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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 이윤서 스텔라(1)

Penulis: 슈슈엄마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6-05 12:22:18

그 지독한 다정함과 처절한 진심 앞에서, 윤서는 끝내 무너져 내렸다.

"...나도 보고 싶었어."

작게 떨리는 고백이 흘러나온 순간, 민준이 눈을 감았다.

10년.

너무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문득,

그 모든 것이 시작된 날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이윤서를 다시 찾았던 날.

죽은 줄 알았던 첫사랑이 제 눈앞에 다시 나타났던,

그 화요일 오후가.

화요일의 보호소는 유독 어수선했다. 190cm에 달하는 거대한 체구에 빳빳하게 날이 선 흰 의사 가운을 걸친 강민준은, 묵묵히 유기견들의 예방접종과 진료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수많은 유기견들의 비명과 냄새 속에서도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신학교 대신 수의대에 들어갔던 건, 오직 단 하나의 맹목적인 확신 때문이었다. 동물을 끔찍하게 사랑하던 이윤서. 그녀가 어디선가 동물을 키우거나 돌보고 있다면, 제가 이름난 수의사가 되어 전국의 동물병원과 보호소를 뒤지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마주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10년 동안 그는 오직 그 일념 하나로 한국에서 손꼽히는 실력 있는 수의사가 되어 전국의 보호소들을 돌며 그녀의 흔적을 추적해 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 대형견 사료 포대가 쌓인 창고 앞에서, 가녀린 체구의 한 여자가 낑낑대며 사료를 옮기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민준의 시선이 아주 잠깐 그 뒷모습에 가닿았다.

가느다란 목덜미, 작은 어깨, 그리고 새하얀 피부까지.

제 첫사랑의 실루엣을 닮아 있었다.

‘……또 시작이군.’

민준은 씁쓸하게 한숨을 삼키며 시선을 거두려 했다. 10년 동안 길거리에서 실루엣만 비슷해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가 실망하기를 수천 번이었다. 게다가 그가 기억하는 이윤서는 누구보다 곧고 바르게 걷던 아이였다. 저 멀리서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로 움직이는 여인은, 제 기억 속 윤서의 완벽한 신체 조건과 매칭되지 않았다. 윤서가 사고로 다리를 다쳤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에, 민준은 이번에도 그저 제 착각이 만들어낸 잔상일 뿐이라며 이성을 다잡았다.

바로 그 순간, 창고 안쪽에서 다른 동료 봉사자가 사료를 뺏어 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아이고, 윤서 씨! 제가 할게요! 무거운 거 들지 마세요, 다리도 불편하신데!”

쿵.

순간, 강민준의 세상이 완벽하게 멈췄다.

차가운 얼음물이 척추를 타고 그대로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느낌 전신을 지배했다.

윤서 씨.

이윤서.

귀에 들어온 이름 세 글자에, 단단하게 통제해 왔던

강민준의 이성의 끈이 단숨에 끊어졌다.

피가 거꾸로 솟구치며 심장이 터질 듯이 박동하기 시작했다.

민준은 제 손목을 잡고 말을 걸던 보호소 소장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정갈함을 목숨처럼 여기던 남자의 걸음걸이가 아득한 광기 어린 맹목성으로 돌변했다. 190cm의 거구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창고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어……? 저기, 원장님……?”

갑작스럽게 드리워진 거대한 음영과 압박감에,

뒤를 돌아본 윤서의 숨결이 턱 막혔다.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지나치게 거대했고, 서슬 퍼렇게 뒤집혀 있어 위압적이었다. 낯선 거구의 남성이 제 숨통을 조여오듯 다가오자, 윤서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며 가녀린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뒷걸음질을 쳤다.

“무, 무서워…… 누구세요……?”

겁에 질린 윤서의 목소리가 민준의 귀에 들어왔다.

그는 도망치려는 윤서의 가느다란 보폭을 집어삼키며,

그녀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거대한 그림자로 그녀를 완전히 가두어버렸다.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던 그의 시선이 마침내 그토록 그리워했던 첫사랑의 얼굴, 그리고 떨리고 있는 그녀의 연약한 왼쪽 다리로 떨어졌다. 가슴이 찢어발겨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동시에 안도감이 가슴을 차올랐다.

민준이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덜덜 떨리는 커다란 손가락 끝, 정갈하게 빛나는 은색 묵주 반지가 윤서의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민준은 10년 전 성당 전례실에서 윤서의 머리를 쓰다듬던

다정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굵은 남자의 음성 위로, 그 시절 오빠의 다정함이 겹쳐 흘렀다.

“윤서야.”

“…….”

“나야. 복사단 강민준. 라파엘.”

그 순간, 윤서의 사고 회로가 마비되어 버렸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강민준. 라파엘.

귓가를 때리고 들어온 그 세례명과 눈앞에서 서늘하게 빛나는 은색 묵주 반지는 분명 제 기억 속 다정했던 그 시절의 오빠가 맞았다.

겨우 두 살 많았던, 풋풋하고 정갈한 교복 차림으로 주일학교에서 제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던 18살의 강민준.

하지만 지금 제 눈앞을 집어삼킬 듯 압도하고 있는 존재는,

제 체구 따위는 단숨에 으스러뜨릴 수 있을 것처럼

거대하게 자라난 190cm의 낯선 성인 남성이었다.

빳빳하게 날이 선 가운 너머로 뿜어져 나오는,

오직 자신만을 향해 있는 서슬 퍼렇게 뒤집힌 눈동자까지.

그 시절의 다정했던 오빠와, 10년의 세월 동안 눈앞의 남자가 된 그의 간극이 윤서의 머릿속을 엉망으로 헤집어놓았다.

“라파엘...오…… 빠……?”

윤서가 겁에 질린 채 흔들리는 눈으로 겨우 되물었다.

윤서의 떨리는 눈동자를 보는 순간 민준의 발이 멎었다.

찾았다.

그런데.

10년 동안 죽도록 보고 싶었던 사람이 지금 제 눈앞에서 자신을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러자 제 눈앞을 거대한 음영으로 가로막고 서 있던 남자의 단단하고 굳은 입술이 마침내 느릿하게 호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열렸다.

10년 동안 단 한 순간도 잊은 적 없던 첫사랑의 세례명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성물을 다루듯 나긋나긋하게 읊조리는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응, 나야 윤서야.”

“…….”

“이윤서 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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