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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Author: 주 한잔
정연은 속으로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인이 주인의 허락을 받아 손님에게 상으로 내어지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궁중이나 세도가의 집안에서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처음 자신과 명심이 이육진 곁에 배정됐을 때, 은근한 기대와 설렘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육진은 여인을 가까이하지 않았고, 차가운 기운이 흐르는 듯한 사람이라 속내조차 짐작하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연도 명심도 그 마음을 자연스레 거두게 됐다.

그 뒤로 몇몇 왕비가 들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두 사람은 아예 사사로운 욕심조차 품지 않게 됐다.

이제 태자와 태자빈은 궁중에서도 소문날 만큼 금슬이 좋았다. 이를 본 명심과 정연은 그가 하인을 눈여겨볼 일은 없을 거라 생각되었다.

정연은 조용히 세월을 보내다 은혜를 입고 평온히 늙어가길 바랐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어느덧 배나무 별채 앞에 도착했다.

명심이 어깨를 움츠리며 나오다 소우연을 발견하고 곧장 다가와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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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719화

    저녁 식사 무렵.소우연과 이육진, 그리고 이천 일행은 예전처럼 용부로 건너가 식사를 했다. 다만 오늘 밤, 소우연은 왕궁의 침전으로 돌아오며 이육진을 함께 데리고 왔다.“이러면 내가 대왕의 수청을 드는 셈인 것이냐?”소우연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부군께서 그렇다고 하시면 그런 것이고, 아니라 하시면 아닌 것이지요.”“당연히 수청이지.”그렇게 말하며 옷을 벗기 시작한 이육진이 물었다. “그럼 목욕부터 하겠느냐?”“네.”두 사람은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욕조 안에는 이미 따뜻한 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소우연이 욕조 안에 들어가 앉자, 이육진이 그녀의 몸을 씻겨주기 시작했다.이육진이 점차 달아오르는 욕정을 참기 어려워질 때쯤, 무심코 고개를 숙여보니 소우연은 이미 욕조 가장자리에 기댄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육진은 달아오른 제 꼴을 보며 참으로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얼마나 고단했으면 이리 금세 잠들었을꼬.'이육진은 하는 수 없이 일어나 자신의 몸을 대충 닦은 뒤, 욕조에서 소우연을 안아 들어 곧장 침상으로 향했다. 그는 정성스레 그녀의 몸에 남은 물기를 닦아주었다. 소우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기만 할 뿐, 이내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는 침상 머리맡에 걸터앉아 한 팔로 그녀를 끌어안은 채 곤히 잠든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았다.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또 몇 달이 흘렀다. 스산한 늦가을이 찾아왔다.용강한은 이제 식당에 앉아 식사를 하는 것조차 힘겨워졌다. 소우연과 이육진의 몸 상태 역시 갈수록 나빠졌다. 몇 번이나 악몽 속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넘기면서도 두 사람은 꿋꿋하게 버티며 살아남았다. 소우연은 영이가 무사히 출산하는 모습만은 꼭 두 눈으로 보아야만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소우연, 이육진, 그리고 용강한 세 사람의 눈에 띄게 쇠약해진 모습을 보며 이천을 비롯한 사람들은 모두 뜨거운 솥 위의 개미처럼 안절부절못했다.입동이 찾아온 첫날. 마침내 이영의 해산일이 다가왔다.이날, 소우연은 모든 정무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718화

    일각 후.이육진이 소우연을 품에 끌어안고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놀랐느냐?”“그럴 리가요.”부부 사이에 입맞춤 한 번에 놀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질투가 나서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어젯밤, 소우연이 이육진을 용부 밖으로 배웅할 때 그에게 몇 마디 건넨 적이 있었다. 비록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용강한과 진정으로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었다. 그녀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용강한이 스러지는 것을 뻔히 지켜보면서, 그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불확실한 미래에 도박을 걸고 싶지 않았다.만약 살아남지 못한다면. 적어도 용강한이 살아있는 동안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 셈이 될 테고.만약 살아남는다면. 그렇다면 세 사람은 계속 이렇게 어색하게 지내야 하는 걸까?소우연이 마주 안으며 고개를 들자, 이육진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댔다. 두 사람은 다정하게 이마를 부볐다.“질투하시는 건가요?”“아니…”이육진은 애초에 부인하려 했으나, 다음 순간 아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질투가 났다.”“그럼 제가 풀어 드릴게요.”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손을 들어 그의 가슴팍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이러면 조금 나아지시겠습니까?”이육진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쥐었다. “그래, 훨씬 편안해졌구나.”“그럼 앞으로도 이렇게 풀어 드릴게요.”“아니, 그것보단…”“그럼...”그녀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더니,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이건 어떠신가요?”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발돋움을 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그가 가만히 있었음에도, 소우연은 아주 진지하게 입을 맞췄다. 눈썹과 눈가, 뺨에서 턱선, 그리고 목젖까지 어느 한 곳도 빠뜨리지 않았다.“연아…”이육진은 기분이 좋아 참지 못하고 그녀를 불렀다. 소우연이 그제야 멈추고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제 괜찮으십니까?”“좋구나.”두 사람이 마주 보며 미소를 짓자, 이육진은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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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716화

    달빛이 교교하게 쏟아져 내렸다.밤바람에 나뭇가지가 쉴 새 없이 흔들리듯 펄럭이던 침상의 휘장은 닭이 울 무렵에야 잦아들었다.목욕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동쪽 하늘이 물고기 배처럼 하얗게 밝아오고 있었다.소우연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침상 머리에 앉아 있는 용강한을 바라보았다. 혈색이 좋아진 그를 빤히 보던 그녀는 이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용강한은 입을 벙긋거리더니 조금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소우연이 그의 턱을 들어 올리자, 용강한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마주 보아야만 했다. 그는 전처럼 차갑지 않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더 장난치면 안 된다. 날이 다 밝았구나.”“그러게요. 제가 조회에 가야 하는 것만 아니었다면…”용강한은 깊은 숨을 내쉬며 더없이 다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우연이 웃으며 말했다. “기다리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일으켜 청동 거울을 가져오더니 용강한의 눈앞에 들이밀었다.“무엇이냐?”“보세요.”용강한이 청동 거울을 받아 들었다. 거울 속 그의 얼굴은 꽤나 혈색이 돌아 정상인처럼 보였다.“음양의 조화라는 게 정말이네요.”소우연이 웃으며 말했다. “다만 지금 오라버니 몸이 조금 허약해서 혹여나 견디지 못하실까 봐 걱정이었어요.”“연아…”용강한이 그녀의 손을 꽉 쥐며 짐짓 진지하게 물었다. “내가 약하다고?”그의 악력은 이런 순간에도 엄청났다!소우연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몸 상태가 허약하다는 거지, 그쪽이 약하다는 게 아니에요…”용강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연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억지로라도 곁에 남고 싶었지만, 그의 영혼을 육체에서 끌어내려는 알 수 없는 힘은 여전히 끈질기게 존재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그는 곧장 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었다.“왜 그러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우리는 영원히 한마음이니까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소우연이 다급하게 덧붙여 설명했다. “우린 절대 헤어지지 않아요.”그녀는 달려들어 용강한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715화

    “그럼 이제 덜 춥게 느껴지시나요?”용강한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말씀해 보세요.”용강한이 얼굴을 붉히며 ‘응’ 하고 대답했다. “확실히 덜 춥구나.”소우연은 허리를 굽혀 그의 얼굴을 감싸 쥐고는 이마에 입을 맞췄다.그의 심장은 쉴 새 없이 쿵쾅거렸다. 예전에는 늘 그녀가 잠든 후에야 그가 몰래 이마에 입을 맞추곤 했었다. 그런데 오늘 밤, 이렇게 장난스럽게 자신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그녀의 두 눈은 마치 갈고리라도 달린 것처럼 그의 마음을 간지럽게 옭아맸다.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용강한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연아, 날 놀리지 마라.”소우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다시 그의 얼굴을 감싸 쥐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제 남자가 되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어찌 이리 부끄러워하십니까.”그는… 확실히 부끄러웠다.용강한은 서둘러 그녀의 발을 씻겨주고는 안아서 침상에 눕혔다. 하지만 그가 몸을 일으키려 할 때, 소우연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낭군… 어디로 도망가시려고요?” 그녀가 웃으며 물었다.용강한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는 무의식중에 그녀의 진맥을 짚어보았으나, 연이는 딱히 약에 당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오늘 밤엔 술을 마시지도 않았다.소우연이 말했다. “제가 누구한테 약이라도 당했을까 봐 의심하시는 겁니까?”용강한은 어색하게 웃었다. 오늘 밤 그녀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먼저 씻고 오마.”“그럼 기다릴게요.”“그래.”소우연은 그제야 용강한을 놓아주었다.용강한의 심장은 무척이나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더 이상 춥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몸이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차오르는 듯했다. 심지어… 방금 연이에게 입맞춤을 받고, 그녀가 목을 끌어안으며 낭군이라 불렀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환상 속에서 그녀와 함께했던 그 시간들이었다.용강한은 씻고 나온 뒤 방 안의 촛불을 모두 껐다. 그가 침상으로 다가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714화

    이육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소우연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누렁이도 따라 일어나 소우연과 함께 이육진을 배웅하러 나섰다.마당.밝은 달빛이 교교하게 비치고 있었다.소우연이 먼저 이육진의 손을 잡았다. 누렁이는 맞잡은 두 사람의 손을 보더니, 제 몸으로 소우연의 치맛자락을 한 번 비비적거리고는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이육진이 고개를 돌려 소우연을 보며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았다. “누렁이가 아주 요물이 다 되었구나. 우리가 그림을 그리는 걸 알고 자기도 그리겠다고 하니 말이다.”소우연은 그저 미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육진이 계속해서 말했다. “네가 내 손을 잡은 걸 보고 몸을 비비적거리는 걸 보니, 네가 용강한을 잊을까 봐 저러는 모양이구나.”“개 한 마리를 두고 어찌 그런 생각을 다 하십니까?”“저 녀석은 평범한 개가 아니다. 요물이 다 되었어. 아주 영악하단 말이다.”“네, 누렁이가 확실히 사람을 잘 따르긴 합니다.”그렇게 말하며 소우연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 밤은 달빛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이육진이 고개를 돌려 달을 바라보는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래, 참으로 아름답구나.”그는 그녀를 보며 웃어 보였다.소우연은 무언가 느낀 듯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이육진이 웃으며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연아, 너는 언제나 가장 아름답다. 난 널 원망한 적도, 용 대인을 원망한 적도 없다. 그저 우리 두 사람이 널 사랑하니 연이 너는 더 행복할 게야.”소우연은 입술을 비죽이더니 고개를 숙이고는 이육진과 함께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경문은 곁채 창문 앞에 서서 이육진과 소우연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착잡해졌다.대감의 이번 생은 참으로 고달프고 험난하구나.누렁이와 소우연이 돌아오고 나서야 경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이육진과 소우연 두 사람이 대감에게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537화

    이영도 심초운과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얼마나 많이 흔들렸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가끔 이런 짓까지 한 우리가 너무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구나.”이영의 말에 심초운이 대답했다.“너무한 건 없습니다. 연희와 경장명 그자의 혼약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연희의 참 인연이 형님이 아니라고 해도 절대 경장명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심초운의 부모님, 그리고 황태후와 태상황에 이어 주익선의 부모님까지, 그들은 전부 일부일처를 고집하여 왔으며 평생 다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179화

    이튿날, 경문과 이천은 말을 달려 운불사에 당도하였다.달리는 내내, 이천의 가슴 속엔 설명할 길 없는 불길한 예감이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큰일이 아니고서야, 사부님께서 경문을 보내어 자신을 부를 리 없었다.“사부님.”이천은 용강한의 얼굴을 보자 안절부절못한 채 입을 열었다.“이영 누님은 사부님께서 누님 때문에 경성을 떠나셨다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용강한은 조용히 응하였다.“그 일은 이미 심초운에게 부탁하였다. 그 아이가 영이를 잘 달랠 것이다.”“경성을 떠나신 것이 누님 때문이 아니라면…”이천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217화

    이육진을 떠올리자, 소우연의 가슴 한켠이 은근히 저려왔다. 그가 두 사람의 인연을 받아들이겠노라 말하긴 했지만, 그 말이 모든 것을 지워주지는 못했다. 미안함은 여전히 얇은 그림자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용강한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보따리를 풀어 수통과 몇 가지 다과를 꺼내 가지런히 늘어놓았다.“이 야명주는 마계를 떠날 때 챙겨온 것이긴 하나, 폐하의 물건은 아니다.”담담한 설명에 소우연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어디서 난 건가요?”“혼돈에게서 얻은 것이란다.”순간 소우연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혼돈이라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237화

    “그렇지. 이 모든 것은 공적에 따른 보상이다. 인간 세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자가 있다면, 내 직접 그자를 멸하리라.”이육진의 음성은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기 장로가 숨을 고르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마계를 나갈 수만 있다면… 마존께서 품행이 단정한 자들을 인간 세상에 정착하게 하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마계는 줄곧….”“인간과 마족은 본래 양립할 수 없는 존재다.”이육진이 단호히 말을 끊었다.“마족은 타고난 힘이 강하고 수련 또한 용이하다. 인간 세상에 나가면, 자신보다 약한 자를 억누르고자 하는 자가 반드시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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