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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귤이
도발 섞인 음성이 공기를 가르자, 다인은 얼어붙은 듯 한참 침묵한 뒤에야 말을 이었다.

“시윤 오빠, 방금 오빠 동생이 나를 농락하더니, 이제 오빠 차례예요?”

전화를 한 상대는 기태안의 친형인 기시윤이었다.

다인이 태안과 처음 사귀었을 때부터, 시윤은 다인에게 한 번도 좋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한 번 바람맞았으면서, 두 번이 뭐가 무서워?]

시윤의 목소리에는 비웃음이 배어 있었다.

[이건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한다인 답지 않은데?]

다인은 불같은 성격이라, 자극을 받으면 절대 참지 못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 말을 듣자마자 성질을 내며 반박했다.

“누가 못 갈 줄 알아요? 하지만 지금 가도 구청 업무 시간이 끝날 거예요.”

[그건 네가 걱정할 필요 없어.]

시윤이 차갑게 말했다.

그로부터 20분 뒤, 다시 구청을 찾은 다인의 시선에 시윤의 훤칠하고 기품 있는 실루엣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빼어났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황홀했다.

특히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아우라는 큰 압박감을 주었다.

태안도 잘생긴 남자 중에서도 뛰어난 편이지만, 시윤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진짜 왔네?”

시윤은 입꼬리를 살짝 비틀었고, 가늘게 뜬 눈에는 유혹과 위험한 느낌이 배어 있었다.

시윤을 마주한 다인은 아까 전화를 받을 때의 무모한 모습은 사라진 채, 자연스레 기세가 꺾인 모습이었다.

“와도 소용없어요. 구청 문은 이미 반쯤 닫았잖아요.”

눈썹을 치켜세운 시윤은 뒤에서 닫히고 있는 셔터를 힐끗 쳐다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나랑 혼인신고 할 거야? 고민 끝낸 거 맞아?”

다인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빠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내가 뭐가 두려워요?”

‘두렵다 해도 시윤 오빠가 더 두렵겠지. 어쨌든 두 사람은 친형제잖아.’

“제법 용감하네.”

시윤의 눈빛에 희미한 감탄이 스치더니, 다인의 손목을 잡고 안으로 향했다.

다인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진... 진짜 가는 거야?’

다인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시윤이 돌아보면서 눈썹을 곧추세웠다.

“왜? 무서워?”

다인은 잠시 망설였다.

“오빠는 왜 나랑 결혼하려고 하는 거예요?”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말이야.’

시윤이 피식 웃었다.

“어차피 결혼은 해야 하잖아. 시간 낭비하며 상대를 찾을 바에야, 집안에서 만족할 사람을 고르는 게 낫지.”

다인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두 집안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서 그런 모양이지.’

시윤의 부모님과 할아버지 모두 다인을 마음에 들어하셨다.

그러니 시윤이 이런 선택을 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

10분이 채 되지 않아, 두 사람은 혼인신고서를 든 채 구청에서 걸어 나왔다.

다인이 혼인신고서를 보며 멍하니 있자, 시윤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후회해도 소용없어. 들어가서 바로 이혼 접수해도 한 달은 걸릴 거야.”

‘재수 없게! 결혼하자마자 누가 이혼한다고?’

다인은 눈을 흘겼지만, 말투는 공손했다.

“오빠만 후회하지 않으면 돼요.”

말을 마치고 막 계단 아래로 내려가려고 할 때, 시윤이 갑자기 손을 뻗어 다인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다인은 순간 시윤의 가슴팍에 바짝 달라붙었다.

다인의 키는 167cm나 되지만, 시윤 앞에 서니 한참 작아 보였다.

시윤 몸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편백나무 향기가 느껴지자, 다인의 심장은 이유 없이 고동치면서 얼굴마저 빨개졌다.

“어디 가려고?”

시윤의 매력적인 보이스가 다인의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다.

한참 동안 넋을 놓고 있던 다인이 퍼뜩 정신을 차린 뒤 숨을 고르면서 말했다.

“집에 가야죠.”

“이제 막 결혼했는데, 남편과 헤어지겠다고?”

시윤이 눈을 내리깔고 다인을 바라보았다. 길고 검은 시윤의 속눈썹이 나비 날개처럼 파르르 떨리면서, 새하얀 얼굴에는 은은한 홍조가 감돌았다.

청순함과 관능미가 공존하는 남자의 얼굴과 청량한 분위기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정말 매력적이었다.

“그... 깜빡했어요.”

고개를 든 다인은 시윤의 시선과 마주쳤지만, 시윤의 눈동자 속에 가라앉은 어두운 그림자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눈에 띄지 않게 시선을 돌린 시윤이 다인을 놓아주었다.

“따라와.”

말을 마친 그는 먼저 계단 아래로 내려갔고, 다인은 생각 없이 그 뒤를 따라갔다.

‘어차피 합법적인 부부인데, 설마 날 어디다 팔아먹기라도 하겠어?’

다인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게다가 전 남자 친구가 시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속이 다 시원했다.

...

H시에서도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캐룬 베이의 산중턱에 자리잡은 이 저택은, 인테리어는 심플해 보여도 곳곳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다인은 거실 한가운데 서서, 눈앞의 시윤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여긴...”

시윤은 간결하게 설명했다.

“우리 신혼집이야. 앞으로 여기서 지내.”

“그럼 오빠는요?”

다인은 거의 반사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눈썹을 가볍게 치켜세운 시윤이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자극을 받아서 정신이 나간 거야? 신혼집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도 없어?”

그 말은 곧 시윤도 당연히 여기 산다는 뜻이었다.

어색하게 미소를 지은 다인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독설가란 말이야.’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랑 똑같이 까칠하고 날카롭고... 예쁜 구석이 없어!’

...

집안의 도우미인 상주댁을 부른 시윤은, 다인에게 저택을 안내해 주라고 말한 뒤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

훤칠한 시윤의 실루엣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다인은 드디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왜 저렇게 쌀쌀맞은 거야? 누가 보면 내가 빚진 줄 알겠네.’

상주댁을 따라 저택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서, 다인은 이 저택이 엄청 크다는 걸 알았다.

무려 5층이나 되는 저택 안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집안의 고용인만 해도 10명이 넘었는데 모두 방금 전근 온 사람들이었다.

상주댁한테 들으니 시윤은 오늘 막 외국에서 돌아왔다고 했다.

그 말에 다인은 흠칫 놀랐다.

‘방금 돌아왔는데, 내가 혼인신고 하는 날 기태안한테 바람맞았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설마 3년 전 일을 복수하려고 나랑 혼인신고 한 건가?’

다인은 시윤을 찾아 묻고 싶었지만, 서재에서 일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다인은 어느새 안방 소파에 엎드린 채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몸에 전해지는 움직임에 반쯤 깨어 눈을 뜨니, 시윤의 잘생긴 얼굴이 눈앞에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뭐 하는 거예요?”

숨이 턱 막힌 다인이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면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담요에서 손을 뗀 시윤이, 굳게 다물었던 입술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 나 그렇게 굶주리지 않았어. 너처럼 아직 발육도 덜 된 몸에는 관심 없어.”

다인은 순간 화가 치솟았다.

“난 이제 3년 전 모습이 아니거든요. 발육은 진작에 다 했어요!”

말을 하던 다인이 시윤의 손을 잡고 자신의 볼록한 가슴 쪽으로 끌어 당기려다가...

마지막 순간에 정신을 차린 다인은 서둘러 동작을 멈추고 시윤의 손을 놓아주었다.

‘내가 정말 미쳤지.’

‘기태안과 5년 연애하는 동안 키스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런데 방금 하마터면...’

다인의 뺨이 귀밑까지 붉게 물들자, 시윤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일부러 도발했다.

“왜 멈춰? 내가 실망할까 봐 겁나?”

다인의 얼굴이 화상을 입은 듯 뜨거워지면서, 치미는 분노에 시윤을 밀쳐냈다.

“발육이 부진해도 오빠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다인이 일어나려고 했지만, 시윤이 누르면서 다시 소파에 눕게 만들었다.

다인이 다시 버둥거리며 저항하자, 몸을 숙인 시윤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인아...”

시윤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성적인 유혹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나랑 결혼할 용기는 있으면서, 할 용기는 없어?”

시윤의 잘생긴 얼굴과 고귀하고 우아한 분위기는 눈빛 속의 사악함을 완벽히 가리고 있었고, 살짝 벌어진 셔츠 칼라 사이로 관능적인 목젖이 드러났다.

다인은 머릿속에 문득 3년 전의 한 장면이 스쳤다.

‘직접 해 본 적은 없다고 해도, 하는 법도 모르겠어?’

다인은 홧김에 갑자기 시윤의 옷깃을 잡아당기면서 입술을 확 덮쳤다.

비록 입을 벌리고 익숙한 척했지만, 무작정 깨물기만 하는 서툴고 어색한 키스에 시윤의 이빨과 몇 차례나 부딪혔다.

시윤의 눈동자에 강렬한 감정이 드러났지만, 곧 절제된 표정으로 흥분을 억제하면서 다인을 향해 말했다.

“다인아,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어?”

“당연하죠. 오빠를 혼내주는 거잖아요.”

다인은 항의하듯 다시 한번 깨물려고 했다.

“왜요? 무서워요?”

다인은 시윤을 도발하듯 바라보면서, 3년 전처럼 일부러 자기를 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후회하지 마.”

고개를 숙이고 딥 키스로 반격한 시윤은, 다인의 입술을 점령하고 잔뜩 달아오른 뜨거운 몸을 밀착했다.

남자의 목소리는 잔뜩 갈라져 있었고 칠흑 같은 눈빛에는 욕망이 그대로 드러났다.

“3년 전에 하지 못했던 걸 지금 할까?”

주도권을 쥔 시윤은 고개를 숙이면서 역으로 다인의 입술을 깊이 파고들었다.

“3년 전에 하다 만 일, 지금 마저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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