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셔터 바깥에서 금속 긁는 소리가 길게 울렸다.
철판이 미세하게 떨렸다.
쿵.
또 한 번.
창고 안 공기가 단숨에 조여들었다.
정유리가 바로 손을 들었다.
“불 끄지 마.”
짧았다.
“어둡게 만들면 저
셔터 바깥에서 금속 긁는 소리가 길게 울렸다.철판이 미세하게 떨렸다.쿵.또 한 번.창고 안 공기가 단숨에 조여들었다.정유리가 바로 손을 들었다.“불 끄지 마.”짧았다.“어둡게 만들면 저쪽이 더 편해.”검은 옷 둘이 바로 움직였다.창고 양쪽 기둥 뒤로 흩어진다.동선이 짧다.망설임 없다.김다온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이다정 앞.완전히 가렸다.이다정은 그의 등을 봤다.넓다.단단하다.그리고 이번엔그 등 뒤가 전부 낯설지는 않았다.
차가 튀어나가는 순간,나는 시트를 붙잡았다.몸이 오른쪽으로 쏠렸다.고가 아래 기둥이창밖으로 미친 듯이 스쳐 지나갔다.뒤에서타이어 긁는 소리.붙었다.김다온은 한 번도 뒤를 안 봤다.앞만 봤다.핸들을 짧게 틀고,속도를 올리고,다시 줄이고.브레이크.가속.차선.각도.전부이미 머릿속에 있는 사람처럼.나는 몸을 낮춘 채숨만 고르게 쉬었다.“…붙었어요?”내가 묻자,그가 짧게 답했다.“네.”끝.
차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순간, 바깥 공기가 달라졌다.낮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 밝지 않았다.이다정은 조수석에 앉은 채 앞만 봤다.손은 무릎 위에 놓여 있었지만,손끝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최실장.이름 하나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부회장 비서실.오래 붙은 사람.그리고 지금,도망치는 사람.그 순간부터 이미 답은 하나였다.맞다.김다온의 손이 핸들 위에서 짧게 움직였다.차선 하나.속도 하나.간격 하나.낭비가 없었다.이어폰 너머로 보고가 들어왔다.“동선 확인.”“검은 세단, 북문 통과.”&ldquo
회의실 안은 이미 회의실이 아니었다. 의자는 밀려 있었고, 서류는 흩어졌고, 공기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문 안쪽 바닥에는 보안실 복장을 한 남자 둘이 눌려 있었다. 박문석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테이블 끝에 기대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이다정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은 채 서 있었다.김다온의 이어폰에서는 낮은 보고가 이어지고 있었다.“최실장 동선 확인 중.”“윤상무 연락 두절.”“부회장실 라인은 아직 반응 없음.”짧고, 빠르고, 정확했다.이다정은 그 말을 전부 들으면서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바닥에 눌린 남자에게 시선을 내렸다.“최실장님이 그냥 정리만 하라셨다고 했죠.”짧게 묻는다.남자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피가 입가에 묻어 있었다.“말 실수한 거 같은데.”이다정이 아주 미세하게 웃었다.
회의실 문이 한 번 더 울렸다.쾅.이번엔 더 세게.손잡이가 거칠게 흔들렸다.잠금장치가 버티는 소리가 짧게 떨렸다.회의실 안 공기가 완전히 굳었다.직원들 중 몇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누군가는 의자 팔걸이를 꽉 잡았고,누군가는 휴대폰을 내놓은 손을 아직 거두지 못했다.이다정은 움직이지 않았다.그 자리에 선 채박문석을 봤다.무너진 얼굴.흔들리는 눈.그리고방금 입 밖으로 흘러나온 이름.부회장님 라인.그 순간부터이건 한성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다.회사 안.그것도가장 높은 자리 바로 아래.이다정은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심장이 한 번 크게 울렸다.
회의실 안 공기가 완전히 멈췄다.박문석의 휴대폰 화면 위로문자 한 줄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지금 바로 나와.짧았다.그런데 그 짧은 문장이회의실 안 사람들 숨을 전부 잡아당겼다.박문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아까까지만 해도 버틸 수 있다고 믿는 얼굴이었다.지금은 아니었다.김다온의 손이 박문석의 팔을 누른 채 멈춰 있었다.과하지 않았다.그런데도박문석은 꼼짝하지 못했다.이다정은 마이크를 천천히 내려놓았다.딸깍.작은 소리.그런데도 이상하게 크게 울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