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시어머니는 정말로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평소라면 내가 뺨이라도 맞았을 대형 사고였지만, 저택의 사용인들은 기절한 시어머니를 들것에 싣고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다. 그들의 눈빛에는 나를 향한 정체불명의 경외감과 공포가 서려 있었다.
그리고 문제의 남편, 카이엔은 아직도 내 방에 남아있었다.
"엘리아나, 안색이 창백하군. 의원을 부르겠다."
"아닙니다. 저는 멀쩡합니다만."
"아니야, 멀쩡할 리가 없어. 내가 널 얼마나…… 큭, 아니다. 내 입이 감히 무슨 자격으로."
카이엔은 짐승처럼 앓는 소리를 내며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북부 제일의 검사라는 사내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꼴이라니.
나는 침대 헤드에 바짝 붙어 앉아 이 수상한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경계했다.
'대체 무슨 꿍꿍이지? 저렇게까지 해서 얻어낼 게 뭐란 말인가?'
마력 수치 0의 껍데기뿐인 백작 영애. 지참금도 이미 대공가의 금고로 들어간 지 오래다. 이혼 사유를 내게 덮어씌워 위자료 한 푼 주지 않고 내쫓으려는 수작치고는, 제국 최고의 권력자인 북부 대공과 대공 부인이 직접 펼치는 연극의 스케일이 너무 컸다.
"식사부터 하지. 내가 직접 주방장에게 지시해 가장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수프를 끓여오라 일러두었다."
카이엔이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의 손에는 은쟁반이 들려 있었다. 평소에는 내가 굶어 죽든 말든 관심도 없던 인간이, 무려 '직접' 수프를 대령하다니!
나는 확신했다.
저 수프에는 맹독이 들어있다.
"전하, 저는 입맛이 없……."
"독은 없다."
내가 거절하기도 전에, 카이엔이 은수저를 들어 수프를 크게 한 입 떠먹었다. 그러고는 슬픈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덧붙였다.
"네가 불안해할 것을 안다. 앞으로 네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은 내가 먼저 기미를 하겠다. 혹여나 독이 있다면 내가 대신 죽을 테니, 너는 안심하고 먹어 다오."
"……."
그의 절절한 고백에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대신 죽는다고? 아, 알겠다! 지효성 독이로구나!'
당장 죽는 독이 아니라 며칠 뒤에 서서히 피를 토하며 죽게 만드는 고도의 암살용 독약! 자신이 먼저 먹어 안심시킨 뒤, 나에게 먹여 자연사로 위장하려는 수작이 틀림없었다. 저렇게 튼튼한 기사단장이 먹으면 며칠 앓고 말겠지만, 마력도 체력도 없는 내가 먹으면 얄짤없이 황천길행일 것이다.
"정말 괜찮습니다. 저는 나중에……."
"부탁이다, 엘리아나. 한 입만이라도 먹어주면 안 되겠나? 네가 이렇게 말라가는 걸 보는 것은, 내게 지옥불에 떨어지는 것보다 더한 형벌이야."
카이엔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애절하게 나를 올려다보았다. 짙은 흑발 사이로 드러난 처연한 붉은 눈동자. 사교계 영애들이 저 얼굴을 보며 '북부의 늑대'라며 앓아누웠었지.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나를 죽이려는 잘생긴 암살자'로 보일 뿐이었다.
"그, 그럼 조금만……."
나는 이 지독한 덫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떨리는 손으로 수저를 받아 들었다. 살짝 혀끝만 대고 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카이엔이 내게서 수저를 가져가더니, 직접 수프를 떠서 입으로 호호 불기 시작했다.
"뜨거울 수 있으니 조심해라. 자, 아……."
"……제가 먹겠습니다."
"내게 이 정도의 속죄조차 허락하지 않는 건가?"
카이엔의 붉은 눈망울에 또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금방이라도 "네가 먹지 않는다면 여기서 할복하겠다!"라고 외칠 것 같은 기세였다.
결국 나는 눈 딱 감고 그가 내미는 수프를 삼켰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전복 수프가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당장 배가 아프진 않았다.
'살았다. 일단 1차 암살 시도는 넘겼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찰나, 카이엔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묵직한 황금 열쇠 뭉치.
대공가의 모든 재정을 관리할 수 있는, 안주인의 상징이었다.
"어머니께서 네게 전해달라고 하셨다. 대공가의 모든 재산은 이제 네 것이다. 북부의 금광, 중앙의 상단, 남부의 영지까지. 네가 원한다면 전부 팔아서 보석을 사도 좋고, 바다에 내다 버려도 좋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황금 열쇠와 카이엔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아, 시어머니가 파놓은 함정이 바로 이거였군!'
저 열쇠를 받는 순간, 며칠 뒤 장부에 엄청난 구멍이 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횡령과 배임의 책임을 내게 뒤집어씌우겠지. '시어머니를 협박해 열쇠를 빼앗은 악독한 며느리'라는 타이틀과 함께 말이다.
"저는…… 이런 것을 감당할 능력이 없습니다. 열쇠는 다시 어머니께 돌려드리세요."
"엘리아나……!"
카이엔이 몹시 충격받은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과거의 끔찍한 기억 때문에, 이제는 이 집안의 그 어떤 것도 소유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겠지. 이해한다. 이깟 쇳덩이가 다 무슨 소용이겠어. 네가 겪었을 고통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한 사과지."
그는 혼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손을 덥석 부여잡았다.
"걱정하지 마라. 네가 이 집안의 안주인으로서 모든 권리를 편안히 누릴 수 있도록, 이 카이엔이 내 목숨을 바쳐 널 지킬 테니. 세상의 모든 위협으로부터 널 보호할 튼튼한 새장을 지어주마."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새장? 세상에, 이제는 대놓고 나를 감금하겠다고 선언하는 건가!
"대공 전하, 저는 새장 같은 건 필요……!"
"쉬이. 피곤할 텐데 더 말하지 않아도 좋다. 푹 쉬어라, 나의 유일한 구원자여."
카이엔은 내 이마에 깃털처럼 가벼운 입맞춤을 남기고는, 슬픔과 결의가 뒤섞인 눈빛으로 방을 나섰다.
쾅-
육중한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밖에서 수십 명의 기사들이 도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부터 대공비 마마의 침실을 철통같이 호위한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라!"
창밖을 내다보니 저택 주변을 중무장한 기사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었다. 완전히 포위당했다.
"미쳤어, 진짜 단체로 미친 게 분명해……."
나는 텅 빈 방 안에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암살 시도에 이어 감금이라니. 나만 회귀하지 못한 이 미쳐버린 세상에서, 나는 반드시 살아남아 이 음흉한 대공가의 마수로부터 탈출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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