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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 없는 미래

Author: Doong_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9 12:00:30

루체가 떠난 뒤에도 엘로이즈는 창가로 가지 않았다.

하렌의 마차를 기다린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아차리는 순간, 작전은 끝이었다. 카시안이 저택에 사람을 남겼는지, 신전의 눈이 이미 안까지 들어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엘로이즈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후원 장부를 펼쳤다.

그러나 펜 끝은 같은 숫자를 세 번이나 훑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났다.

후문에서는 끝내 익숙한 마차 방울이 들리지 않았다.

대신 황실의 기사가 도착했다.

카시안은 내일 보내겠다던 조건서를 해가 기울기도 전에 완성해 보냈다.

엘로이즈는 두꺼운 서류를 넘겼다.

운송 인장과 비상 곡물 창고의 독립.

구호원 운영권과 후원 명단의 비공개.

혼인 후에도 재산과 가신단을 별도로 유지할 권리.

마지막 장에는 더 믿기 힘든 문장이 적혀 있었다.

황태자비는 황궁에 상주할 의무가 없으며, 본인의 동의 없이 정치적·종교적 의무를 부과받지 않는다.

완벽했다.

그래서 더 섬뜩했다.

전생의 자신이 수년간 요구했지만 얻지 못한 것들이었다. 카시안은 어떻게 그 권리들을 정확히 알고 있을까.

문밖의 서기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하께서는 영애께서 원하시는 조건이 더 있다면 무엇이든 추가하라 하셨습니다.”

“무엇이든요?”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전부 받아들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또 그 말이었다.

가능한 범위.

그 범위를 정하는 사람은 여전히 카시안이었다.

엘로이즈는 빈 여백에 짧게 적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조건이 아닙니다.

펜 끝이 잠시 멈췄다.

그가 아무리 넓은 방과 화려한 열쇠를 내어 주어도,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전하께서 없는 미래입니다.

서기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문장을 그대로 전하라는 말씀이십니까?”

“한 글자도 빠뜨리지 말고요.”

서기관이 조건서를 안고 물러났다.

그와 엇갈리듯 루체가 방으로 뛰어들었다. 앞치마 안에는 봉인된 명세서가 그대로 들어 있었다.

“하렌이 오지 않았어요.”

엘로이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아침 갑자기 운송 담당이 바뀌었대요. 대신 온 마부에게는 장부를 주지 않았어요.”

“잘했어.”

오늘 아침.

자신이 암호문을 쓰기도 전이었다.

계획이 새어 나간 것이 아니었다. 레아를 데려가기 위한 신전의 움직임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루체가 떨리는 손을 펼쳤다. 검붉은 얼룩이 밴 낡은 장갑이 놓여 있었다.

“구호원 뒤편 수로에서 발견됐어요. 하렌의 것이 틀림없대요.”

피는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았다.

“운송 담당을 바꾸라는 명령서는 누가 가져왔지?”

“신전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고 해요.”

역시 신전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을 잡아들이거나 저택을 봉쇄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알아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순간 레아부터 사라질 것이다.

엘로이즈는 장갑을 천으로 감싸 서랍에 넣었다.

“루체, 네 여벌 옷과 후문 열쇠를 가져와.”

“아가씨가 직접 가시려고요?”

창밖으로 기울어진 햇빛이 길게 번졌다.

점검 마차가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네 시간도 되지 않았다.

“마차도, 가문의 문장도 쓰지 않을 거야.”

엘로이즈는 귀걸이와 목걸이를 풀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내가 레아를 데리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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