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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작가: 꽃샘바람
심소연의 나긋나긋한 한마디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강아연의 심장을 쿡 찔렀다.

“규연이가 어젯밤에 할 일이 많아 이제 막 잠들었어요. 깨우기 좀 그런데 나중에 다시 전화하면 안 될까요?”

강아연의 손에 힘이 풀리더니 휴대폰을 무릎 위로 툭 떨구었다. 두 납치범은 강아연의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쯧, 뭐야. 네 남편 지금 다른 여자랑 자고 있어?”

뚱뚱한 남자가 혀를 찼다.

“네 남편한테 넌 하나도 중요하지 않구나.”

흉터남이 한마디 덧붙였다.

그 말은 강아연의 상처에 비수를 꽂는 듯했고 고통에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그래. 규연 씨 마음속에는 항상 심소연밖에 없었는데 함께 있는 것도 당연하지.’

“그렇다면 성 대표한테 이 여자는 아무런 가치도 없잖아.”

흉터남이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강아연을 흘겨보았다.

“재수 없어. 차라리 지금 그냥 확 해버릴까?”

“진정해. 아직 안 끝났어.”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한 뚱뚱한 남자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여자 아들이 하나 있잖아.”

그 말에 강아연이 쓴웃음을 지었다.

머릿속에 성준서가 그녀를 버리고 심소연에게로 향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납치되었다는 걸 준서가 알면 날 걱정할까? 죽을 고비까지 넘기면서 낳은 아이인데.’

“아들한테 전화해.”

뚱뚱한 남자가 명령했는데도 강아연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망설이는 모습에 뚱뚱한 남자가 허리를 숙이고 물었다.

“네 아들이 엄마가 납치된 걸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지 않아? 아들의 마음속에 과연 엄마가 있을까?”

그의 말은 촉매제처럼 강아연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아주 작은 희망을 건드렸다.

강아연은 잠시 갈등하다가 결국 아주 작은 기대감을 품고 성준서의 키즈 워치폰에 전화를 걸었다.

영상 통화가 연결되고 성준서의 얼굴이 보인 순간 강아연의 눈에 기쁨이 스쳤다.

“준서야...”

말이 끝나기 전에 뚱뚱한 남자가 갑자기 강아연의 목을 조르더니 화면 속의 성준서에게 험악하게 소리쳤다.

“잘 봐. 네 엄마 지금 우리한테 잡혀 있어. 구하지 않으면 우리 손에 죽어.”

다섯 살밖에 안 된 아이가 이런 험상궂은 표정과 무서운 말을 들으면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려야 정상이지만 성준서는 영상 속의 강아연을 덤덤하게 쳐다보다가 얼굴을 찌푸렸다.

“준서야...”

강아연은 목이 졸려 얼굴이 시뻘게진 와중에도 여전히 성준서를 걱정했다.

“무서워하지 마...”

“이 여자는 내 엄마가 아니에요.”

성준서의 맑고 앳된 목소리에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영상 속의 여자가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인 것처럼 매정했다.

아이의 한마디는 망치처럼 강아연의 심장을 후려쳐 정신이 다 아득해졌다.

“잘 보고 말해. 정말 네 엄마 아니야?”

뚱뚱한 남자가 흉터남이 들고 있던 칼을 빼앗더니 강아연의 목에 겨눈 채 언성을 높였다.

“아니라면 당장 목을 그어 버릴 거야. 그럼 넌 이제부터 엄마가 없어.”

성준서의 시선이 강아연에게 닿았다.

강아연은 아이의 반응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봤다.

어머니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아이가 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성준서는 예외였다.

“이 여자는 우리 엄마 아니에요. 우리 엄마는 소연 이모고 지금 아빠랑 같이 있어요.”

그 순간 강아연의 눈에 남아 있던 조금의 빛마저 전부 사라졌다. 목구멍에 뭔가 막힌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성준서는 더는 뭐라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강아연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희망의 불씨마저 꺼지고 말았다.

그녀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흐릿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빗방울이 얼굴에 떨어져 눈물 자국 같았다. 울고 싶었지만 웬일인지 눈물이 나지 않았다.

15년이나 사랑했던 남편의 마음속에 그녀가 있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5년이나 애지중지 키운 아들은 다른 여자를 엄마로 삼고 싶어 했고 그녀의 생사는 안중에도 없었다.

강아연이 바닥에 주저앉은 채 정신을 놓고 슬퍼하는 모습에 뚱뚱한 남자와 흉터남이 서로를 눈짓을 주고받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들은 휴대폰을 꺼내 강아연의 사진을 찍은 다음 고용주에게 보냈다.

[시키시는 대로 대표님과 도련님한테 전화를 걸게 했습니다.]

휴대폰이 곧바로 울렸다. 전화를 받자 상대편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했어.”

목소리에 득의양양함이 가득했다. 넋이 나간 강아연의 모습을 보니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감히 규연이를 빼앗으려고? 주제도 모르는 것. 강아연이 아직도 규연이한테 헛된 망상을 품고 있다면 모든 걸 부수고 짓밟아 버릴 거야.’

“그럼 이 여자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뚱뚱한 남자가 물었다.

“마음대로 해.”

여자는 가볍게 웃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뚱뚱한 남자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강아연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

“마음대로 하라는데?”

“좋아, 아주.”

흉터남의 눈이 번뜩이더니 손을 비비며 강아연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뭐... 뭐 하려는 거야?”

강아연은 가까이 다가오는 그를 보며 힘겹게 뒷걸음질 쳤다. 등이 벽에 닿은 순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되었다.

“뭐 하려는 거냐고? 윗분이 우리 마음대로 하래. 그래서 지금부터 좀 신나게 즐겨보려고.”

흉터남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강아연에게 손을 뻗었다.

“잠깐만.”

뚱뚱한 남자가 흉터남의 손을 잡았다. 갑작스러운 방해에 흉터남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또 왜 그래?”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뚱뚱한 남자는 계좌로 4천만 원이 입금된 걸 확인하고는 마치 상품을 보듯 강아연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이 얼굴에 이 몸매라면 팔았을 때 일주일도 안 돼서 4천만 원 이상 벌 수 있을 텐데...”

“네 말은...”

흉터남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들의 노골적인 시선에 강아연은 소름이 돋았다. 비틀거리며 도망치려 했지만 갑자기 목덜미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고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

강아연은 시끄럽고 요란한 음악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자 누군가가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

“저리 가!”

강아연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상대를 밀쳐내고 가슴을 감싸 쥔 채 소파 구석으로 몸을 웅크렸다.

밀쳐진 사람은 50대 정도 돼 보이는 여자였다. 강아연이 겁에 질려 벌벌 떨자 여자가 경멸 섞인 말투로 말했다.

“이런 데까지 와서 순진한 척이야? 빨리 옷 갈아입고 손님 받으러 나가.”

‘손님을 받으라고?’

강아연은 순간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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