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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 이윤서 스텔라(2)

Penulis: 슈슈엄마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6-05 12:37:07

그 세례명을 제 입술로 직접 베어 문 순간, 민준의 뇌리 너머로 12년 전 그토록 찬란하고 지독했던 부활 대축일의 미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날의 본당은 죽음을 이긴 부활의 기쁨을 맞아 제대 위를 장식한 백합의 진한 향기가 향연의 연기와 섞여 성전 전체를 감싸던 일요일 낮 중고등부 미사.

당시 신부님을 보필하던 열여섯의 복사단장 강민준은 티 없이 빳빳하게 풀이 죽은 하얀 복사 옷을 입고 있었다. 매주 교구 성소 모임—본당 사람들이 친근하게 '예비 신부반'이라 부르던 그곳에 나가며 장래 신학생 후보로 본당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시절이었다.

본래 복사단장인 그가 이 자리에 서서 기억해야 할

마음가짐은 지극히 숭고해야 했다.

신부님의 손을 통해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하는 그 기적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음을 감사해하는 것.

거룩한 변화의 순간에 마음속 깊이 흠숭의 기도를 바치며, 성체 분배를 보조할 때 성체 조각 하나라도 땅에 떨어지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지극한 사랑과 주의를 기울이는 것.

그 엄숙한 규칙들이 소년 민준이 평생 배워온 복사단의 전부였다.

성찬 전례가 끝나고 영성체 시간이 되자, 그는 신부님을 보필하며 제대 아래로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제대와 신자석 사이, 성체 분배를 위해 자리를 잡은 민준은 두 손을 가슴 앞에 정갈하게 모아 기도 손을 한 채, 영성체 줄을 향해 가만히 시선을 두었다.

바로 그 순간, 민준의 머릿속에서는 그 모든 거룩한 의무가 단 한 톨도 기억나지 않았다.

‘……이윤서.’

성체를 모시러 나오는 다른 신자는 민준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제 주변의 모든 인간이 뿌옇게 블러 처리되어 지워지는 감각 속에서, 오직 부활 대축일을 맞아 전례단 단복 위에 하얀색 어깨띠를 바르게 두르고 머리 위에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레이스 미사포를 쓴 이윤서만이 온 우주에 단독으로 초점이 맞춘 듯 선명하게 박혀왔다.

어깨띠도, 가운도, 정결하게 늘어뜨린 미사포도 온통 순백의 빛이었다.

성체가 떨어질까 전전긍긍해야 할 기도손이, 오직 제 코앞까지 걸어오는 윤서의 실루엣 때문에 미세하게 떨려왔다. 미사포의 가느다란 레이스 틈새로 언뜻 자취를 드러내는 하얀 이마와, 기도를 올리며 감아올린 속눈썹. 두 손을 경건하게 모은 채 마침내 신부님 앞에 윤서가 다가와 멈추어 섰다.

“그리스도의 몸.”

신부님이 성체를 들어 올리자,

윤서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두 손을 포개어 내밀었다.

“아멘.”

맑고 처연한 목소리가 성전 안을 울렸다.

윤서가 성체를 입에 모시고, 미사포 자락을 살짝 흔들며 돌아설 때까지 민준은 흠숭의 기도 대신 윤서의 뒷모습을 굳게 쥔 기도 손 너머로 눈에 담았다.

그 순간 민준은 깨달았다. 주님을 향해야 할 마음 한구석에,

어느새 이윤서라는 이름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미사 후에도 민준은 윤서를 생각했다.

미사포를 쓰고 기도하던 모습, 묵묵히 두 손을 모으던 모습.

그리고 자신에게 웃어주던 모습.

그리고 그 부활 대축일 밤, 열여섯의 소년은 생애 첫 몽정을 겪었다.

한밤중 가쁜 숨을 몰아쉬며 끓어오르는 열기에 눈을 떴을 때,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것은 오직 낮에 보았던 하얀 미사포 차림의 윤서뿐이었다. 제대를 향해 경건하게 걸어 나오던 윤서의 곧은 실루엣, 성체를 모시기 위해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던 새하얀 이마가 잔상처럼 눈앞을 어지럽혔다.

낯설고도 부끄러운 생리적 현상의 흔적 앞에서, 소년 민준은 밀려드는 부끄러움과 당혹감에 휩싸여 멍하니 벽에 걸린 십자가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가장 거룩해야 할 축일의 밤에, 주님을 향해야 할 제 영혼의 성전에 신 대신 이윤서라는 단 한 사람을 들여놓았음을 완벽하게 자각한 순간이었다.

결국 하느님께 용서를 구하는 고해성사조차 보지 못한 채, 민준은 그 밤의 흔적을 제 첫사랑을 가슴 깊이 새겼다. 낮에는 본당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정결한 신학생 후보의 가면을 쓰고 다정하게 웃었지만, 밤이 되면 오직 윤서에 대한 마음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날 밤부터였다.

그리고 몇 년 후, 제 우주의 전부였던 이윤서가 거짓말처럼 실종되어 버렸을 때.

민준은 제 삶을 평생 바치려 했던 신학교 입학 원서를 가차 없이 찢어발겼다. 오직 제 손으로 그녀를 추적해 찾아내기 위해 돌연 수의대로 진로를 틀어버린 건 순전히 그날 성당 바닥 위에서 시작되었던 마음 때문이었다. 신의 종이 되기엔, 그의 내면은 이미 열여섯 그 부활 대축일의 날부터 이윤서라는 단 하나의 존재에게 완벽하게 종속되어 버렸으니까.

첫사랑의 시작점을 증명하듯, 민준은 제 눈앞의 윤서를 한층 더 진득하게 내려다보았다. 남자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에 억눌러왔던 감정이 한층 더 진득하게 차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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