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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낯선 이름

Author: 박쏭쏭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8 19:00:25

사무실 임대 계약서를 정리하다가, 문득 이상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계약 당시 부동산 사장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유, 변호사님. 이 자리 원래 시세보다 훨씬 싸게 나온 거예요. 건물주가 갑자기 조건을 확 낮췄다 그러더라고."

그땐 그냥 운이 좋았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서류 정리를 하다가 건물 등기부등본을 다시 보게 됐다.

건물주: (주)선유에셋

낯선 이름이었다.

무심코 검색을 해봤다.

몇 번 클릭 끝에, 대표이사 명단에 눈이 멎었다.

형도.

우석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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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장 탐정에게 입덕했다.(나, 오직 너만을)   73. 이런 하루가 계속됐으면

    병원 로비에서, 나는 몇 번이나 시계를 확인했다.우석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가올수록, 이상하게 긴장이 됐다.그냥 동생한테 인사시키는 건데, 왜 이렇게 떨리는 건지.옷매무새를 괜히 두 번, 세 번 다듬는데, 저만치서 낯익은 실루엣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우석이었다.모자를 눌러쓰고, 편한 후드 차림으로."많이 기다렸어?""아니에요. 저도 방금 왔어요."우석이 손에 든 종이가방을 살짝 들어 보였다."이거, 희찬이 좋아할 만한 거 있나 물어봤더니 형도가 이거 추천하더라고."들여다보니, 요즘 인기 있다는 게임기와 만화책 몇 권이 들어 있었다."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동생인데 뭐 어때."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동생.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부르는 말이, 왜 이렇게 크게 다가오는지.우리는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실로 향했다.문을 열자, 침대에 앉아 있던 희찬이 반색하며 몸을 세웠다."어, 오셨다!""안녕, 희찬 군. 처음 제대로 인사하네. 차우석입니다."우석이 손을 내밀며 웃었다.희찬이 눈을 반짝이며 그 손을 맞잡았

  • 남장 탐정에게 입덕했다.(나, 오직 너만을)   72. 이 시간이 좀 더 오래 갔으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희찬이 침대에 기대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이제는 혈색도 제법 돌아와 있었다. 두 달 전만 해도 뼈만 앙상하던 얼굴에, 조금씩 살이 붙는 게 보였다."누나 왔어요?""응, 몸은 좀 어때?""오늘 재활 선생님이 그러는데, 다음 달이면 걷는 연습도 시작할 수 있대요."그 말에 나는 저절로 웃음이 났다."잘됐다, 정말."침대 옆 의자에 앉아, 나는 과일 깎을 준비를 했다.사과 껍질을 벗기는 손끝이, 오랜만에 가벼웠다.희찬이 텔레비전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물었다."근데 누나, 그 배우 아저씨는요?"칼질하던 손이 멈칫했다."…배우 아저씨?""저번에 병원에서 봤잖아요. 되게 잘생긴. 누나 데려다주고 그러셨던."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러고 보니, 희찬이는 우석을 딱 한 번, 그것도 정신이 온전치 않을 때 스치듯 본 게 전부였다.그런데 용케 기억하고 있었다."차우석 씨. 왜?""그냥. 누나 표정이, 그 얘기만 하면 달라져서요.""내가 뭘."괜히 딴청을 피우며 사과를 접시에 담는데, 희찬이 씩 웃었다.

  • 남장 탐정에게 입덕했다.(나, 오직 너만을)   71. 우리 다시 시작해도 될까?

    희우가 돌아간 뒤에도,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다음에 또 이야기해요."그 한마디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거창한 약속도, 화해의 포옹도 없었다.그런데도, 뭔가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처음으로, 희우가 먼저 나를 찾아왔다.처음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진짜 질문을 던지고, 도망치지 않고 대답했다.그거면 됐다.지금은, 그거면 충분했다.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낮게 웃었다.바보처럼, 그 짧은 말 한마디에 이렇게 마음이 놓이다니.그래도.다시, 조금씩.그렇게 생각하니,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해졌다.#정성회계사무소 일로 알게 된 인맥을 통해, 우연히 소식 하나를 들었다.나문희가 최근 몇몇 연예부 기자들에게 접촉을 시도했다는 얘기였다.등골이 서늘해졌다.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는 뻔했다.나에 대한 것이든, 나와 우석의 관계에 대한 것이든— 어느 쪽이든 우석에게 치명적일 수 있었다.예전 같았으면, 이런 상

  • 남장 탐정에게 입덕했다.(나, 오직 너만을)   70. 낯선 이름

    사무실 임대 계약서를 정리하다가, 문득 이상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계약 당시 부동산 사장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아유, 변호사님. 이 자리 원래 시세보다 훨씬 싸게 나온 거예요. 건물주가 갑자기 조건을 확 낮췄다 그러더라고."그땐 그냥 운이 좋았다고만 생각했다.그런데 오늘, 서류 정리를 하다가 건물 등기부등본을 다시 보게 됐다.건물주: (주)선유에셋낯선 이름이었다.무심코 검색을 해봤다.몇 번 클릭 끝에, 대표이사 명단에 눈이 멎었다.형도.우석의 매니저.손끝이 차가워졌다.우연일 수도 있었다.그런데 이상하게, 확신이 들었다.나는 곧장 채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희우야, 웬일이야.""채사장님. 저 하나만 여쭤볼게요. 예전에 제 빚, 정말 다 유예해주신 거 맞아요?"전화기 너머로 잠깐 침묵이 흘렀다."…갑자기 그건 왜 묻나.""그냥, 확인하고 싶어서요."또 한 번의 침묵.채사장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희우야. 그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게 아니야."

  • 남장 탐정에게 입덕했다.(나, 오직 너만을)   69. 형, 많이 달라지셨네요.

    주차장으로 가던 길, 로비 쪽에서 낯익은 실루엣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희우와, 나문희.발걸음이 저절로 그쪽을 향했다.가까워질수록, 나문희가 희우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 있는 게 보였다.심장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손, 놓으시죠."내 목소리에, 나문희가 홱 돌아보더니 순식간에 표정을 바꿨다."어머, 우석이 왔구나."그 표정이— 예전부터 늘 낯설고 섬뜩했다.나문희는 늘 이랬다. 나를 볼 때만 다른 사람이 됐다."손 놓으세요."나는 나문희의 손을 희우의 팔에서 떼어냈다.나문희가 애타는 얼굴로 나에게 매달리듯 말했다."우석아, 내가 다 너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이 여자 만나면 너 또 힘들어져. 예전에도 그랬잖니.""무슨 소리 하시는 겁니까.""너도 알잖아. 이런 여자들, 다 너한테 뭘 뜯어내려고—""그만하세요."나는 목소리를 낮게 눌렀다."몇 번을 말씀드려야 압니까. 저는 채령을 잊었습니다. 저는 아주머니가 그 딸을 대신해 지켜야 할 사람도, 소유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나문희의 얼굴이 순간 무너지듯 일그러졌다.

  • 남장 탐정에게 입덕했다.(나, 오직 너만을)   68. 경고하는데

    첫 공판 날이었다.방청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틈으로,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우석이었다.증인으로 채택돼 대기 중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하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안 돼.지금은 안 된다.나는 서류를 다잡으며, 애써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했다.재판장이 개정을 선언하고, 검사 측 모두진술이 이어졌다.내 차례가 왔다."재판장님, 피해자 측 대리인으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말을 이었다."9년 전 그날, 피해자는 신고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가해자 측의 협박이, 신고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침묵이 곧 동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말을 이어가는 동안, 시야 끝에 계속 우석이 걸렸다.그가 나를 보고 있다는 걸,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흔들리면 안 돼.나는 눈앞의 서류에만 시선을 고정했다.한 문장, 한 문장.준비한 대로, 정확하게.변론이 끝나고 자리에 앉는 순간에야, 나는 참았던 숨을 조용히 내쉬었다.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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