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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 돌아왔다

作者: Doong_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7 17:00:34

카시안은 피 냄새 속에서 눈을 떴다.

정확히는, 피 냄새가 난다고 착각했다.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건국의 역행성반을 움켜쥐며 갈라졌던 상처도, 엘로이즈의 반지를 쥔 채 타들어 갔던 흔적도 없었다.

스물다섯 살의 손이었다.

“오늘이 며칠이지?”

데미안이 당황한 얼굴로 답했다.

“에버하르트 영애와의 약혼 발표를 일주일 앞둔 날입니다.”

카시안은 외투만 걸쳤다.

엘로이즈가 살아 있었다.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었다.

“마차를 준비해.”

“전하, 곧 황궁 회의가—”

“에버하르트 공작저로 간다.”

회의도, 신전도, 어머니의 호출도 뒤로 밀렸다.

열이레 동안 너무 늦게 찾아낸 진실이 머릿속을 찔렀다.

반란군은 없었다.

사라진 아이들은 신전 지하에 있었다.

엘로이즈가 남긴 기록은 제국을 붙들기 위한 순서였다.

그 모든 말을 듣지 않은 채 사형 명령서에 서명한 사람은 자신이었다.

마차가 멈추기도 전에 카시안은 문을 열었다.

하인들이 응접실을 권했지만 기다릴 수 없었다. 계단을 빠르게 오른 그는 침실 앞에서야 멈췄다.

문이 열렸다.

그 너머에 엘로이즈가 서 있었다.

흰 실내복 차림에 맨발이었다. 핏기 없이 굳은 얼굴. 손에는 은제 편지칼이 들려 있었다.

칼끝이 그의 가슴을 겨눴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카시안은 숨을 잊었다.

살아 있었다.

목이 잘리지도, 피에 젖지도 않은 채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목에 멎었다. 상처 하나 없는 피부를 확인하는 순간, 처형대 위로 떨어지던 칼날이 다시 눈앞을 갈랐다.

카시안이 한 걸음 내디뎠다.

엘로이즈는 책상 뒤로 물러났다.

“한 걸음만 더 오시면 사람을 부르겠습니다.”

그의 발이 다시 움직이려던 순간, 책상 모서리에 부딪힌 엘로이즈가 휘청였다. 떨리던 편지칼의 날이 그녀의 손목 가까이를 스쳤다.

카시안의 발이 멎었다.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이 다가갈수록 그녀가 다칠 수 있었다.

“……다가가지 않겠다.”

그는 두 손을 펼쳐 보이며 한 걸음 물러났다.

“내가 물러설 테니, 그 칼도 몸에서 떼어 놓아.”

명령하지 않으려 했지만 목소리는 다시 명령조로 굳었다.

엘로이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전하께서 명령하실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여기는 제 방이니까요.”

그녀가 반대편 손으로 책상을 짚었다. 종이가 밀리며 번진 잉크 자국이 드러났다.

에버하르트가의 인장.

아직 봉하지 않은 편지.

카시안의 시선이 첫 문장에 박혔다.

에버하르트 공작 영애 엘로이즈는 예정된 약혼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알립니다.

그의 얼굴이 굳었다.

이상했다.

이번 생의 엘로이즈는 처형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녀는 마치 그가 무슨 짓을 할지 아는 사람처럼 목을 감싸고 칼까지 들었다.

그러나 곧 다른 생각이 의문을 눌렀다.

예고도 없이 침실 앞까지 들이닥친 황태자.

그녀의 대답도 듣기 전에 조율을 끝낸 약혼.

전생의 엘로이즈는 늘 조용히 그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카시안은 그 침묵을 동의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이 거절할 수 없는 사람의 체념이었다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엘로이즈가 편지칼을 더 단단히 쥐었다.

카시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가 원하지 않았던 것이 혼인 조건이었다면 바꾸면 된다.

재산도, 가문도, 자유도 모두 지켜 주면 된다.

단 하나.

자신을 떠나는 선택만은, 아직 받아들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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