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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주 한잔
“네가 어떻게 돌아온 것이냐?”

소홍범이 굳은 표정으로 딱딱하게 물었고 소우연은 아버지의 그런 표정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소씨 가문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

어렸을 때부터 우러러봤던 아버지인데 지금 소우연을 쳐다보는 눈빛에는 혐오와 불만밖에 남지 않았다.

한편, 이민수도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소우연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회남왕 관저에 보내진 소우연이 살아서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아버님 질문이 참 이상하네요? 제가 이집에 돌아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오늘은 혼인을 치른 제가 친정에 인사를 드리러 와야 하는 날입니다. 설마 아버님께서 이를 잊으신 겁니까?”

소우연의 말에 안색이 조금 나아진 소홍범이 태연한 모습으로 말했다.

“돌아왔으면 저기 뒤뜰에 가 있거라. 이곳은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소우연은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예전이라면 소우연은 아버지가 시킨 대로 바로 뒤뜰로 갔을 것이지만 이제는 신분이 다르기에 아버지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아버님, 혹시 제가 들으면 안 되는 얘기라도 있는 것입니까?”

소우연이 태연한 모습으로 천천히 대청 안으로 들어갔고 예전에 모든 면에서 조심스러운 소우연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소씨 가문 사람들의 비위도 맞추려고 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리 노력해도 이 사람들은 그녀를 사랑해주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대문 앞에서 죽음을 당해도 시신조차 거둬주지 않을 사람들이다.

한편, 소우연의 행동에 화가 난 소홍범이 언성을 높였다.

“이게 지금 버릇없이 무슨 짓이냐? 넌 애초부터 우리 대화에 끼어들 자격도 없었어. 이만 물러가라는 말 안 들려?”

소우연은 그저 눈을 깜빡이며 소홍범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버님, 혹시 제 신분을 잊으신 겁니까? 전 어제부터 회남왕비가 되었습니다. 그럼 아버님께서도 저를 보시면 예를 갖춰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흠칫하던 소홍범은 화가 더욱 치밀었고 감히 인사를 하라는 소우연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이때, 곁에 앉아있던 소우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긋한 목소리로 소우연을 원망했다.

“언니, 어떻게 아버님에게 그렇게 말 할 수 있어? 어떻게 아버님에게 인사를 하라고 할 수 있어? 언니 지금 큰 불효를 저지르고 있는 거야.”

“그 입 다물지 못 해? 감히 건방지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너와 나의 신분 차이가 얼마나 큰지 몰라? 네가 함부로 끼어들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

소우연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우희를 쏘아보며 큰소리로 말했고 소우희는 이내 눈시울이 붉어진 채 몸을 휘청거렸다.

소우희는 평소에 늘 눈치보기 바쁘고 큰소리 한번 못 내던 소우연이 왜 갑자기 태도가 이렇게 바뀌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소우희는 소우연이 회남왕 관저에 보내지기 전, 회남왕이 얼마나 잔인하고 포악한 사람인지 확실하게 얘기해줬는데 소우연이 왜 어젯밤 회남왕 관저에서 도망치지 않고 오늘 이런 모습으로 나타난 건지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연 낭자! 우리 우희 낭자에게 그렇게 얘기하지 마시오!”

울먹이는 소우희의 모습에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이민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싸늘하게 말했고 소우연은 그런 이민수를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인데… 이민수는 예전에 이런 태도가 아니었는데…

소씨 가문에서 냉대를 받았지만 이민수만은 소우연에게 너무도 잘해주었다. 가끔 선물도 주고 소우연을 데리고 달도 구경하고 소우연이 다쳤을 때 위로도 해줬는데… 이 모든 게 가짜라는 건가?

그럼 십몇 년 동안 이민수가 보여준 모습은 진심이 전혀 없는 가짜였단 말인가?

소우연은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소우연! 너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 우리에게 불만이 있다면 앞으로 다시는 소씨 가문에 돌아오지 말 거라!”

정신을 번쩍 차린 소홍범이 소리를 질렀다.

“아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셔도 전 이 집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전 회남왕에게 시집을 갔으니 이제 회남왕의 사람입니다. 그러니 아버님께서 명심해주십시오. 집안에서 저를 만났을 때 허리를 숙여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아도 전 옛정을 생각해서 넘어가줄 것입니다. 하지만 밖에서 저를 만났을 때에도 이렇게 무례하게 구시면 그땐 저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싸늘하게 말을 마친 소우연은 돌아서서 떠났고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소홍범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한편, 숨을 크게 들이마신 소우연은 대청을 떠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소우연은 이 저택에서 가장 작은방에서 살았고 자그마한 마당에는 약재들이 잔뜩 심어져 있었다.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항시 전장에서 목숨 걸고 싸웠기에 온몸에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었고 질병도 많았다.

소우연은 그런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위해 약재를 심고 그 약재들로 약을 만들었지만 만든 약들은 매번 소우희에게 빼앗겼다.

그래도 소우연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버지와 오라버니에게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그 공을 전부 소우희에게 빼앗긴다고 해도 소우연은 기분이 좋았다.

가끔 소우연이 약을 가지고 가면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그 약을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되레 소우희를 따라한다고 나무라기까지 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씁쓸해진 소우연은 이내 방으로 들어가 자신의 물건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챙겼고 혼자서 이렇게 많은 짐을 들 수 없었기에 결국 진규에게 도움을 청했다.

조금 전까지 분명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던 진규는 소우연이 부르자 바로 어디선가 나타났고 방 안 상황을 쓱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 호위병 두 명을 데리고 와서 소우연의 짐들을 밖으로 옮겼다.

소우연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방을 힐끔 쳐다보고는 미련 없이 돌아서서 떠났다.

“언니…”

발을 떼기도 전에 소우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소우연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소우희는 큰 서러움을 당한 표정으로 달려와 소우연의 옷소매를 살짝 잡으며 말했다.

“언니 지금 날 원망하고 있는 거지?”

소우연이 손을 살짝 빼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소우희가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언니가 날 원망하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어.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다는 걸 언니도 잘 알잖아. 어머님 아버님은 그런 내가 불쌍해서 회남왕에게 시집을 보내지 못한 거야. 언니, 오늘 민수 오라버니와 혼사를 논의했던 것도 내 뜻은 아니었어. 다만 언니가 나 대신 회남왕에게 시집을 간 사실이 들키면 안 되니까 나도 어쩔 수 없이 언니 대신 평서왕 관저에 시집을 가는 거야. 그렇게 내가 언니 대신 평서왕 세자빈이 되고 언니가 나 대신 회남왕비가 되는 거지. 그러니까 어머님과 아버님의 마음을 언니도 이해해줘야지. 그렇게 마음 상하게 하는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였어.”

소우희가 자신도 힘들었다고 구구절절 얘기를 늘어놓았지만 소우연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

소우희의 말재주가 이렇게 좋으니 소우연은 전생에 동생에게 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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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귀례
와 이댓글 안달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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