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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삼칠이
그날 밤, 해당은 작은 보따리를 등에 메고 창문 밖에서 몰래 기어들어 왔다.

"아씨, 떠나야 합니다."

해당은 울면서 내 어깨에 두건을 걸쳐 주었다.

"서쪽 모퉁이 문밖에 오물을 나르는 수레가 있습니다. 수레꾼은 제가 이미 매수해 두었습니다."

"성 밖으로만 나가면 강남으로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맙시다."

나는 해당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진심으로 후작부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호적패가 없다면 우리는 경성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나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해당에게 서재로 가서 아버지를 찾아보라고 했으나, 아버지는 사람을 시켜 그녀를 다시 내원으로 끌고 돌아가게 했다.

내 뒤로 문이 다시 굳게 닫혔다.

나는 품 안에서 검은 약환을 꺼내 삼켰다.

한 식경이 지나자, 마당에 어지러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어머니가 힘센 노파 몇 명을 데리고 들이닥쳤다.

어머니는 거울 앞에 앉아 있는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규방 훈계록을 펼쳤다.

"시월 열닷샛날. 심소영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한밤중에 몰래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찾아가려 했다."

어머니는 책자를 덮고 차갑게 명했다.

"저 아이를 묶어라."

나는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지만, 결국 바닥에 눌리고 말았다.

밧줄은 숨이 막힐 정도로 몸을 조여 왔다.

어머니는 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얌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평남군왕과의 혼사는 이미 정해졌다. 내일이면 가마가 도착한다."

"네가 따르지 않는다면 다리를 부러뜨리고 꽁꽁 묶어서라도 군왕부로 보내겠다."

바로 그때, 심다정이 눈물을 머금은 채 들어왔다.

"어머니, 언니와 몇 마디 속마음을 나누게 해 주십시오."

"내일 언니가 저보다 먼저 시집을 가니, 저도 배웅해 주고 싶습니다."

어머니 얼굴에 서린 차가움은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목소리도 한층 부드러워졌다.

"그러거라."

심다정은 내 앞으로 다가와 몸을 숙이고 내 귓가에 속삭였다.

"언니, 내가 그날 왜 물에 빠졌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내가 고개를 번쩍 들자, 다정이는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어머니 때문입니다."

"물에 빠지던 날, 어머니께서는 미리 주변의 몸종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보내셨지요. 저를 위해 얼마나 애를 쓰셨는지 모릅니다."

머릿속이 쿵 하고 울렸다.

내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심다정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언니, 때리지 마십시오!"

어머니는 재빨리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심다정을 붙잡았다.

곧 문이 쾅 하고 열리더니,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큰오라버니는 발을 들어 그대로 내 가슴을 걷어찼다.

"독한 년! 감히 또 사람을 해치려 들어?"

그 발길질은 너무 거세서, 나는 피를 한 모금 토해냈다.

그러자 줄곧 창밖에 숨어 있던 해당이가 뛰어 들어와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렸다.

"마님, 큰아씨 잘못이 아닙니다! 둘째 아씨께서 스스로 넘어지신 것입니다. 큰아씨께서는 손끝 하나 대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는 이마가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조아리는 해당을 보지도 않았다.

대신 해당의 등에 메인 보따리를 바라보았다.

"그래, 너였구나."

"천한 몸종 주제에 감히 주인을 거짓말쟁이로 몰다니?"

어머니는 내 앞으로 다가왔다.

"심소영, 너는 줄곧 네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제 네가 무릎 꿇고 규방 훈계록에 적힌 죄를 인정한다면, 이 몸종의 목숨을 살려줄지 생각해 보겠다."

해당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씨, 안 됩니다..."

"인정하겠습니다."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다정이를 질투한 것도, 어머니를 모함한 것도, 세자 저하를 유혹한 것도 접니다. 해당에게 열쇠를 훔쳐 달라고 시켜 도망치려 한 것도 모두 접니다."

마침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머니, 제발 해당이는 살려주십시오."

어머니는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꼬리를 올렸다.

"보아라. 결국 가르치면 따르는 법이구나."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굵은 밧줄이 살 속을 깊게 파고들었고, 손목은 금세 피가 배어 나왔다.

"이미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어머니, 살려주시겠다고 약속하셨잖습니까!"

어머니는 차갑게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생각해 보겠다고 했을 뿐이다."

해당은 나를 바라보며 눈물만 뚝뚝 흘릴 뿐, 더는 소리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붙잡고 있는 노파들 사이로 나를 향해 조용히 입 모양으로 한마디를 전했다.

"도망가십시오."

노파는 해당의 입을 억지로 벌리더니, 달궈진 인두를 천천히 그녀에게 들이댔다.

다만 인두가 닿기 직전 해당은 온몸을 뒤틀며 있는 힘껏 자신의 혀를 깨물어 끊어냈다.

피가 솟구쳐 올라 내 얼굴 위로 튀었다.

해당의 몸은 몇 차례 크게 떨리더니, 이내 고개가 힘없이 꺾였다. 그리고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귓가에서 모든 소리가 사라진 듯했다.

나는 문득 열한 살 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어머니에게 벌받아 눈밭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인 중 아무도 감히 가까이 오지 못했지만, 해당이만은 몰래 손난로를 내 품에 넣어 주었다.

정작 자신은 열 손가락이 파랗게 질릴 만큼 추위에 떨면서도 말이다.

나는 또 매를 맞은 뒤마다 이불 속에 숨어 내 상처에 약을 발라 주던 사람이 해당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런데 이제 나를 믿어주는 유일한 아이마저 나를 구하려다 내 앞에 쓰러졌다.

거대한 슬픔이 가슴을 짓눌러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나는 바닥에 흥건한 피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멀리 떨어진 베개로 옮겼다.

그곳에는 가위 한 자루가 숨겨져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묶인 손목을 움직여 보았다.

억지로 한 손을 밧줄에서 빼낸 후, 나는 마지막 남은 정신을 붙잡고 침상으로 몸을 던졌다.

사람들이 경악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나는 가위를 들어 내리찍었다.

그 순간 약효가 완전히 퍼지며, 목구멍 안쪽에서 억누를 수 없는 비릿한 피맛이 치밀어 올랐다.

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고, 나는 차가운 청석 바닥 위로 무너져 내렸다.

눈을 감기 전, 나는 어머니 손에 들려 있던 규방 훈계록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심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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