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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루에나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강솔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다.

중현은 가볍게 웃었다.

“나는 그냥 너한테 현실을 알려주는 거야.”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나 없이 네 인생이 얼마나 엉망이 될지, 조금은 상상이 되겠지?”

중현은 시선을 아연에게 옮겼다.

“물론 정말 가져가고 싶으면, 집주인한테 허락이라도 받아보는 게 어때?”

아연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

“그래. 이 집의 안주인은 이제 너잖아.”

중현의 말은 아연을 향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강솔에게 꽂혀 있었다.

‘봐. 이게 네가 반항한 대가야. 넌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솔의 두 손이 떨렸다.

손끝이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갔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굴욕이 치밀었다.

“솔아, 만약 네가 그걸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면... 이해할게.”

아연이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걸 팔아버린다는 건, 중현 씨가 네게 줬던 마음을 돈으로 바꾸는 거잖아.”

“그건... 중현 씨가 너무 속상할 거 같아.”

“들었지?”

중현이 고개를 기울이며 강솔을 내려다봤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쨍그랑!

강솔이 손에 들고 있던 보석 상자를 바닥에 던졌다.

수억 원대 보석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강솔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방을 나섰다

...

“왜 저렇게 화를 내...”

아연이 애써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중현의 팔을 잡았다.

“내가 방금 한 말 때문에 그런 걸까?”

“중현 씨, 미안해. 내가 괜히 기분 상하게 한 거 같아. 내가 사과할까?”

“필요 없어.”

중현은 단호하게 잘랐다.

“그래도...”

아연이 망설이자, 중현은 아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집에 마음에 안 드는 물건 있으면 말해. 바로 치워줄게.”

중현은 손끝으로 아연의 머리를 넘기며 부드럽게 웃었다.

“이제 여긴 네 집이야.”

“중현 씨.”

아연이 살짝 웃으며 그를 안았다.

“고마워.”

...

강솔은 계단 위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정말 막장이구나.’

눈앞이 뿌옇게 흔들렸다.

가슴이 터질 듯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침착하게 방으로 들어가 남은 짐을 정리했다.

그때였다.

“아직도 안 나갔어?”

문가에 기대선 하중현이 비죽 웃었다.

“혹시 마음이 바뀐 거야?”

강솔은 캐리어를 닫으며 말했다.

“아니, 그냥 궁금했어.”

강솔은 정면으로 중현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쓰레기로 변할 수 있는지...”

“그래서 답은 찾았어?”

“찾았지.”

“그럼 됐네.”

중현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나가. 여긴 네 집이 아니야.”

강솔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내가 안 나가고 버티면 어쩔 건데? 그러면 아연은 평생 상간녀로 살 텐데.’

하지만, 곧 깨달았어.

그게 중현이 바라는 그림이라는 걸.

중현이 덧붙였다.

“지안이 물건은 걱정하지 마. 새집 구하면 보내줄 테니까.”

“대신... 네 엄마 병원비 때문에 아들 물건까지 팔지 않기를 바라겠어.”

“참 나...”

강솔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저질이진 않아. 자기 기준으로 보지 말라니까.”

중현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숨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중현이 미소를 띤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네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지켜보지.”

강솔은 중현을 노려봤다.

‘네가 뭘 노리던 상관없어. 끝까지 버텨서 보여줄 테니까.’

그때, 문 쪽에서 발소리가 났다.

“중현 씨.”

아연이 나타났다.

둘 사이의 거리와 분위기를 보고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왜?”

중현이 뒤돌아보며 물었다.

“안에 있는 거 다 마음에 들어.”

아연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혹시... 그거 전부 나 줘도 돼?”

그리고 슬쩍, 강솔을 향해 시선을 흘렸다.

중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마음에 들면 다 가져. 일일이 허락 안 받아도 돼.”

“그래도 그건 원래 솔이한테 선물한 거였잖아. 내가 가지면...”

“그럼, 애초에 말을 꺼내지 말던가?”

강솔이 냉소하며 말을 끊었다.

“남의 남편한테 빈대처럼 붙어 살면서 예의까지 차리려고? 웃긴다, 진짜!”

아연의 눈가가 붉어졌다.

“중현 씨...”

그때, 중현의 표정이 완전히 싸늘해졌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강솔 앞에 섰다.

두 사람의 거리는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웠다.

“누가 그러던데... 진짜 ‘세컨드’, ‘상간녀’는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라던데?”

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강솔의 시선이 흔들렸다.

세상이 잠시 멈춘 듯했다.

그 말은 강솔의 마지막 믿음을 무너뜨렸다.

이렇게 뻔뻔한 얘기까지 듣자, 어처구니가 없어 할말조차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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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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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51화

    “저 다 들었습니다.” 어느새 튀어나온 신동이 강솔 옆 벽에 비스듬히 기대며 말했다.홍일도 진지하게 덧붙였다. “저도 들었습니다.”한비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내 말 중에 틀린 말 있어?”신동과 홍일은 서로 마주 보았다.생각해 보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결국 이야기는 그 정도로 흐지부지 끝났다. 강솔은 레미와 한비에게 몇 마디 더 한 뒤 홍일과 신동을 불러서 돌아가려 했다. 막 나서려는데 한비가 무언가 떠올랐는지 강솔을 불렀다. “강솔 씨.”“응?”“이 두 녀석, 앞으로 잘 부탁해.”“알았어.”“특히 신동. 평소에 능글맞고 장난도 많은 것처럼 보여도 속에 쌓아 둔 게 셀 수가 없어, 머리카락보다 많을 정도야.”한비는 그렇게 말하며 신동을 한번 바라봤다. “가능하면 네가 좀 얘기해 줘.”강솔도 한비의 시선을 따라 신동을 봤다.신동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대장님 말씀은 믿지 마세요. 대장님은 저랑 홍일이 편하게 지내는 꼴 보기 싫어서 일부러 저 괴롭히는 겁니다.”“알았어.” 강솔은 한비의 부탁을 받아들였다.한비가 입꼬리를 올렸다. “고마워.”할 이야기를 모두 마치고, 강솔 일행도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가는 내내 신동은 룸미러로 자꾸 강솔의 표정을 살폈다. 너무 티가 나서 강솔이 모르는 척하기도 어려웠다.“할 말 있으면 해.”“저희가 대장님이랑 무슨 얘기 했는지 안 궁금하세요?” 신동이 물었다.레미의 집에서 나온 뒤 적어도 10분은 지났는데, 강솔은 그 일에 대해 따져 물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강솔은 그제야 정면으로 물었다. “무슨 얘기 했는데?”신동이 홍일을 바라봤다.홍일은 못 본 척 고개를 돌려 창밖만 봤다.“대장님이 저희더러 강정숙 여사님 과거를 좀 알아보라고 했습니다.”신동은 속으로 홍일을 몇 번 욕한 뒤 설명을 이어 갔다. “여사님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연애는 어땠는지, 나중에는 왜 활동을 그만두셨는지 그런 거요.”강솔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50화

    강솔은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잠시 말이 없던 강솔은 곧 답했다. “잘됐네.”레미는 난간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깔끔하게 자른 짧은 머리가 시원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정말 잘됐다고 생각해?”“응.”중현이 기억을 잃으면 강솔의 생활도 다시 평온해진다.서로 각자의 삶을 살면서 아무 일 없이 지내면 됐다.“시후가 전화해서 중현이 기억 되찾는 걸 도와 달라고 하면?” 레미와 강솔은 이제 서로 돌려 말할 사이가 아니었다. “해 줄 거야, 말 거야?”“안 해.” 강솔은 고민도 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찾아갔을 때 분명히 말했어. 그때 나더러 가라고 하면 그 뒤로는 중현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고.”중현이 죽지만 않고, 지안에게 아빠로 남아 있기만 하면 됐다.멀쩡하게 살든 몸을 다치든, 자유롭게 지내든 어디에 갇혀 지내든 이제 강솔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지안이 중현을 만나는 건 막지 않겠지만, 자신이 먼저 애써 다가갔다가 무시당하는 일도 다시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럼 됐어.” 레미는 안도하며 강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시후 전화를 받았을 때는 네가 또 당황하고 정신없이 흔들릴까 봐 조금 걱정했어.”“이제 안 그래.” 강솔은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마음을 정리했다.“중현이 자기 고집대로 선택해서 만든 결과니까, 그 결과도 본인이 알아서 책임져야지.”레미에게는 처음 만났을 때 보였던 거리낌 없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다시 돌아와 있었다. “할 말은 다 했고, 말려 볼 만큼도 말렸어. 우리도 할 만큼 했잖아.”강솔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레미.”레미가 끝 음을 살짝 올렸다. “응?”“너 서무진 씨랑 많이 가까웠지?” 강솔은 얼마 전 레미가 보였던 이상할 정도의 차분한 반응을 떠올리며 짐작한 것을 말했다.레미는 잠깐 굳었다가 작게 웃었다. “응.”무진은 레미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좋아했던 사람이었다.무진이 세상을 떠난 날, 레미의 삶은 다시 깊은 어둠 속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무진은 중현에게 정신적인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49화

    차가 레미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8시가 넘었다. 강솔 일행이 들어섰을 무렵 레미와 신동, 홍일의 대장은 저녁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강솔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레미 옆에 앉아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단정하게 자른 짧은 머리, 맑고 선명한 눈매. 몸 전체에서 레미와 닮은 느긋하고 거리낌없는 분위기가 흘렀다.강솔이 여자를 바라보는 동안 고한비 역시 강솔을 살피고 있었다.한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눈썹을 가볍게 치켜세우며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강솔 씨?”“대장님?” 강솔이 되물었다.“한비라고 해도 되고, 한비 씨라고 불러도 돼.”한비는 강솔이 상상했던 엄격하고 날 선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친근하고 편안한 인상이 강했고, 겉모습과 분위기만 봐서는 군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짐작하기 어려웠다.“한비?”“한비 씨?”강솔이 입을 열기도 전에 신동과 홍일이 먼저 반응했다.평소와 완전히 다른 한비의 모습에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가득했다.한비가 눈꼬리를 살짝 올리며 아주 부드럽게 물었다. “문제 있어?”홍일은 입을 다물었다.신동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협박이다.’‘저건 분명 협박이야!’“문제 없습니다. 대장님 말씀이 맞죠.” 신동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홍일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얼른 한비의 말에 맞장구쳤다.홍일도 짧게 말했다. “맞습니다.”“대장님이 시킨 그 일, 저희 아직 아가씨한테 말 안 했어요.”신동은 자리에 앉자 강솔이 레미와 이야기하는 틈을 타 목소리를 낮추고 한비의 귀에 빠르게 속삭였다. “이따 얘기하다가 실수로라도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한비가 태연하게 물었다. “무슨 일?”신동이 이를 악물었다. “대장님, 연기 좀 그만해요.”한비는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신동은 어금니를 꾹 깨물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짜 모르는 척 연기 죽이네.’“내가 솔이랑 얘기 좀 하고 올게.” 레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 사람에게 거실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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