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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기 전의 아이

Author: Doong_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0 15:00:25

엘로이즈는 루체의 낡은 회색 원피스를 입고 후문을 빠져나왔다.

보석도, 가문의 문장도 없었다. 머리는 빛바랜 천으로 감쌌고 손에는 세탁물 바구니를 들었다.

마차를 쓰지 않은 탓에 성 베르나 구호원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 뛰다시피 걷는 동안에도 잘린 목의 환상통이 몇 번이나 되살아났다.

엘로이즈는 멈추지 않았다.

구호원 뒤편 세탁문은 잠겨 있었다.

루체가 두 번, 한 번, 다시 두 번 문을 두드렸다. 에버하르트가가 비상시에 쓰는 신호였다.

잠시 뒤 문이 열렸다.

“누구…… 영애님?”

마리엘이 두 사람을 급히 안으로 끌어들였다.

엘로이즈는 천에 감싼 장갑부터 내밀었다.

마리엘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하렌의 장갑입니다.”

“어디에서…….”

“뒤편 수로에서 발견됐어요. 레아는 어디 있죠?”

“한 시간 전 신전 부제가 왔습니다. 점검 전에 몸을 씻겨야 한다며 의무실로 데려갔어요. 정식 명령서가 있어서 막지 못했습니다.”

이미 시작됐다.

엘로이즈는 곧장 복도 끝으로 향했다.

“영애님, 의무실 앞에는 신전 사람이 지키고 있습니다.”

“정문으로는 가지 않아요.”

전생의 엘로이즈는 황후가 된 뒤 이 구호원의 보수 장부를 직접 검토했다. 의무실 뒤에는 전쟁 중 환자를 옮기던 좁은 세탁 통로가 있었다.

“삼 분 뒤 주방의 비상종을 울리세요. 보일러가 터졌다고 하고, 아이들은 동쪽 마당으로 대피시키십시오.”

“레아는요?”

“제가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마리엘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들키시면 황실까지 문제 삼을 겁니다.”

“그 아이를 넘기면 오늘 밤부터는 문제 삼을 사람조차 남지 않아요.”

낡은 통로는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날 만큼 좁았다. 먼지와 습기가 목을 조였지만 엘로이즈는 기억을 더듬어 앞으로 나아갔다.

나무판 너머로 아이의 울음이 들렸다.

“싫어요. 원장님한테 갈래요.”

엘로이즈가 판자를 밀었다.

침대 위에는 여섯 살쯤 된 여자아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가느다란 손목에는 신전이 새긴 붉은 표식이 남아 있었다.

레아였다.

전생에서는 이름만 남기고 사라졌던 아이가 눈앞에서 울고 있었다.

“레아.”

아이가 젖은 눈을 들었다.

“누구세요?”

멀리서 비상종이 울렸다. 의무실 문밖을 지키던 젊은 부제의 발소리가 급히 멀어졌다.

엘로이즈는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마리엘 원장님이 보냈어. 여기서 나가자.”

“신전 아저씨들이 엄마를 만나게 해 준댔어요.”

“그 사람들은 네 어머니가 어디 있는지 몰라.”

아이의 눈이 흔들렸다.

엘로이즈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네가 어디로 끌려가는지는 알아.”

잠시 망설이던 레아가 작은 손을 올렸다.

세 사람은 세탁 통로를 빠져나와 후문으로 향했다.

출구까지 열 걸음도 남지 않았을 때, 골목에서 말 울음소리가 터졌다.

은빛 태양 문장이 새겨진 검은 마차가 후문을 막고 있었다.

마차 안에서 기다리던 사제가 천천히 내려왔다. 그가 손짓하자 신전 호위 둘이 골목 양쪽을 막아섰다.

사제의 시선이 레아의 손목에 새겨진 붉은 표식에 멎었다.

“그 아이는 오늘 신전으로 인계될 보호 대상이다.”

그는 레아를 등 뒤로 숨긴 엘로이즈를 위아래로 훑었다.

“구호원 명부에는 없는 얼굴이군.”

지팡이 끝이 엘로이즈의 어깨를 밀어내려 했다.

“잡일꾼 따위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아이에게서 손을 떼라.”

엘로이즈는 물러서지 않았다.

사제는 지팡이를 거두지 않은 채 낡은 천 아래 드러난 그녀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이상하군.”

그의 시선이 곧게 편 허리와 흐트러짐 없는 발음에 차례로 머물렀다.

“구호원의 잡일꾼이 신전 사람 앞에서 고개를 드는 법부터 배웠나?”

레아의 손이 공포에 질려 엘로이즈의 손가락을 파고들었다.

사제의 눈매가 날카롭게 좁아졌다.

“그 얼굴을 가린 천부터 벗겨라.”

호위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아이와 함께 신전으로 데려가 조사하겠다.”

엘로이즈는 레아를 더욱 깊이 등 뒤로 감쌌다.

“순순히 따르지 않으면 아동 유괴와 신전 명령 방해죄로 처리하겠다.”

호위들의 손이 동시에 검 손잡이에 올라갔다.

사제가 마지막으로 명령했다.

“그 아이를 넘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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