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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작가: 꽃샘바람
강아연은 성규연과 결혼하기 전에 이미 혼전 계약서에 사인했다. 미래 그룹의 재산이 그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것이 아닌 건 탐낼 생각도 없었으니까.

이혼 합의서를 작성한 후 강아연은 망설임 없이 사인했다.

성규연과 혼인신고 하려고 사인할 때 너무 감격한 나머지 펜도 제대로 잡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무표정한 얼굴로 펜을 내려놓고 이혼 합의서를 봉투에 넣어 서랍에 넣었다.

“아연아, 정말로 성규연이랑 이혼하려고?”

휴대폰 너머로 정도희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도희는 강아연의 절친이다. 무명 연예인에서 시작해 온갖 고생 끝에 최고의 인기 스타가 되었다. 잦은 스케줄 때문에 두 사람이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관계는 늘 돈독했다.

강아연을 하도 잘 알아서 정도희도 이토록 경악했던 것이었다. 과거 강아연이 성규연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 그녀였다.

성규연은 학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심지어 몇 학년 어린 후배들조차 그의 전설적인 업적을 꿰뚫고 있을 정도였다.

16살에 최고 명문대에 특례 입학했고 18살에 모든 학업을 조기 수료한 다음 해외 유학을 갔다. 그리고 20살에 회사를 설립하여 6개월 만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 1년 만에 상장하여 해외 시장을 빠르게 점유하면서 미래 그룹의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2살에는 회사를 미래 그룹에 합병시켰고 아버지를 제치고 미래 그룹의 새로운 후계자가 되었다.

그리고 뛰어난 능력을 지닌 와중에 잘생긴 외모와 완벽한 몸매까지 겸비했다. 이토록 모든 분야에서 흠잡을 데 없는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성규연에게도 한 가지 결점이 있었다. 지나치게 냉정하고 차가워서 모든 일에 무관심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무심한 성격 때문에 그에게 관심을 가졌던 많은 이성들이 상처를 받아야 했다.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고 사람은 이기적이어서 준 만큼의 반응을 얻기를 바란다. 그 어떤 피드백도 없는 사람과 여생을 함께하고 싶어 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어쩌면 강아연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성규연이 16살에 두각을 나타낸 후에야 그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강아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깊이 짝사랑해왔다. 하여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인 걸 알면서도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정도희는 강아연이 성규연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그녀가 결혼한 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혼을 여러 번 권유했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

왜냐하면 강아연은 늘 한 줄기의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진심을 쏟으면 아무리 차가운 성규연이라도 녹일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상처를 받고 스스로 치유한 다음 또다시 상처를 받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후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성규연은 원래부터 마음이 없는 사람이거나 그의 마음은 애초부터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한때 뜨거운 열정과 용기를 가졌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상처만 안겨주었다. 하여 강아연은 더 이상 버티지 않기로 했다.

“응. 이혼할 거야.”

“혹시 무슨 일 있었어?”

정도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아무 일 없었어.”

강아연이 홀가분하게 웃어 보였다. 한 사람을 잊기로 결심하니 말투마저 편안해졌다.

“그냥 이혼하고 싶어졌어.”

휴대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가 다시 몇 데시벨 높아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생각했어. 난 무조건 찬성이야.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하는 게 진짜 멋진 여자지.”

정도희는 강아연의 절친으로서 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무조건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그럼 준서는? 양육권을 가져올 생각이야?”

성준서는 강아연이 죽을 고비까지 넘기면서 힘들게 낳은 아들이고 그동안 많은 사랑을 쏟아부었다.

“아니.”

강아연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규연 씨는 성씨 가문의 외아들이고 준서는 하나밖에 없는 핏줄이잖아. 성씨 가문에서 절대 나한테 양육권을 넘겨주지 않을 거야.”

“그런데 혹시라도 성규연이 너랑 이혼하고 심소연이랑 결혼하면 심소연이 준서 새엄마가 될 텐데 괜찮겠어? 새엄마가 생기면 친아빠도 새아빠처럼 변한다는데 준서가 괴롭힘이라도 당하면 어떡해?”

정도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강아연도 이 문제에 대해 전에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한때 성준서를 위해 평생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이라고 해도 성씨 가문 안주인의 자리를 지키며 살려고 결심한 적도 있었다. 성규연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여 성준서가 상처받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모두 그녀 혼자만의 착각에 불과했다. 성준서가 그녀를 엄마로 원하지 않고 심소연을 엄마로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면 그만이었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있든 아이의 선택이니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정도희와 한 시간 정도 얘기를 나누는 동안 세 마디 중 두 마디가 강아연을 위로하는 말이었다.

“괜찮아.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남자야. 성규연을 차버리고 더 좋은 남자 만나면 되지. 지금 촬영만 없었어도 당장 날아가서 축하주 한잔했을 텐데. 아니면... 밤새 달려가서 꽉 안아줄까? 기대게 어깨도 빌려주고?”

“됐어. 그나저나 휴식 시간이 이렇게 길어?”

강아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았어.”

정도희는 그녀가 억지로 버티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

“그럼... 언제 그 집에서 나올 생각이야?”

강아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 달 뒤쯤? 일 다 정리하고 너한테 갈게.”

“그럼 약속한 거다? 절대 번복하면 안 돼.”

정도희가 강조했다.

“약속할게.”

강아연의 말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다.

그녀는 전화를 끊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 옷방으로 가서 짐을 정리했다.

이곳에서 그래도 5년이나 살았기에 짐이 꽤 많았다. 그중에는 보석류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성규연이 자선 경매에서 낙찰받아온 것이었는데 전부 보석함에 넣어 보관했다.

강아연은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팔찌 하나를 꺼내 착용해봤다. 하지만 사이즈가 너무 커서 쨍그랑하고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고급 보석은 손님의 사이즈에 맞춰 조절하기 때문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없었다.

이것만 봐도 성규연이 팔찌를 살 때 얼마나 무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강아연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성규연의 할머니가 특별히 선물한 액세서리 몇 개만 제외하고 다른 액세서리들은 모두 상자에 넣은 후 매입 업자에게 연락했다.

미래 그룹의 재산이라면 그녀의 것이 아니기에 단 한 푼도 원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고고한 척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 보석들을 현금화해서 저축하는 것이 5년 동안 이 집안을 위해 헌신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도우미를 고용해도 월급을 줘야 하는데 강아연은 무려 5년이나 최선을 다해 헌신했다. 하지만 결국 몸만 상처투성이가 됐을 뿐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매입 업자와 거래 시간을 정한 후 강아연은 상자를 덮고 약지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이 반지는 성규연이 그녀에게 선물한 유일하게 사이즈가 딱 맞는 물건이었다.

결혼식 날 그가 직접 그녀의 약지에 끼워준 반지였기에 늘 보물처럼 아꼈고 5년 동안 한 번도 뺀 적이 없었다.

강아연은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손가락을 살짝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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