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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귤이
다인은 순간 멍해지면서 가슴이 두근거림을 참을 수 없었다. 시윤이 고개를 숙여 키스하려는 순간, 다인의 몸은 반사적으로 움찔했다.

다인의 반응을 눈치챈 시윤은 동작을 멈추었다. 깊고 어두운 눈빛에는 흥분을 억누르는 기색이 가득했다.

“왜? 무서워?”

다인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검지로 다인의 콧등을 살짝 긁은 시윤이 웃으면서 말했다.

“장난이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곧이어 다인은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어느새 몸을 일으킨 시윤은 샤워하러 욕실로 갔다.

시윤이 멀어지자, 다인은 비로소 한숨을 돌리면서 가슴을 탁탁 두드렸다. 그러나 뺨의 열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방금 하마터면 정말 할 뻔했잖아...’

사실 다인은 그렇게 보수적인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시윤은 어디까지나 태안의 친형이다.

시윤은 예전에 유독 다인에게만 특히 엄격했고,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데 마치 영감님처럼 굴었다.

이건 너무 어색했다.

무엇보다 3년 전, 시윤과 그런 어색한 일까지 겪었으니...

‘됐다. 됐어.’

다인은 머리를 휘저으며 생각을 접었다.

시윤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함께 산다는 사실을 이미 받아들인 다인도 따라서 샤워했다.

샤워와 피부관리, 바디로션까지 다 마치는데 무려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당연히 시윤은 잠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을 열고 나오자 시윤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욕실 안에서 살림 차린 줄 알았네.”

‘역시 저 입은 너무 독해.’

이미 익숙해진 다인이 침대 가장자리로 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난 어디서 자요?”

시윤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물었다.

“다인아, 우리 혼인신고서는 법적 절차를 모두 이행한 정식 문서야. 그렇지?”

“네, 맞아요.”

다인은 당장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 어떤 합법적인 신혼부부가 각방 쓰는 걸 봤어?”

시윤은 성공적으로 다인을 당황하게 했다.

‘됐다, 됐어.’

다인은 변명을 포기했다.

“이리 와.”

시윤은 자신의 옆자리를 두드렸다.

이번에 다인은 협조적인 자세로 다가갔다.

다인이 침대에 막 눕자, 귓가에 다시 시윤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전해졌다.

“부인, 침대는 내가 따뜻하게 해놨습니다.”

다인이 고개를 돌려 시윤의 얼굴을 응시했다. 시선이 점점 괴이해지더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

“시윤 오빠, 오빠는 항상 나를 싫어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왜 갑자기 나를 부추겨서 혼인신고를 한 거예요?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요, 원하는 게 뭐예요?”

시윤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내가 너를 싫어한다고?”

“아니에요?”

다인은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네 머리...”

시윤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길게 늘어지면서, 입꼬리도 살짝 올라갔다.

“역시 총명하지는 않네.”

‘태안을 좋아할 수 있는 머리라면, 얼마나 총명하겠어?’

“무슨...”

‘뜻’이냐는 말도 다 못한 채, 시윤은 다인을 품 안에 꼭 끌어안았다. 다인의 머리 위로 낮고 굵은 목소리가 맴돌기 시작했다.

“착하지. 일단 자자.”

“우리는 부부니까, 앞으로 알아갈 시간은 많아.”

시윤의 목소리에는 피로감이 잔뜩 묻어났고 호흡도 점점 무거워졌다.

시윤의 품 안에 안긴 다인은 시윤의 체온과 심장 소리, 숨결의 향기를 느끼면서, 자신의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 시각, 클럽 안 고급 프라이빗 룸.

늦은 시각, 태안은 밤새 핸드폰을 만지작대며 도통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다인은 화를 내다가도 반나절도 안 돼서 그를 찾아왔다.

오늘 혼인신고를 안 한 것 때문에 다인이 크게 화를 내고 독한 맹세를 했지만, 예전 같았으면 3시간 안에 반드시 자신을 찾아와서 사과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문자 한 통조차 없었다.

‘이제 점점 기어오르네.’

“오빠, 다인이 전화 기다리는 거야?”

태안의 곁에 앉은 유림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면 다인이한테 가 봐. 지금쯤 분명히 화가 많이 났을 거야.”

“다 내 잘못이야. 오늘 돌아오지 말아야 했어. 그러면 오빠랑 다인이가 혼인신고 하는데 방해도 되지 않고, 다인이를 화나게 하지도 않았을 텐데.”

유림은 태안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렇게 말할수록, 체면을 중시하는 태안은 더 화를 낼 게 뻔했다.

역시나, 태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한다인은 원래 공주병이야.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서 돌아올 거야.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유림아, 이 일은 너랑 상관없어. 혼인신고는 언제든지 할 수 있어. 네가 오랜만에 귀국했는데 오빠가 당연히 너를 맞이해 줘야지.”

태안이 말을 마치자, 친구들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 유림아. 네가 없는 3년 동안, 태안이가 너 엄청 보고 싶어 했어.”

“솔직히 말해서, 한다인만 아니었다면 3년 전에 네가 해외로 나가지도 않아도 됐을 텐데.”

“한다인은 너무 옹졸해. 장난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태안아, 이번엔 제대로 혼을 내.”

태안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코웃음 쳤다.

“이번에 한다인이 유림이한테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다면, 나 다시 사귀지 않을 거야.”

그제야 행복한 미소를 지은 유림은, 다정하게 태안의 팔을 끌어안으면서 기댔다.

“고마워, 오빠. 이번에 돌아왔을 때 다인이가 싫어하시면 또 떠나야 할까 봐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번엔 절대 한다인 뜻대로 되지 않게 할 거야. 넌 안심하고 여기 머물러. 내가 널 지켜줄게.”

장담하듯 말한 태안이 핸드폰을 뒤집어서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유림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번졌다.

“역시 오빠밖에 없어. 온 가족 중에서 오빠가 날 가장 아껴 주는 것 같아.”

‘큰오빠보다 훨씬 나아.’

‘큰오빠는 항상 나한테 차가운 표정을 짓고, 원수 대하듯 하는데.’

...

그 시각 별장. 다인은 시윤의 고르고 평온한 숨소리를 느끼면서, 점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번만큼은 정말 오랜만에 푹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다인의 시야에 우아하고 깊은 복숭아꽃 같은 눈망울이 들어왔다.

그 눈의 주인인 시윤도 깊고 온화한 눈빛으로 다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보, 어젯밤 잘 잤어?”

다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잤어요.”

하룻밤 동안 서로 꼭 껴안고 자고 나자, 이제는 그다지 어색하지도 않았다.

시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무래도 이 남편이 부인 마음에 꽤 든 모양이네.”

다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거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그 시각, 침대에서 내려온 시윤은 다인을 뒤로 하고 욕실 쪽으로 가면서 말했다.

“아침 회의가 있어서 아침 식사는 함께 못해.”

“네.”

태안과 사귄 7년 동안도 얻지 못한 것을, 시윤한테서 바랄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이건 갑작스러운 결혼이었다.

시윤이 드레스룸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정장을 차려 입은 상태였다.

화장대 앞에서 스킨로션을 바르던 다인은, 거울에 비친 시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짙은 색 슈트가 남자의 고결한 분위기를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썹에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머금은 채, 시윤은 다인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다 사. 집에 있는 건 가져오지 말고.”

다인 곁에 멈춰 선 시윤이, 블랙 카드 한 장을 화장대 위에 올려놓았다.

“여보.”

다인이 고개를 들어 시윤을 바라보았다.

그 고결해 보이는 모습을 보자, 어젯밤의 독설과 사악했던 모습이 단순히 환상이었던 것만 같았다.

“알았어요.”

다인은 당당하게 카드를 받아 들었다. ‘기시윤의 부인’이라는 신분을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형제 중 누구와 결혼하든 ‘기씨 집안 사모님’이 되는 건 마찬가지니까.

다만 다른 점은, 전 남자 친구가 시동생이 된다는 것이었다.

‘음, 기태안 위에 군림하는 느낌, 나쁘지 않네.’

뭔가 생각하는 다인의 모습을 본 시윤이 갑자기 몸을 숙이더니, 따뜻한 입술로 그녀의 귓가를 살짝 스치면서 유혹하듯 말했다.

“여보, 이 신분에 빨리 적응하길 바랄게. 내가 원하는 부부 관계는, 부부 간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수 있는 관계거든.”

다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귀밑까지 확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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