로 온 애가 철이 없어서 소란을 피웠네요.”

성규연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런 애를 왜 데리고 있어요? 그냥 처리해버려요.”

강아연은 목이 바짝 말라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짝하는 소리와 함께 또 한 번 뺨을 맞은 그녀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멀리서 성준서가 심소연의 손을 잡고 방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빠, 소연 엄마랑 같이 집에 가요.”

심소연의 하얀 얼굴이 빨개지더니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강아연은 세 사람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무표정하게 쳐다보았다. 한 폭의 따뜻한 그림 같았다.

“봤어? 저분이 바로 성 대표님의 진짜 와이프셔. 아무것도 아닌 게 감히 사모님을 사칭해?”

그러고는 또다시 강아연의 뺨을 후려갈겼다. 천둥소리는 그녀의 10년 짝사랑과 5년 결혼 생활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가소로웠는지 알려주는 듯했다.

강아연은 오늘에 이르러서야 깨달았다. 성규연은 그녀를 미워하고 혐오하는 걸 넘어 없애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래야 그토록 갈망하던 첫사랑과 다시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늘 필요 없는 존재였다.

밖에 빗줄기가 거세게 쏟아지고 있었다.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는 강아연의 뺨을 때리는 소리와 같았다. 고통이 온몸으로 번져나갔지만 마음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규연 씨...”

강아연은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하도 낮아서 바람에 흩날려 사라질 정도였다.

귓가에 그들의 초라하기 짝이 없는 결혼식에서 목사가 그녀에게 물었던 말이 맴돌았다.

“강아연 씨, 성규연 씨와 결혼하여 평생 성규연 씨만을 사랑하며 살겠습니까?”

“네.”

한때 그녀가 성규연에게 품었던 사랑은 이젠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이미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심장에 꽂혔다.

“이젠 규연 씨를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우르릉 쾅쾅.

하늘에서 천둥이 쳤다.

강아연의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고 의식이 혼미해지던 바로 그 순간.

“강아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약간의 다급함도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성규연의 목소리 같았다.

‘난 정말 구제 불능이야. 이 와중에 환청까지 들리다니.’

강아연은 입가에 피를 묻힌 채로 스스로를 비웃고는 완전히 쓰러졌다. 그런데 그녀를 받아준 건 차갑고 딱딱한 바닥이 아니라 따뜻한 품이었다.

한때는 그녀가 그렇게 안기고 싶어 했지만 지금은 밀어내려는 그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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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Jo Jo
ㅋㅋ 작가가 ㅡ연ㅡ들어가는 이름 좋아하나보네!! ㅡㅡㅎㅎ아님 ,이름 생각하는것도 귀찮던가! ㅡ소연, 아연,성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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