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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작가: 루에나
아연은 반사적으로 중현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냥... 그만하면 안 돼? 나도 별일 없었어. 허리 숙여서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어...”

“어제는 솔이가 어머니 건강이 너무 걱정돼서 예민해서 그랬던 걸 거야.”

“의도였든 아니든, 상처 난 건 맞잖아.”

중현의 태도는 단단하고 차가웠다.

흔들림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아연의 온몸에서 피가 순간적으로 식어 내렸다.

중현이 강솔을 다섯 해 동안 얼마나 아꼈는지,

이 남자의 절대적인 사랑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며칠 만에, 이 정도까지 무정해질 수 있다니.

‘나중에... 나중에라도 내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땐... 난 어떻게 되는 거지?’

그 결말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강솔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올 때부터 망설임도, 기대도, 자존심도 다 내려놓고 온 몸짓이었다.

그가 어떻게 나오든 겪어낼 준비까지.

강솔은 다시 고개를 들어 아연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정석적이고 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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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78화

    강솔은 조금 뜻밖이라는 눈빛이었다.민하가 바로 알아챘다.“내가 왜 그 말을 엄마한테 직접 안 했는지 궁금하지?”“응.”“우리 엄마는 원래 걱정이 많아.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치부하고 귀담아듣지 않아.”민하는 강솔과 함께 백화점 명품 매장 안으로 들어가 물건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게다가 그 남매가 집에 들어온 뒤에도 내가 딱히 적대적으로 굴지 않았잖아...”뒤의 말은 하지 않았다.하지만 강솔은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뭐 마음에 드는 거 있어?”민하가 물었다.“사 줄게.”“응?”“기분 좋아서 돈 좀 쓰고 싶어.”강솔은 익숙한 명품 브랜드들을 바라봤지만 마음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그 표정 뭐야. 마음에 안 들어?”“내가 지 대표의 선물을 받을 이유가 없잖아.”강솔은 민하와 함께 매장을 나가며 민하 말투를 흉내 냈다.“아무 이유 없이 선물을 받으면 지 대표가 나한테 무슨 함정을 파는 건가 싶을 것 같은데.”민하가 웃었다.“내가 그런 사람이야?”“응.”“그럼 내가 함정 파면 빠질 거야?”“하는 거 봐서.”“너 변했다.”민하는 여전히 태연했다.“귀엽고 세상 물정 모르던 나의 강솔을 돌려줘!”둘이 장난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매장 절반 이상을 돌았다.한 바퀴를 돌아도 강솔이 어떤 물건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자 민하가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했다.“너 이렇게 물욕이 없으면 이 바닥 소문이 진짜인 거 아니야?”“무슨 소문?”“하중현이 세계 각지에서 명품을 싹 쓸어다가 네 앞에 갖다 놨다는 거.”민하는 예전엔 남의 이야기 구경하는 기분으로 들었지만 이제는 정말 궁금했다.“보석이랑 가방만 해도 온 방 안을 채웠다던데.”강솔은 잠깐 말을 잃었다. ‘온 방 안’이라는 표현은 사실 정확하지 않았다.중현이 강솔에게 사 준 물건은 방 여러 개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중 신제품과 소장 가치가 높은 보석만 눈에 띄는 곳에 따로 전시해 놓았을 뿐이다.“왜 말이 없어?”민하가 물었다.“소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77화

    “H시 젊은 세대에서 집안과 조건을 다 따질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도명란은 복잡한 표정으로 민하를 바라봤다.“지효정이 정말 리재하고 결혼하게 되면 너는 어떡하려고 그래.”진씨 집안은 내부 사정이 복잡해 결혼 상대로 적당하지 않았다.여씨 집안에는 집안을 이을 자녀가 없었고, 여윤재가 직접 키운 회사 후계자만 있었다.이리저리 따져 봐도 네 가문 가운데 가장 적합한 사람은 서리재뿐이었다.“엄마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민하가 말했다.도명란은 답답하다는 듯 딸을 바라봤다.민하는 여전히 느긋했다. 웬만한 일에는 감정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지효정을 너무 높게 보시는 건지, 서리재가 배우자 고르는 기준을 너무 낮게 보시는 건지 모르겠어요.”“얘 좀 봐요.”도명란은 강솔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놓고 판단을 맡기려는 태도였다.“내가 진지하게 얘기할 때마다 자꾸 딴소리만 한다니까요.”“저는 민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강솔은 도명란에게 쓰는 말투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했다.“지효정이 서씨 집안에 들어가려면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아요. 기본적인 예절만 익히는 데도 꽤 오래 걸릴 거예요.”상류층 가문 안에서는 사소한 말과 행동 하나까지도 신경 써야 했다. 손님을 대하고 사람을 만나는 방식에도 집안별로 규칙과 예법이 있었다.효정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서씨 집안은 물론 그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규칙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게다가 서씨 집안에서 이 혼인을 받아들인다는 보장도 없어요.”강솔은 전에 한 번 봤던 서리재를 떠올렸다. 이야기를 많이 나누진 않았지만, 첫인상만으로도 집안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사람은 아니라는 느낌이 강했다.민하가 턱을 살짝 들었다.“들으셨죠?”도명란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설득해 달라고 불러 온 사람이 오히려 민하 편에 서 버릴 줄은 몰랐다.“그래도...”“서씨 집안이 정말 동의한다고 해도 당사자인 서리재 씨에게는 서리재 씨 나름의 판단이 있을 거예요.”강솔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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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75화

    “강 비서랑 나머지 사람들 핸드폰도 다 네가 가지고 있어?”상진이 물었다.도현은 서랍을 열었다.[있어.]“중현이의 의심이 많아졌어. 높은 확률로 저 사람들한테 전화해서 직접 떠볼 텐데, 네 쪽에서 사람 하나 시켜 대신 받게 할까?”[필요 없어. 벌써 전화했어.]중현의 성격대로라면 번호를 알고 있는 만큼 상대의 얼굴까지 알 가능성이 컸다.어설프게 다른 사람을 내세우면 오히려 도현 쪽을 의심할 것이다.[며칠 동안 중현이 외출할 때 같이 다녀. 널 데려가기 싫다고 하면 몰래라도 따라붙어.]도현은 오늘 일이 예상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누구를 만나는지 꼭 확인해.]“알았어.”상진이 다시 물었다.“고시후 쪽은?”도현은 미간을 눌렀다.시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 요소였다.잠시 생각한 뒤 도현이 천천히 말했다.[이미지를 망가뜨릴 방법을 찾아야지. 중현이 고시후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하지만 그 시각, 중현은 이미 시후에게 전화를 걸고 연락처를 추가한 뒤 영상통화까지 연결해 둔 상태였다.[하중현?!]화면 속 시후의 눈이 확 밝아졌다.[진짜 너네? 다들 네가 기억 잃었다고 하던데 멀쩡하잖아. 너 일부러 연기한 거야?]중현은 화면 속에서 생생하게 떠드는 시후를 바라봤다.이제야 왜 상진을 대할 때 계속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알 것 같았다.상진과 함께 있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하나 놓여 있는 듯했다.눈앞의 이 정신없는 녀석과는 전혀 달랐다.[야?]시후는 중현이 말이 없자 핸드폰을 흔들었다.[화면 멈췄어? 여기 인터넷 진짜 왜 이래...]“안 멈췄어. 너 지금 어디야?”[외국.]시후는 중현이 기억을 잃지 않은 줄 알고 쉬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야, 네 형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나를 이런 데 보내 놓고 돌아가지도 못하게 해. 너 우리 아빠한테 전화해서 나 좀 들어가게 해 달라고 말 좀 해 줘.]중현은 뒤의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멀리 있는 사람은 당장 도움이 안 되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74화

    뚜르르-전화 통화 시도를 여러 번 했지만 강 비서와 임훈, 임풍은 전원이 꺼져 있거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시후에게 전화를 걸려던 참에 호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곧 상진의 목소리가 들렸다.“중현아, 돌아왔어?”중현이 문을 열었다.“왜?”“강솔이랑 얘기는 잘됐어?”상진은 말하며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그럭저럭.”“무슨 얘기 했는데?”중현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팔걸이에 손을 얹었다.“형이 나랑 안 친한 사이라고 말해줬어.”“네 형 말이 맞았네.”상진은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인 뒤 느긋하게 말했다.“나를 믿으면 안 된다고도 했지? 네 형이 널 속이고 있다고도 하고.”중현은 대답하지 않았다.상진은 재를 털었다.“강솔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네가 잘되는 걸 못 봐. 네 형이 날 너한테 붙인 가장 큰 이유도 네가 강솔 말에 넘어가서 또 속을까 봐서야.”“그럼 형은 왜 내가 여기 오는 걸 막지 않았는데?”“기억 찾겠다는 사람을 어떻게 막아?”상진은 담배를 끄고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네 형도 누구보다 빨리 네 기억이 돌아오길 바랄걸? 그래야 누가 진짜 네 편인지 알 테니까.”“강 비서랑 고시후는 또 누구야?”중현은 물으면서도 상진의 반응을 계속 지켜봤다.상진이 고개를 들었다.“강솔이 말해 줬어?”“응.”“뭐라고 했는데?”중현은 굳이 숨기지 않았다.“믿어도 되는 사람들이래.”“그 말을 믿었어?”“아니.”중현은 드물게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표정은 평온해서 거짓말이라는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지금은 나 자신 말고 아무도 안 믿어.”“강솔 좋아한다며?”상진은 모순을 집어냈다.중현이 되물었다.“좋아하면 하는 말을 전부 믿어야 해?”상진은 잠시 말이 막혔다. 머릿속에 몇 가지 일이 떠오른 듯하다가 이내 웃었다.“그건 그렇지.”“강 비서랑 고시후도 예전에 너한테 잘못한 게 있어.”상진이 말했다.“정확히 무슨 일이었는지는 네가 나한테 말해 준 적 없어. J시로 돌아가면 직접 천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73화

    “강솔.”중현이 이름을 불렀다.강솔은 말없이 바라봤다.중현의 검은 눈은 깊은 밤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강솔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또박또박 말했다.“몇 가지만 물어볼게. 아는 만큼 대답해 줘.”“말해.”강솔의 반응은 담담했다.“유상진은 내 친구야?”강솔은 그렇다고 말할까 했다. 예전에 중현이 일부러 자신을 내쫓았던 일에 대한 이자쯤 받아 낼 생각이었다.하지만 중현이 너무 진지하게 묻고 있어 결국 사실대로 답했다.“아니.”“나랑 형은 사이가 어땠어?”“경영권 두고 서로 견제했어. 그래도 정은 조금 있었고.”“부모님은?”강솔은 잠시 망설였다.지금의 중현은 서무진과 관련된 일을 완전히 잊었다. 중현이 스스로 걸어 두었던 족쇄도 기억과 함께 사라진 상태였다. 부모와 중현 사이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알려 준다면 같은 비극이 다시 반복될 수도 있었다.“왜?”중현이 물었다.“나도 정확히 몰라.”강솔이 말했다.“이혼 전에 같이 살 때도 부모님을 만난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어. 잘 안다고 할 수도 없으니까 당신이 직접 판단해.”“고마워.”강솔은 조금 멈칫했다. 뜻밖의 감사 인사였다.중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솔 앞으로 다가왔다. 크고 따뜻한 손으로 강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은근한 소유욕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내 전처.”강솔의 눈이 잠깐 멎었다. 바로 다음에는 손을 쳐 냈다.짝!힘이 꽤 세서 중현의 하얀 손등에 금세 붉은 자국이 올라왔다.“바보냐.”중현은 입가에 웃음을 걸친 채 여전히 친근하게 말했다.“옆에 컵도 있고 책도 있고 파일도 있는데 왜 굳이 손으로 때려. 손 안 아파?”강솔은 잠깐 자신이 중현과 다시 연애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둘이 막 만나기 시작했을 때 중현의 모습이 꼭 지금 같았다.다정하고 세심했다. 강솔이 화를 내도 어느새 그 감정을 풀어 버리곤 했다.“하 대표, 선 넘지 마.”강솔은 벌떡 일어서며 눈에 남아 있던 감정을 모두 거뒀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단숨에 벌어졌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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