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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주 한잔
“이 약은 상처 치료에 꽤 효과가 좋습니다. 제가 얼른 상처에 발라드리겠습니다.”

소우연은 하얀 고약을 손가락에 조금 묻혀 이육진의 상처에 발라주었고 손가락에서 통증이 살짝 느껴진 이육진은 고개를 숙여 소우연을 빤히 쳐다보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상처를 꼼꼼하게 살피던 소우연은 본능적으로 입을 삐죽 내민 채 상처에 바람을 후후 불었다가 자신이 실례를 범했다는 생각에 재빨리 입을 꾹 닫았다.

한편, 이육진은 그런 소우연을 보며 왠지 기억 속에 있던 그 사람이 떠올랐고 특히 소우연이 발라준 이 고약은…

조금 뒤, 소우연은 휠체어에 탄 이육진을 모시고 덕빈에게 인사를 올리러 갔다.

황제께서 이육진의 혼사를 잘 마무리 지으라고 덕빈을 회남왕 관저에 3일 머무를 수 있게 허락했다.

소우연은 이육진의 휠체어를 밀며 천천히 덕빈이 머무른 방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신혼방을 떠나자마자 나인 한 명이 몰래 신혼방으로 들어가 침대보에 묻은 핏자국을 확인한 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떠났다.

소우연과 이육진이 덕빈이 머무른 방에 도착했을 때, 신혼방에 들어가 핏자국을 확인하던 나인이 두 사람보다 먼저 와있었고 덕빈의 방 안에 들어가 덕빈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었다. 그러자 덕빈은 만족스럽게 피식 웃었다.

“소인 덕빈 마마께 인사를 올립니다.”

덕빈 앞에 서서 잔뜩 긴장한 소우연은 손바닥에 땀이 잔뜩 맺혔다. 소우연은 자신이 혹시라도 말실수를 저질러서 덕빈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

한편, 덕빈은 몸을 잔뜩 움츠린 소우연을 힐끔 쳐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이육진에게 돌렸다. 이육진은 표정이 덤덤했지만 조금 전 소우연이 인사를 할 때 본능적으로 소우연을 쳐다보았기에 그래도 자신의 부인을 신경 쓴다는 뜻이다.

“고개를 들고 가까이 오너라. 네 얼굴을 자세하게 보고 싶구나.”

덕빈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소우연은 덕빈이 혹시라도 수상한 낌새를 눈치챌까 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소씨 가문에서 아무도 모르게 소우희 대신 소우연을 이육진에게 시집보냈기에 만에 하나 들키기라도 하면 소씨 가문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다.

소우연은 소씨 가문이 원망스럽지만 가문 모든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덕빈은 소우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기에 그저 소우연을 쓱 쳐다봤을 뿐,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조금 뒤, 인사를 올린 소우연과 이육진은 이내 방을 나섰고 덕빈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곁에 서있던 나인에게 물었다.

“자네가 보기엔 소씨 가문 둘째 딸이 어떠한가?”

“소인이 예전에 소씨 가문 둘째 따님을 우연히 뵌 적이 있습니다. 저분은 아무래도 둘째 따님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소우연이 아니꼬운 듯 대답했고 덕빈도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허허, 소씨 가문에서 둘째 딸을 끔찍하게 아낀다고 들었다. 그렇게 애지중지 아끼는 딸을 내가 제대로 혼내줘야 하지 않겠냐. 감히 겁도 없이 내 아들을 희롱하다니. 소씨 가문에서 아주 겁을 제대로 상실한 모양이구나.”

덕빈은 애초에 아무 이유 없이 소우희를 이육진의 처로 선택한 게 아니었다.

전에 이미 소씨 가문 상황에 대해 충분히 조사했기에 소우연을 보자마자 그녀가 소우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게 되었다.

아들이 소우연을 거부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일단 모른 척 넘어가긴 했지만 소씨 가문에서 신부를 함부로 바꾼 일은 절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한편, 소우연은 이육진을 모시고 덕빈의 방을 나서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뭘 그렇게 겁내는 것이냐?”

이육진의 목소리가 들리자 소우연은 또 한번 화들짝 놀랐고 그 모습에 이육진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왕야, 제가 오늘 친정에 인사를 올리러 가야 하는데 혹시 왕야께서 저와 함께 가실 수 있으십니까?”

소우연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이육진은 미간을 확 찌푸린 채 싸늘하게 굳은 눈빛으로 소우연을 쳐다보았다.

흠칫하던 소우연은 이육진의 얼굴을 보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육진은 지금 이런 모습으로 절대 집을 나서고 싶지 않을 것인데 그녀는 왜 이 점을 고려하지 못했을까?

“왕야, 전 다른 뜻이 전혀 없습니다. 가시기 싫으시면 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이육진은 소우연을 힐끗 쳐다보고는 말없이 휠체어를 돌리며 떠났고 소우연은 이육진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 없이 막말을 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후회가 막심했다.

이육진은 당연히 소우연과 함께 친정에 돌아가지 않았지만 대신 자신의 곁을 지키는 호위무사 진규를 소우연에게 보냈다.

빈손으로 회남왕 관저의 마차에 올라탄 소우연은 이내 소씨 가문으로 향했다.

굳게 닫힌 소씨 가문 대문을 보며 소우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곳은 그녀가 16년이나 생활한 곳이고 그녀의 본가지만 이 집안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

소우연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지만 그저 존재만으로 큰 잘못이었다.

씁쓸하게 웃던 소우연은 앞으로 다가가 대문을 두드렸고 한참 지나고 나서야 하인 한 명이 문을 열었다.

하인은 소우연을 본 순간, 얼굴이 허옇게 질리더니 말까지 더듬었다.

“오, 오셨습니까, 큰아씨?”

“그래.”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인 소우연이 대문 안으로 발을 들이려고 하자 하인이 본능적으로 소우연의 앞을 가로막았다.

“큰아씨, 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소우연은 하인이 왜 자신을 못 들어가게 막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다가 뭔가 생각난 듯 표정이 확 변했다.

소설 속에 적힌 내용에 의하면 소우연은 손발이 잘려 소씨 가문 대문 앞에 버려졌을 때, 소씨 가문에서는 소우희의 혼사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고 소우희의 혼인 상대는 바로 소우연과 어렸을 때부터 혼약이 맺어진 평서왕 세자 이민수이었다.

소설 속에서 이민수는 단 한순간도 소우연을 좋아한 적이 없으며 그가 마음에 품고 있던 여인은 처음부터 소우연의 동생 소우희였다.

그리고 이민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상운국 미래의 황제였다.

입술을 꽉 깨문 소우연은 앞을 막고 있는 하인을 확 밀어내고는 빠른 걸음으로 대청을 향해 걸어갔다.

이와 동시에, 소씨 가문 대청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소우희는 발그레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고 부친 소홍범은 호탕하게 웃고 있었으며 소우희의 이 혼사에 매우 만족스러운 듯했다.

이와 반면, 자신의 큰딸 소우연은 진작 까맣게 잊고 있었다.

“큰아씨,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이때, 하인의 목소리가 대청에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문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표정이 싸늘하게 굳은 소우연이 대청에 나타났고 그녀를 본 순간, 소홍범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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