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16화

Author: 해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31 20:58:14

"오빠, 나 여기 조금 더 둘러봐도 돼?"

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게 해."

하윤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손을 움켜쥐었다.

남편은 자신과 삼 년을 함께 살아온 집을 백유리에게 마음껏 둘러보라고 허락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내에게는 그 집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권리조차 주지 않았다.

***

백유리가 복도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하윤은 곧바로 뒤따랐다.

"어디 가세요?"

유리는 집을 조금 더 구경하고 싶다며 웃었지만, 하윤은 복도 입구에 서서 안쪽은 개인 공간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백유리는 잠시 멈췄다가 시혁을 바라보았다.

"오빠,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 있어?"

시혁은 하윤에게 시선을 주었다.

"유리가 보고 싶다잖아."

하윤은 물러서지 않았다.

"거실은 괜찮아요. 하지만 안쪽 방은 허락하지 않았어요. 내가 사용하는 공간이에요."

시혁의 표정이 굳었지만, 백유리는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을 느낀 듯 손을 들어 보였다.

"괜찮아. 나중에 보면 되지."

그녀는 웃으며 거실로 돌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남편은 우리의 결혼을 숨겼다   16화

    "오빠, 나 여기 조금 더 둘러봐도 돼?"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편하게 해."하윤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손을 움켜쥐었다.남편은 자신과 삼 년을 함께 살아온 집을 백유리에게 마음껏 둘러보라고 허락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내에게는 그 집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권리조차 주지 않았다.***백유리가 복도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하윤은 곧바로 뒤따랐다."어디 가세요?"유리는 집을 조금 더 구경하고 싶다며 웃었지만, 하윤은 복도 입구에 서서 안쪽은 개인 공간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백유리는 잠시 멈췄다가 시혁을 바라보았다."오빠,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 있어?"시혁은 하윤에게 시선을 주었다."유리가 보고 싶다잖아."하윤은 물러서지 않았다."거실은 괜찮아요. 하지만 안쪽 방은 허락하지 않았어요. 내가 사용하는 공간이에요."시혁의 표정이 굳었지만, 백유리는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을 느낀 듯 손을 들어 보였다."괜찮아. 나중에 보면 되지."그녀는 웃으며 거실로 돌아섰다.그러나 하윤은 유리의 시선이 복도 끝에 오래 머물렀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그곳에는 자신과 시혁이 함께 사용하는 침실이 있었다.백유리는 마치 그 방의 위치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망설임 없이 복도 끝을 바라보았다. 처음 방문한 집이라면 어느 방이 침실인지 알기 어려웠을 텐데, 그녀의 눈길은 다른 문을 거의 살피지 않았다.하윤은 그 모습을 기억해 두었다.아까 거실을 둘러보며 사진으로 본 것과 비슷하다고 했던 말도 떠올랐다.백유리가 이 집을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분명했다.적어도 하윤이 아는 한 그랬다.그런데 그녀는 집 안의 구조를 지나치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하윤은 휴대전화를 꺼내 현관에 놓인 꽃바구니와 백유리의 여행 가방을 다시 촬영했다.지금은 그 행동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남편이 자신의 결혼을 숨기는 동안 백유리가 이 집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잠시 후 시혁은 백유리에게 저녁 식사를

  • 남편은 우리의 결혼을 숨겼다   15화

    ***백유리는 장식장에 놓인 도자기와 창가의 꽃병을 살피다가 벽에 걸린 작은 풍경화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이 그림은 누가 그렸어요?"하윤은 고개를 들었다."제가 그렸어요."백유리는 놀란 듯 그림을 가까이에서 살폈다."하윤 씨가요? 그림도 그리세요?"하윤은 잠시 망설였다.자신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다. 결혼 전에는 작은 전시에도 참여했고, 화실에서 밤을 새우며 작업하던 날이 많았지만, 시혁과 결혼한 뒤에는 외부 활동을 점점 줄였다.남편이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일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어요."백유리는 그림을 살피다가 시혁을 돌아보았다."오빠는 이런 그림 좋아했나?"시혁은 소파에서 일어나 그림 쪽으로 다가오며 하윤이 그린 것이라고 무심하게 설명했다.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집안일도 도와주시고 그림도 그리시고, 재주가 많으시네요."하윤은 그 말을 듣고 입술을 다물었다.자신이 그린 그림이 걸린 집에서, 자신은 여전히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었다.백유리는 그림에서 시선을 떼며 이곳에서 오래 일했느냐고 물었다.하윤은 남편을 바라보았다.시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눈빛에는 분명한 경계가 담겨 있었다."삼 년 됐어요."백유리는 꽤 오래됐다며 미소를 지었다.하윤은 그 미소를 바라보며 덧붙였다."이 집에 들어온 지 삼 년 됐어요."시혁의 얼굴이 굳었다.그러나 하윤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결혼한 날짜를 말하지 않았고, 남편과의 관계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삼 년 동안 이 집에서 살아왔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백유리는 잠시 하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 집에 대해서는 하윤 씨가 제일 잘 아시겠네요. 앞으로 궁금한 게 생기면 하윤 씨한테 물어봐야겠어요."하윤은 그 말에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단순히 손님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면 앞으로라는 말을 굳이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시혁은 백유리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고

  • 남편은 우리의 결혼을 숨겼다   14화

    하윤은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나는 어제부터 한 번도 편한 적이 없어요. 결혼기념일에 당신이 다른 여자랑 약혼하는 걸 봤고, 밤새 기다렸는데 당신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늘은 그 여자를 집에 데려와서 나를 직원이라고 소개했잖아요."시혁은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하윤아,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뭐야?"하윤은 그 질문을 듣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정말 몰라서 묻는 것일까.삼 년 동안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했던 남자가, 이제는 아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적어도 당신이 나를 아내라고 인정해 주길 원해요."시혁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지금 할 수 없어."하윤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 말은 짧았지만, 삼 년 동안 붙잡고 있던 약속이 무너지는 소리처럼 들렸다.복도 저편에서 백유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시혁 오빠, 나 물 좀 마셔도 돼?"시혁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금방 갈게."그는 하윤과의 대화를 끝내지도 않은 채 거실로 돌아갔다.하윤은 복도에 홀로 남았다.눈물이 계속 흘렀지만, 남편은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백유리는 하윤이 거실로 돌아오자 반갑게 웃었다."하윤 씨, 혹시 제가 무례하게 굴었나요?"그녀는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 생활에 익숙하지 않다며 불편한 점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하윤이 눈물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이자 유리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손수건을 내밀었다."어머, 울었어요?"하윤은 손수건을 받지 않았다.백유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괜히 오빠한테 부탁을 많이 했나 봐요. 하윤 씨가 이렇게 힘들어하실 줄 몰랐어요."시혁은 유리의 말을 듣고 하윤을 바라보았다.그의 표정에는 걱정보다 불편함이 먼저 드러났다."하윤아, 괜찮아?"하윤은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어젯밤부터 처음 듣는 걱정이었다.그러나 그 질문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백유리가 보고 있기 때문에 나온 말처럼 느껴졌다.하윤은 대답하지 않았다.백유리는 손수건

  • 남편은 우리의 결혼을 숨겼다   13화

    "웨딩드레스네요? 하윤 씨, 결혼하셨어요?"하윤은 숨을 멈췄다.시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하윤아, 그건 안쪽에 둬."그 말에 하윤은 남편을 바라보았다."왜요?""손님이 왔잖아."시혁은 마치 테이블 위에 어울리지 않는 물건을 치우라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하윤은 액자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내 결혼사진이에요."백유리는 액자를 놓지 않은 채 미소를 지었다."그렇구나. 남편분이랑 찍으셨나 봐요."그녀는 사진을 조금 더 기울였다."남편분은 어떤 분이세요?"하윤은 시혁을 바라보았다.남편은 입술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았다.자신이 결혼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말라는 것이었다.하윤은 액자를 받아 들었다."제게 소중한 사람이에요."그녀는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며 덧붙였다."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시혁의 턱이 굳었다.백유리는 두 사람의 표정을 번갈아 살피더니 부드럽게 웃었다."그렇구나. 소중한 사진이면 잘 간직해야죠."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진 속 남자가 누구인지 더 확인하지 않았다.하윤은 그 반응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결혼사진을 본 사람이 남편의 얼굴을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상했지만, 무엇보다 유리의 표정에는 놀라움이 거의 없었다.마치 사진 속 남자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차 좀 부탁할게요."백유리는 소파에 앉으며 정중하게 말했다.하윤은 액자를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유리는 따뜻한 차가 있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고, 시혁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하윤에게 준비하라고 지시했다."준비해 줘."하윤은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내가 왜요?"시혁은 미간을 찌푸렸다."손님한테 차 한 잔 내오는 게 그렇게 어려워?"백유리는 당황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아니야, 오빠. 내가 직접 가져올게."그러나 시혁은 그녀의 손목을 가볍게 붙잡아 다시 앉혔다."앉아 있어."하윤은 그 손을 바라보았다.자신이 아플 때조차 바쁘다며 병원에 함께

  • 남편은 우리의 결혼을 숨겼다   12화

    ***오후가 되자 하윤은 현관에 놓인 꽃바구니를 거실 한쪽으로 옮겼다.다과를 준비하라는 지시는 따르지 않았다. 손님에게 차 한 잔을 내줄 수는 있었지만, 남편의 약혼녀를 위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식탁을 차릴 수는 없었다.그녀는 침실에 놓여 있던 작은 결혼사진을 거실 테이블 위에 가져다 놓았다.삼 년 전 시혁은 결혼식 사진을 많이 남기지 말자고 했다. 하윤은 남편의 사정을 이해하려 애쓰며 가장 행복했던 날의 사진조차 집 안 깊숙한 곳에 두었다.그때는 언젠가 이 사진을 당당하게 꺼내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그러나 이제는 그날이 오기는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하윤은 액자를 손끝으로 쓸었다.사진 속 시혁은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그날 그는 누구보다 다정하게 웃었고, 하윤의 귓가에 앞으로 잘 살자고 속삭였다.그 약속이 떠오르자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당신은 다 잊었어도 나는 아직 기억하는데……."하윤은 액자를 내려놓고 창가로 다가갔다.오후 다섯 시가 조금 지나 검은 차량 한 대가 집 앞에 멈췄다.백유리가 먼저 내렸고, 시혁은 그녀의 걸음에 속도를 맞추며 계단 앞에서 팔을 받쳐 주었다.하윤은 두 사람이 현관으로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남편은 어젯밤 자신을 버려두고 다른 여자와 약혼한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태연했다.그가 현관문을 열기 전까지 하윤은 몇 번이나 마음을 다잡았다.울지 말자고 생각했다.그러나 문이 열리고 시혁이 백유리의 코트를 받아 드는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다시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그녀는 입술 안쪽을 깨물며 겨우 버텼다.***거실에 들어선 백유리는 꽃바구니를 발견하자 환하게 웃었다."이거 오빠가 보낸 거야?"시혁은 그녀가 좋아하는 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며 다정하게 대답했다. 백유리는 꽃잎을 손끝으로 만지다가 하윤을 돌아보았다."하윤 씨, 꽃이 정말 예쁘죠?"하윤은 대답하지 못했다.백유리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더니 금세 미안한 얼굴을 했다."아, 혹시 꽃 알레르기 있으세요

  • 남편은 우리의 결혼을 숨겼다   11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름다워 보이고 싶어 기꺼이 변했다.그런데 지금 백유리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누구를 닮아 가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하윤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거울을 바라보았다.자신의 얼굴인데도 낯설었다.남편이 사랑한다고 말했던 얼굴이 정말 자신의 것이었을까.그녀는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아직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의심만으로도 삼 년 동안 소중하게 간직했던 기억들이 하나씩 상처로 변하는 것 같았다.***오전 열 시가 조금 넘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하윤은 남편이 돌아온 줄 알고 서둘러 현관으로 향했다. 어젯밤부터 기다렸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막상 문밖에서 시혁의 목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문을 열자 정장을 입은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그들은 커다란 꽃바구니와 고급 과일 상자, 얇은 서류 봉투를 들고 있었다."서하윤 씨 맞으십니까? 강 전무님 지시로 물품을 전달하러 왔습니다."하윤은 꽃바구니를 바라보았다.혹시 남편이 뒤늦게 결혼기념일을 기억한 것일까.그런 기대가 스치는 순간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지만, 그녀는 꽃 사이에 꽂힌 카드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유리 님의 귀국을 환영합니다.*하윤의 손끝에서 카드가 미끄러졌다.어젯밤 자신에게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던 남자가, 오늘은 백유리에게 꽃을 보내고 있었다.직원은 하윤의 표정을 살피지 못한 채 과일 상자와 서류 봉투를 건넸다."전무님께서 오늘 방문하실 손님을 위해 준비하라고 하셨습니다."봉투 안에는 방문 준비 사항이 적힌 문서가 들어 있었다.거실 정리, 다과 준비, 개인 물품의 외부 노출 주의, 방문객 응대 시 불필요한 설명 금지.하윤은 마지막 문장에서 시선을 멈췄다.자신이 삼 년 동안 살아온 집에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라는 지시였다."이걸 누가 작성했나요?""전무님 비서실에서 전달받았습니다."하윤은 문서를 접지 않은 채 직원들을 바라보았다."강 전무님께 직접 확인할게요."직원들이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