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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행복을 마음 깊이 새기며

Author: 박쏭쏭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6 19:00:00

비행기가 착륙하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훅 끼쳐왔다.

"덥죠?"

우석이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내 손을 잡았다.

"네, 그래도— 좋아요. 새로운 곳이라 그런지 설레요."

숙소는 바닷가 근처, 작은 리조트였다.

방에 짐을 풀자마자, 우석이 커튼을 활짝 열어젖혔다.

"봐봐."

창밖으로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에, 나는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우와..."

"마음에 들어?"

"네, 완전요."

우석이 뒤에서 내 어깨를 감싸며, 함께 바다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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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장 탐정에게 입덕했다.(나, 오직 너만을)   88. 행복을 마음 깊이 새기며

    비행기가 착륙하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훅 끼쳐왔다."덥죠?"우석이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내 손을 잡았다."네, 그래도— 좋아요. 새로운 곳이라 그런지 설레요."숙소는 바닷가 근처, 작은 리조트였다.방에 짐을 풀자마자, 우석이 커튼을 활짝 열어젖혔다."봐봐."창밖으로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에, 나는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우와...""마음에 들어?""네, 완전요."우석이 뒤에서 내 어깨를 감싸며, 함께 바다를 바라봤다."내일부터는 촬영 때문에 정신없을 텐데, 오늘은— 온전히 너랑 있는 날이야."그 말과 함께, 그가 목덜미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간지러워요.""그래서 더 하고 싶어지는데."능청스러운 그 말에, 나는 웃으며 그를 살짝 밀어냈다.저녁엔 근처 해변 식당에서 현지 음식을 먹었다.낯선 향신료 냄새가 나는 요리를 앞에 두고, 우석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매울까 봐 걱정했는데, 괜찮아?"한 입 먹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맛있었다."완전 맛있어요! 이거 봐요, 이것도 먹어봐요."

  • 남장 탐정에게 입덕했다.(나, 오직 너만을)   87. 우리 함께 가자

    강원도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 우석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희우야,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어디를요?""동남아. 촬영지."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저는— 촬영에 방해만 될 텐데요.""방해라니. 나는 오히려, 너 없이 혼자 6개월을 버틸 자신이 없어."우석이 핸들을 잡은 채로 나를 흘끗 봤다."게다가 지금 한국에서, 너도 너무 힘들잖아. 사무실도, 변호사 자격 문제도— 당분간은 좀 떨어져서 숨 돌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어."그 말에, 나는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런데 사무실은 어떡하고요. 미선 씨도 있고, 진행 중인 사건들도 있는데.""미선 씨한테 당분간 맡기고, 급한 사건은 다른 변호사한테 인계하면 안 될까? 6개월 정도— 잠깐 숨 돌리는 셈 치고."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사실, 요즘 사무실에 나가는 것도 점점 힘겨워지고 있었다.어딜 가나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붙었고, 의뢰인들도 하나둘 눈치를 보며 발길을 끊었다."...변호사 자격 징계위원회는 어떡해요?""그건 국내에 있든 없든, 위원회 일정대로 진행될 거야. 오히려 잠깐 자리를 비우는 게, 여론이 가라앉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어."일리 있는 말이었다.

  • 남장 탐정에게 입덕했다.(나, 오직 너만을)   86. 괜찮아. 이게 맞는 거야.

    새벽 버스에 몸을 실었다.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서울의 불빛들을, 나는 멍하니 바라봤다.이렇게 도망치듯 떠나는 게, 벌써 몇 번째인지.그런데 이번엔, 정말 마지막이어야 했다.우석이 해외에서 마음 편히 활동할 수 있도록, 나는 여기서— 그와 완전히 분리된 삶을 시작해야 했다.버스가 강원도에 가까워질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아려왔다.6년 전, 이곳에서 시작된 인연이었다.그런데 이제 그 인연을, 이곳에서 끝내려 하고 있었다.채사장이 알려준 사무실은, 예전 시설 근처의 작은 상가 건물이었다.버스에서 내려 걷는데,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우석의 이름이 화면 가득 떴다.받을 수 없었다.받으면, 분명 마음이 흔들릴 거였다.나는 휴대폰을 가방 깊숙이 넣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사무실 앞에 도착해, 은퇴를 앞둔 변호사와 인사를 나눴다."이렇게 갑자기 오실 줄 몰랐네요. 채사장님한테 얘기는 들었습니다.""잘 부탁드립니다."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마음이 텅 빈 것 같았다.새로운 시작이라는 게, 이렇게 공허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계약서에 서명을 하려는데, 손이 떨렸다.

  • 남장 탐정에게 입덕했다.(나, 오직 너만을)   85. 미련없이

    며칠 뒤, 우석이 결국 해외 촬영 제안을 수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6개월이라니, 너무 길잖아요.""그래서 안 가려고 했었어. 그런데—"우석이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이번에 가면, 최대한 빨리 끝내고 돌아올게. 그리고 돌아오면— 진짜, 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게 만들어줄게."그 말이 다정했지만,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출국까지 남은 시간은 열흘.그 열흘 동안, 나는 계속 같은 생각에 시달렸다.내가 이 사람 곁에 있는 한, 이런 위기는 계속 반복될 거라는 생각.변호사 자격 문제도, 여론의 비난도, 결국 다 나 때문에 시작된 일이었다.우석이 해외로 떠나 있는 6개월 동안, 나는 계속 여기서— 이 모든 짐을 짊어진 채, 그의 발목을 잡는 존재로 남게 될 터였다.그러던 어느 날, 채사장을 찾아갔다."채사장님. 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뭔데.""혹시— 지방에 사무실 자리, 아는 데 있으세요?"채사장이 미간을 좁혔다."…뜬금없이 왜?""그냥. 서울이 너무 시끄러워서요. 조용한 데서, 새로 시작해보고 싶어서요."채사장이 한참 나를 바라보다가, 낮게 물었다.

  • 남장 탐정에게 입덕했다.(나, 오직 너만을)   84. 최선의 선택은?

    기자회견은 예상보다 훨씬 크게 터졌다."차우석, 사실은 이성애자였다""남장 탐정과의 은밀한 사랑, 그 실체는""변호사 자격 논란까지... 파장 확산"기사 제목들을 보는 내내, 속이 울렁거렸다.기자회견장에서, 우석은 담담하게 모든 걸 밝혔다.내가 여자라는 것, 남장을 하고 탐정 일을 했던 이유,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까지.정훈이 증인으로 나서서, 내가 얼마나 진심으로 사람들을 도왔는지 이야기해줬을 때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었다.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기자회견 이후, 여론은 반으로 갈렸다.응원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훨씬 크고 날카로운 비난이 쏟아졌다."신분 위장으로 변호사 행세? 사기 아니냐""배우 이미지로 다 덮으려는 거 아니냐""저런 여자를 왜 감싸주는지 이해 안 감"사무실에 출근하는 것도 점점 힘들어졌다.미선이 매일 아침,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맞았다."변호사님, 오늘도 댓글 안 보셨죠? 제가 미리 필터링해서, 진짜 심한 건 안 보여드리려고 했는데—""괜찮아요, 미선 씨. 봐야 할 건 봐야죠.""그래도 너무 억울해요. 변호사님이

  • 남장 탐정에게 입덕했다.(나, 오직 너만을)   83. 이마를 맞대며

    기자회견 날짜가 사흘 뒤로 잡혔다는 소식에, 나는 며칠째 제대로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그런데 그날 저녁,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여니 우석이 양손 가득 봉지를 들고 서 있었다."저녁 안 먹었지?""...어떻게 알았어요?""목소리 들으면 알아. 밥 굶고 걱정만 하고 있을 게 뻔하잖아."그가 성큼 들어와 부엌으로 향했다."오늘은 내가 해줄게. 앉아 있어.""저도 도울게요.""됐어. 넌 그냥 앉아서 나 보고 있어."능청스러운 말에, 나는 픽 웃으며 식탁 의자에 앉았다.도마질 소리가 경쾌하게 이어졌다."저, 기자회견 생각하면 자꾸 속이 안 좋아요.""그럴 만하지."우석이 파를 썰다 말고 돌아봤다."근데 내일모레까지 그 생각만 하고 있으면, 나만 손해야.""손해요?""응. 그동안 나랑 있을 시간이 아깝잖아.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거고, 지금은— 그냥 나랑 노는 데 집중해."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된장찌개가 식탁에 올라왔다."우와, 진짜 잘하네요.""내가 요리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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