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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켜버린 첫사랑(2)

作者: 슈슈엄마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30 11:48:50

"……그렇지만, 완전히 놓지는 못했어."

윤서가 울음을 삼키며 희미하게 웃었다.

"새신부님 서품식 시즌만 되면 마음대로 안 되더라.혹시 올해는 있을까 싶어서..처음엔 서울대교구만 찾아봤어."

그녀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나갔다.

"근데 없더라..그래서 춘천도 보고, 대전도 보고, 부산도 보고...전부 다 찾아봤어. 그래도 오빠 이름이 없어서...해외에 있는 줄 알았어."

"그걸 계속 다 찾았었다고?"

윤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민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매년.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윤서가 자신을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윤서는 10년 동안 제 이름을 찾고 있었다.

민준은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가…… 내가 왜 몰랐을까."

​민준이 손을 내밀어 윤서의 차가운 손을 꽉 잡았다. 이내 힘을 빼며 손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넓은 손바닥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10년 동안 네가 그렇게 고통받으며 내 이름을 찾을 때, 나는 그저 네가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며…… 하느님께 네 행복만을 기도했어. 네가 어딘가에서 나 같은 건 다 잊고 잘 살고 있기를 바라면서……."

​그가 윤서의 손을 자신의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뜨거운 눈물과 숨결이 그녀의 손등에 고스란히 닿았다. 목소리가 완전히 부서져 내렸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윤서야. 내가 미련해서 너를 찾지 못한 게……."

​민준이 고개를 들어 윤서의 눈, 코, 입술을 천천히 훑었다. 10년 동안 단 한 순간도 잊지 못했던 가슴 시린 첫사랑의 얼굴이었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 자신을 향한 씁쓸한 조소가 스쳤다.

​"하…… 하하……."

​메마른 웃음이 밤공기 속에 흩어졌다.

​"그래…… 나는 예신반에 있었지. 신부가 되려고 했고. 하지만 네가 사라진 그날부터, 나는 예신반을 그만뒀어."

​윤서의 눈동자가 충격으로 흔들렸다.

민준이 무릎을 꿇은 채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이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숨소리가 섞일 정도로 가까웠다.

은색 묵주 반지가 윤서의 손가락 사이로 얽혀들었다.

​"신부가 되는 길은...너 없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어. 신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았지. 대신 수의사가 됐어."

​민준이 부서진 목소리로, 그러나 14년 만에 가장 확신에 찬 눈빛으로 윤서를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네가 동물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이 길 위에서 버려진 아이들을 치료하다 보면...언젠가는 너와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내 모든 노력과 기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너였어, 윤서야."

​"오빠…… 나는 안 돼. 제발……."

​윤서는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겨우 붙잡으며 처절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냥 과거의 인연으로...그냥 16살의 전례단원 이윤서로 남겨줘. 제발... 오빠."

강민준의 표정이 순간 멈췄다.

마치 방금 들은 말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처럼.

"...뭐?"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지? 16살의 너만 기억해달라고?"

그가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윤서의 눈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마치 답을 찾으려는 사람처럼 흔들렸다.

​"윤서야……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어?"

​민준이 한 손을 뺨에서 떼어 그녀의 어깨로 내렸다. 넓은 손이 그녀의 작은 어깨뼈를 완전히 감싸 쥐었다. 

윤서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나는 10년 동안…… 네가 사라진 이유를 알지 못해서 미쳐갈 뻔했어. 네가 나를 싫어해서 떠났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 때문에 매일 스스로를 죄인처럼 여기며 살았지."

​다른 손마저 뺨에서 떨어져 이제는 양손으로 그녀의 양 어깨를 단단히 붙잡았다. 윤서는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가까운 거리 탓에 그의 표정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런데 이제야 알게 됐어. 네가 고통받을 때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 네가 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려 했다는 것도."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너무 가까웠다.

그의 비누 향이 코끝을 스쳤다.

​"그런데 지금…… 네가 나에게 '과거의 인연'으로 남아달라고 말하는 거야?"

목소리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낮게 깔리는 다정한 목소리가 오히려 더 무서웠다.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그의 손이 어깨에서 목 뒤로 매끄럽게 미끄러졌다. 넓은 손바닥이 그녀의 목덜미를 뜨겁게 감싸 안으며, 단단한 엄지손가락이 떨리는 턱선을 부드럽게 스쳐 올렸다. 

"나는 10년을 기다렸어.

네가 사라진 날부터 지금까지.

그런데 이제 와서 과거로 돌아가자고?

나는 못 해.

미안하지만, 그건 못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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